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학술제 마지막날!!
토용님과 봄날님 두 분이 발표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동안 빠지지 않고 학술제 발표에 함께 해주신 나랑샘과 구름샘 외에도 달팽이, 자누리, 띠우, 뚜버기, 기린, 문탁님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먼저 토용님은 장재의 <정몽>을 읽고 <천지에 가득한 기는 나의 본체다>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습니다. 신유물론에 관심이 집중된 시대의 분위기 탓일까요? 올해 학술제의 고전 발표에서 장재는 우주대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주역철학사를 공부한 고전학교팀의 발표에서는 장재가 기철학의 관점으로 주역을 해석한 점(<횡거역설>)이 부각되었는데요. 그에 더하여 토용샘은 장재의 만년의 역작 <정몽>을 읽고 장재의 우주론, 심성론, 수양론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글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학술제를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장재를 조금은 알게 된 느낌입니다.ㅎ
토론시간을 뜨겁게 달구었던 개념은 토용샘이 장재의 인성론 파트에서 해설한 '공취지성(攻取之性)'이었습니다.
공취지성이란 음과 양이 서로를 공격하여 취함으로써 만물을 생성한다는 의미입니다. 우주론에서는 만물의 생성과 변화의 역동성을 끌어내는 개념이었던 공취지성이 인성론에 오면 식색과 같은 본능의 문제와 기질지성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사용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토용샘은 발표글을 통해 우주론에서 긍정적으로 규정되었던 공취지성이 인성론에 와서 부정적으로 규정되는 것은 장재철학의 논리적 모순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공취지성이 무엇인가, 장재철학에서 공취지성의 역할은 무엇인가 등 여러 논란이 있었습니다. 주희가 장재의 천지지성과 기질지성을 천명지성과 기질지성으로 수용하면서 공취지성을 버리고 천리/인욕의 이항으로 깔끔하게 정리한 것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주희가 북송오자로 정리했던 계통의 중요한 한 사람인 장재를 알아가는 과정은 곧 주자학의 탄생 과정을 이해하는 탐구라는 생각을 하게 한 발표였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토용샘은 번역본으로 <정몽>을 읽는 것과 원문으로 <정몽>을 읽는 느낌이 매우 달랐다는 소회를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장재가 <논어>, <맹자>, <예기>, <주역>, <중용> 등 선진시대 책들을 끊임없이 소환해 인용하고 재해석하는 것을 보면서 공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장재는 자신의 시대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대로 돌아갔다. 유학의 사상적 근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새롭게 해석하고 변형했다. .. 공부란 결국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다시 묻는 작업인지도 모른다. 올해의 공부를 마무리하며 장재덕분에 이제야 하는 내년 공부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대단하고 거창하지는 않다. 신유물론과 기학을 공부하면서 어떤 윤리적 태도로 세계를 마주해야 할지, 그 씨앗이 동양고전에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기에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다시 공맹으로..(토용의 글에서)
다시 공맹으로 돌아가 현대의 문제를 푸는 길을 찾겠다는 토용샘을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고전과 댱대의 마주침이 토용샘의 공부에서는 어떻게 전개될지 2026년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두번째 발표는 봄날샘의 글 <기학의 주요개념 탐구: 혜강 최한기의 인식론과 대동론>이었습니다. 봄날샘은 19세기 조선의 사상가 혜강 최한기의 <기학>을 읽고 그가 전개한 인식론, 대동론, 통치론을 정리했습니다. 최한기는 자신의 기철학을 기학이라고 불렀다는데요, 기철학이라는 말 외에 최한기와 앞선 발표의 장재 사이의 공통점은 없었습니다. 장재가 당대의 불교와 도교를 넘는 유학의 형이상학을 세우려 했던 것과 달리 최한기는 당대 조선의 성리학(유학)을 철저하게 비판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철학으로 새로운 조선, 새로운 대동세상을 꿈꾸었기 때문입니다.
봄날샘의 발표를 들으며 알 수 있었던 것은 혜강 최한기가 엄청난 개념의 발명가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최한기의 <기학>을 소개하는 발표글에도 기, 운화, 천기, 대기, 신기, 천기유행지리, 인심추측지리, 대기운화, 통민운화, 일신운화 등의 개념이 쏟아졌습니다. 뭔가 낯설면서도 익숙한 듯한 개념의 중심에는 '활동운화'='운화'가 있었습니다.
봄날님은 최한기의 <기학>과 신유물론 사이에 다리를 놓고 싶어했는데요. 봄날이 찾은 키워드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최한기의 물질성을 표현하는 개념, 기였습니다. 기는 운화하는 운동성으로 연결되었고요. 두 번째는 대동사상이었습니다. 최한기는 인물기(人物氣)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물을 망라하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신유물론의 물질들이 역동적인 네트워크로 엮여있는 것처럼, 최한기는 운화하는 모든 존재는 인간, 동물 같은 유기체는 물론, 부패하는 물질도 운화네트워크에서 엮여있다고 보았다. 신유물론의 물질담론이, 19세기 아시아 동쪽 작은 나라의, 궁한했지만 세계를 통찰하는 눈은 빛났던 한 노학자와 이렇게 연결되고 있다.(봄날의 글에서)
우리의 토론의 중심에는 최한기의 기학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당대적 의미가 있는가, 하는 문제가 놓였습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대한 낙관론 아닌가? 실학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등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주로 기학세미나를 했던 분들이 해주었는데요. 최한기의 통민운화 개념을 통해 사회계약론과는 다른 관점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통민운화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탁님과 기린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사과정에서 가장 막중한 임무인 인테리어팀장을 맡아 30분마다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휘하며 학술제를 마친 봄날샘, 내년에는 공부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 만들어드릴게요. 애쓰셨어요.ㅎ

기학발표를 마친뒤 이어진 뒤풀이!
게임의 여왕 동은이가 준비한 빙고게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동은은 칠판 가득 나흘 동안 열두편의 글에 나온 주요개념들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빙고게임!! 이 자리에서 만들어진 신조어, <인문학 빙고>라는 새로운 개념의 빙고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각자 25개의 개념을 고르고, 돌아가며 자신이 선택한 개념을 설명하며 빙고를 완성해가는 시간, 그 이야기를 통해 그 개념에 묻어있는 교감, 배움 등을 나누고 다시 새로운 이해와 정동을 입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게임을 하며 나흘간의 공부를 되돌아보고 서로의 소감을 주고받는 멋진 뒤풀이였습니다.

1년동안 문탁회원들은 세편의 포도밭 글을 쓰고, 그 글쓰기를 바탕으로 학술제 글을 준비했는데요. 1년동안 팀을 만들어서 공부를 빌드업하고, 그 결과를 10쪽의 소논문으로 마무리하는 작업은 고단했고, 발표는 떨리고 부끄러웠지만, 뒤풀이는 편안하고 즐겁고 유쾌했습니다.^^ 학술제를 마친 문탁에 울려퍼지던 웃음소리를 들려드리고 싶네요.^^
오랜만에 열린 문탁 학술제, 아쉬움이 남지만 우리 모두가 서로의 공부를 통해 연결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이사와 함께 새롭게 시작될 문탁 3,0. 2026년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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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 장자 오타 아닌가 했던 한 사람ㅋ
저 학술제 참석 잘 한 것 같아요~
장재와 최한기, 낯선 존재들과 잠깐 만났지만
공취지성과 그 모든 운화들ㅋㅋ
공부 나눠주셔서 감사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