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대로42길 12회] #살아있다 / 와드 알-카팁 감독 <사마에게>(2019)

청량리
2022-02-27 14:47
269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살아있다

와드 알-카팁, 에드워드 와츠 감독,

<사마에게, برای سماء, For Sama>(2019)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시리아는 1946년 독립한다. 하지만 이집트와 연합국가 형태를 띠고 있다가, 1960년대 초 연합을 탈퇴하면서 여러 번의 군사쿠데타가 일어나고 결국 정권을 잡은 ‘알아사드’정부가 40년 넘게 부자세습과 독재정치로 시리아를 지배한다. 영화에서도 잠깐 나왔는데, 2011년 알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은 시민들의 무장투쟁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독재 알아사드 정부를 타도하려는 군 출신들이 반군을 형성하여 대립하고, 주변의 아랍 국가들이 개입하면서 종파갈등으로까지 이어진다. 무슬림의 대부분은 수니파이고, 시아파는 10~15% 정도다. 그런데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부는 대부분 시아파 출신들이다. 그래서 시아파 이란과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부군을,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은 반군을 지원한다. 2012년 상황은 더욱 나빠졌고, 이라크에서 발생한 수니파 무장단체 IS가 시리아 북부(알레포가 있는 지역)를 점령하면서 시리아는 거의 무정부 상태에 놓이게 된다.

내전으로 인해 시리아의 북부도시 알레포에는 매일같이 폭격이 쏟아지고 복구 역시 불가능해 보인다. 더구나 외부의 지원이나 뉴스보도가 거의 끊겨 고립된 상황. 시민들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함께 찾아 나선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인 ‘와드’와 ‘함자’ 그리고 그들의 딸 ‘사마’ 역시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이웃들과 생존하는 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일상이 되었다. 영화 <사마에게>(2019)는 알레포에서 4년 동안 살아남은 그들의 생존기록이다. 그 중 두 장면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삶

건물이 폭격당해 한 산모가 피를 흘리며 함자가 있는 병원으로 실려 온다. 산모도 출혈이 심했지만, 충격으로 뱃속의 아이는 이미 숨을 쉬지 않았다. 의사는 그래도 탯줄을 자르고 손바닥으로 신생아의 등과 배, 온몸을 문질러본다. 이미 수많은 아이들의 죽음을, 그것도 같은 병원에서, 영화는 묵묵히 보여주었기에 그 아이 역시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 같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미간에는 힘이 들어가고 눈은 가늘어졌다. 그러나 순간!!! 아이의 까만 두 눈이 떠졌다. 덩달아 내 눈도 커졌다. 이때 카메라 너머 와드의 표정은 어땠을까? 아이가 쿨럭 거리자 의사도 깜짝 놀라 서둘러 그 아이의 등을 두드려주었고 아이는 다행히 으앙~ 울음을 터뜨렸다.

 

#죽음

또 다른 장면, 이번에는 한 아버지가 아이를 안고 병원을 나서는데 아이의 어머니가 오열하며 뒤따라 나온다. 아버지에게 안긴 그 아이의 팔은 축 늘어져 이미 움직이질 않는다. 어머니는 울면서 현실을, 죽음을 부정한다. 어쩔 수 없이 이것 또한 함자가 있는 병원의 일상 중 하나다. 그때 옆에서 와드가 들고 있는 카메라와 눈이 마주친 어머니. 그녀는 화면(카메라)을 노려보며 묻는다. “이거 지금 찍고 있는 거냐고.” 순간 내게 질문하는 것 같아 화들짝 놀랐다. 사람이 죽어가는 데 그 앞에서 지금 카메라를 들이 대냐고 그녀가 화를 내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전혀 다르게 말했다. “어떻게 사람이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이거 하나도 빠트리지 말고 다 찍어!”

 

 

영화 속 이 두 장면은 와드의 마음을 대신하는 듯하다. 이미 폐허가 된 알레포에도 아직 사람이 살고 있다고,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삶을 떠나거나 포기하지 않겠다고. 여기서는 살아남는 것이 곧 저항이라고 생각하는 그녀는 어떤 순간에도 카메라를 놓지 않는다. 예측 불가능한 죽음 앞에서, 일상이 되어버린 죽음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실낱같은 희망을 잃어버리고 또 마주한다는 건 무엇일까? 그러나, 카메라는 급하게 희망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영화 <사마에게>를 보고 ‘이 일은 역사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일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제 행동을 해야 될 때가 왔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영화에 대해 많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진실을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인간으로서, 나는 그 희망을 붙잡을 수밖에 없다.(와드 알-카팁 감독)”

 

실제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 앞에 이성이란 무력할 뿐이다. 더구나 시리아 내전처럼 종교분쟁에서 비롯된 갈등인 경우, 맹목적인 믿음은 우리의 눈을 멀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드 알-카팁 감독은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학생운동 할 때부터 알레포를 떠날 때까지 그녀의 손에는 늘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어쩌면 그녀에게 카메라는 이성이 무너지지 않게, 믿음에 포획되지 않게 해 준 친구였다.

사실 이런 류의 다큐멘터리에는 감독의 인터뷰 외에 다른 성찰의 목소리를 첨언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살아남아야 희망도 보이는 법이다. 알레포의 딸 ‘사마’와 그의 가족, 친구들이 잘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우리도 잘 살아야 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댓글 3
  • 2022-02-27 18:51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지라 이 글이 그냥 영화 이야기로 읽히지 않습니다. 폴란드로 피난하는난민들의 인터뷰를 보며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얼마나 야만적인지 마치 그동안 전혀 몰랐던 것처럼 새삼스럽게 눈앞의 침략전쟁에, 깨진 평화에, 답답함과 무력감을 느낍니다.

    사진으로, 화면으로, 키에프의 무너진 아파트들을 보면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모든 전쟁에 반대합니다.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지지합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안녕을 기원해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우크라이나만은 아니겠지요.

    우리는 과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이해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을까요?

  • 2022-02-28 19:33

    2020년 1월,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관람객은 저 포함 서, 너명 정도였습니다.

    시리아,  시아파, 수니파, 알레포 등이 '사마'를 통해 실감의 영역으로 들어왔었지요.

     

    할 수 있는 일들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각자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해봅시다

  • 2022-03-01 00:32

    터키에서 만난 시리아 난민들은 자신들이 왜 이렇게 떠돌아야하냐고 노기섞인 목소리로 제게 물었죠. 어떤 대답도 못하겠더군요.  우린 조금 운이 좋을뿐입니다…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사과’가 필요할 때 시 Poetry(2010) | 감독 이창동 | 주연 윤정희 | 135분 | 15세 이상             영화는 개천에서 떠내려 오는 주검을 한 아이가 우연히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미’ 우리는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럴 때 스토리는 ‘누가, 왜 죽였는지’ 밝혀나가는 방식으로 대부분 전개된다. 이는 어쩌면 우리의 관심 역시 대부분 그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범행 동기는 무엇인지, 어떻게, 어디서, 왜!!! 그러나 이 영화의 질문은 애초부터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같은 마을에서 중학생 손자와 함께 낡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66세 미자(윤정희). 그녀가 '시'를 배우기 시작한 건 자신이 알츠하이머 초기임을 의심한 이후였다. 스스로 ‘시인 기질’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해보니 잘 안 써진다. 그러나 그건 사물의 이름이나 적절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그녀의 증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자가 참가하는 문예교실에서 김용택 시인(극중 김용탁)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사과를 진짜로 본 게 아니에요. 사과라는 것을 정말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서, 대화하고 싶어서 보는 것이 진짜로 보는 거예요.” 그럴 때 느껴지는 무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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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2022.04.30 | 조회 354
영화대로 42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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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우
2022.04.17 | 조회 300
영화대로 42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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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2022.04.03 | 조회 279
영화대로 42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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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우
2022.03.14 | 조회 236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살아있다 와드 알-카팁, 에드워드 와츠 감독, <사마에게, برای سماء, For Sama>(2019)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시리아는 1946년 독립한다. 하지만 이집트와 연합국가 형태를 띠고 있다가, 1960년대 초 연합을 탈퇴하면서 여러 번의 군사쿠데타가 일어나고 결국 정권을 잡은 ‘알아사드’정부가 40년 넘게 부자세습과 독재정치로 시리아를 지배한다. 영화에서도 잠깐 나왔는데, 2011년 알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은 시민들의 무장투쟁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독재 알아사드 정부를 타도하려는 군 출신들이 반군을 형성하여 대립하고, 주변의 아랍 국가들이 개입하면서 종파갈등으로까지 이어진다. 무슬림의 대부분은 수니파이고, 시아파는 10~15% 정도다. 그런데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부는 대부분 시아파 출신들이다. 그래서 시아파 이란과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부군을,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은 반군을 지원한다. 2012년 상황은 더욱 나빠졌고, 이라크에서 발생한 수니파 무장단체 IS가 시리아 북부(알레포가 있는 지역)를 점령하면서 시리아는 거의 무정부 상태에 놓이게 된다. 내전으로 인해 시리아의 북부도시 알레포에는 매일같이 폭격이 쏟아지고 복구 역시 불가능해 보인다. 더구나 외부의 지원이나 뉴스보도가 거의 끊겨 고립된 상황. 시민들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함께 찾아 나선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인 ‘와드’와 ‘함자’ 그리고 그들의 딸 ‘사마’...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살아있다 와드 알-카팁, 에드워드 와츠 감독, <사마에게, برای سماء, For Sama>(2019)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시리아는 1946년 독립한다. 하지만 이집트와 연합국가 형태를 띠고 있다가, 1960년대 초 연합을 탈퇴하면서 여러 번의 군사쿠데타가 일어나고 결국 정권을 잡은 ‘알아사드’정부가 40년 넘게 부자세습과 독재정치로 시리아를 지배한다. 영화에서도 잠깐 나왔는데, 2011년 알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은 시민들의 무장투쟁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독재 알아사드 정부를 타도하려는 군 출신들이 반군을 형성하여 대립하고, 주변의 아랍 국가들이 개입하면서 종파갈등으로까지 이어진다. 무슬림의 대부분은 수니파이고, 시아파는 10~15% 정도다. 그런데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부는 대부분 시아파 출신들이다. 그래서 시아파 이란과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부군을,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은 반군을 지원한다. 2012년 상황은 더욱 나빠졌고, 이라크에서 발생한 수니파 무장단체 IS가 시리아 북부(알레포가 있는 지역)를 점령하면서 시리아는 거의 무정부 상태에 놓이게 된다. 내전으로 인해 시리아의 북부도시 알레포에는 매일같이 폭격이 쏟아지고 복구 역시 불가능해 보인다. 더구나 외부의 지원이나 뉴스보도가 거의 끊겨 고립된 상황. 시민들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함께 찾아 나선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인 ‘와드’와 ‘함자’ 그리고 그들의 딸 ‘사마’...
청량리
2022.02.27 | 조회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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