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읽기 한뼘 양생
  몸무게가 많이 줄었다. 올해 초 54에서 53킬로그램 정도 나가던 몸무게가 이제 50에서 49킬로그램 정도이니, 5킬로그램 정도 감량했다. ‘신장병환우회카페’에 올라오는 빠른 회복에 대한 간증들 가운데 빠지지 않는 항목이 체중감량이었다. 하루 2만보에서 3만보쯤 걷고, 하루 두 끼 저염저단백식단을 칼같이 지켰더니 체중이 10킬로그램 이상 빠졌고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등등 모든 수치가 좋아졌다는 내용이었다. 이 간증의 주인공들은 대개 중년 남성들이다(10킬로그램을 감량하고도 괜찮으려면 과체중 상태여야 한다). 불규칙적인 생활과 스트레스, 음주와 흡연으로 이어졌던 중년 남성들에게 질병은 체중감량을 요구했고, 그 결과는 모두 대만족이었다. 몸이 가벼워지고 성인병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나는 체중감량을 위해 일단 국물을 포기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 미역국, 육개장, 감자탕, 순댓국……이 밥상에서 떠나갔다. 국물 없이 마른 밥을 먹는 일이 뻑뻑하기는 했지만 염분은 확실히 줄여줬다. 염분을 줄이니 몸의 붓기는 저절로 빠졌다. 그 다음 저염저단백 식단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어려웠다. 아예 소금과 단백질을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줄여서’ 먹으라는 것인데 도대체 얼마를 줄여야 할까? 물론 병원에서 나눠준 책자에는 하루 적정 소금의 양을 5그램(티스푼 1개), 단백질의 양을 40그램으로 알려줬지만, 그게 어느 정도의 양인지 실제로 감을 잡기는 어려웠다. 그걸 또 세 끼에 나누어 먹으려면 어느 정도여야 할까? 이제는 안다. 그 소금의 양은 거의 무염에 가깝다. 한 끼에 먹을 수 있는 단백질의 양은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경우 손바닥 하나 정도의 크기이고, 두부는 1/6모, 달걀 1개 정도다....
  몸무게가 많이 줄었다. 올해 초 54에서 53킬로그램 정도 나가던 몸무게가 이제 50에서 49킬로그램 정도이니, 5킬로그램 정도 감량했다. ‘신장병환우회카페’에 올라오는 빠른 회복에 대한 간증들 가운데 빠지지 않는 항목이 체중감량이었다. 하루 2만보에서 3만보쯤 걷고, 하루 두 끼 저염저단백식단을 칼같이 지켰더니 체중이 10킬로그램 이상 빠졌고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등등 모든 수치가 좋아졌다는 내용이었다. 이 간증의 주인공들은 대개 중년 남성들이다(10킬로그램을 감량하고도 괜찮으려면 과체중 상태여야 한다). 불규칙적인 생활과 스트레스, 음주와 흡연으로 이어졌던 중년 남성들에게 질병은 체중감량을 요구했고, 그 결과는 모두 대만족이었다. 몸이 가벼워지고 성인병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나는 체중감량을 위해 일단 국물을 포기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 미역국, 육개장, 감자탕, 순댓국……이 밥상에서 떠나갔다. 국물 없이 마른 밥을 먹는 일이 뻑뻑하기는 했지만 염분은 확실히 줄여줬다. 염분을 줄이니 몸의 붓기는 저절로 빠졌다. 그 다음 저염저단백 식단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어려웠다. 아예 소금과 단백질을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줄여서’ 먹으라는 것인데 도대체 얼마를 줄여야 할까? 물론 병원에서 나눠준 책자에는 하루 적정 소금의 양을 5그램(티스푼 1개), 단백질의 양을 40그램으로 알려줬지만, 그게 어느 정도의 양인지 실제로 감을 잡기는 어려웠다. 그걸 또 세 끼에 나누어 먹으려면 어느 정도여야 할까? 이제는 안다. 그 소금의 양은 거의 무염에 가깝다. 한 끼에 먹을 수 있는 단백질의 양은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경우 손바닥 하나 정도의 크기이고, 두부는 1/6모, 달걀 1개 정도다....
겸목
2021.11.22 | 조회 397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1976   - 영화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유럽에서 문을 연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거대한 스튜디오 중심의 독점자본주의로 성장하며 황금기를 맞는다. 그것은 메이저 영화사들이 수직적인 분업화와 표준 원칙을 통해 제작과 배급, 그리고 상영을 일원화한 통합 체계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꿈의 공장들은 쉴 새 없이 가동되어갔고, 영화는 자연스레 대도시 대중들의 중요한 여가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1948년 미국 대법원의 메이저 영화사들의 독과점행위금지가 판결되면서 미국영화계에는 다시 한 번 변화가 일어난다. 스튜디오 시스템을 벗어나 자유로운 예술영화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공장에서 벗어난 영화는 사회에 대한 성찰과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표현을 시도했는데, 1960년대 청년 히피 문화와 저항 문화를 기반으로 한 뉴아메리칸 시네마 운동으로 이어졌다.     1968년 베트남전쟁 당시 사진기자 애디 애담스가 공개한 사진 한 장(일명 ‘사이공식 처형’)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불러온다. 사진 속에서 처형된 사람은 전쟁의 끔찍함을 상징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가 30여 명의 여성을 성폭행하고 무자비한 살인을 저질렀던 인물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그 이면이 드러났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있어서 전 세계적인 비판 여론을 바꾸기...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1976   - 영화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유럽에서 문을 연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거대한 스튜디오 중심의 독점자본주의로 성장하며 황금기를 맞는다. 그것은 메이저 영화사들이 수직적인 분업화와 표준 원칙을 통해 제작과 배급, 그리고 상영을 일원화한 통합 체계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꿈의 공장들은 쉴 새 없이 가동되어갔고, 영화는 자연스레 대도시 대중들의 중요한 여가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1948년 미국 대법원의 메이저 영화사들의 독과점행위금지가 판결되면서 미국영화계에는 다시 한 번 변화가 일어난다. 스튜디오 시스템을 벗어나 자유로운 예술영화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공장에서 벗어난 영화는 사회에 대한 성찰과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표현을 시도했는데, 1960년대 청년 히피 문화와 저항 문화를 기반으로 한 뉴아메리칸 시네마 운동으로 이어졌다.     1968년 베트남전쟁 당시 사진기자 애디 애담스가 공개한 사진 한 장(일명 ‘사이공식 처형’)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불러온다. 사진 속에서 처형된 사람은 전쟁의 끔찍함을 상징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가 30여 명의 여성을 성폭행하고 무자비한 살인을 저질렀던 인물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그 이면이 드러났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있어서 전 세계적인 비판 여론을 바꾸기...
띠우
2021.11.21 | 조회 206
지난 연재 읽기 한뼘 양생
      두세 달 전 친구 S가 인슐린 저항성과 혈압에 대해 물어온 적이 있었다. S는 자신이 왜 고혈압인지 그 원인을 알고 싶어 한다. 자신이 비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짜게 먹지도 않는데 왜 고혈압이냐며 약간의 분통을 터트리곤 했다. 사실 고혈압의 경우는 원인이 확실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S의 고혈압도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가 우연히 방문한 한 약국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고혈압의 원인이라며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건강식품을 권해서 먹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간단히 말해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서 세포 속으로 포도당을 넣어주지 못하게 된 상태를 말한다. 결국 당뇨가 생긴다. S가 당뇨는 아니고 해서 난 알아본다고 하고 잊어버렸다.      그러다 <일리치약국에 놀러와> 갱년기 편에서 실시한 세미나를 하다 그녀의 질문이 문득 생각났다. 세미나 텍스트였던 크리스티안 노스럽의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에는 갱년기의 다양한 심리적, 신체적 증상들 및 대처법 등이 상세하게 설명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세미나에 참여한 여러 여성들의 갱년기에 대한 ‘간증’을 들으면서, 훨씬 입체적으로 갱년기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갱년기나 폐경으로 몸의 증상들을 퉁쳐버리고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갱년기 세미나를 통해서 내가 주목하게 된 점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에스트로겐 저하뿐만 아니라 프로게스테론의 저하가 가져오는 몸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갱년기에 늘어나는 체지방이 갖는 장단점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점....
      두세 달 전 친구 S가 인슐린 저항성과 혈압에 대해 물어온 적이 있었다. S는 자신이 왜 고혈압인지 그 원인을 알고 싶어 한다. 자신이 비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짜게 먹지도 않는데 왜 고혈압이냐며 약간의 분통을 터트리곤 했다. 사실 고혈압의 경우는 원인이 확실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S의 고혈압도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가 우연히 방문한 한 약국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고혈압의 원인이라며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건강식품을 권해서 먹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간단히 말해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서 세포 속으로 포도당을 넣어주지 못하게 된 상태를 말한다. 결국 당뇨가 생긴다. S가 당뇨는 아니고 해서 난 알아본다고 하고 잊어버렸다.      그러다 <일리치약국에 놀러와> 갱년기 편에서 실시한 세미나를 하다 그녀의 질문이 문득 생각났다. 세미나 텍스트였던 크리스티안 노스럽의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에는 갱년기의 다양한 심리적, 신체적 증상들 및 대처법 등이 상세하게 설명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세미나에 참여한 여러 여성들의 갱년기에 대한 ‘간증’을 들으면서, 훨씬 입체적으로 갱년기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갱년기나 폐경으로 몸의 증상들을 퉁쳐버리고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갱년기 세미나를 통해서 내가 주목하게 된 점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에스트로겐 저하뿐만 아니라 프로게스테론의 저하가 가져오는 몸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갱년기에 늘어나는 체지방이 갖는 장단점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점....
둥글레
2021.11.09 | 조회 442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영화대로 42길, 4]   미안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자전거 도둑, Ladri di biciclette |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 | 1948       세트 없는 현실, 현실 같은 세트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심한 실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이탈리아. 빈둥거리던 안토니오에게 겨우 일거리가 생긴다. 어머, 이건 무조건 해야 해!! 고용의 필수조건은 ‘자전거’ 지참이었다. 순박하나 결단력이 부족한 안토니오를 대신해 그의 아내는 결혼 예물을 팔아 전당포에 저당 잡힌 자전거를 찾는다. 그러나 어느 날, 일하던 도중 그는 아내가 어렵사리 마련해 준 자전거를 눈앞에서 도둑맞는다.   전당포에서 찾은 자전거로 일자리를 얻은 안토니오와 그의 아내. 그러나 부푼 희망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작인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은 영화 <자전거 도둑>(1948)은 모든 장면을 ‘세트’ 없이 현장에서 찍었고, 조명도 없이 자연광을 이용할 뿐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는 전후 이탈리아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일이 없어 구걸하듯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모인 광장, 수도공급도 안 되고 변변한 도구도 없어 보이는 주방, 물건들을 맡기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줄을 선 전당포가 그대로 영화 속 배경이 된다. 어쩌면 당시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은 부서진 삶의...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영화대로 42길, 4]   미안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자전거 도둑, Ladri di biciclette |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 | 1948       세트 없는 현실, 현실 같은 세트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심한 실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이탈리아. 빈둥거리던 안토니오에게 겨우 일거리가 생긴다. 어머, 이건 무조건 해야 해!! 고용의 필수조건은 ‘자전거’ 지참이었다. 순박하나 결단력이 부족한 안토니오를 대신해 그의 아내는 결혼 예물을 팔아 전당포에 저당 잡힌 자전거를 찾는다. 그러나 어느 날, 일하던 도중 그는 아내가 어렵사리 마련해 준 자전거를 눈앞에서 도둑맞는다.   전당포에서 찾은 자전거로 일자리를 얻은 안토니오와 그의 아내. 그러나 부푼 희망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작인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은 영화 <자전거 도둑>(1948)은 모든 장면을 ‘세트’ 없이 현장에서 찍었고, 조명도 없이 자연광을 이용할 뿐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는 전후 이탈리아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일이 없어 구걸하듯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모인 광장, 수도공급도 안 되고 변변한 도구도 없어 보이는 주방, 물건들을 맡기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줄을 선 전당포가 그대로 영화 속 배경이 된다. 어쩌면 당시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은 부서진 삶의...
청량리
2021.11.07 | 조회 303
지난 연재 읽기 한뼘 양생
올해 초 인문약방 활동의 확장으로 일리치 약국을 열었다. 상담을 주로 하는 약국에서 한약처방전일 경우 계량하고 달이고 포장하는 일 등을 내가 맡기로 했다. 약국 영업시간인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오전 열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근무시간도 정해졌다. 이십 대 초반에 정규직으로 일했던 이십 개월 이후 삼십 여년 만에 다시 사대보험이 되는 정규직에 취업을 한 셈이다. 약국을 개업하기 이전에도 대부분 열시 전에 공동체 안에 있는 공부방으로 출근했다. 밥벌이는 물론 공동체에서 벌이는 다종다양한 일에 연루되어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모자라고 세미나 준비는 미흡해서 전전긍긍하기 일쑤였다.     약국으로 출근하게 되면서 아홉 시간의 근무시간이 정해졌다. 약국의 일상과 인문약방의 활동, 세미나 공부 등으로 활용해야 했다. 출근해서 닥치는 일부터 해내다보면 책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퇴근시간을 맞았다. 게다가 약국이 있는 파지사유는 에코와 관련 활동이 펼쳐지고 용기내 가게가 열려 있고 약국에 용무가 있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었다. 여기서 공부방에서처럼 책을 읽는 일은 그야말로 미션임파서블이었다. 공간을 함께 쓰는 친구들과 공부 좀 하자,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등등 언쟁까지 붙으니 피곤이 점점 가중되었다.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몸은 여전히 예전 공부방의 환경을 원했다. 더구나 그 시절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겼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왜 이러고 사는지 나 자신한테 불쑥불쑥 짜증이 치솟기도 했다. 그렇게 정념에 휩싸이면 일상에서의 집중력은 더 떨어졌다.     예전이라면 해야 할 일을 끝내면 공부방에 자리 잡고 세미나...
올해 초 인문약방 활동의 확장으로 일리치 약국을 열었다. 상담을 주로 하는 약국에서 한약처방전일 경우 계량하고 달이고 포장하는 일 등을 내가 맡기로 했다. 약국 영업시간인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오전 열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근무시간도 정해졌다. 이십 대 초반에 정규직으로 일했던 이십 개월 이후 삼십 여년 만에 다시 사대보험이 되는 정규직에 취업을 한 셈이다. 약국을 개업하기 이전에도 대부분 열시 전에 공동체 안에 있는 공부방으로 출근했다. 밥벌이는 물론 공동체에서 벌이는 다종다양한 일에 연루되어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모자라고 세미나 준비는 미흡해서 전전긍긍하기 일쑤였다.     약국으로 출근하게 되면서 아홉 시간의 근무시간이 정해졌다. 약국의 일상과 인문약방의 활동, 세미나 공부 등으로 활용해야 했다. 출근해서 닥치는 일부터 해내다보면 책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퇴근시간을 맞았다. 게다가 약국이 있는 파지사유는 에코와 관련 활동이 펼쳐지고 용기내 가게가 열려 있고 약국에 용무가 있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었다. 여기서 공부방에서처럼 책을 읽는 일은 그야말로 미션임파서블이었다. 공간을 함께 쓰는 친구들과 공부 좀 하자,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등등 언쟁까지 붙으니 피곤이 점점 가중되었다.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몸은 여전히 예전 공부방의 환경을 원했다. 더구나 그 시절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겼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왜 이러고 사는지 나 자신한테 불쑥불쑥 짜증이 치솟기도 했다. 그렇게 정념에 휩싸이면 일상에서의 집중력은 더 떨어졌다.     예전이라면 해야 할 일을 끝내면 공부방에 자리 잡고 세미나...
기린
2021.10.26 | 조회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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