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탁의 나이듦 리뷰
디어 마이 솔로 프렌즈!! -<에이징 솔로>(2023, 김희경) 1. 비혼 이야기가 없다! 『에이징 솔로』의 저자 김희경은 기자, NGO 활동가, 문체부와 여가부의 관료를 두루 거치며 ‘순차적 N잡러’로 살아왔고, 결혼 경험이 있지만 아이는 없는, 20년 차 솔로이다. 1967년생이니, 우리 공동체의 기린, 노라, 달팽이, 뚜버기 등과 동년배이다. 이력만 보자면 솔로이긴 해도 (우리와는 달리^^)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자 네임드 작가이다. 그런 그녀도 솔로여서 종종 열패감을 느끼는 것일까? 그리고 솔로로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일까? 확실히 그녀는 “남에게 폐 끼치는 상황을 극도로 꺼린”, 그리고 “나 하나쯤 건사할 역량”이 충분한 매우 주체적인 여성이었다. ‘어쩌다 솔로’가 되었지만 아마 특별한 결핍이 없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도 어느 날 ‘에이징 솔로’의 ‘현타’가 온다. “건강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진 뒤 뇌변병 장애로 인지증(치매)를 앓게 됐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엄청난 불안이 몰려오더라. ‘나도 아버지 같은 상태가 되면 어떡하나, 나는 아버지처럼 대리해줄 자식도 없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 한동안 되게 우울했다.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봐도 사람이 죽을지는 선택하지 못하잖나. 완벽히 대비가 되는 일도 아니고. 거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됐던 것 같다” (김희경-김은형 대담, ‘중년의 혼자 삶에 대하여’, 2023년 4월22일, 한겨레 신문) 그러나 그녀에게 참고가 될만한 텍스트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깨달은 두 가지! 하나는 우리 사회에서는 중년솔로여성의 담론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중년’도 ‘솔로’도 ‘여성’도 우리 사회에서는 마이너들이니 이 세...
디어 마이 솔로 프렌즈!! -<에이징 솔로>(2023, 김희경) 1. 비혼 이야기가 없다! 『에이징 솔로』의 저자 김희경은 기자, NGO 활동가, 문체부와 여가부의 관료를 두루 거치며 ‘순차적 N잡러’로 살아왔고, 결혼 경험이 있지만 아이는 없는, 20년 차 솔로이다. 1967년생이니, 우리 공동체의 기린, 노라, 달팽이, 뚜버기 등과 동년배이다. 이력만 보자면 솔로이긴 해도 (우리와는 달리^^)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자 네임드 작가이다. 그런 그녀도 솔로여서 종종 열패감을 느끼는 것일까? 그리고 솔로로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일까? 확실히 그녀는 “남에게 폐 끼치는 상황을 극도로 꺼린”, 그리고 “나 하나쯤 건사할 역량”이 충분한 매우 주체적인 여성이었다. ‘어쩌다 솔로’가 되었지만 아마 특별한 결핍이 없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도 어느 날 ‘에이징 솔로’의 ‘현타’가 온다. “건강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진 뒤 뇌변병 장애로 인지증(치매)를 앓게 됐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엄청난 불안이 몰려오더라. ‘나도 아버지 같은 상태가 되면 어떡하나, 나는 아버지처럼 대리해줄 자식도 없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 한동안 되게 우울했다.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봐도 사람이 죽을지는 선택하지 못하잖나. 완벽히 대비가 되는 일도 아니고. 거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됐던 것 같다” (김희경-김은형 대담, ‘중년의 혼자 삶에 대하여’, 2023년 4월22일, 한겨레 신문) 그러나 그녀에게 참고가 될만한 텍스트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깨달은 두 가지! 하나는 우리 사회에서는 중년솔로여성의 담론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중년’도 ‘솔로’도 ‘여성’도 우리 사회에서는 마이너들이니 이 세...
문탁의 나이듦 리뷰
만국의 늙은이여, make kin, not babies!! 1. 내가 늙으면 누가 나를 돌봐주지? 한 5년 전쯤인가? 그러니까 어머니를 돌본 지 3년 정도 되던 어느 날이었는데 떨어져 사는 아이 둘과 간만에 함께 밥을 먹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독박돌봄의 고단함을 한도 끝도 없이 펼쳐놓았고 그 끝에 “내가 늙으면 도대체 누가 나를 돌보지?”라는 질문을 꺼내놨다. 그러면서 딸에게 모계 돌봄의 전통^^을 이어받으라고 은근히 압력을 가했다. 딸은 이런 저런 저항을 시도했지만 결국 굴복, 내가 딸을 20년 키워준 만큼 이후 최소 20년은 나를 돌봐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말았다. 옆에서 우리 둘의 ‘티키타카’를 지켜보며 낄낄거리던 아들 녀석은 그것을 ‘9.15 OO 효녀 선언’이라 이름 붙였다. “자식에게 아첨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노후는 부탁할 셈이다”(우에노 치즈코,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p57) 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그렇게 한 셈이었다. 어머니와 살기 전까지는 나 역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의 노년에 대해서도, 나이듦 일반에 대해서도 별생각이 없었다. 저질 체력이긴 했지만 특별한 지병은 없었고, 맏딸 프리미엄으로 다른 사람 눈치를 별로 안 보면서 컸기 때문에 나는 내가 늙어 죽을 때까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살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어머니는 나에게 약간 예외적인 케이스, 즉 본투비 의존적인 성격에 사별 트라우마로 인한 일종의 신경병까지 덧붙여져 끊임없이 누군가 돌봐줘야 하는, 그런 손이 많이 가는 별종일 뿐이었다. 그런데, 요 몇 년...
만국의 늙은이여, make kin, not babies!! 1. 내가 늙으면 누가 나를 돌봐주지? 한 5년 전쯤인가? 그러니까 어머니를 돌본 지 3년 정도 되던 어느 날이었는데 떨어져 사는 아이 둘과 간만에 함께 밥을 먹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독박돌봄의 고단함을 한도 끝도 없이 펼쳐놓았고 그 끝에 “내가 늙으면 도대체 누가 나를 돌보지?”라는 질문을 꺼내놨다. 그러면서 딸에게 모계 돌봄의 전통^^을 이어받으라고 은근히 압력을 가했다. 딸은 이런 저런 저항을 시도했지만 결국 굴복, 내가 딸을 20년 키워준 만큼 이후 최소 20년은 나를 돌봐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말았다. 옆에서 우리 둘의 ‘티키타카’를 지켜보며 낄낄거리던 아들 녀석은 그것을 ‘9.15 OO 효녀 선언’이라 이름 붙였다. “자식에게 아첨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노후는 부탁할 셈이다”(우에노 치즈코,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p57) 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그렇게 한 셈이었다. 어머니와 살기 전까지는 나 역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의 노년에 대해서도, 나이듦 일반에 대해서도 별생각이 없었다. 저질 체력이긴 했지만 특별한 지병은 없었고, 맏딸 프리미엄으로 다른 사람 눈치를 별로 안 보면서 컸기 때문에 나는 내가 늙어 죽을 때까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살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어머니는 나에게 약간 예외적인 케이스, 즉 본투비 의존적인 성격에 사별 트라우마로 인한 일종의 신경병까지 덧붙여져 끊임없이 누군가 돌봐줘야 하는, 그런 손이 많이 가는 별종일 뿐이었다. 그런데, 요 몇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