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대로 42길 3회] 선(善)이 독선(獨善)이 되는 순간/ 밀로스 포만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

띠우
2021-10-24 20:13
462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으며, 출처는 다음 영화입니다.

 

 

()이 독선(獨善)이 되는 순간

밀로스 포만 감독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 1975

 

 

- 영화는 시대를 반영한다

 

제시카 랭 주연의 <여배우 프랜시스(1982)>는 193,40년대에 할리우드에서 실제 활약했던 여배우, 프란시스 파머를 모티프로 만들어진 영화다. 당시 혜성처럼 나타나 큰 인기를 얻어 그레타 가르보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그녀는 할리우드 스타시스템 안에서 철저하게 통제받던 여배우들과 달리 정치사회적 발언에 적극적이었다. 스타는 여론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쓴 소리를 하는 그녀는 주시대상이었는데, 결혼 6년 만에 이혼을 하면서 소동을 벌이다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리고 강제로 정신병원에 감금되었고 전두엽 절제술을 받게 된 후 삶이 망가져 갔다.

 

                                     

                                                                        배우 프란시스 파머의 모습

 

포르투갈의 신경학자 에가스 모니즈는 실험 중에 침팬지의 전두엽을 제거했다가 그들이 조용해진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를 정신이상자들의 발작과 공격성에 대한 치료에 도입해 1949년에는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한다. 세계대전 이후 급증한 외상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미국은 이 방법을 도입하였고 뇌신경학자 월터 프리맨은 얼음송곳을 이용한 전두엽 수술법을 개발했다. 이것이 프란시스의 뇌를 망가뜨렸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사회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미국에서만 4만여 건이 진행되었는데, 결국 환자들의 신체에 심각한 기능저하가 일어났다. 더구나 국가가 교묘하게 반사회적 인물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악용한 사례들이 늘어났다. 10여년에 걸쳐 계속해서 문제들이 발생하자, 1967년 이후 시행되지 않게 되었다.

 

작가 켄 키지는 프란시스 포먼의 사건을 중심으로 소설,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1962)>를 발표했다. 1975년에는 밀로스 포만 감독이 이것을 영화화해 아카데미 5관왕을 차지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다. 또 그룹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은 ‘프란시스 파머는 시애틀에 복수할 거야(Frances Farmer Will Have Her Revenge on Seattle,1993)’라는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어느 시대나 독단적인 권력의 힘에 저항하는 목소리는 존재해지만, 기존 사회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 하에 그들의 소신있는 발언은 어둠속에 묻혀졌다. 개인들을 보호해야할 사회가 도리어 개인들을 통제하고 억압해왔던 것이다.

 

- 권위가 독선(獨善)이 되다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권위적인 정신병원의 시스템에 맹목적인 순응이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인물들을 그려내면서 당시 미국 사회가 가진 구조적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범죄자 맥머피(잭 니콜슨)는 교도소 공동작업을 피해 정신이상을 가장해 지내기 쉬울 것 같은 정신병원으로 수송되어 온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병원은 감옥보다 더 철저하게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시스템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병원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수간호사 렛체드(루이스 플렛처)는 저항하는 환자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면 멸시와 혐오, 잔인한 학대도 서슴지 않았다. 더구나 그녀는 자신이 악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선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루이스 플렛처가 연기한 렛체드

 

우리는 흔히 일상이 흘러온 대로 매일매일을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을 정상인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전체 시스템 안에서 독특하게 튀는 말과 행동은 비난 대상이 되기 쉽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대신 틀렸다고 지적하며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짓는다. 그 목적은 모두가 안정된 사회 속에서 무사히 살아갈 수 있는 체제를 유지하는데 있다. 복잡한 세상의 거대한 톱니바퀴에서 효율적인 부품의 역할을 하는 것이 무탈한 삶을 보장한다는 믿음 하에 유지된다. 병원안의 모든 일상은 맥머피의 등장 전까지 수간호사의 권위 아래 꾸려지고 있었다.

 

사건은 맥머피가 이 병원으로 옮겨오면서 아주 우연하게 시작되었지만, 그는 정신병원의 실질적인 권력자에 맞서는 인물이 되어간다. 월드시리즈를 보고 싶은 맥머피는 렛체드에게 일과표를 변경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렛체드는 다수결을 제안하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은 손을 드는 일조차 시도하지 않는다. 맥머피는 다시 환자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얻는데 성공하지만, 월드시리즈는 끝내 렛체드에 의해 보지 못한다. 그러자 맥머피는 환자들을 선동하며 렛체드의 권위를 조롱한다. 이를 바라보는 렛체드의 심기는 점차 불편해진다. 맥머피는 교도소에서 이송되어 왔기에 퇴원여부가 순전히 수간호사 렛체드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때 시스템은 그녀가 독단으로 치닫는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병원의 모든 것을 주시하고 있는 인물, 인디언 추장 브룸든은 벙어리인 척하면서 살고 있다. 그가 콤바인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조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인종이나 신분의 한계로 인해 세상 사람들과 자신을 완벽하게 단절시켜야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맥머피는 그를 자극하여 일상의 균열을 일으킨다. 농구를 하는 그들의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열려져 있다. 대책 없지만 끊임없이 저항하는 맥머피, 그의 행동들은 브롬든 뿐만 아니라 병원전체질서에 동요를 일으킨다. 차츰 수간호사 렛체드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맥머피는 탈출하기 전날에 전두엽 절제술을 받게 되면서 폐인이 되어버린다. 영화는 브룸든이 맥머피를 편안한 세상으로 보내고 혼자 정신병원을 탈출하면서 끝이 난다.

 

- 어쨌든 난 시도는 했어, 최소한 노력은 했단 말이야

 

1960년대 미국은 경제적으로 물질만능주의와 성장발전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정치적으로는 인종차별이나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해 엄격한 보수주의의 잣대를 들어 혐오를 강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강압적이고 지배적인 사회체제에 저항하여 인간의 자유에 대한 질문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사실 맥머피의 말과 행동은 거칠고 즉흥적이고 선동적이기에 반사회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렛체드의 행동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가 가진 근본적인 폭력성을 보여주는데 있다. 어느 틈에 올바른 사회질서유지를 위해 기능해야할 것이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까지 이르렀음에도 모두가 무감각하다. 혐오와 폭력을 이용해 체제 자체, 권력 자체를 목표로 행동하는 그녀야말로 어떤 것보다도 더 위험해 보인다.

 

                                                                   동료가 되어가는 병동 사람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주위에 기대며 살아가야 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사회 안에서 서로에게 발생하는 권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권력은 우리를 제한하는 한편,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것들은 영화 속 배경인 정신병원뿐만 아니라 가정과 학교, 직장 혹은 몸담고 있는 모든 공동체 안에서 발생한다. 순응과 저항이 수없이 반복되는 가운데 상호작용을 통해 힘은 드러난다. 또 그 속에서 개인의 자유와 사회 시스템의 유지라는 가치의 줄다리기도 계속된다. 맥머피는 끝내 월드시리즈를 보지 못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하고 나서 이런 말을 남긴다. “어쨌든 난 시도는 했어, 최소한 노력은 했단 말이야”. 그 노력은 우리에게 억압적이기만 했던 지배권력이 최소한 생산적인 형태로 변화할 가능성을 발견하게 만든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정신병원 안의 고요한 일상에 돌을 던진 그의 말이 오래도록 남는다.

 

 

* ‘뻐꾸기(Cuckoo)’는 미국 사회에서 정신병자, ‘뻐꾸기 둥지’는 정신병원을 의미한다.

 

 

 

 

 

 

 

 

 

댓글 7
  • 2021-10-25 08:04

    아.........추억 돋네요.

    이 영화는 헐리웃키드 시절 봤던 것 같아요. 그때는 당연히 푸코도 모르고 가타리도 모르던 시절이었지만, 직관적으로 '훈육권력'에 대해 이해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아.... 다시 보고 싶다. 지금 다시 보면 어떤 느낌이려나....ㅋ

  • 2021-10-25 21:55

    얼마전,

    넷플릭스시리즈 래치드의 앞부분을 보다가,

    영화를 검색해본적이 있었어요.

    책을 봐야하나 고민하고 말았는데,☺️

    띠우님의 글을 읽으니,

    너무너무 궁금해집니다.

    감사히 잘 읽었어요.

  • 2021-10-29 00:34

    빌 브라이슨의 <바디>>에도 송곳으로 전두엽 절제술을 행하는 게 나오더만요.

    최소한의 위생수칙도 지켜지지 않고 행해진 시술이 너무 끔찍해서 보러 왔던 다른 의사가 기절하기도 했다는 일화가 나와요.

    의료가 권력에 이용되던 시절입니다.

    유전공학이 발전하기 시작했을 땐 부랑자들을 중성화 수술해서 희생당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해요.

    영화 속 간호사는 지금의 의료 권력을 예견하고 있는 것 같네요.

  • 2021-11-01 07:58

    저 간호사 디게 무서웠었는데... 정신과 병동이 어떤 곳이라는 그림이(그렇던 그렇지 않던) 그려지는데 한몫했던 영화라고 기억됩니다.

    제친구중에도 일부러 뻐꾸기 둥지로 날아갔던 친구가 있었어요.  

    어떻게 처우받고 어떤 치료과정을 거치는지 몹시 궁금해 하면서 한달정도 입원했었죠.

    저는 그친구에게 넌 참 돈도 많다 하면서 쿠사리 줬어요.

    저런 절제술은 없어졌지만 전기자극치료에 대해서는 그효과가 입증이 된다고 함에도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 되는듯 합니다.

  • 2022-08-1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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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일상은 때론 천국보다 낯설다   짐 자무시의 <천국보다 낯선> Stranger Than Paradise, 1984               윌리 : 여기선 진공청소기로 청소한다고 하지 않아. 촌스러워 에바 : 아하~그럼 뭐라고 하는데? 윌리 : 우린, 악어 목을 조른다고 해. 누가 뭐하냐고 물어보면, ‘나, 악어 목을 조르고 있어’라고 말하는 거야. 에바 : 좋아, 난 지금부터 악어 목을 조를 거야. (위이이이이잉~~~~)          뉴욕에 온 지 10년이 넘었으나 뒷골목 인생을 벗어나지 못 한 벨라, 아니 윌리(존 루리)에게 어느 날 불청객이 찾아옵니다. 그의 고향인 헝가리에서 자신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사촌 에바(에츠더 발린트). 하지만 8평 정도의 원룸에 사는 윌리는 갑자기 찾아온 사촌동생이 달갑지 않습니다. 며칠이 지났을까, 더러운 방을 청소하려고 에바는 청소기를 찾습니다. 그러자 윌리가 에바에게 해 준 말입니다. 미국생활 10년차인 윌리가 어깨에 힘 팍팍 주고 에바에게 ‘이게 바로 미국’이라 설명하는 거죠.  어느 날 에바가 사온 ‘티비 디너’와 ‘체스터 필드’ 한 보루에 윌리는 웃으면서 ‘너도 괜찮은 녀석이었구나’라며 화해(?)의 악수를 청합니다. <천국보다 낯선>(1984)에서 아마도 가장...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일상은 때론 천국보다 낯설다   짐 자무시의 <천국보다 낯선> Stranger Than Paradise, 1984               윌리 : 여기선 진공청소기로 청소한다고 하지 않아. 촌스러워 에바 : 아하~그럼 뭐라고 하는데? 윌리 : 우린, 악어 목을 조른다고 해. 누가 뭐하냐고 물어보면, ‘나, 악어 목을 조르고 있어’라고 말하는 거야. 에바 : 좋아, 난 지금부터 악어 목을 조를 거야. (위이이이이잉~~~~)          뉴욕에 온 지 10년이 넘었으나 뒷골목 인생을 벗어나지 못 한 벨라, 아니 윌리(존 루리)에게 어느 날 불청객이 찾아옵니다. 그의 고향인 헝가리에서 자신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사촌 에바(에츠더 발린트). 하지만 8평 정도의 원룸에 사는 윌리는 갑자기 찾아온 사촌동생이 달갑지 않습니다. 며칠이 지났을까, 더러운 방을 청소하려고 에바는 청소기를 찾습니다. 그러자 윌리가 에바에게 해 준 말입니다. 미국생활 10년차인 윌리가 어깨에 힘 팍팍 주고 에바에게 ‘이게 바로 미국’이라 설명하는 거죠.  어느 날 에바가 사온 ‘티비 디너’와 ‘체스터 필드’ 한 보루에 윌리는 웃으면서 ‘너도 괜찮은 녀석이었구나’라며 화해(?)의 악수를 청합니다. <천국보다 낯선>(1984)에서 아마도 가장...
청량리
2021.12.07 | 조회 447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1976   - 영화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유럽에서 문을 연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거대한 스튜디오 중심의 독점자본주의로 성장하며 황금기를 맞는다. 그것은 메이저 영화사들이 수직적인 분업화와 표준 원칙을 통해 제작과 배급, 그리고 상영을 일원화한 통합 체계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꿈의 공장들은 쉴 새 없이 가동되어갔고, 영화는 자연스레 대도시 대중들의 중요한 여가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1948년 미국 대법원의 메이저 영화사들의 독과점행위금지가 판결되면서 미국영화계에는 다시 한 번 변화가 일어난다. 스튜디오 시스템을 벗어나 자유로운 예술영화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공장에서 벗어난 영화는 사회에 대한 성찰과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표현을 시도했는데, 1960년대 청년 히피 문화와 저항 문화를 기반으로 한 뉴아메리칸 시네마 운동으로 이어졌다.     1968년 베트남전쟁 당시 사진기자 애디 애담스가 공개한 사진 한 장(일명 ‘사이공식 처형’)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불러온다. 사진 속에서 처형된 사람은 전쟁의 끔찍함을 상징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가 30여 명의 여성을 성폭행하고 무자비한 살인을 저질렀던 인물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그 이면이 드러났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있어서 전 세계적인 비판 여론을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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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우
2021.11.21 | 조회 211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영화대로 42길, 4]   미안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자전거 도둑, Ladri di biciclette |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 | 1948       세트 없는 현실, 현실 같은 세트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심한 실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이탈리아. 빈둥거리던 안토니오에게 겨우 일거리가 생긴다. 어머, 이건 무조건 해야 해!! 고용의 필수조건은 ‘자전거’ 지참이었다. 순박하나 결단력이 부족한 안토니오를 대신해 그의 아내는 결혼 예물을 팔아 전당포에 저당 잡힌 자전거를 찾는다. 그러나 어느 날, 일하던 도중 그는 아내가 어렵사리 마련해 준 자전거를 눈앞에서 도둑맞는다.   전당포에서 찾은 자전거로 일자리를 얻은 안토니오와 그의 아내. 그러나 부푼 희망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작인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은 영화 <자전거 도둑>(1948)은 모든 장면을 ‘세트’ 없이 현장에서 찍었고, 조명도 없이 자연광을 이용할 뿐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는 전후 이탈리아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일이 없어 구걸하듯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모인 광장, 수도공급도 안 되고 변변한 도구도 없어 보이는 주방, 물건들을 맡기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줄을 선 전당포가 그대로 영화 속 배경이 된다. 어쩌면 당시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은 부서진 삶의...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영화대로 42길, 4]   미안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자전거 도둑, Ladri di biciclette |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 | 1948       세트 없는 현실, 현실 같은 세트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심한 실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이탈리아. 빈둥거리던 안토니오에게 겨우 일거리가 생긴다. 어머, 이건 무조건 해야 해!! 고용의 필수조건은 ‘자전거’ 지참이었다. 순박하나 결단력이 부족한 안토니오를 대신해 그의 아내는 결혼 예물을 팔아 전당포에 저당 잡힌 자전거를 찾는다. 그러나 어느 날, 일하던 도중 그는 아내가 어렵사리 마련해 준 자전거를 눈앞에서 도둑맞는다.   전당포에서 찾은 자전거로 일자리를 얻은 안토니오와 그의 아내. 그러나 부푼 희망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작인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은 영화 <자전거 도둑>(1948)은 모든 장면을 ‘세트’ 없이 현장에서 찍었고, 조명도 없이 자연광을 이용할 뿐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는 전후 이탈리아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일이 없어 구걸하듯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모인 광장, 수도공급도 안 되고 변변한 도구도 없어 보이는 주방, 물건들을 맡기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줄을 선 전당포가 그대로 영화 속 배경이 된다. 어쩌면 당시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은 부서진 삶의...
청량리
2021.11.07 | 조회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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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우
2021.10.24 | 조회 462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으며, 출처는 다음 영화입니다.         [영화대로 42길, 2]   멋대로 할 수 없다면, 차라리… 네 멋대로 해라 | À bout de souffle, Breathless 장 뤽 고다르 감독 | 1960            영화 <네 멋대로 해라>(1960)는 장 뤽 고다르가 만든 첫 번째 장편영화이자 누벨바그(La Nouvelle Vague, 새로운 물결)를 소개하는 책마다 언급되는 대표작으로 대개 비슷한 찬사를 받는다. 그러나 ‘혁신적인 영화형식’이라든가 ‘세계를 놀라게 한 영화기법의 교과서’라는 평가는 ‘영화사상 최초의 영화에 관한 영화’라는 정성일 평론가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어쩐지 형식과 기법의 한계에 가두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당시에는 굉장히 새로운 실험이었으나 지난 60여 년 동안 수많은 영화들 속에서 이미 봐왔던 터라 더 이상 혁신적이거나 놀랄만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자’ 고다르가 누벨바그의 친구들과 함께 내세운 ‘새로운 영화’에 대한 선언이었다. 그러므로 아쉽지만 낡은(?) ‘점프컷’과 ‘핸드헬드’는 버리고 이 영화 <네 멋대로 해라>도 '제로'에서 다시 읽어보자.     영화 <네 멋대로 해라> 포스터      두 번의 유럽전쟁(이른바 세계대전) 이후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으며, 출처는 다음 영화입니다.         [영화대로 42길, 2]   멋대로 할 수 없다면, 차라리… 네 멋대로 해라 | À bout de souffle, Breathless 장 뤽 고다르 감독 | 1960            영화 <네 멋대로 해라>(1960)는 장 뤽 고다르가 만든 첫 번째 장편영화이자 누벨바그(La Nouvelle Vague, 새로운 물결)를 소개하는 책마다 언급되는 대표작으로 대개 비슷한 찬사를 받는다. 그러나 ‘혁신적인 영화형식’이라든가 ‘세계를 놀라게 한 영화기법의 교과서’라는 평가는 ‘영화사상 최초의 영화에 관한 영화’라는 정성일 평론가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어쩐지 형식과 기법의 한계에 가두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당시에는 굉장히 새로운 실험이었으나 지난 60여 년 동안 수많은 영화들 속에서 이미 봐왔던 터라 더 이상 혁신적이거나 놀랄만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자’ 고다르가 누벨바그의 친구들과 함께 내세운 ‘새로운 영화’에 대한 선언이었다. 그러므로 아쉽지만 낡은(?) ‘점프컷’과 ‘핸드헬드’는 버리고 이 영화 <네 멋대로 해라>도 '제로'에서 다시 읽어보자.     영화 <네 멋대로 해라> 포스터      두 번의 유럽전쟁(이른바 세계대전) 이후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청량리
2021.10.10 | 조회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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