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다] 네비게이터-거대한 전환

이다
2016-04-0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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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국철도는 뿌리뽑힌 경험, 다시 연결했던 경험이 녹아있는 역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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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에 정치를 묻다>의 두번째 필름은 켄 로치의 <네비게이터>였습니다. 영국철도민영화과정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영국철도!  거기에는 (아일랜드) 감자마름병으로 인해 강제로 자기 땅에서 '뿌리 뽑혀져'  네비게이터(항해자)로 영국에 도착,  철도노동자로 밖에 살아갈 수 없었던 '거대한 전환'의 역사가 새겨져 있습니다.

영국철도!  그러나 거기에는 1945년 노동당 집권이후 사회적으로 구축된 '협약'의 역사, 즉 노동자들의 생존과 존엄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의 역사도 새겨져 있습니다.

 

1979년 마가렛 대처가 집권합니다.

"사회? 그런 건 없습니다!"라는 그 유명한 말, 그리고 소위 신자유주의 시대의 도래.

영국철도는 93년 1월에 민영화되고 100개의 민간회사에 쪼개져서 매각됩니다. 노동자는 당연히 대량해고되고 (자의든 타의든) 하청업자(에이전시)의 일용직 노동자로 전락하고 맙니다.

 

켄로치는 그 과정, 또 한번('新')의 <거대한 전환> , 즉 사회가 해체된 후 인간이 어떻게 상품이 되고, 쓰레기가 되고, 오물이 되고 급기야 인간이면 할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아주 드라이하게 보여줍니다.

 

2012년 1월 BBC가 철도 민영화 20돌을 맞아 보도한 내용을 보면,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영국의 물가가 65% 오른 것에 견줘, 런던에서 맨체스터까지의 기차 일반 운임은 208%, 에딘버러까지는 134%, 엑스터까지는 205%가 올랐고,  다른 대부분 지역으로의 운임도 물가 상승률을 비웃으며 훨씬 더 많이 뛰어올랐다고 하네요. (어제 우리 뭔가 잘못된 정보를 주고 받은 듯....영국 철도는 다시 국유화되지 않았시유...ㅋㅋㅋ)

 

 

2. 켄로치를 사랑한 두 남자,  내가 바로 그 00 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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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상영회에서는 켄로치를 사랑한 두 남자가 오셨습니다. 자룡과 그의 친구.

둘 다 그러더라구요. 내가 바로 영화 속 그 사람들이예요.

무한경쟁, 에이전시, 입찰, 저가, 효율, 생산성................. 그런 단어 속에서 매일 매일 상품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내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하긴, 여야 한 목소리로 정치=민생이라지만, 그 민생 법안의 대부분은 규제완화, 민영화, 경제활성화 등의 법안이니... '말'이 헛소리가 되는 것에 비례해서 인간의 존엄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양입니다.   

녹색당원이 많은 문탁네트워크, 하여 이야기는 잠시 선거로 흘렀으나,  선거때만 되면 죽지도 않고 좀비처럼 부활하는  '비지' (물방울 왈, '비지가 모예요?' ㅋㅋㅋㅋ)의 위력을 확인했을 뿐, 별 뾰족한 수가 없어 후다닥 이야기를 접어버렸어요.

 

 

3. 시네마 드 파지사유의 간식은 아주 고급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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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이다]의 필름은 믿고 봐도 좋습니다. (안 보면 후회합니다)

[씨네마 드 파지]의 술과 안주는 언제나 정성가득하고 고급집니다. 이 날 새로 등장한 담쟁이표 0000 (이름 또 까먹었어요) 와 담쟁이표 수제 딸기잼.

저런 영화를 요러큼 달콤한 안주와 함께 먹어도 될까, 라는 생각이 잠시 들긴 했지만, 그래도 맛있는 건 또 맛있는 거더라구요.

담주에도 많이들 오시길 바랍니다.

 

댓글 7
  • 2016-04-04 10:27

    영화보다도 딸기잼을 찍어먹는다는 안주가 급궁금해지네요... 

    근데 필름이다에서는 사장님이 홍보까지 전담하시네요^^ 

    이런 회사 또 없습니다~

    • 2016-04-04 12:08

      꼴랑 한 명 있는 직원이 벌써부터 태업이야요...ㅠㅠ...

      확~~ 짜를 수도 없구....^^

  • 2016-04-04 10:35

    저녁 약속이 있어 후다닥 나와야 했던 1인입니다^^

    캔 로치의 영화는 볼 때마다 서늘해지는  포인트가 있는데

    이다님은 그것을 '드라이'라고 쓰시는군요^^

     

    '보리밭에 부는 바람'(제목이 맞나?)때도 끝없이 쏟아지는 대사에 깜빡 깜빡 졸다가

    후반부에 등장인물들의 동선에 변화가 생기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마음이 서늘해지던 기억이 납니다.

    서로에게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당위가 그 많은 대사들 속에서는 와닿지 않다가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으면 행동으로 드러나는 장면에서 느끼는 소외효과쯤이랄까....

     

    이번 영화도 그랬습니다.

    민영화 후 그들의 일상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전혀 알 수 없는 철도노동자들은

    아주 유쾌하면서도 늘상 그런 회합에 모인 것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그 후 점점 달라지는 노동환경에 대해 등장인물들은

    다다다다 쏟아내는 말로 불만을 토로하지만.... 그건 또 일상이었습니다.

    그 말들을 들으며 잠깐 꾸벅하다 눈을 뜨면 회사에서 나온 다른 간부가

    또 다른 변화를 설명하고 있었는데...

     

    영화가 후반부로 갈 때까지 보는 나 역시 민영화가 가져온 노동환경에 대해

    관념적인 이해 정도에 머물렀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동료의 사고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인물들의 절규를 들으면서

    마음이 서늘해졌습니다.

    민영화 자체가 절대악일 순 없을텐데..... 어떻게 그 결과는

    자신의 '밥'을 위해 남의 '생명'을 거래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징조'에서 '결과'를 사유해내지 못하는 한 우리의 일상은 결국 변화에 종속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네비게이터>는 그 종속으로 인해 '차마 할 수 없는 일'을 저질러버리는 순간을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서늘해진 심정을 다시 뎁힐 수 있을까?

    정치의 계절에 보는 네 번의 영화는 그 비법을 알려줄까?

    이제 두 번 더 남았네요^^

     

     

  • 2016-04-04 11:09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당사자로서 다시 알아봤더니 이렇더군요.

    영국철도 민영화 이후 사고가 끊이지 않다가 대형사고가 난 뒤 

    2002년 민영화 추진한 정당에서 실패를 인정했고 정부는 전면 국유화를 천명했다네요.

    그래서 공영화를 위한 공기업도 만들었지만 돈이 없어 제대로 못했다네요.

    이번 영국노동당 대표로 만년 아웃사이더였던 제레미 코빈이 선출되었는데 

    철도 재국유화를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러나 돈이 없어서 힘들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라니 일단 민영화된 이후 그걸 다시 사들이는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 2016-04-04 16:10

    문탁샘, 아니 필름이다 사장님,

    자, 따라 읽어보세요.ㅋㅋ

    비-스-코-티

  • 2016-04-05 00:51

    아는 후배에게 영화배급사를 하나 차렸다하니 깜짝 놀라더군요.

    저는 흐뭇했습니다.

    한 번 보러 온다고는 했는데, 서울하는 녀석이라 일요일에 오는 걸 믿을 순 없구요.

    오전에 건축주만나고 허겁지겁 달려와서

    네비게이션으로 썰렁한 한 마디만 던지고

    맨 뒤에 서서 홀라당 맥주만 두 캔 비우고

    공짜 정어리통조림으로 동료들끼리 낄낄거리던 그 거리를 두고 

    마을회의에 참석하러 왔더랬습니다.

    무한경재, 입찰, 효율성......과는 다르게 해 보려고 직장생활 그만뒀는데,

    지나고 보니 사장이냐 직원이냐의 문제는 아닌듯 합니다.

    요즘 맑스를 읽으면서 자본보다는 노동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됩니다.

    아직까지 영화 못 보고 있어요...엉엉....

  • 2016-04-06 00:23

    정말이지 '민.영.화'의 폐단을 여실히 보여준, 군더더기 없는 결말에 망연자실...아니 충격이었나?

    여러분 돌아오는 일요일에도 시원한 맥주와 갓튀긴 팝콘과 담쟁이님이 줄주도 모르는 비스코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 모카커피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니 참고하시고요.

    정치영화라지만 예상밖으로 재밌는 필름이다의 첫 선택을 믿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