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논어』 하면 유가 경전을, 공자를 떠올리고 또 인(仁), 예(禮), 정명(正名)을 생각한다. 내가 처음 『논어』를 배웠을 때 그랬다. 익숙하지 않은 한자 문장들, 그것도 단편적인 구절들의 집합. 거기다 위대하신 공자님 말씀들의 개념들을 파악하느라 내겐 여느 철학책 못지않게 어려웠다. 이번 ‘고전학교’에서 다시 만난 ‘논어’는 역사상 실존했던 공자와 그의 사상들을 파헤치기보다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을 『논어』라는 책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당당하구나, 자장이여. 그러나 함께 인을 행하기는 어렵구나.”(曾子曰 堂堂乎張也 難與竝爲仁矣) “나의 벗 자장은 어려운 일을 잘한다. 그러나 아직 인하지는 못하다.”(子游曰 吾友張也 爲難能也 然而未仁) 위 두 문장은 모두 『논어』 <자장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문장을 보면 자장이라는 사람은 공자가 지향하는 인(仁)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비친다. 자장은 공자 만년의 제자로 공자와 48세 차이가 난다. 공자가 54세가 되던 해 노나라를 떠나 14년 동안 천하를 주유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절에 제자들이 많이 들어온다. 이 무렵 자하, 자유, 증자, 자장이 공자 학단의 제자가 되었다. 이들은 출신 지역은 서로 다르지만(위나라, 오나라, 노나라, 진나라), 나잇대는 비슷비슷하며 이 중 자장이 가장 어렸다.(자하보다 4살 연하) 왜 자장은 동문수학하는 문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까? 얼마나 나쁜 일을 하였기에? 『논어』에는 이렇다 할 자장의 잘못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성인의 경지인 인을 거론하면서까지 교우를 비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자 학단 내에서 분위기도 심상치 않은지, 선배인 자공이 나서서 아예 대놓고 스승에게 자장과 자하 중 누가 낫냐고 물어본다. 이에 공자는...
『논어』 하면 유가 경전을, 공자를 떠올리고 또 인(仁), 예(禮), 정명(正名)을 생각한다. 내가 처음 『논어』를 배웠을 때 그랬다. 익숙하지 않은 한자 문장들, 그것도 단편적인 구절들의 집합. 거기다 위대하신 공자님 말씀들의 개념들을 파악하느라 내겐 여느 철학책 못지않게 어려웠다. 이번 ‘고전학교’에서 다시 만난 ‘논어’는 역사상 실존했던 공자와 그의 사상들을 파헤치기보다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을 『논어』라는 책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당당하구나, 자장이여. 그러나 함께 인을 행하기는 어렵구나.”(曾子曰 堂堂乎張也 難與竝爲仁矣) “나의 벗 자장은 어려운 일을 잘한다. 그러나 아직 인하지는 못하다.”(子游曰 吾友張也 爲難能也 然而未仁) 위 두 문장은 모두 『논어』 <자장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문장을 보면 자장이라는 사람은 공자가 지향하는 인(仁)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비친다. 자장은 공자 만년의 제자로 공자와 48세 차이가 난다. 공자가 54세가 되던 해 노나라를 떠나 14년 동안 천하를 주유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절에 제자들이 많이 들어온다. 이 무렵 자하, 자유, 증자, 자장이 공자 학단의 제자가 되었다. 이들은 출신 지역은 서로 다르지만(위나라, 오나라, 노나라, 진나라), 나잇대는 비슷비슷하며 이 중 자장이 가장 어렸다.(자하보다 4살 연하) 왜 자장은 동문수학하는 문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까? 얼마나 나쁜 일을 하였기에? 『논어』에는 이렇다 할 자장의 잘못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성인의 경지인 인을 거론하면서까지 교우를 비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자 학단 내에서 분위기도 심상치 않은지, 선배인 자공이 나서서 아예 대놓고 스승에게 자장과 자하 중 누가 낫냐고 물어본다. 이에 공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