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감성기르기 프로젝트 #14 <거미>

토토로
2023-09-0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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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도 더웠던 여름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매미소리 없이 일어나는 아침. 선풍기 없이 잠드는 밤. 후끈함과 시큼함이 줄어든 엘레베이터.

이런 사소한 것들이 어찌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아침 저녁, 시원한 시간을 이용해 몇 번 산책을 나갔다.

그렇게도 요란맞던 매미 소리는 일순간 오간데 없이 사라졌고 대신 아마도 귀뚜라미가 아닐까 싶은 벌레 소리가 많이 들린다.

크지도 작지도 않으며 날카롭지도 않은 그 소리는 매미에게선 느낄수 없는 정취, 왠지 사색에 빠져야 할 것만 같은 느낌, 호젓한 기분을 준다.

난 이런 소리를 좋아하나 보다. (매미, 의문의 일패.....^^;;;;;)

 

 

최근들어 산책을 다닐때면 자꾸 시선이 가는 것이 있다. 바로 '거미'와 '거미줄'이다.

어랏! 겨울과 봄엔 이렇게 거미줄이 많지 않았는데....요즘이 거미의 때인가...의아해 하면서 나의 눈은 거미줄을 좇는다.

 

거미가 안보이는 텅빈 거미줄.

거미는 없지만 날벌레들이 가득한 거미줄.

거미가 열심히 집을 짓고 있는 거미줄.

거미가 편히 쉬면서 먹잇감을 기다리는 거미줄.

처음보는 독특한 패턴의 거미줄.

보는 재미가 있다.

 

.

 

모든것은 저마다 각각의 패턴이 있고, 아름다우며, 신비롭다.

거미는 어떻게 소리도 없이 저런 집을 짓는지...

허공에 저런 집을 지어놓고 먹잇감을 기다리는 거미라니...

히어로물의 소재로 거미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 쫌 이해가 된다.

(스파이더맨 버전이 벌써 몇개던가!  마블 스파이더맨, 소니 스파이더맨...ㅋㅋ)

거미는 모기, 날파리, 하루살이같은 사람에겐 반갑지 않은녀석들을 조용히 잡아먹어주고, 게다가  잘생겼기도 하니, 그야말로 히어로물에 딱 어울리는 존재라고 할 수밖에!

 

 

거미와 거미줄을 한참 바라보며 열씸히 사진을 찍어대다 보니 나의 산책길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운동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그래도 거미를 바라보는 일이 즐겁기에 괜찮다.

 

그런데 생태감성이 한참 떨어지는 내가 어찌하여 거미에는 이리 호감을 느끼는 걸까..

그러고 보니 떠오르는 그림책이 있다.

바로 <소피의 달빛담요>라는 그림책이다.

 

 

거미 '소피'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미를 보면 사람들은 기겁을 하거나, 슬리퍼로 때려 잡으려 하거나, 도망을 가버렸다.

오직 임신한 한 여인만이 소피를 보고 피하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쉴 수 있게 내버려 두었다.

고마움을 느낀 소피는 이 가난한 엄마와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 달빛을 받으며 담요를 짠다.

아름답고 우아한 거미줄 담요. 달빛 담요를.

담요를 짜는 사이 소피는 쇠잔해간다. 

그렇게해서 완성된 달빛담요를 덮고 아기는 새근새근 잠이 든다.

 

예전에 이 그림책을 난 무척 좋아했었다. 애들에게 읽어 주기도 전에 혼자 감성에 취해서 읽고 또 읽어 줬었다. ㅋㅋㅋ

애들은 기억도 못하겠지만 나에겐 좋은 추억으로 남았고 그 후로 현실세계에서 거미를 보면 절대 피하지 않는다.

혹시 얘가 그 '소피'일지도 몰라....이러면서. ㅎㅎㅎㅎ

 

 

 

 

참! 거미의 몸은 머리와가슴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8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다. 

거미는 곤충이 아니라 절지동물이다.

댓글 7
  • 2023-09-05 08:56

    갑자기 생태감성사진전?
    퍼뜩 떠오르네요~ 어때요? ㅋㅋ

  • 2023-09-05 19:58

    소피의 달빛 담요, 읽어본 적은 없지만 토토로의 소개만으로도 가슴이 촉촉히 젖어옵니다.

  • 2023-09-06 11:10

    맞아요, 거미는 왠지 신비로운 거 같아요. 저는 거미줄하면 <샬롯의 거미줄>이 떠오르는데 <소피의 달빛 담요> 이름도 이쁜 동화네요.

    저도 얼마전 야밤에 동막천 걷는데 거미줄이 계속 제 앞을 막더군요. 저도 가야 하는 지라 마구 끊으면서 걸어갔는데 아마 밤에 거미들이 열심히 집을 짓고 있던 중이었나봐요~
    멋진 거미줄 사진까지 찍다니 훌륭하십니다(부럽습니다)~ 선배님^^

  • 2023-09-06 13:05

    거미줄 사진! 저도 몇번 찍어보려 했는데, 너무 가늘고 빛이 환하면 카메라엔 안 잡히더라구요. 찍기 어려운 사진이에요!!

  • 2023-09-06 21:50

    토토로님 글로 앞으로는 거미줄을 함부로 치울 수 없을 듯 해요.
    생태감수성 충만한 글
    저도 따라하고 싶어져요~

    *비밀메모가 필터링되었습니다

  • 2023-09-06 22:19

    곤충처럼 보이는데 곤충이 아니라 그런지 개성은 확실한데... 음... 거미가 잘 생긴 거였군요. ㅋ

    샘이 보여주신 사진상 거미줄은 뭔가 감성적인데...
    우리 집(안)에서 가끔 목격되는 쪼꼬미 거미와 거미줄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은 걸로 보니 저는 아직 갈 길이 먼 건가요?
    (아니면 집안의 거미줄 자체가 이상한 걸까요? ㅎ) 훌륭하십니다(부럽습니다). 선배님.

  • 2023-09-08 06:14

    우와 거미랑 거미줄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저도 곰곰님처럼 집안의 거미 가끔 나오면 당황스렁웠고 아 내가 청소를 안했구나 싶었죠 ㅎㅎ

    자연에 이렇게 아름다운 거미가 있다니! 너무 놀랍네요~ 동화책도 너무 아름답네요!! 바다한테도 읽어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