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행성#9] 모유수유 ing

사이
2023-07-1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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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전부터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출산보다 힘든 것이 모유수유라는 이야기였다. 젖 물리는 자세, 젖몸살, 유선염, 유축, 또 식단 조절 등등. 아기를 위해 나의 몸을 희생한다는 인식이 많다. 또한 한국의 병원과 조리원은 태어나자마자 아가가 신생아실에 있다. 신생아실에 있는 아기가 울 때 산모에게 수유콜을 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모유수유 골든타임을 놓쳐버리고 한다. 한국에만 있는 이런 시스템때문에 한국에서 모유수유를 하려면 전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내가 선택한 자연주의 출산 병원에는 신생아실이 없고, 24시간 모자동실을 하면서 태어나자마자 기본적인 검사를 한 후 1시간 만에 바로 젖을 물린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병원보다 수월하게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럼에도 과연 내가 모유수유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조산사께서 알려주신 유방 마사지를 임신 37주부터 하루에 1분씩 했다. 신기하게 38주부터 초유가 방울방울 맺혔다. 때가 되어서 자연스럽게 내 몸에서 먹을 것이 나왔고, 이렇게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이 신기했다.

 

자연주의 출산은 아가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내 가슴 위에 아기를 올려놓는데 아가의 온도, 울음소리, 파닥파닥하는 몸짓이 이 모든 것이 경이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이질감도 느껴졌다. ‘이 낯선 존재가 내 몸에 10달 동안 있었던 건가..?’ 간단한 검사가 끝난 후 아기가 나의 젖을 물며 오물오물하니 그때야 내가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아기가 젖을 물면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자연스럽게 분비된다고 한다. 과연 나에게도 모성애가 있을까 싶었는데 모유수유할 때 아기가 입을 크게 벌려 나의 젖을 ‘찹!’ 흡입해서 물고 꿀떡꿀떡 먹는 모습만으로 뿌듯했다. 물론 처음에는 젖 무는 자세도 잘못 잡아서 유두에 상처가 났고, 갑자기 젖이 꽉 차올라 돌덩이처럼 딱딱해지기도 했다. 다행히 병원과 조리원에서 모유수유 자세를 잘 잡아주셔서 점점 바다와 합이 잘 맞아졌고, 조리원에서도 최대한 모유수유하면서 완전한 모유 수유를 성공할 수 있었다.

 

출산한 지 1달이 지났고 신체적으로 너무 피곤하고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지는 않은 건 모유수유의 ‘연결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기가 내 몸에 왔을 때 아기의 숨결과 나의 숨결이 이어지고, 아기 심장과 나의 심장이 마주해 콩닥콩닥거린다. 인생에서 이렇게 깊은 연결감을 느껴볼 수 있을 때가 얼마나 있을까? 이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준 바다에게도 고맙다.

 

 

바다는 이제 39일 차가 되었습니다 🙂 

이제 터미타임도 연습해서 제법 높이 고개를 들고 있어요.

 

잘 때 다양한 손짓을 하는 바다에요!

 

빤히 쳐다보는 모습. 점점 아빠랑 엄마를 알아보는 걸까요?

 

댓글 10
  • 2023-07-12 18:03

    눈빛! 감정이 느껴지는데요~
    나 다 알아! 요런 느낌 ㅋㅋ

  • 2023-07-12 19:16

    흠흠~~~~
    저도 둘째는 완전 모유수유로 키웠습니다!
    (내세울 건 이거 하나 뿐이군요ㅋ)
    처음엔 힘들어도 나중엔 어찌나 편하고 좋던지.
    그리고 콩닥콩닥 연결된 느낌. 뭔지 알아요.

    바다가 그새 많이 컸네요!

  • 2023-07-13 18:42

    그새 진짜 많이 컸네요
    바다 얼굴에서 사이샘이 언뜻 보이는듯
    당연한 거겠죠? ㅋㅋ

  • 2023-07-14 13:13

    바다가 이제 고개도 들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군요. 예뻐요!!ㅎㅎ
    모유 먹이려고 빈 젖병 여러개 챙겨 출근하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나중에 저는 왜 그렇게 까지 애를 썼을까, 대충 되는 대로 그냥 분유먹여도 되었을 텐데..
    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ㅎㅎ

  • 2023-07-14 16:14

    와 똘망똘망 바다~ 벌써 고개를 드는군요. 엄청 액티브한 아기인가봐요~너무 귀여워요^^
    수유쿠션 참 편리해보이네요. 첫째때는 꼭 안고 수유하다가 둘째때는 누워서 수유하는 지경(경지)에 이르렀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암튼 모유수유는 분유에 비해 참 장점이 많았던 거 같아요~~
    사이쌤 소식 전해줘서 고마워요^^ 더운 여름 느긋하게 건강 잘 챙기고 바다랑 추억 많이 쌓으시길~~

  • 2023-07-17 10:56

    그새 이렇게 컸어요.
    어른들이 얘기하잖아요.
    "그때가 가장 좋을 때다."
    그 때는 늘 그 때인거죠. ㅋㅋ 지금 그 때에 할 수 있는 일을 즐기라는 거겠죠.
    아이 키우는 일도 순간은 지나가고 다시 오지 않으니까요. 제 경험으론 그랬던 것 같아요.
    아이가 자라는 것도 지나가고 나면 늘 아쉽더라구요.

  • 2023-07-17 11:48

    아아아 사이님과 바다아아!!!!! 진짜 반갑고 좋으네요!!!!!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안 힘들단 말이 반가운......! ㅎㅎㅎㅎㅎ

  • 2023-07-17 13:40

    모유수유 안해본 일인으로서
    사이님 존경스러워요~~
    바다가 벌써 제법 많이 컸네요!!

  • 2023-07-17 14:15

    바다가 똘망똘망하네요
    남의 아이는 빨리큰다! ㅎㅎㅎ
    모유수유 쉽지 않죠
    저도 모유수유하려고 젖병 들고 회사다니고 젖 흘러서 새로 산 옷 다 망치고 ㅋㅋㅋ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군요

  • 2023-07-21 18:03

    아이쿠 모유수유라...
    저는 두 아이 모두 1년 반씩 .
    그 때가 좋았던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