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행성#10] 울음수행

사이
2023-07-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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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키우니 매일매일 적어도 두세 시간씩 울음과 마주하고 있다. 울음은 아이의 유일한 소통 방식이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울음에 대한 여러 가지 관념은 아기와의 소통을 방해한다. 소아과 의사나 육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는 아기가 울 때 중요한 건 ‘듣기’라고 말한다. 운다고 바로 안거나 달래려고 하지 말고, 한 발짝 늦게 반응하면서 울음을 들어보고 아기가 원하는 욕구가 무엇인지 관찰하라고 한다. 또한 아기는 스스로 울음을 달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기다려 보라고 한다. 막상 현실 육아에서 아기의 울음을 통해 ‘듣기’와 ‘기다림’이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하고 있다.

 

특히 자기 전이나 깰 때 많이 우는데 일단 배고픈 것인지 기저귀가 샌 건지 확인해 보고 모든 것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면 지켜본다. 5~10분 정도 지켜보면 잦아들 때도 있지만, 어느 날은 갑자기 악!!! 소리를 지르며 강성으로 울음으로 커질 때가 있다. 아기를 안으면 진정되기도 하지만, 더 몸을 비틀면서 더 크게 울 때가 있다. 그럼 1~2시간은 훅 지나가고 나의 저녁 식사는 물 건너가면서 화가 난다. 또한 남편이 아기를 안으면 울음이 금세 멈춰지는데 그 순간 다양한 감정이 든다. 이제 멈춰졌다는 안도감과 함께 '내가 너무 아기를 울렸나? 달래지 못하나?' 라고 생각이 들며 육아 자신감이 확 떨어지고, 남편에 대한 질투(..?)와 아기에게 배신감도 느껴진다. 울음 앞에서 오만가지 감정이 휩싸이며 나의 체력과 마음의 밑바닥을 바라본다.

그럼에도 아기 울음을 지켜보려고 노력한다. 일종의 울음 수행이라고 할까? 매일 2~3번씩 당연히 아기는 운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바다와 소통하고 있다. 우는 바다의 눈을 보면서 무엇을 원했던 건지 짐작해 본다. 졸린 타이밍을 놓치고 아기를 늦게 내려놓은 건 아닌지, 아직 소화기관이 발달을 안 해서 용쓰기를 하는 건지, 잘 때 옷이 불편한지… 아직 이 지구가 익숙하지 않아 그냥 우는 건 아닌지^^;; 사실 아기의 울음 그 자체보다는 울음으로 지연되는 나의 배고픔, 허리와 손목 통증, 육퇴하고 싶은 마음 등등 나의 욕심일 때가 더 많다. 오늘은 바다가 오랜만에 짧게 울고 밤잠을 자주어서 이 글을 올릴 수 있어서 감사한다.

 

 

바다가 54일이 되었습니다!

이제 모빌도 보고, 옹알이도 많이 늘고, 잘 웃어요.

그리고 점점 울지 않고 자는 시간도 늘었네요!

댓글 9
  • 2023-07-28 09:29

    으...... 울거나 말거나.....(그건 내 일 아니니까 엄마야 수행 하든 말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그저 꼬맹이 보는 것만으로도 넘 조아조아.

  • 2023-07-28 09:33

    마지막 사진 애교가 철철철..
    낯가리기 전에 안아보고 싶어요~~~

  • 2023-07-28 10:09

    아기가 울면 즉각 반응했던 나의 팔뚝, 어깨, 허리...
    그땐 엄마인 나도 어려서 가능한 일이었구나.
    지금이라면 힘이 딸려서 몬해~~~~ㅋ

    애기 울면 정신이 없쥬.
    곧 까꿍놀이도 하고, 뒤집기도 하고, 짝짜꿍도 하고....개인기가 늘면서 엄마를 웃게 만들어줄거예요. ㅋㅋ
    곧!

  • 2023-07-28 12:26

    비행기에서 산소 마스크 떨어지면 보호자 먼저, 엄마가 먼저 쓰라고 한다는데... 한편 이런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건, 모두 아이들 먼저 씌워주기 때문이겠네요... 순간 순간 갈등하는 엄마의 마음.. 잠시 머물러봅니다.

    바다님~ 꿀잠 즐기시고 튼튼합시다!

  • 2023-07-28 13:03

    대략 100일까지는 서로 낯선 존재인 아이와 엄마가 운동과 정지의 리듬을 맞춰가는 시간인 것 같아요.
    첫애가 백일 되기 전 삼개월 동안 밤만 되면 서너시간 울고 또 울었어요. 도저히 어떻게 해도 그 울음을 그치지 않더라고요.
    완전 왕초보 육아시절이었는데.. 와!! 이러다 미치는 것 아닐까, 싶었답니다. 그런데 100일 지나니 달라지더라고요.
    아이 입장에서도 처음 만난 세상이 버거웠던 것 아니었을까, 나중에야 그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바다가 웃는 모습 너무 예뻐요.^^

  • 2023-07-28 18:17

    아가가 울면 울고 싶고 웃으면 웃고 싶고,
    아가가 자면 놀고 싶고 ( 근데 졸립고)
    일어나면 더 졸립고ㅎㅎ
    그랬던 거 같아요. 자꾸 배도 고프고~
    사이님과 바다를 멀리서 볼수 있어서
    그저 감사하고 뭉클합니당~

  • 2023-07-28 18:32

    저도 바다 얼굴만 보이는데요
    울어도 예쁘고
    웃어도 예쁘고

    누워있는 애도 예쁘고
    지나가는 애도 예쁘고
    ...

    눈길이 가네요.

    바다 벌써 50 일이 지났다구요 ㅋㅋ
    곧 백일이 되겠네요

  • 2023-07-30 22:35

    와...바다야!!!!! 넘 귀여워ㅜㅜ
    오늘 평비글에서 그 시기를 기록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얘기하고 사이님의 글쓰기가 그래서 귀하다! 이런 얘기 했더랬지요~ 울음수행 지켜보기!!! 저도 했다가 포기한 그것.....남편에게 느낀 질투도 기억나네요ㅋㅋ나중엔 지켜보기 포기하고 울면 걍 가서 안아줬던 기억이 새록새록....사이님 덕에 저도 추억여행합니다! 사이님 그 바쁜 와중에도 글 써주어서 고마워용!!!

  • 2023-07-31 14:59

    나도 첫애를 6월에 나서 여름 내내, 장말 배에 땀띠가 났었는데, 요즘 너무 더워 걱정이네!! 찬 바람 불면 확실히 공기가 달라져선가 아기보기 수월해져요! 근데 찬 바람 불 때까지 너무 많이 남았네. 우야꼬!! 그릇 막 던지고 화풀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