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쓰기 1234]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스티븐 핑커
가마솥
2023-06-1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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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스티븐 핑거, 동녘 사이언스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수 없는 생각들, 웃고 화내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두려움, 걱정, 사랑, 충동이나 욕구 등은 모두가 마음작용이다. 종교나 철학에 대한 신념, 관계의 형성, 그리고 자아에 대한 의식도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은 무엇인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그리고 마음을 가진 존재는 어떻게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상호작용하는가?
20세기 들어 마음을 더 이상 신비 혹은 형이상학의 영역 속에 남겨두지 않고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20세기 중반의 인공지능 연구에서부터 신경생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인지과학 분야의 연구와 최근의 진화심리학까지.
스티븐 핑커가 정의하는 마음이란
스티븐 핑커Pinker는 “마음은 어떻게 작용하는가”How The Mind Works란 책에서 인지과학, 진화생물학 그리고 기타 다른 과학적 논문이나 자료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마음에 관한 과학적 연구 성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마음은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식량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특히 사물, 동물, 식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 위해 설계한 기관들의 연산체계이다’(p.48)라는 것이다. 좀더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마음은 뇌의 활동이다.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며 사고는 일종의 연산이다. 마음은 여러 개의 모듈 즉 마음 기관(Demon,악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모듈은 이 세계와의 특정한 상호작용을 전담하도록 진화한 특별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 모듈의 기본 논리는 우리의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지정된다. 이러한 모듈들의 작용은 인간의 진화사(進化史)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렵채집 시기에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발전시킨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다양한 문제들은 사실 그들의 유전자가 직면했던 하나의 큰 문제, 즉 사본의 수를 최대한 늘려 다음 세대에 남기는 문제의 부차적 과제들이다.
그의 주장을 전개하는 962 Page, 이 책의 핵심 이론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한 가지 더 덧붙인다면 나는 AI를 감안하여 마음의 모듈(module)적 특성을 들고 싶다. 첫째는 계산주의 마음(computational theory of the mind)이다. 마음의 계산주의 이론은 마음을 뇌의 정보처리 과정으로 이해하고 사고는 연산의 한 형태(모듈들의 작용)로 본다. ‘생각하는 기계’인 인공지능 컴퓨터는 가능하며, 마음은 자연이 선택한 신경계 컴퓨터이다(803) 라고 한다. 둘째는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다. 자연선택은 진화생물학의 근간으로, 마음은 뇌의 작용이고 뇌는 자연의 선택에 의해 진화되어 왔다는 설이다. 이에 의하면 우리의 마음은 인류 진화사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농업혁명이나 산업사회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99%를 차지하는 구석기시대 우리 조상들의 수렵생활에 맞게 진화되었고, 인간의 진화는 1-2만년 주기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최소 수십만 년의 주기에 걸쳐 일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적 감각으로 마음을 이해하려는 것은 많은 오해를 낳는다고 말한다.
마음은 실체가 없다. 심장이나 간, 콩팥처럼 인체를 해부하여 실험하고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어떻게 보이지 않는 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가? 데카르트가 떠올랐다. 사유 실체인 정신과 연장으로서 신체가 결합된다는 것을 생각해 내었으나, 그 곳을 콕 집어서 ‘송과선’이라고 말해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사실 말이다. 수십만 년전을 추적하기 위하여 저자는 역설계(reverse-engineering) 기법을 쓰기로 한다. 역설계란 이미 세상에 나온 물건이나 제품을 거꾸로 추적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신제품을 시장에 내 놓으면 상대의 경쟁사 연구진들은 제품을 구입하여 이를 분해한다. 회로도를 분석하여 디자인 모양이나 터치 버튼들이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그 원인을 조사해 낸다.
이 책의 전개.
1 - 4장까지는 마음의 구성, 원리, 진화, 작용에 대해서다. 요지는, 우리의 인체기관이 DNA에 의해 설계되고 진화되어 왔듯이 마음도 인간게놈에 의해 설계되고 만들어진 조직(organ)이란 것이다. 신체가 간, 위, 심장, 쓸게, 콩팥 등 여러 장기로 나뉘어져 각기 특수한 업무를 맡고 있듯이, 마음은 시각, 청각, 얼굴인식, 언어, 산수, 추론, 상식 등 여러 모듈로 세분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연산기관들로 구성된 하나의 체계”인데 우리의 마음은 진화를 통해 특정한 기능을 하도록 형성된 다양한 모듈들의 복잡한 조직체라는 것이다.
5 - 7장까지는 마음의 생성물들이 생기는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다. 인간은 어떻게 추론을 하는가, 우리의 여러 가지 감정들 즉, 자연에 대한 미감, 역겨움, 분노, 조바심, 두려움, 행복은 어떻게 일어나고 작용하는가, 그리고 사회적 관계(친척, 부모와 자식, 부부, 친구, 적과 동맹자)의 배경, 인간 본성, 갈등원인에 대해 얘기한다. 마음의 6가지 기능인 (언어), 논리와 추론, 시지각, 지능과 추론, 인간의 감정은 물론이고 사회성 등을 역설계 방식으로 추적한다.
마지막 8장은 인생의 의미에 관해서다. 예술은 무엇이고 우리는 왜 예술을 즐기는지, 인간은 왜 종교를 믿게 되는지, 그리고 자아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해결되지 않는 철학적 난제들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명쾌한 설명과 풍부한 자료의 현란한 제시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학문적으로 어떨지 모르겠다. 만일 교양과학서라고 가정한다면 저자가 다양한 사례를 동원하며 단정적인 것처럼 서술한 많은 부분들이 어디까지나 하나의 주장임을 망각하지 않고 읽어야 할 듯하다.
진화심리학자의 인생의 의미
이 책의 Highlight인 마지막 8장을 보자. 제목이 ‘인생의 의미’이다. 이 장에서 저자는 미술, 음악, 문학, 유머, 종교 등 인간의 고차원적인 활동들을 다룬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고 전문 지식, 안전, 자식 또는 섹스만으로도 살 수 없다. 세계 어디서나 사람들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투쟁에 무익한 것처럼 보이는 활동들에 남는 시간을 모두 허비한다. 모든 문화에서 사람들은 이야기를 지어내고 시를 낭송한다. 사람들은 농담을 하고, 웃고, 남을 못 살게 군다. 사람들은 노래를 하고 춤을 춘다. 사람들은 외관을 장식한다. 사람들은 제사를 올린다. 사람들은 행복과 불행의 원인을 궁금히 여기고, 세계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모순되는 초자연에 대한 믿음을 품고 산다. 사람들은 우주에 대한 이론과 우주 속에서의 인간의 위치에 대한 온갖 이론을 꾸며 낸다. 수수께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이 사람들은 그런 활동이 생물학적으로 시시하고 헛된 것일수록 더욱 열광적으로 찬양한다. 미술, 문학, 음악, 위트, 종교, 철학은 즐거울 뿐만 아니라 고상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것들은 마음이 만든 최고의 걸작이며,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든다. 왜 우리는 하찮고 무익한 것들을 추구하고 그 속에서 숭고함을 느끼는가? 수많은 교양인들에게 이 물음은 속물처럼 들리고 심지어 부도덕하게 들린다. 그러나 그것은 호모사피엔스의 생물학적 특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다. 인류의 구성원들은 독신주의를 맹세하거나 음악을 위해 살거나, 피를 팔아 영화표를 사거나, 대학원에 가는 등의 미친 행동을 한다. 왜 그럴까? 마음은 자연이 선택한 신경계 컴퓨터라는 것이 이 책의 주제라면, 그 주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예술, 유머, 종교, 철학의 심리학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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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한마디로 예술, 유머, 종교, 철학에 너무 많은 쓸데없는 의미들이 덧붙여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철학에 대해서는 아주 냉소적이다.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쓸데없이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이다. 잘못 읽었나? 철학적 난제들에 대해서 현대 철학자들의 세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비판한다. 1) 신비한 존재들은 이 세계의 환원 불가능한 부분이므로 그냥 그대로 나두자는 것이다. 2)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3) 그 문제를 우리가 풀 수 있는 것으로 축소하는 것이다(p.857). 이렇듯 철학적 문제가 어려운 것은 호모사피엔스의 마음에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인지적 장비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p.859).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은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사람이 생물학적, 진화적 의미에 따라서만 행동하며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번역자의 소감문을 보았다. ‘특히 예술에 대한 이 책의 관점은 생물학적 미학의 계승이자 다윈주의 미학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p.10) ’생물학적 미학‘, ’다윈주의 미학‘의 관점이라면 인간의 예술, 철학 등등이 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장의 제목을 ’OOO주의 미학‘이라고 할 것이지, 왜 ’인생의 의미‘인가?
내가 존재하는 데에는 어떤 이유도 없다.
『다윈은 미래다』 라는 주제로 한국일보(2009.5.13.)에 실려있는 최재천 교수와 그의 대담에서 핑커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은 자연선택의 범위 벗어난다”든지, "왜 인간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에 천착하느냐"는 질문엔 덤덤하게 "쓸데없는 질문"이라고 했고, "내가 존재하는 데에는 어떤 이유도 없다는 깨달음이야말로 진화심리학의 개가"라고도 말한다. 이런 대담을 보면, 마지막 8장은 다윈주의적 진화심리학자로서 인생의 의미를 기술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과 관련된 질문을 보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진화심리학과 사회생물학은 때로 비윤리적으로 보이는 인간의 마음에 진화적 근거를 설명함으로써 이를 정당화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당신은 이런 비판에 대해 "심리학과 도덕을 혼동하는 것"이라고 말했었죠? 그렇다면 인간 행동의 도덕적 기준은 어디에서 찾아야 합니까.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 둘 중 하나에 경도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추한 동기, 이기심, 탐욕, 폭력, 문란함 등을 갖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우리 뇌에는 욕망과 동기를 다루는 변연계가 있습니다. 동시에 절제와 추론의 영역인 전두엽이 있고, 생각을 나누고 도덕윤리를 정립할 수 있는 언어도 있습니다. 우리 뇌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하지는 않습니다.
수학적 지각과 수학이 다르듯이 도덕적 직관과 윤리도 다른 겁니다. 오래 존재했던 노예제도나 고문, 여성차별 등을 나쁜 것으로 규정한 것은 본능적인 도덕 감각이라기보다는 도덕적 추론을 통해 체계화한 것입니다.
▲최= 당신의 저서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보면 '철학적 문제가 어려운 것은 그것이 신성하거나 단순화했거나 무의미하거나 과학적으로 접근되어서가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가 이런 문제를 풀 수단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선택에 따라 우리가 이런 삶과 죽음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인간은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그런 족속 아닙니까.
▲핑커= 그런 대답없는 질문을 하는 것은 우리의 뇌 속에 모종의 호기심이 장착돼 있기 때문일 겁니다. (녹음기를 가리키며) 가령 "이것이 뭐 하는 것이냐"고 물었을 때 "말을 기록하는 녹음기다"라고 대답한다면 지적인 대답입니다.
그러나 "지구는 무엇을 위하여 존재하는가"와 같은 질문은 답이 없습니다. 내 아내 레베카는 종교를 다룬 자기 소설에서 사람들이 "내가 이 땅에 태어난 이유가 뭘까?"라고 질문을 하는 건 목적론이 과도하게 날뛰는 것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무엇을 위하여'라는 질문을, 질문할 수 없는 데에 갖다 붙인다는 것입니다.
▲최= 그런 질문이 겉보기엔 비합리적이어도 진화적 적응으로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핑커= 그러니까 '무엇을 위하여' 질문을 한 선조들이 더 많은 후손을 남겨서 오늘날 이런 질문을 하는 뇌신경회로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런 추론능력을 갖춤으로써 자연선택의 적자로 남을 수도 있었겠지요. 다른 사람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묻게 되면 예측하고 방어하고 대비할 수 있게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 존재나 우주로 나아간다면 자연선택의 범위를 넘어선 것입니다.
▲최= 그럼 당신에게는 진화론적 사고가 삶의 의미를 찾는데 도움이 됩니까?
▲핑커= 그럼요! 내 자기에 대해 너무 진지해지지 않습니다. "스티븐 핑커는 왜 존재하는가?"라고 물으면 "아무 이유도 없다"라고 말하겠습니다. 차라리 "내가 인생을 사는 동안 무슨 일을 할까"가 분별있는 질문입니다.
그가 책에서 지적하는 예술, 유머, 종교에 붙어있는 수많은 덧붙임들을 진화론적 시각에서 비판하는 주장은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철학의 의미를 부정하는 말은 공감하기 어렵다. 인간의 사유를 자연선택의 범위 내로 좁히지 않고, 또 진화론적 적응을 넘어서 존재이유를 알고자 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인생을 사는 동안 무슨 일을 할까?”라는 질문에 더욱 자유롭고 분별있는 답을 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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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동양적 사고와 맞닿아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존재의 이유를 찾아 헤매지 말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추는 실천적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