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에코첼린지 스무번째 - 저는 잘 지내요.

곰곰
2021-12-3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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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공생자행성, 그리고 이번에는 릴레이 일지네요.

매일 에코일지 쓰던 것이 벌써 삼개월이 지났더라구요. 사진 보니까 그땐 완전 여름이던데, 지금은 왤케 춥나요...;;;

 

그나저나,,, 다들 안녕하시고, 다들 잘 지내시죠?

네, 저는 잘 지냅니다 😉

 

샤워 전 찬물은 잘 받아두었다가 청소나 화분 물주기에 사용하구요. 쌀뜬 물도 잘 모았다가 음식이나 화분 물주기를 합니다. 채식은 늘 지향합니다. 채식모임 덕분에 야채스프, 야채짬뽕, 등등 맛있는 메뉴도 많이 배웠구요. 하지만 비건의 길은 가까운 듯 멀더군요. 그래도 나름대로 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만들기는 마니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됩니다. 소창티슈랑 커버도 만들고 가방도 만들고... 길거리 물건 주워오는 것도 여전합니다. 이번엔 피아노 의자(로 추정되는)를 주워와서 열심히 닦아 화분 테이블로 재활용 하기도 했지요. 자력 이동은 차가 없으니 (그런데 남편이 저 대신 매일 타네요 --;;;) 자동으로 됩니다. 걷고 버스 타고. 그런데 날이 추워지니까 안 나가는 쪽으로 자꾸 바뀐다는 게 함정...  

 

지난 연휴엔 집안 어르신들 생신이 함께 있어서 시댁이랑 친정에도 다녀왔어요. 네, 어르신들도 잘 지내십니다. ㅎㅎ

친정에 갔더니 20년도 넘은 콩나물 재배기가 오랜만에 싱크대에 올라 있더군요. 여전히 팽팽 잘 돌아가서 놀랐어요. 시장 콩나물과는 맛이가 다르다며 엄청 자랑하던데 제가 갔을 때 콩나물들이 너무 꼬꼬마라 맛은 못 봤습니다. 시어머니도 틈틈히 자수 생활 이어가고 계시구요. 

 

 

여전히 나의 노력, 나의 시간, 나의 믿음이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많이 있습니다. 성실하게 분리수거를 해 나가지만, 그 옆에 내용물이 줄줄 흐르는 우유팩을 던지듯 넣고 사라지는 이웃 앞에선 허무감이 들지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택배, 배달 음식을 보면서 과한 포장 용기들이 먼저 떠올라 불편하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저 역시 가끔은 차 없이 장보기가 귀찮고 힘들어 식재료 배달을 시키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이런 사소한 일에서조차 현실을 즐기지 못하는 내가 미련하고 청승맞아 보입니다. '필요할 땐 써야지' 저도 그 말에 동의하지만, 필요한 때가 언제인지 헷갈립니다.   

 

최근에 문보영 작가의 산문집 <준최선의 롱런>이라는 책을 봤습니다. 대충 하는 것은 아닌데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아니고 그 사이에서 묵묵하게 롱런하기. 준최선에서 한 계단만 오르면 최선이기 때문에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순간에 조금만 더 힘을 쓰면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계단 내려와서 쉬고 최선이 비켜난 자리에 친구나 여유, 딴생각과 재미, 그리고 소중한 것들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요. 

 

새해에는 제 에코 생활을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대충은 아니지만 최선도 아니고 그 사이에서 묵묵히 롱런하기. 물론 공생자행성을 통해 제 발걸음에 확신을 더해줄 선생님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거겠죠. 늘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벗자. 우리 모두 애꿎게 최선을 다하고 소진되는 대신 준최선으로 함께 롱런하자고 말입니다. 우리 같이 롱런 합시다!

 

댓글 9
  • 2022-01-01 10:02

    좋아요~ 우리 같이 롱런합시다!!!

    2022년,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군요ㅎㅎㅎ

  • 2022-01-01 10:11

    준최선으로 롱런하기!

    좋네요.

    새해 아침부터 좋은 글을 읽었네요

    막 따라하고픈 마음입니다

  • 2022-01-01 10:19

    새해에도 공생자 행성에 복이 가득하기를~

    준최선으로 롱런하기 좋은 것 같아요!

    늘 느끼지만 곰곰쌤글은 왤케 잼나죠?

  • 2022-01-01 10:44

    친구들과 함께 묵묵하게 롱~~~런!

    어쩌면 그것을 위해 <공생자 행성>이 이렇게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일지를 읽으며 혼자가 아니야~ 되뇌었고, 든든했고, 보잘것 없어 보이는 일도 계속 해나갈수 있었어요. 기운빠지지 않고요. 

    곰곰샘의 맛깔지게 재밌고 의미있는 글. 좋네요~

     

  • 2022-01-01 11:55

    곰곰쌤 소식도 반갑고,
    곰곰쌤 친정부모님 소식은 더 반갑고~ ^^

  • 2022-01-01 18:20

    곰곰샘, 어르신들 다 무탈하시다니 더욱 반갑네요.^^

    어느새 우리가 공생자 행성 덕분에 부모님들 안부도 나누는 사이가 되었군요,ㅎㅎ

    올 한해도 따로 또 같이 우리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가치있는 일들을 하며 잘 지내보아요.^^

  • 2022-01-02 10:57

    곰곰샘 잘 지내신다니 좋구만요

    샘이 만들어준 북커버-- 괜시리 책읽고 싶은 마음이 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고맙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 2022-01-03 10:56

    공생자행성도 준최선으로 롱런해야겠네요

  • 2022-01-06 18:36

    준최선이란 말 넘 좋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