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에코챌린지 27 - 비건 도시락 실험

아낫
2022-01-1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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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긴장하고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막상 어제 오후 산책 이후로 리듬이 묘하게 변해버렸다. 

결국 어제를 놓치고 이 아침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다시 도시락 싼 이야기를 해본다. 나는 모르는 곳으로 강의를 나갈 때가 자주 있다. 보통 3시간 강의인데 어떤 경우는 6시간이 넘을 때도 있다. 그럼 중간에 도시락을 먹는데 모르는 동네에서 식사를 비건으로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이제는 자주 도시락을 싼다. 어디서 먹게될 지 몰라서 한식보다 주로 샌드위치 위주로 싼다. 오늘은 지난 일요일 만들어간 도시락이다. 

그런데... 생태, 에코... 하는 말이 붙을 때 또 다른 소비나 라이프스타일을 갖추는 일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조심스럽다. 특히 비거니즘이 서구권에서 먼저, 많이 진행되다 보니 비건 제품은 아직까지 해외에서 사는 것들이 꽤 있다. 이걸 바꿔가는 숙제도 꼭 기억하고 천천히 이런 저런 실험을 해볼 것이다. 

 

비건식생활을 하면 영양 섭취를 골고루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핍을 우려할 만한 것은 비타민 B12가 유일하다. 나는 거기에 지방, 단백질, 철분도 신경쓰는 편이라서 씨앗류도 잘 챙겨먹고 마른 과일도 잘 챙겨먹는다. 그런데 비타민 B12는 아직 영양제로 먹는다. 그래서 비타민B12를 영양제가 아니라 식사에 포함시키고 싶어서 종종 새로운 먹을거리를 만나면 반갑고 실험을 하게된다. 

 

오늘도 거의 실험식..이라고 할 수 있는 비건계란후라이 ... ^^;;다. 저스트에그..라고 아마 녹두 등으로 만든 대체계란을 살 수 있지만 나의 목적은 계란이 아니라 비타민B12이고 플라스틱 통에 담겨 나오는 것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내가 해외 유투버 레시피에 감동받아서 실험해본 이 계란은.. 두번째 사진에 중간에 보이는 좀 시커먼 것이...., 나름 그것이다. ^^;; 아마 강황가루를 조금 넣으면 색이 노랗게 날 것이다. 침울한 색이지만... 오로지 영양만 생각했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그러니까 이 비건후라이?.. 재료는 

치아씨, 아마씨, 영양효모, 오트밀, 물.. 이다. (오트밀 뭔가 걸죽해질 수 있는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재료중 영양효모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 이것이 막상 비타민 B12의 보고이다. 

치아씨를 물에 불리면 점액같은 것이 씨앗을 주변에 생긴다. 이것을 그대로 갈아주어 베이스를 만들고 아마씨와 다른 재료를 넣어 걸쭉해지면 팬에 부쳐서 샌드위치 도시락을 싼다. 내가 좋아하는 뽀도독한 치자단무지를 겨자씨에 무쳐서 깔고 그 위에 후라이를 올리고 선물받은 비건빵을 올려서 도시락을 쌌다. 

감말랭이 몇개랑 든든하게 잘 먹었다. 

하루 하루 실험하고 실천하면서 불편한 부분들을 나름 헤쳐나가는 기쁨이 있다. 

 

그리고 

지난해 알게된 이 '공생자 행성'이라는 게시판에 참여하게 된 것을 가만히 생각해본다. 아주 벅차다. 혼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종종 허전했는데... 변화를 꿈꾸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실체를 만난 것이라서 그렇다. 잠깐 눈 감고... 여기 좀 익숙해지고, 아직 낯선 별명들과 어깨동무하고 덩실덩실 해본다. 

 

 

 

댓글 10
  • 2022-01-12 11:09

    완전 리스펙리스펙리스펙임다....

    저는 도저히 가능해보이지 않는 일을 하고 계시는데,  저는 시도해볼 생각도 할 수 없는...

    근데, 비건이라는 말이 그렇듯이 (채식주의운동의 역사도 몰라서 막상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무슨 말을 어떻게 물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ㅜㅜ)  왠지 그 대체품들이 수입 재료들이 많고(아니 더 눈에 뜨이나 ?)

    저는 텃밭해서 그냥 채소를 먹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할 거 같은데...

    이것도 부지런하지 않으면 못할 거 같기도 하고, 물론 아직 제 생활로 가져오지 못한 탓을 하고 있습니다만...

    하여간 좀 제대로 뭔가를 들여다보고 연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요.

    감사합니다.!!

    • 2022-01-14 09:09

      ㅎㅎ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만,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길~~게 하자는 전략이 저는 희망적이더라구요!! 

      글고 이거 일상식은 못되고.. 정말 '실험식'입니다. 좌충우돌은 계속된다. 감사해요!

  • 2022-01-12 17:07

    저는 붉은 고기는 잘 안먹지만 달걀. 어류. 치즈는 먹어요.

    아마 제일 낮은 단계가 아닐까 싶은데. 비건 버거. 비건 스테이크. 이런건 또 손이 아예 안가요^^;;;;

    앞으로도 '갈팡질팡' 하면서 고기 덜 먹는 사람, 그리고 공생자로 향해가겠지만,

    아낫님 말대로 '덩실덩실'도 해가면서 나아가 볼래요.

    마지막 마무리 고마워요~~

    • 2022-01-14 09:11

      저도 손이 안가요 ㅠㅠ. 그런게 손이 가면 좀 쉬우련만... 그래도 대기업들, 문화가 바뀌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어디서 비건으로 뭐 새로운거 나왔다 그러면 꼭 팔아주긴해요 ㅋㅋ. 이게 맞는건진 모르겠어요. 

      언젠가는 저도 자연식물식.. 이런거 하고 싶어요. 텃밭만 있으면 두고 봐라.. 뭐 이런 생각으로요 ^^ 올 한해 같이 덩실덩실~~ 즐거웠어요. 

      소중한 인연이 생겨서 기뻐요!!

  • 2022-01-12 19:36

    실험하고 실천하는 것이 즐겁다는 아낫쌤의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또 배웁니다. 

    쌤과 오래 더 자주 덩실덩실 하고 싶습니다.^^

    • 2022-01-14 09:12

      상상해보는 지금도 뭉클해요. 세상 바꾸는거 뭐 이런거 아니겠습니까~~ 캬, 취하네요. ㅎㅎ 

  • 2022-01-13 12:55

    따로, 또 같이 하는 즐거운 실험과 도전!

    에코챌린지 후기 마무리로 최고에요!! 😄

    • 2022-01-14 09:14

      진짜 지난해 이 구석진 게시판이 저에게 준 생동감과 실천의 긴장감, 나누는 보람이 순간 순간 컸어요. ^_________^ 입이 이만큼 째지네요. ㅋㅋ 흐뭇합니다. 

  • 2022-01-14 19:53

    정말 리스펙이네요

    아낫님 잘 모르지만 여기 공생자행성에서 보니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군요 ^^

    즐겁게 하시니 더욱 좋아보입니다

    응원하는 마음만 ㅎㅎㅎ

  • 2022-01-25 01:12

    아낫님~ 먹을 거에 진심이시던데…역쉬 대단대단!
    비건하면 오히려 엥겔지수 높아지더라구요. (제가 채식할 때 그랬슈!)

    전 이제 나일롱 베지테리언이지만 암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