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강독5-1] 후기 : 향당편의 존재 이유

진달래
2026-02-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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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첫 [논어강독] 시간이 되었습니다. 

연휴 끝, 지난 연말에 호기롭게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세미나를 시작하자고 말했는데.... 

이런, 연휴 끝나고 주말과 연하여 남은 이틀을 작은 아이가 휴가를 내더군요. 

방학이 길어 이것저것 정리하고 준비할 시간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로 준비를 많이 하고 시작하진 못했습니다. 

 

새해가 되면 새로 신청하시는 분들이 좀 있으실까 했는데 이른 개강 일정 탓인지, 이전 멤버들끼리 오붓하게 세미나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랜 방학 끝이라 먼저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가족과 포르투칼과 영국에 다녀오신 원영샘, 치앙마이에 다녀오신 혜란샘.

런던이 수로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들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치앙마이에는 컴퓨터를 들고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원격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인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회사를 다닌다는 것도 이제 우리가 상상하는 모습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자, 이제 2026년부터 읽게 된 <논어>는 '향당편'입니다. 

향당편은 논어 전체로 보면 약간 이질적인 편입니다. 

'자왈'로 시작하는 다른 편들의 글과 다르게 공자님의 말이 아니라 공자님의 행동을 적어 놓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양시 등 주자의 제자들은 이 편 앞 머리에 성인의 도라는 것이 일용(日用) 즉, 일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먼저 밝혀 놓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편의 내용이 공자님의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미리 알 수 있게 합니다.  

이 편에는 다른 곳과 달리 장마다 끝에 "이 절은 무엇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주가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까 1장의 말미에 "이 1절은 공자께서 향당과 종묘와 조정에 계실 때의 언어와 용모가 같지 않음을 기록한 것이다"라는 주가 붙어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공자님이 동네에 계실 때의 태도는 믿음직스럽고, 말은 잘 못하는 것 같은.... 그러니까 뭘 잘 안다고 나대지 않는(?) 그런 모습이셨다고 하네요, 그런데 조정이나 종묘에 나가실 때 그러니까 공적 자리에서는 말씀을 잘 하시는데 신중하게 하셨다고 합니다. 

공적 자리에서 말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예를 들면 회사에 나가서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업무를 다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겠죠? 그런 자리에서 우물쭈물하면 안 되니까요. 다만 이 때도 너무 잘난 척을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면 안 되니,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다음으로는 조정에서 상대부 ,하대부, 그리고 군주를 상대할 때는 태도를 이야기합니다. 

지금으로 보면 상사, 혹은 동료나 후배 등과 이야기 할 때의 태도이겠죠? 

하대부, 동료나 후배들과 말을 할 때는 강직하게 하고, 상대부 그러니까 상사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기분 나쁘지 않은 말로 간언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하대부나 상대부에게나 다 강직한 태도를 가져야 할 것 같은 데, 왜 이렇게 다를까요? 

아마도 상대부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것은 아첨이나 아부하는 뜻이 아니라 일을 그르치지 않기 위한 방편인 듯합니다. 

윗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될 일도 안 되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까요. 

군주와 함께 있을 때의 모습을 '축적(踧踖)'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를 '공경하며 편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공경하는 모습만 갖는 것이 아니라  위의(威儀)가 알맞은 모습을 가져야 한다고 하네요. 이건 아마도 공경은 하지만 너무 자기를 낮추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나라에 손님이 왔을 때 어떻게 맞이하는 지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공자님이 직접 손님 접대를 했던 적이 있었는지, 만약 아니라면 왜 이런 것들을 적어 놓았는지... 

뭐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 원영샘의 표정이 영 심상치가 않습니다. 

이전의 글들과 너무 달라서 왜 이런 글들이 <논어>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하시네요. 

음~ 제 생각에는 <논어>가 당시 출사하고자 했던 예비 사(士)들의 교육 교재라고 보면, 좀 이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동교들과 교제 시 주의 사항, 혹은 외교 사절단을 맞을 때의 매뉴얼, 혹은 평상시 공무원의 태도 등등 지침 사항을 적어두었다고 할까요? 

그러자 원영샘이 좀 이해가 된다고 하시네요~

 

저는 이 편을 다시 읽으면서 <소학>이 생각이 났습니다. 

선물을 주고 받을 때, 무릎을 구부리는 각도나 손의 위치 등을 세세하게 적어둔 것 등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관계라는 게 마음만 주고 받는 걸로 되는 건 아니고, 사회생활이라는 게 갖추어야 할 형식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허례허식이라고 비난 받았던 일도 있었지만, 잘 보면 서로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는 것은 감정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으면 어려운 일입니다. 옛 사람들은 이러한 '예'를 형식으로 갖추어 상대방의 감정을 거스르지 않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는 <춘추좌전>과 같은 책을 읽어보면 왜 중요한 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큰 전쟁도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처음 논어를 접했을 때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향당편

다시 읽으니 매우 재미있네요. 

조만간 영화 <공자>도 함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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