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명상의 신비

요요
2024-04-14 09:04
211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기본자세는 가부좌이지만 몸을 안정시킬 수 있는 자세면 된다.

 

길게 숨을 들이쉴 때는 길게 숨을 들이쉰다고 꿰뚫어 알고, 길게 숨을 내쉴 때는 길게 숨을 내쉰다고 꿰뚫어 안다. 짧게 숨을 들이쉴 때는 짧게 숨을 들이쉰다고 꿰뚫어 알고 짧게 숨을 내쉴 때는 짧게 숨을 내쉰다고 꿰뚫어 안다.

 

호흡에 대한 관찰과 몸에 대한 관찰의 도입부다. 호흡 관찰은 명상수행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호흡은 생명을 마치는 순간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는 벗이다. 호흡은 언제 어디서나 관찰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또 대개의 경우 호흡은 우리가 욕망을 일으키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집착 없이 관찰의 대상으로 삼기에 좋다. 호흡은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몸과 마음이 흥분되면 호흡도 거칠어지고, 몸과 마음이 안정되면 호흡도 고요해진다. 호흡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거친 호흡이 가라앉고 점점 미세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호흡은 매번 다르다. 단 한 번도 같은 호흡은 없다. 그것을 직접 알고 보면 기쁨이 일어난다.

 

 

 

몸에 대한 관찰

 

온몸을 체험하면서 숨을 들이쉬겠다고 훈련하고, 온몸을 체험하면서 숨을 내쉬겠다고 훈련한다. 몸의 작용을 고요하게 하면서 숨을 내쉬겠다고 훈련하고, 몸의 작용을 고요하게 하면서 숨을 내쉬겠다고 훈련한다.

 

명상스승들에 따라 몸을 관찰하는 구체적인 지도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호흡을 분명히 관찰할 수 있는 곳, 코끝이나 가슴, 배 등에 주의를 보낸다. 그렇게 들숨 날숨을 지켜보는 것을 전경으로 삼으면서 몸에서 어떤 감각이 일어날 때 몸을 관찰하라고 가르치는 스승이 있다. 몸에서 통증이나 가려움, 열감이나 떨림 등이 일어나거나 생각이 일어나면 그것에 주의를 보내고, 분명히 알아차린 뒤에는 몸은 배경으로 두고 다시 들숨 날숨의 관찰로 돌아가는 방법이다. 이와 좀 다르게 호흡을 배경으로 하고 몸을 관찰하는 것을 전경에 두라고 가르치는 스승도 있다. 머리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스캔하면서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이다. 의식을 몸의 각 부분으로 보내면서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다. 좀 힘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계속 주의를 기울이면 알아차림의 힘이 커지면서 평소 알지 못했던 신체를 경험하고, 일어나고 사라지는 감각을 또렷이 느낄 수 있다. 어떤 방법으로 관찰하든 몸에 대한 알아차림이 끊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하나의 대상에만 마음을 고정시키지 않고,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명상을 위빠사나라고 한다. 위빠사나 명상은 관찰하는 힘, 통찰력을 기르는 수행이다.

 

관찰을 방해하는 요소 중 그 첫 번째가 잡음처럼 일어나는 생각들이다. 명상할 때 일어나는 생각은 우리가 의식을 집중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어떤 주제에 마음을 기울일 때의 생각과는 다르다. 생각하려 하지 않는데 생각이 끝없이 떠오른다. 그래서 망상은 노이즈다. 망상은 대부분 생각의 찌꺼기, 감정의 찌꺼기로 구성된다. 마치 원숭이가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쉼 없이 옮겨다니는 것처럼 맥락 없이 이어진다. 이런 생각들은 억지로 멈추려 한다고 멈추어지지 않는다. 방법은 하나다. 그것이 일어났음을 분명히 알고 보면 사라진다. 명상할 때의 관건은 몸과 마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아차리는 것이다.

 

                                  

맛지마니까야 안에는 호흡수행, 사념처수행, 몸에 대한 마음챙김 등 수행에 대한 경전이 들어 있다.

 

 

희열과 행복

 

희열을 경험하면서 숨을 들이쉬겠다고 훈련하고, 희열을 경험하면서 숨을 내쉬겠다고 훈련한다. 행복을 경험하면서 숨을 들이쉬겠다고 훈련하고, 행복을 경험하면서 숨을 내쉬겠다고 훈련한다.

 

망상이 사라지고 고요해져서 집중과 알아차림이 강해지면 희열과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집중과 알아차림이 곧 희열과 행복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희열과 행복을 경험할 때도 호흡을 관찰할 때처럼 일어난 현상 그대로 분명히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희열은 ‘좋다, 싫다’ 혹은 ‘기쁨, 슬픔’처럼 대립항을 갖는 감정이나 대상을 갖는 느낌이 아니다. 집중과 알아차림이 고양되면서 저절로 생겨나는 청정한 즐거움이고, 지금 여기에서 누리는 대상 없는 기쁨이다.

 

앉아서 호흡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아직 초보 수행자에 불과한 나에게 이런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이 참 신비롭다. 알아차림을 통해 집중이 생기고 마음이 고요해진다. 또 알아차림을 통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꿰뚫어 아는 통찰의 힘이 생겨난다. 명상이란 집중을 통해서 고요함을, 관찰을 통해서 통찰과 지혜를 얻는 수행이다. 집중과 통찰은 명상을 이끌고 가는 두 날개이면서, 또 우리를 고요와 평화로 안내하는 명상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런데 명상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명상의 맛이다. 직접 경험하는 것 말고는 명상하는 기쁨을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 역시 명상의 또 다른 신비다.

 

 

 

 

 

 

 

 

요요

문탁에서 불교를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불교공부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화두다

댓글 7
  • 2024-04-14 09:20

    <바가와드기타 강의> 읽을 때 '희열' 이란 단어가 잘 이해가 안 되었는데, 샘의 명상 글에서 힌트를 얻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

  • 2024-04-15 08:16

    명상의 맛을 느껴보고 싶어지네요오 ~

  • 2024-04-15 08:46

    음... 저도....점점.....가부좌 명상을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명상동아리라도 들어가볼까, 싶은 마음도.
    아, 큰일났네...ㅋㅋㅋㅋ

  • 2024-04-15 11:55

    명상이 아니어도 좋은 수행법은 많을 것 같아요. 수행은 삶의 방향성을 잃지 않고 꾸준히 그 길을 가기 위한 것이니 무엇이라도 수행 삼아 '한다' 가 그 핵심이겠지요.
    명상의 맛은 오래 묵은 장맛과 같다고 하면 다들 웃겠지요?

  • 2024-04-15 12:30

    집중에서 오는 고요함이 참 좋다는걸 알게해주신 요요샘 감사합니다~~^^

  • 2024-04-15 13:18

    명상 방석에 앉는게 왜 이렇게 힘들까요? 앉는 생각만 하면 몸이 근질근질해져요.. 뭔가 요즘 저의 마음의 상태가 안정되지 않은 걸까요? 언젠가 저도 선생님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길요!

  • 2024-04-17 09:17

    생각과 감정의 찌꺼기에 허덕이고있어서 ㅜㅜㅜ
    저도 명상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아스퍼거는 귀여워
  감자는 정말, 정말정말정말 오줌, 똥을 못 가렸다. 만 3살이 지나, 한국 나이로 5살이 되었는데도, 기저귀를 못 뗐으니 말 다 했지. (네이버에 쳐보니 ‘기저귀를 떼는 시기는 18개월에서 24개월이 적당하다.’라고 쓰여있다) 발육이 남다른 감자에게 맞는 기저귀 사이즈가 더 이상 없어서, 더 큰 기저귀를 찾으려면 성인용으로 가야 할 판이였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다. 사람들이 말하길 일단 벗기고 팬티를 입혀 놓으면 자신도 축축한 것을 알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떼게 된다나? 그 말을 믿고 덜컥 어린이집 적응과 배변 훈련을 동시에 해버리자는 안일한 생각을 해버렸다. 어린이집 적응도 힘든 마당에 배변 훈련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나도 울고, 감자도 울고, 어린이집 선생님도 (아마도) 울었다.       기저귀 벗기 강제집행을 시행한 후, 어린이집에서 하루 평균 2~3번 오줌을 쌌다. 여벌 바지와 팬티를 수도 없이 챙기고, 심지어 바지가 모자라는 날은 친구 것을 빌려 입고 오는 일도 허다했다. 외출 시에는 무조건 화장실만 보이면 억지로 오줌을 뉘었다. 내가 신경 써서 화장실을 보내면 괜찮지만, 조금만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있거나, 내가 집안일이라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실수했다. 외출도 불안하고, 늘 둘 다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래도 늘상 실수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오줌은 나았는데, 똥 문제는 정말 심각했다. 갈수록 똥 누는 걸 너무 무서워한 나머지, 나중에 가서는 변을 5일에서 일주일 정도에 한 번 눴다. 똥은 딱딱해질 대로 딱딱해져서 더 누기 힘든 악순환. 온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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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 조회 184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2024년 나의 중요한 일정 중 하나는 토요일 양생프로젝트와 죽음 탐구 세미나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봄에 2주나 결석했다. 2019년 감이당 일성으로 시작해 1년 과정을 6년 동안 공부해오는 동안 결석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매주 꼬박꼬박 공부하러 가는 것이 수행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수업에 출석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2주 연속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런 결정을 내린 사건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선거사무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신앙처럼 지켜온 인문학 수업 출석을 어기게 한 이 사건을 정리하며 나에게 정치적 활동이란 무엇일까 다시 짚어보고 싶다.           나의 첫정당 활동 연대기     내가 처음 정당에 가입한 것은 2012년, 녹색당이었다. 그때 나는 하기 싫은 일에 매여 사는 나의 일상이 싫었다. 그 탓을 이명박 정권 때문이라 생각했나 여하튼 정권에 불만이 쌓여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을 만나 매일매일 술을 마시며 정권을 욕했다. 그러나 술 먹고 욕하는 걸로는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다. 무언가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2012년 3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르게 살고자 첫 백수 생활에 도전했다. (나의 백수 도전기와 다르게 사는 도전은 나의 연재 글 <1화 금천에서 다시 시작하기>를 참고하시길^^) 그러다 마을에서 만난 녹색당에 가입했다.         녹색당에서 ‘녹색 가치’에 대해 공부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나 핵 발전소와 탈핵 운동에 대해서 그랬다.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과 관련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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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단순삶
2024.04.20 | 조회 292
현민의 독국유학기
이 모든 지리적 사실   네덜란드는 독일의 북쪽에 맞닿아있다. 세 명의 친구가 살고 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다. 지난 겨울 니키가 운전해서 네덜란드에 간다고 하길래, 그럼 가는 길에 친구가 사는 도시에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서경은 독일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아른헴에서 공부한다. 모부님께 네덜란드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들은 성매매와 마약 합법 때문에 꼭 그곳이어야겠냐고 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네덜란드에서는 정치적 혼란시기였던 19세기 마땅한 보수정당이 없어 동성결혼, 성매매와 마약 합법 등을 실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흔한 커피샵 커피도 파는데 대마초도 판다.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와서 대마초를 피우는 곳이다.   서경은 영어권 국가 중 네덜란드가 가장 물가가 싼 편이라 네덜란드 대학에 지원했다. 네덜란드에는 더치Dutch라고 불리는 고유어가 있음에도 영어권 국가라고 불릴 만큼 국민 90%는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독일인들은 네덜란드어가 독일어에서 파생한 괴상한 사투리라고 말하는데, 네덜란드에 와보니 더치는 생각보다 더 고유했다. 영국과 미국에 비교하면 굉장히 싼 유학비지만, 독일과 비교했을 땐 비싼 생활비 그리고 주거난 때문에 아직도 에어비엔비에서 산다는 서경의 학교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나라에 이주민 비율이 큰 이유가 궁금해졌다. 헤이그에서 공부하는 지연은 현재 네덜란드가 보수집권이지만 여성·퀴어 인권은 너무 당연해서 보수당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그 대신 보수당은 이주민을 규제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일 년 만에 만난 서경과 새벽까지 조잘대며 회포를 풀고, 아침에 일어나 밥을 짓기 시작했다. 서경은 내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서 마른 미역과 들깻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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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
2024.04.17 | 조회 214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고기리 집은 2층집이다. 설계 컨셉을 ‘따로 또 같이’로 잡았다. 건물 전체 덩어리를 5개 정도로 나누어, 함께 쓰는 공간과 독립적으로 쓰는 공간이 분리되게 설계하였다. 당시 공항동에 사셨던 장인, 장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1층을 독립공간처럼 방과 화장실 그리고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 2층의 아이들 방도 침실과 공부방 그리고 거실을 두었다. 우리 부부도 침실과 전실 공간을 두었다. 음식을 나누는 식당과 부엌은 1층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공간에 두었다.           장모님이 치매로 혼자 생활하기 힘들어 졌다. 우리 집에 오셔서 4년을 함께 지냈다. 미리 준비한 아래층, 부모님 공간에 계셨으니 지내시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3년 전에 아들놈이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발생했다. 녀석들이 결혼하기 전에 사용했던 2층, 방 2개와 거실공간에서 그럭저럭 지낼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고 녀석이 자람에 따라 ‘아이의 공간’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모든 일상에서 아이가 1순위이니, 공간도 녀석의 성장에 맞추어 늘려 주었지만 항상 북적거렸다. 젊은 부부들의 살림살이를 우리들 공간으로 재배치하여 공간을 확보하여도 아이의 장남감이 곳곳에서 발에 채이기 일쑤였다. 문득, 이 넓은 공간에도 세 집 살림이 힘들다니, 옛날 우리 5형제는 그 작은 고향집에서 어떻게 살았지? 하고 떠올려 본다.           그 전에 어떻게 살았더라?       올해 들어 장모님을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졌다. 파킨슨과 치매가 더욱 심해져 거동할 수 없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계신 장모님을 시간마다 이리 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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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
2024.04.15 | 조회 193
일상명상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요요
2024.04.14 | 조회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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