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행성#13] 집중! 집중! 집중!

사이
2023-09-0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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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요즘 육아를 옆에서 지켜보면 정말 자기 때와 많이 달라졌다고 말씀하신다. 과거와 가장 달라진 육아 환경은 바로 ‘스마트폰’의 존재이지 않을까 싶다. 스마트폰은 육아에서 큰 도움을 주었지만, 동시에 방해하기도 했다. 요즘 육아에 필수 어플인 베이비타임은 수면, 수유, 배변 일지를 기록해서 아이들의 생활 리듬을 파악하고 있다. 하루에 총 먹는 양 (모유는 먹는 시간), 기저귀 갈이 횟수, 수유텀, 수면텀을 계산해 주어 들쑥날쑥한 아기들의 생활리듬을 예측할 수 있다.

아기들이 울 때 졸려서 우는지 배고파서 우는지 헷갈릴 때 이 어플을 확인해보고 수유할지 말지 결정한다. 맘카페에서도 이 화면을 캡처해 육아 상담을 한다. 어플의 도움을 받아 수면교육도 하고 뱃구레도 키웠지만, 한편으로는 아기의 눈을 보면서 소통하는 능력을 점점 소멸해 버렸다.

 

디지털화는 바라봄으로서의 타인을 소멸시킨다. 바라봄의 부재는 디지털 시대에 공감의 상실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다. 심지어 어린 아이도 바라봄을 허용받지 못한다. 어린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병철, <사물의 소멸>, 37쪽)

 

처음 아기와 집에 왔을 때 블랙홀에 빨려든 기분이었고, 그럴 때마다 의지하는 건 스마트폰이었다. #2개월모유수유 #수면교육 #배앓이 등등 각종 키워드를 검색하면 소아과 의사부터, 육아 전문가, 엄마들의 육아 후기까지 유튜브, 블로그, 맘카페, 인스타를 통해 정보가 쏟아진다. 이 정보들을 잘 골라내는 것도 엄마의 숙제지만, 또 다른 문제는 스마트폰이 손에 있으면 카톡, 당근, 인스타 등등 어느 순간 한눈을 팔게 된다는 것이다. 집안에서 온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이지만, 그만큼 아기에게 집중하는 밀도는 줄어들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기 욕구에 집중하는 데 익숙해서 아기에게 온전히 집중하기가 겁나고 벅찰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전을 계속하기 위해 용기를 끌어모은다면, 베푸는 행위로 인해 에고에 대한 집착이 느슨해져 무아의 경지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우리 아이들이 편협한 에고와 욕구에서 벗어나도록 우리를 이끌어 준 덕분에 우리는 이타적일 수 있는 우리의 잠재력과 더 가까워진다. (셰팔리 차바리, <깨어있는 부모>, 149-150쪽)

 

아기는 한눈 파는 나에게 신호를 준다. 나는 매일매일 새로워지고 있다고. 지금 이 시기를 놓치지 말라고. 이번주에 이 글을 쓰면서 바다는 뒤집기를 시작했고 혼자 끙끙거렸다. 나는 신기해서 영상을 찍다가 또 검색한다 #뒤집기시기 #뒤집기잠 ^^;;

 

디지털은 어쩔 수 없는 현재의 조건이다. 이 조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기와 함께 할 때 최대한 핸드폰을 멀리두고, 모유수유할 때 책을 읽으려고 하지만... 나도 모르게 핸드폰이 손에 쥐어져있다. 매일 밤 침대에 누우면 오늘은 바다랑 내가 얼마나 집중했나? 스스로를 돌아본다. 산란함을 자각하니 타인을 위한 집중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새롭게 깨닫게 된다. 바다가 알려준다. 엄마 집중! 집중! 집중!

 

 

바다가 96일차가 되었습니다! 다음주 월요일이 백일이에요~

추석전에 바다랑 파지사유에 놀러가려고 하는데 곧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ㅁ<

이제는 뒤집기를 하고 혼자 셀프로 터미타임 (엎드려 고개들기 운동 ㅎㅎ) 을 하고 있네요!

모유 먹고 바다를 보니 코에는 콧물이 입에는 모유를 흘리고 웃고 있었어요 ㅋㅋㅋ

뒤집기를 시작하니 이렇게 엎어져서 자더라고요...^^

바다는 책을 보면서 집중하고 있는 걸까요??ㅎㅎ

 

댓글 10
  • 2023-09-08 08:34

    바다다~
    사이님이 매 순간 고민이 많으시군요. 그러지 마셔요^^
    전 예전에 비슷한 갈등이 있을 때, 언니 친구의 조언이 도움이 됐었는데요,
    매번 집중하려하면 불가능한 일이라 스트레스만 쌓인다고
    시간은 상관없이, 단 10분만이라도, 온 맘으로 집중하면 된다고.
    즉 집중의 양이 아니라 밀도가 중요하다고..
    그렇게 해서 스트레스와 결별했어요 ㅎㅎ
    엄마들도 살아야죠!! 아기뿐만 아니라 엄마들도 우주의 중심인걸요^^

  • 2023-09-08 13:11

    와~~ 바다가 이제 곧 백일이군요~
    아빠와 책보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실물 영접(?)의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니...
    두근두근~~~♡
    파지에 오시면 우리 실컷 수다떨어요~~~

  • 2023-09-09 06:45

    백일!! 많이 컸네~~

  • 2023-09-10 09:49

    백일맞은 바다, 부모로서 백일이 된 두분
    아마도 다들 그 백일이 쉽지만은 않았겠죠~^^
    셋 다 할말 많으실듯ㅋㅋ
    세 사람 모두 축하드립니다~~

  • 2023-09-10 11:29

    저도 다를바 없을거예요.
    다만 검색하는 분야만 다를 뿐.....

    그래요.
    우리 스마트기기 보다는 아기를, 친구를, 가족을 바라보자구요.

  • 2023-09-11 13:37

    스마트폰 어플로 아이를 키우는 시대군요. ㅎㅎㅎ
    근데, 바다, 엄청 컸다. 어제 현지샘 아기도 넘 예쁘던데^^

    이런 시대에, 하빈이도 보고, 현지샘 아가도 보고, 바다도 볼 수 있어서, 기부니노가 넘 좋습니다^^

  • 2023-09-11 15:15

    에코실험실에 들어왔더니 눈망울이 또랑한 바다의 사진~~~우와~~~ 심쿵~~!

  • 2023-09-12 07:50

    어이쿠!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보니 내 눈도 번쩍 뜨이는 듯.^^
    이렇게 맑은 눈을 자주 보면 사이님 마음도 따라서 맑아질 것 같아요.
    어제가 바다의 백일이었겠네요!!
    백일간 새로운 우주를 맞이하느라 고생많았어요. 사이님~

  • 2023-09-14 17:26

    엄청 똘망똘망하네요. 정말 많이 컸어요. !

  • 2023-09-21 07:24

    벌써 일케 크다니! 애들 크는 거 보면 놀라지만 사이님은 키우니라 힘드시죠? 바다 백일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