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대로 42길 7회] 당신은 왜 인간입니까 / 리들리 스콧 <블레이드 러너(1982)

띠우
2021-12-19 20:20
390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당신은 왜 인간입니까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 저주받은 걸작, <블레이드 러너>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성과 각성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68혁명의 분위기는 영화계 안에도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대학생들이었던 혁명주체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청년저항문화, 여성해방운동, 반전, 풀뿌리운동 등 차이와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마이너 영화들과 전위적인 작품들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7,80년대를 지나면서 관습에 대항하는 새로운 감수성을 장착한 세계 각국의 작품들이 영화계에 영향을 주게 되자 할리우드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졌다. 왜냐하면 미국은 베트남전쟁으로 국제적인 거짓말쟁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이상 문명과 야만, 세대와 인종 등의 대립구도로는 미국이 원하는 영화적 설득력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다시 세계최강을 목표로 미국은 새로운 적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이때 할리우드가 새롭게 내세운 것은 비인간세계, 바로 SF의 세계다. 우주에 대해 무지했던 인간들에게 우주생명체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가져와 그들을 물리칠 강력한 힘을 갖고 싶은 욕망을 불러온다. 그 존재들에 대한 상상력을 마구 불러일으키는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1968)>, <미지와의 조우(1977)>, <스타트랙(1979)>등 연이어 SF영화들이 제작되었다. 그리고 제작비의 35배 이상의 수입을 기록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ET>가 개봉되었던 1982년, 또 한 편의 영화가 발표된다. 필립 K.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를 원작으로 한 <블레이드 러너>, 감독은 <에일리언(1979)>으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이었다. 세간의 엄청난 기대를 모으며 개봉되었지만, 영화는 관객에게 외면당했을 뿐만 아니라 평론가들에게조차 냉혹한 악평을 뒤집어쓰며 빠르게 극장에서 사라진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봉조차 되지 못했다.

 

당시 2200만 달러가 넘는 제작비(ET는 1000만 달러)와 시기적으로 주목받았던 SF, 해리슨 포드(데커드역)가 주연이었음에도 영화가 쫄딱 망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 어떻게 다시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나는 두 가지 정도의 해석을 해본다. 우선 감독이 미국 사회가 아직 요구하지 않는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이때 미국은 자신들의 힘을 강력하게 할 도구로써 영화를 이용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SF라는 가상세계와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불안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말하자면, 형제끼리 싸우다가도 밖에서 맞고 오면 신발 벗고 함께 덤비는 상황이랄까. 미지의 존재는 지구 전체의 적이 되고 미국이 앞장선다. 그런데 <블레이드 러너>의 질문은 다르다. 기계문명에 대한 인간중심적 사고를 질문하는 것이다. 예술이자 산업이기도 한 영화는 시대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그 당시에는 외면당할 수밖에.

 

다행히 이 작품이 되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홈비디오가 유행하면서 기존 영화문법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비디오플레이어가 가정마다 보급되면서 극장 영화에 대해 단지 수용자에 그쳤던 대중이 비디오샵에 묻혀있던 걸작들을 재발견한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본 사람들의 입소문은 대단했다. <블레이드 러너>는 견고했던 창작자와 수용자의 정해진 역할을 무너뜨린 최초의 작품이 된다. 그럴만도 한 것이 영화 속 미래배경이었던 2019년은 이미 과거가 되었지만, 영화의 질문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개봉 35년 만에 속편격인 <블레이드 러너 2049(드니 빌뇌브,2017)>가 발표된 것은 자본주의의 삭막한 현실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간다움’이라는 존재론적 질문은 여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저주받은 걸작’이라 불리는 <블레이드 러너>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

 

마치 일본 신주쿠의 밤거리를 연상시키는 2019년 LA, 1982년에 감독이 상상한 미래도시는 어둡고 온종일 비가 내리며 높은 빌딩숲이다. 대기업 타이렐사는 불모지가 된 지구를 대신할 행성식민지를 만들기 위해 인간노동을 대신할 복제인간(리플리컨트)을 만든다. 과학자들은 유전학적으로 우수하게 만든 그들을 통제하기 위해 4년이라는 짧은 수명을 부여한다. 이에 불만을 품은 복제인간들이 지구로 돌아와 자신들의 창조자에게 생명연장을 요구하는데, 이렇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복제인간을 폐기하는 존재가 블레이드 러너다. 복제인간을 질서파괴자로 보고 블레이드 러너가 그들을 물리치는 이야기로 본다면 액션히어로물의 전개와 유사하다. 인간에게 적이냐 친구냐에 따라 관객은 감정을 이입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SF액션영화라고 소개되었다. 그런데 주인공 데커드를 지구를 지키는 영웅으로 보기에 뭔가 찌질하고 잔인하기도 하다. 당시 관객들이 엄청 실망했다는 소문이 있기도 하다.

 

 

은퇴한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해리슨 포드)는 지구로 도망친 복제인간들을 잡아 폐기하라는 명령을 다시 받는다. 복제인간을 진짜 인간과 구별하는 방법은 질문을 통해 변화하는 눈의 초점을 통해서다. 복제인간의 눈동자는 기억을 저장하는 도구이며 세계를 인식하는 수단인데, ‘기억과 감정’을 수용하는 인간과는 다른 눈동자의 변화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복제인간을 폐기할 때 데커드는 아무런 갈등없이 잔인하고 기계적으로 처리한다. 자신만만하던 그가 타이렐사에서 만든 고성능 복제인간 레이첼(숀 영)과 만나면서부터 갈등은 시작된다. 검사 당시 레이첼은 자신이 복제인간임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추억이 이식되어 있어서 눈동자의 검사결과가 일정치 않았으며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기억과 이식된 기억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또 감정이라는 것도 인간만의 것이 아닐 수도 있게 된다.

 

 

인간과는 다른 존재로만 생각했던 복제인간에게서 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당황스러운 데커드와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마주한 레이첼, 둘의 혼란은 줄곧 어둡고 비가 내려 질척거리는 도시에 우뚝 솟아있는 피라미드 모습의 타이렐사의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라는 모토아래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사실 인간의 감정이나 기억은 미화되거나 왜곡되기 쉽다. 나의 10년 전의 기억도 시간 속에 수많은 이식이 덧입혀져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우리는 원본과 복제품의 구별이 불명확해진 복잡한 시대를 살고 있다. 만약 인공심장을 달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는 진짜 인간일까, 아니면 가짜? 과학기술의 수많은 도전은 원본을 대체할 수 있는 기능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며 대체물을 쏟아내고 있다. 드니 빌뇌브의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등장하는 조이 역시 그러한 존재로서 기능하며, 주인공과의 관계 맺기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감정을 주고받는 것으로 묘사된다.

 

생명연장의 꿈을 안고 지구로 돌아온 로이(룻거 하우어), 그는 넥서스 6단계의 고성능모델로 군용복제인간이다. 그는 자신을 창조한 타이렐사의 사장을 찾아가지만 결국 생명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데커드는 로이를 뒤쫓아 그를 폐기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추격 장면에서 보이는 데커드의 무능함이라니. 그것은 둘이 가진 신체적 능력뿐만이 아니라 상황 속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모습에서 더 두드러진다. 로이는 사랑하는 친구들을 죽인 데커드를 죽일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그를 죽이지 않고 살려준다. 로이 역을 맡아 자신의 최고 연기를 선보였던 룻거 하우어는 자신의 마지막 대사를 직접 썼다고 한다. “나는 너희 인간들이 결코 믿지 못할 것을 봤어. 오리온성운 언저리에서 불타 침몰하던 전함, 탄호이저 기지의 암흑 속에 번뜩이던 섬광. 그 모든 것이 곧, 흔적 없이 사라지겠지. 빗속에 흐르는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인간이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의 순간, 이제 복제인간 로이도 삶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리고 실제 2019년이 되었을 때, 나는 로이역을 맡았던 룻거 하우어의 부고 기사를 접했던 기억이 있다.

 

- 당신은 왜 인간입니까

 

<사이보그가 되다(2021)>는 청각장애와 지체장애를 가진 두 사람(김초엽,김원영)이 만나 쓴 책이다. 그들은 보청기를 착용하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경험을 통해 미래의 인간상으로 ‘사이보그(Cyborg)’를 말한다. 사이보그는 인공두뇌학(Cybernetics)과 유기체(Organism)의 합성어로, 어찌 보면 우리 모두는 이미 많은 유전자조작이나 인공장기의 도움을 받는 사이보그라고 볼 수 있다. 저자들은 미래 과학기술이 자신들의 장애를 완전히 고쳐줄 수 있다는 것에 기대지 않는 듯하다. ‘드디어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되었네요’, 라는 말이 보청기를 빼거나 휠체어를 타지 않고 걸어야만 인간이라는 말이라면 잘못된 것이다. 그런 인간이 되기 위한 기대로 오늘을 살기 보다는 보청기를 낀 채로, 혹은 휠체어를 사용하며 일상의 삶을 영위해갈 수 있는 사회적 성숙함을 요구한다.

 

영화 속에서 복제인간들의 불행은 단지 4년이라는 짧은 수명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을 인간이 아닌 수단, 생물학적 개념의 인간을 위한 도구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복제양 돌리의 탄생을 기뻐한 인간들이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순간 그 우월함에 극심한 불안감을 내보이는 이유와 같은 것이다. 인간다움에 대한 모순은 인간답다는 말 속에 존재해야하는 윤리적 성숙함이 실제로는 보이지 않을 때 발생한다. 이제 인간이 사이보그가 되는 시대다. 그리고 앞으로 과학기술이 더욱 발전되면 인간은 불완전하고 결함투성이인 현재의 몸을 버리고 수명이 무한한 기계의 몸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이보그란 존재는 기계와 인간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해체하는 메타포로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로이가 짧은 수명 동안 경험한 기억과 거기에서 비롯된 감정을 이야기하며 죽어가는 장면은 매우 시적인 이미지로 묘사된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답다고 말할 때 상상할 수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영화는 어딘가 부족한 데커드가 복제인간 레이첼과 함께 도망치는 것을 암시하면서, 뭔가 분명하지 않게 끝나버린다. 나는 이 애매한 사랑의 도피가 기존의 이분법을 넘어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이들의 한걸음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그리고 ‘인간다움’이란 것은 인간이 지향하는 윤리의식과 대상에 대한 사랑이 더해져 드러나는 어떤 것이라고 이해한다. 삶이란 많은 것이 불분명하다. 서로의 차이를 긍정하면서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면, 다른 상상은 가능해질 것이다.

 

댓글 5
  • 2021-12-20 08:56

    어쩌면 ‘인간다움’이란 말조차 버려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여긴 인간만의 세상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어려운것 같습니다. 새로운 윤리가 필요해요. 

  • 2021-12-20 09:03

    포스터를 보니 두 가지 느낌이 드는군요
    하나, 93년도 포스터인데 지금 와서 보니 60년대 포스터 같구나.
    다른 하나, 상영료는 다른 물가에 비해 거의 오르지 않았구나...

  • 2021-12-20 19:45

    인간다움이라 ㅡㅡㅡ

    난 이 영화를 못봤는디 글을 읽어보니 오늘 한번 봐야겠군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게하는 글이네요

  • 2021-12-20 20:08

    블레이드 러너. 심지어 나같은 사람도 비디오로 찾아서 본 영화. 

    띠우쌤의 글로 영화를 제대로 본 것 같은 느낌이네요.

    내년엔 진지하게! 영화를 좀 봐야겠어요. 

  • 2021-12-22 23:44

    참, 우리 어려운 시대를 사네요~~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도 잘 본것 같네요 ㅎㅎ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우울의 시대, 더욱 필요한 웃음 <델리카트슨 사람들(1991)> 장 피에르 주네, 마르크 카로 감독     웃음은 강장제이고, 안정제이며, 진통제이다. Laughter is the tonic, the relief, the surcease for pain - 찰리 채플린   만화적 상상력을 스크린에 담다 1974년, 장 피에르 주네는 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감각적이고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마르크 카로와 처음 만났다. 둘은 함께 독특한 CF촬영과 단편을 찍으며 영화적 감각을 익혀나갔고,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를 만나면서 그 만화적 상상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이 힘을 합쳐 만든 첫 작품이 바로 <델리카트슨 사람들>이다. 이 영화는 1990년 도쿄영화제 영시네마상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영화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일본만화원작). 그런데 실제 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포스터만 보고 당시 유행하던 컬트영화로 소개되었다고 한다. 컬트영화는 금기에 도전하고 논리를 파괴하면서 기성세대를 비웃고 관객의 기대도 위반하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가 기존의 표현방식과 다르긴 하지만, 컬트로 보기에는 영상이나 인물들의 표현이 너무나 아름답고 몽환적이며 거기에 감독의 독특한 유머코드까지 들어있다.   제목에 등장하는 ‘델리카트슨’은 햄이나 소세지, 치즈 등을 파는 가게를 말하는데, 영화에서는 인육을 파는 정육점 건물의 이름이다. 세상은 핵전쟁 이후에 심각한 식량난으로...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우울의 시대, 더욱 필요한 웃음 <델리카트슨 사람들(1991)> 장 피에르 주네, 마르크 카로 감독     웃음은 강장제이고, 안정제이며, 진통제이다. Laughter is the tonic, the relief, the surcease for pain - 찰리 채플린   만화적 상상력을 스크린에 담다 1974년, 장 피에르 주네는 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감각적이고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마르크 카로와 처음 만났다. 둘은 함께 독특한 CF촬영과 단편을 찍으며 영화적 감각을 익혀나갔고,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를 만나면서 그 만화적 상상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이 힘을 합쳐 만든 첫 작품이 바로 <델리카트슨 사람들>이다. 이 영화는 1990년 도쿄영화제 영시네마상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영화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일본만화원작). 그런데 실제 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포스터만 보고 당시 유행하던 컬트영화로 소개되었다고 한다. 컬트영화는 금기에 도전하고 논리를 파괴하면서 기성세대를 비웃고 관객의 기대도 위반하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가 기존의 표현방식과 다르긴 하지만, 컬트로 보기에는 영상이나 인물들의 표현이 너무나 아름답고 몽환적이며 거기에 감독의 독특한 유머코드까지 들어있다.   제목에 등장하는 ‘델리카트슨’은 햄이나 소세지, 치즈 등을 파는 가게를 말하는데, 영화에서는 인육을 파는 정육점 건물의 이름이다. 세상은 핵전쟁 이후에 심각한 식량난으로...
띠우
2022.02.14 | 조회 326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영화를 '듣는다'는 것 <스코어 : 영화음악의 모든 것  SCORE: A Film Music Documentary>(2016)           M본부의 <출발, 비디오여행>은 1993년에 시작됐으니, 그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영화소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요즘엔 ‘비디오’로 영화를 보는 사람은 당연히 없을뿐더러, 영화소개 프로그램을 ‘텔레비전’으로 보는 건 옛날 사람들이다. 반면 라디오는 매체의 특성상 영화에서 흘러 나왔던 음악을 중심으로 영화를 소개한다. 1998년에 시작된 CBS의 <신지혜의 영화음악>은 영화음악 방송의 초장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유튜브’가 대세인 요즘 영화를 영상이 아닌 음악으로 소개하는 건 어쩐지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아 보인다. 그럼에도 <신영음>이 20년 이상, 지금도 여전히 애청된 이유도 분명 존재한다. “이 시간이 방송을 듣는 사람들에게 아지트같이 편안하고 아늑한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잠시 숨어 영화음악으로 숨 쉴 수 있는 시간이요.” 진행자인 신지혜 아나운서의 말이다. 결국 영화를 ‘듣는다’는 건 아지트에 숨어들어야 찾을 수 있는 나만의 또 다른 영화감상법이다. 영화에서 사운드트랙(soundtrack)이라는 말은 영화에 쓰이는 모든 ‘소리’를 지칭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영화 <봄날은 간다>(2001)에서 상우(유지태)가 녹음하는 자연의 소리도 은수(이영애)가 진행하는 라디오프로그램이 아니라 영화에 삽입되었다면 그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된다. 그러나 좁은 범위에서는 영화에 흐르는...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영화를 '듣는다'는 것 <스코어 : 영화음악의 모든 것  SCORE: A Film Music Documentary>(2016)           M본부의 <출발, 비디오여행>은 1993년에 시작됐으니, 그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영화소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요즘엔 ‘비디오’로 영화를 보는 사람은 당연히 없을뿐더러, 영화소개 프로그램을 ‘텔레비전’으로 보는 건 옛날 사람들이다. 반면 라디오는 매체의 특성상 영화에서 흘러 나왔던 음악을 중심으로 영화를 소개한다. 1998년에 시작된 CBS의 <신지혜의 영화음악>은 영화음악 방송의 초장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유튜브’가 대세인 요즘 영화를 영상이 아닌 음악으로 소개하는 건 어쩐지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아 보인다. 그럼에도 <신영음>이 20년 이상, 지금도 여전히 애청된 이유도 분명 존재한다. “이 시간이 방송을 듣는 사람들에게 아지트같이 편안하고 아늑한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잠시 숨어 영화음악으로 숨 쉴 수 있는 시간이요.” 진행자인 신지혜 아나운서의 말이다. 결국 영화를 ‘듣는다’는 건 아지트에 숨어들어야 찾을 수 있는 나만의 또 다른 영화감상법이다. 영화에서 사운드트랙(soundtrack)이라는 말은 영화에 쓰이는 모든 ‘소리’를 지칭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영화 <봄날은 간다>(2001)에서 상우(유지태)가 녹음하는 자연의 소리도 은수(이영애)가 진행하는 라디오프로그램이 아니라 영화에 삽입되었다면 그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된다. 그러나 좁은 범위에서는 영화에 흐르는...
청량리
2022.01.30 | 조회 311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삶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빔 벤더스의 <돈 컴 노킹Don't Come Knocking (2005)>       1. 퇴물 카우보이, 어머니를 찾아가다   평소 알고 지내던 두 부부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휴대폰을 사적공간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 다른 입장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부부 혹은 가족이라면 남과는 다른 정도로 공유해야 한다는 사람과 휴대폰을 본다는 것 자체를 이해 못하는 사람까지, 여섯 명의 생각에서 차이들이 드러났다. 태어날 때부터 휴대폰이 몸의 일부인 젊은 세대라면 당연히 사적공간이라는 쪽이 강하겠지만, 전제가 부부나 가족이 되면 그 경계에 대해 모호한 입장들을 취하는 경우가 있었다. 피는 물보다 진한 만큼 어떤 잘못도 용서와 사랑으로 감싸주는 것이 가족이라는 달콤한 말이 여러 매체의 형태로 재생산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런 만큼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미지의 환상에 갇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돈 컴 노킹Don't Come Knocking>의 오프닝은 인상적이다. 검은 화면에 난 두 개의 구멍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것이 주인공의 두 눈과 매우 닮아있음을 알게 된다. 광활한 서부에서 말을 타고 사라지는 인물의 모습에 정통 서부극인가 할 찰나에 볼품없고 작은...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삶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빔 벤더스의 <돈 컴 노킹Don't Come Knocking (2005)>       1. 퇴물 카우보이, 어머니를 찾아가다   평소 알고 지내던 두 부부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휴대폰을 사적공간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 다른 입장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부부 혹은 가족이라면 남과는 다른 정도로 공유해야 한다는 사람과 휴대폰을 본다는 것 자체를 이해 못하는 사람까지, 여섯 명의 생각에서 차이들이 드러났다. 태어날 때부터 휴대폰이 몸의 일부인 젊은 세대라면 당연히 사적공간이라는 쪽이 강하겠지만, 전제가 부부나 가족이 되면 그 경계에 대해 모호한 입장들을 취하는 경우가 있었다. 피는 물보다 진한 만큼 어떤 잘못도 용서와 사랑으로 감싸주는 것이 가족이라는 달콤한 말이 여러 매체의 형태로 재생산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런 만큼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미지의 환상에 갇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돈 컴 노킹Don't Come Knocking>의 오프닝은 인상적이다. 검은 화면에 난 두 개의 구멍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것이 주인공의 두 눈과 매우 닮아있음을 알게 된다. 광활한 서부에서 말을 타고 사라지는 인물의 모습에 정통 서부극인가 할 찰나에 볼품없고 작은...
띠우
2022.01.17 | 조회 318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카메라로 드러나는 질문의 태도 | 킬링필드, The Killing Fields | 롤랑 조페 감독 | 1984             영화 <킬링필드>는 1973년 캄보디아에서 시작합니다. 인접한 베트남에서 전쟁에 패한 미국이 막 철수할 무렵이었죠. 그로 인해 미국의 지원을 받던 캄보디아 ‘론 놀’정권의 세력도 약해지고, 론 놀 역시 하와이로 망명을 떠나게 됩니다. 이때 캄보디아의 급진적인 좌익무장단체인 ‘크메르 루즈’가 무정부 상태의 캄보디아를 장악하게 됩니다. 뉴욕타임즈의 기자 시드니(샘 워터스톤)는 급박한 캄보디아의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수도 프놈펜으로 날아갑니다. 공항에서 그를 기다리는 현지통역인 겸 기자인 프란(행 S. 응고르)은 비행기가 연착되고, 지프차들이 어디론가 급하게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뭔가 ‘사건’이 일어났음을 직감합니다. 그의 예상대로 그날, 크메르 루즈군을 섬멸하기 위한 폭격이 미국의 잘못으로 인해 엉뚱한 곳으로 폭탄이 투하되고 수 백 명의 민간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왼쪽이 시드니, 오른쪽이 프란   다음 날 두 사람은 함께 사건현장으로 달려가려하지만 가는 길이 쉽지 않습니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미군의 방해로 미군 헬기를 이용할 수도 없었습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난 기자라고, 기자!!” 물론 소용없습니다.시드니는 미군 대령에게도, 프란에게도...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카메라로 드러나는 질문의 태도 | 킬링필드, The Killing Fields | 롤랑 조페 감독 | 1984             영화 <킬링필드>는 1973년 캄보디아에서 시작합니다. 인접한 베트남에서 전쟁에 패한 미국이 막 철수할 무렵이었죠. 그로 인해 미국의 지원을 받던 캄보디아 ‘론 놀’정권의 세력도 약해지고, 론 놀 역시 하와이로 망명을 떠나게 됩니다. 이때 캄보디아의 급진적인 좌익무장단체인 ‘크메르 루즈’가 무정부 상태의 캄보디아를 장악하게 됩니다. 뉴욕타임즈의 기자 시드니(샘 워터스톤)는 급박한 캄보디아의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수도 프놈펜으로 날아갑니다. 공항에서 그를 기다리는 현지통역인 겸 기자인 프란(행 S. 응고르)은 비행기가 연착되고, 지프차들이 어디론가 급하게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뭔가 ‘사건’이 일어났음을 직감합니다. 그의 예상대로 그날, 크메르 루즈군을 섬멸하기 위한 폭격이 미국의 잘못으로 인해 엉뚱한 곳으로 폭탄이 투하되고 수 백 명의 민간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왼쪽이 시드니, 오른쪽이 프란   다음 날 두 사람은 함께 사건현장으로 달려가려하지만 가는 길이 쉽지 않습니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미군의 방해로 미군 헬기를 이용할 수도 없었습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난 기자라고, 기자!!” 물론 소용없습니다.시드니는 미군 대령에게도, 프란에게도...
청량리
2022.01.03 | 조회 294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당신은 왜 인간입니까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 저주받은 걸작, <블레이드 러너>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성과 각성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68혁명의 분위기는 영화계 안에도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대학생들이었던 혁명주체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청년저항문화, 여성해방운동, 반전, 풀뿌리운동 등 차이와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마이너 영화들과 전위적인 작품들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7,80년대를 지나면서 관습에 대항하는 새로운 감수성을 장착한 세계 각국의 작품들이 영화계에 영향을 주게 되자 할리우드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졌다. 왜냐하면 미국은 베트남전쟁으로 국제적인 거짓말쟁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이상 문명과 야만, 세대와 인종 등의 대립구도로는 미국이 원하는 영화적 설득력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다시 세계최강을 목표로 미국은 새로운 적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이때 할리우드가 새롭게 내세운 것은 비인간세계, 바로 SF의 세계다. 우주에 대해 무지했던 인간들에게 우주생명체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가져와 그들을 물리칠 강력한 힘을 갖고 싶은 욕망을 불러온다. 그 존재들에 대한 상상력을 마구 불러일으키는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1968)>, <미지와의 조우(1977)>, <스타트랙(1979)>등 연이어 SF영화들이 제작되었다. 그리고 제작비의 35배 이상의 수입을 기록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ET>가 개봉되었던 1982년, 또...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당신은 왜 인간입니까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 저주받은 걸작, <블레이드 러너>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성과 각성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68혁명의 분위기는 영화계 안에도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대학생들이었던 혁명주체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청년저항문화, 여성해방운동, 반전, 풀뿌리운동 등 차이와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마이너 영화들과 전위적인 작품들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7,80년대를 지나면서 관습에 대항하는 새로운 감수성을 장착한 세계 각국의 작품들이 영화계에 영향을 주게 되자 할리우드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졌다. 왜냐하면 미국은 베트남전쟁으로 국제적인 거짓말쟁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이상 문명과 야만, 세대와 인종 등의 대립구도로는 미국이 원하는 영화적 설득력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다시 세계최강을 목표로 미국은 새로운 적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이때 할리우드가 새롭게 내세운 것은 비인간세계, 바로 SF의 세계다. 우주에 대해 무지했던 인간들에게 우주생명체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가져와 그들을 물리칠 강력한 힘을 갖고 싶은 욕망을 불러온다. 그 존재들에 대한 상상력을 마구 불러일으키는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1968)>, <미지와의 조우(1977)>, <스타트랙(1979)>등 연이어 SF영화들이 제작되었다. 그리고 제작비의 35배 이상의 수입을 기록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ET>가 개봉되었던 1982년, 또...
띠우
2021.12.19 | 조회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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