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읽기 아젠다 사장칼럼
      나는 길드다 사장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아무튼! 지금 난 길드다라는 ‘청년인문학스터트업’의 사장이다. 그런데 청년들의 배움과 밥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보겠다는 이 실험적 공동체 안에서, 유일하게 50대인 나는, 사장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나는 공식적이고 대외적인 길드다 활동에서는 존재감이 없다. 청년들은 이런 저런 자리에서 길드다를 소개할 때 대체로 나를 ‘제낀다’. 길드다 블로그나 인스타에서도 나의 흔적을 찾아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길드다에서의 사장은 일종의 명예직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나는 꽤 많은 일을 한다.        무엇보다 나는 길드다 조직 전체의 비전을 제시하거나 한 해의 사업계획을 짜는 일을 한다. 전형적인 CEO의 임무이다. (하지만 내가 제시하는 비전이나 사업계획은 청년들에게 자주 ‘까인다’^^) 실제로는 궁색한 길드다 살림이 ‘빵꾸’나지 않게 여기 저기 협박도 하고 읍소도 하면서 돈을 끌어오는 일을 가장 열심히 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 간 나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청년들에게 푸코니 들뢰즈니 장자니를 가르치는 교사였다. 때론 회계장부 쓰는 법, 공지 올리는 법 등 각종 실무와 관련된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수(射手)이기도 하고, 또 때론 청년들을 전국으로 보내 <북 콘서트>라는 행사를 뛰게 하는 기획사 매니저로 변신하기도 한다. 음, 아주 가끔씩은 운전도 못하고 차도 없는 청년들을 실어 나르는 운전기사 노릇도 한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청년쉐어하우스 <선집> 대청소를 하면서 매트리스 커버와 이불커버를 몽땅 벗겨 집으로 가져와 빨아서 다시 갖다...
      나는 길드다 사장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아무튼! 지금 난 길드다라는 ‘청년인문학스터트업’의 사장이다. 그런데 청년들의 배움과 밥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보겠다는 이 실험적 공동체 안에서, 유일하게 50대인 나는, 사장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나는 공식적이고 대외적인 길드다 활동에서는 존재감이 없다. 청년들은 이런 저런 자리에서 길드다를 소개할 때 대체로 나를 ‘제낀다’. 길드다 블로그나 인스타에서도 나의 흔적을 찾아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길드다에서의 사장은 일종의 명예직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나는 꽤 많은 일을 한다.        무엇보다 나는 길드다 조직 전체의 비전을 제시하거나 한 해의 사업계획을 짜는 일을 한다. 전형적인 CEO의 임무이다. (하지만 내가 제시하는 비전이나 사업계획은 청년들에게 자주 ‘까인다’^^) 실제로는 궁색한 길드다 살림이 ‘빵꾸’나지 않게 여기 저기 협박도 하고 읍소도 하면서 돈을 끌어오는 일을 가장 열심히 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 간 나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청년들에게 푸코니 들뢰즈니 장자니를 가르치는 교사였다. 때론 회계장부 쓰는 법, 공지 올리는 법 등 각종 실무와 관련된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수(射手)이기도 하고, 또 때론 청년들을 전국으로 보내 <북 콘서트>라는 행사를 뛰게 하는 기획사 매니저로 변신하기도 한다. 음, 아주 가끔씩은 운전도 못하고 차도 없는 청년들을 실어 나르는 운전기사 노릇도 한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청년쉐어하우스 <선집> 대청소를 하면서 매트리스 커버와 이불커버를 몽땅 벗겨 집으로 가져와 빨아서 다시 갖다...
문탁
2020.05.20 | 조회 141
기린의 공동체가 양생이다
  설명하기엔 애매한     나는 시골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나이는 오십이 넘었는데 시집도 못 갔지 안정된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내가 문탁에서 학생들과 수업도 한다는 얘기로 미루어 예전에 다녔던 학원 같은데 이겠거니 생각하신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졌을 때 어머니는 학원에서 월급은 주냐고 걱정하는 전화를 하셨다. 학원이 아니라 공동체라고 아무리 말해도 어머니는 뭐래니 라는 표정이다. 어머니뿐만이 아니다.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가족은 물론 주변 친구들에게도 설명하기가 참 애매하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공동체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신문을 통해 소개되는 공동체 관련 기사도 열심히 읽었고 그와 관련한 책도 꾸준히 사서 읽었다. 새해가 되어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릴 때 소개된 공동체 방문해보기가 빠지지 않았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공동체를 만들어 같이 살자는 말을 곧잘 했다. 그럴 때 떠올린 공동체의 상은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살아간다는 정도였다. 책을 통해 문탁네트워크를 알게 되었을 때는 ‘그런’ 공동체를 실제로 경험해 본다는 생각에 좀 설렜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와보니 만나는 사람들도 맞닥뜨리는 상황들도 낯설어 좌충우돌하기 일쑤였다. 처음이라 그런가 싶었지만 시간이 지난다고해서 익숙해지지도 않았다. 그러다보니 내가 그렸던 ‘그런’ 공동체의 상이 자꾸만 떠올랐다. 뜻이 맞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함께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래서 공동체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살아갈수록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겼던...
  설명하기엔 애매한     나는 시골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나이는 오십이 넘었는데 시집도 못 갔지 안정된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내가 문탁에서 학생들과 수업도 한다는 얘기로 미루어 예전에 다녔던 학원 같은데 이겠거니 생각하신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졌을 때 어머니는 학원에서 월급은 주냐고 걱정하는 전화를 하셨다. 학원이 아니라 공동체라고 아무리 말해도 어머니는 뭐래니 라는 표정이다. 어머니뿐만이 아니다.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가족은 물론 주변 친구들에게도 설명하기가 참 애매하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공동체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신문을 통해 소개되는 공동체 관련 기사도 열심히 읽었고 그와 관련한 책도 꾸준히 사서 읽었다. 새해가 되어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릴 때 소개된 공동체 방문해보기가 빠지지 않았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공동체를 만들어 같이 살자는 말을 곧잘 했다. 그럴 때 떠올린 공동체의 상은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살아간다는 정도였다. 책을 통해 문탁네트워크를 알게 되었을 때는 ‘그런’ 공동체를 실제로 경험해 본다는 생각에 좀 설렜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와보니 만나는 사람들도 맞닥뜨리는 상황들도 낯설어 좌충우돌하기 일쑤였다. 처음이라 그런가 싶었지만 시간이 지난다고해서 익숙해지지도 않았다. 그러다보니 내가 그렸던 ‘그런’ 공동체의 상이 자꾸만 떠올랐다. 뜻이 맞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함께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래서 공동체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살아갈수록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겼던...
기린
2020.05.13 | 조회 598
지난 연재 읽기 둥글레의 인문약방
[둥글레의 인문약방 / 10화]     슬픔의 치료제를 찾는 사람들     가끔 지인들이 정신과 치료나 약에 대해 물어온다. 어떤 경우는 꾸준히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고, 어떤 경우는 정신과 약 복용이 너무 섣불러서 심리상담을 권유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치료나 약 복용이 불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런 조언을 하지만 종합병원을 그만두고 나서는 나도 정신과 질환의 처방을 조제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정신과 처방의 경우 의약분업 예외라서 병원에서 조제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과 처방이 아니더라도 향정신성 의약품이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은 빈번히 취급한다.) 약국에서 정신과 처방을 보는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사람들이 정신적 문제를 약 복용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은 늘었다. 그도 그럴게 요사이 정신 질환에 대한 비호감이 많이 줄었고 정신과 병원도 거리낌 없이 간다. 또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로 약을 먹고 있다고 토로하는 장면도 TV에 심심치 않게 나온다.  보건 복지부가 실행한 ‘201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다고 한다. 정신질환의 유병률이 25.4%라니 놀랍다. 그런데 왜 정신적 질병이 늘고 있을까? 확실한 건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이 늘었다. 요새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교 내에서 심리를 상담하고 이상 여부를 체크하는 일이 기본이 되었다. 학생들이고 성인들이고 정신적 문제로 약을 먹거나 상담을 받는 경우가 늘어났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갈수록 개인들의 부담을 늘리고 사회 안정망을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해 정신적...
[둥글레의 인문약방 / 10화]     슬픔의 치료제를 찾는 사람들     가끔 지인들이 정신과 치료나 약에 대해 물어온다. 어떤 경우는 꾸준히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고, 어떤 경우는 정신과 약 복용이 너무 섣불러서 심리상담을 권유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치료나 약 복용이 불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런 조언을 하지만 종합병원을 그만두고 나서는 나도 정신과 질환의 처방을 조제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정신과 처방의 경우 의약분업 예외라서 병원에서 조제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과 처방이 아니더라도 향정신성 의약품이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은 빈번히 취급한다.) 약국에서 정신과 처방을 보는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사람들이 정신적 문제를 약 복용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은 늘었다. 그도 그럴게 요사이 정신 질환에 대한 비호감이 많이 줄었고 정신과 병원도 거리낌 없이 간다. 또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로 약을 먹고 있다고 토로하는 장면도 TV에 심심치 않게 나온다.  보건 복지부가 실행한 ‘201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다고 한다. 정신질환의 유병률이 25.4%라니 놀랍다. 그런데 왜 정신적 질병이 늘고 있을까? 확실한 건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이 늘었다. 요새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교 내에서 심리를 상담하고 이상 여부를 체크하는 일이 기본이 되었다. 학생들이고 성인들이고 정신적 문제로 약을 먹거나 상담을 받는 경우가 늘어났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갈수록 개인들의 부담을 늘리고 사회 안정망을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해 정신적...
둥글레
2020.04.27 | 조회 705
지난 연재 읽기 뚜벅뚜벅 마을경제학
[뚜벅뚜벅 마을경제학개론 #7] 무진장의 실험:사적 소유를 넘을 수 있을까   이웃 카센터의 요란한 소음이 슬슬 동네에 퍼질 때 쯤이면 파지사유의 아침도 시작된다. 폴딩도어를 활짝 열어재치고 한바탕 아침 청소를 마친 학인들이 모닝커피 한 잔씩 뽑아들고 종종걸음 세미나를 하러 가고 나면 오늘의 밥당번들이 등장한다. 오전의 고요함을 깨는 건 열공으로 에너지 만땅 채우고 밥먹으러 오는 학인들 무리다. 감염병의 대유행을 맞아 지금은 중단된 그리운 파지사유의 일상이다. 작업장에 이어 2013년에 마을공유지 파지사유까지 열게 되었다. 그동안 매니저의 활동비를 결정하는 일이나, 새로운 사업을 위한 씨앗자금이나 각종 기금을 조성하면서 문탁 사람들은 돈에 대한 감각을 맞춰왔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학인들의 십시일반과 수고가 한데 모여 탄생한 마을공유지 파지사유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돈까지  자본주의와는 다르게 쓸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가지게 된 결정적 사건이라고 감히 평가해본다.     마을경제 따로, 가정경제 따로?   함께 가꾸는 터전이 늘어나자 공동체의 일상은 점점 풍성해졌다. 원한다면 필요한 공부를 조직하는 일도, 공부로 뜻을 맞춘 이들이 작당모의를 하는 일도 맘껏 펼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돈은 수시로 우리를 곤란함에 빠지게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문탁에서 공부하면서 경쟁 대신 우정으로 삶을 조직하겠다던 친구는 모아둔 돈은 줄어들고 전세보증금만 계속 오르니 흔들리는 듯 했다. 불경기에 당장의 밥벌이가 시급해진 학인들도 자꾸 늘어났다. 공부를 중단하고 생업전선에 나서겠다는 친구들을 붙잡을 도리가 없었다. 자본주의 내부에서 살아가는 한 아무리 절제해도 최소한의 돈 없이는 생활유지가 안 된다는 게 문제였다....
[뚜벅뚜벅 마을경제학개론 #7] 무진장의 실험:사적 소유를 넘을 수 있을까   이웃 카센터의 요란한 소음이 슬슬 동네에 퍼질 때 쯤이면 파지사유의 아침도 시작된다. 폴딩도어를 활짝 열어재치고 한바탕 아침 청소를 마친 학인들이 모닝커피 한 잔씩 뽑아들고 종종걸음 세미나를 하러 가고 나면 오늘의 밥당번들이 등장한다. 오전의 고요함을 깨는 건 열공으로 에너지 만땅 채우고 밥먹으러 오는 학인들 무리다. 감염병의 대유행을 맞아 지금은 중단된 그리운 파지사유의 일상이다. 작업장에 이어 2013년에 마을공유지 파지사유까지 열게 되었다. 그동안 매니저의 활동비를 결정하는 일이나, 새로운 사업을 위한 씨앗자금이나 각종 기금을 조성하면서 문탁 사람들은 돈에 대한 감각을 맞춰왔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학인들의 십시일반과 수고가 한데 모여 탄생한 마을공유지 파지사유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돈까지  자본주의와는 다르게 쓸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가지게 된 결정적 사건이라고 감히 평가해본다.     마을경제 따로, 가정경제 따로?   함께 가꾸는 터전이 늘어나자 공동체의 일상은 점점 풍성해졌다. 원한다면 필요한 공부를 조직하는 일도, 공부로 뜻을 맞춘 이들이 작당모의를 하는 일도 맘껏 펼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돈은 수시로 우리를 곤란함에 빠지게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문탁에서 공부하면서 경쟁 대신 우정으로 삶을 조직하겠다던 친구는 모아둔 돈은 줄어들고 전세보증금만 계속 오르니 흔들리는 듯 했다. 불경기에 당장의 밥벌이가 시급해진 학인들도 자꾸 늘어났다. 공부를 중단하고 생업전선에 나서겠다는 친구들을 붙잡을 도리가 없었다. 자본주의 내부에서 살아가는 한 아무리 절제해도 최소한의 돈 없이는 생활유지가 안 된다는 게 문제였다....
뚜버기
2020.04.23 | 조회 638
지난 연재 읽기 둥글레의 인문약방
[둥글레의 인문약방/9회]     바이러스 폭풍시대의 윤리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고 별별 장면들이 우리 사회뿐 아니라 각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대중들의 심리를 손쉽게 파고드는 공포, 감염병의 유행과 직결되는 정치적 논쟁, 높은 인식 수준을 자랑했던 선진국들의 봉쇄 정책 등 매일매일이 놀람의 연속이다.     약국에서 마스크를 팔면서 느낀 점도 많다. 다들 약국에 오면 한 마디씩 한다. 중국에 마스크를 퍼줘서 마스크가 부족하다, 중국이 공산국가라서 벌을 받았다 등등. 진의 여부나 정부 비난은 차치하고 중국에 대한 혐오감은 듣기 좀 불편했다. 이념적 편 가르기를 하면서도 마스크 판매를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의 이율배반에 한숨이 나왔다. 마스크 사재기를 비난하지만 마스크를 많이 사려고 하는 사람들, 마스크가 없다고 화내고, 마스크를 겨우 구해오면 비싸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 등. 마스크를 파는 입장이라서 보게 되는 그림자가 많았다. 결국 정부는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을 없애기 위해 ‘마스크 5부제’를 실시했다. 이 한시적 제도에 사회주의적이라며 딴지를 거는 언론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으로는 사람들의 불만과 불안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바이러스 대유행이라는 낯선 상황을 약국에서 경험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다. 사람들의 불만과 공포와 누구 탓을 이렇게까지 가까이서 그리고 자주 보게 될 줄이야…. 우리는 이 낯섦이 촉발한 감정과 혼란을 넘어설 수 있을까? 아니 이 낯섦은 아예 우리를 새로운 사유로 그리고 새로운 윤리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퇴치할 수 없다 20세기 선진국에서는 감염병이 완전히 정복되었다고...
[둥글레의 인문약방/9회]     바이러스 폭풍시대의 윤리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고 별별 장면들이 우리 사회뿐 아니라 각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대중들의 심리를 손쉽게 파고드는 공포, 감염병의 유행과 직결되는 정치적 논쟁, 높은 인식 수준을 자랑했던 선진국들의 봉쇄 정책 등 매일매일이 놀람의 연속이다.     약국에서 마스크를 팔면서 느낀 점도 많다. 다들 약국에 오면 한 마디씩 한다. 중국에 마스크를 퍼줘서 마스크가 부족하다, 중국이 공산국가라서 벌을 받았다 등등. 진의 여부나 정부 비난은 차치하고 중국에 대한 혐오감은 듣기 좀 불편했다. 이념적 편 가르기를 하면서도 마스크 판매를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의 이율배반에 한숨이 나왔다. 마스크 사재기를 비난하지만 마스크를 많이 사려고 하는 사람들, 마스크가 없다고 화내고, 마스크를 겨우 구해오면 비싸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 등. 마스크를 파는 입장이라서 보게 되는 그림자가 많았다. 결국 정부는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을 없애기 위해 ‘마스크 5부제’를 실시했다. 이 한시적 제도에 사회주의적이라며 딴지를 거는 언론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으로는 사람들의 불만과 불안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바이러스 대유행이라는 낯선 상황을 약국에서 경험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다. 사람들의 불만과 공포와 누구 탓을 이렇게까지 가까이서 그리고 자주 보게 될 줄이야…. 우리는 이 낯섦이 촉발한 감정과 혼란을 넘어설 수 있을까? 아니 이 낯섦은 아예 우리를 새로운 사유로 그리고 새로운 윤리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퇴치할 수 없다 20세기 선진국에서는 감염병이 완전히 정복되었다고...
둥글레
2020.03.24 | 조회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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