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여성들은 정말 불행했을까] ‘척’ 하는 남편을 대하는 법

고은
2022-12-24 10:32
360

1. Hey Listen Mr. Big

 

   요즘 음원 차트를 살피느라 분주하다. 4세대 여자 아이돌들의 전성기라고 떠들썩한 만큼, 나의 혼을 쏙 빼놓는 멋진 노래와 무대가 쉬지 않고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라고 화려하게 꾸민 여성 아이돌이나 여성 솔로 댄스 가수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를 비롯한 내 주변의 페미니스트 친구들은 여성 댄스 가수에 환장한다.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여성 댄스 가수의 계보를 따라가다 보면 꽤 윗자리에 이효리가 있다. 이효리는 ‘10 minutes’과 같은 섹스어필을 주 코드로 삼았는데, 3집부터 다른 색깔을 보이기 시작했다. 3집의 타이틀 곡으로는 능동적인 여성성을 주장하는 ‘U-Go-Girl’을, 후속 활동 곡으로는 남성성에 대해 질문하는 ‘Hey Mr. Big’이라는 노래를 들고나왔다.

 


'Hey Mr. Big' 뮤직비디오 장면
 

“자랑만 가득한 말마다 따분한 미래가 아득한 소년들이여
가슴이 따뜻한 생각이 반듯한 조금은 차분한 남자가 돼줘 (…)
남자의 싸움은 힘 아닌 희망이 커질 때 언제나 승리가 보여 (…)
Hey Listen Mr. Big (…)” (-'Hey Mr. Big')

 

   이효리는 이 노래를 통해 ‘척'하는 남성들에게 질문하는 당찬 여성 가수가 되었다. '훌쩍 넓어진 어깨로 죽어도 지켜줄 여자를 안길'과 같은 가사가 있다는 건 아쉽지만, 이 노래가 대중가요에 페미니즘 문화가 접목되기 이전인 2008년에 발매되었음을 감안해서 볼 필요가 있다. 노래의 주요한 흐름 속에서 화자는 마초가 되기를 자처하고 허세 부리는 것을 미덕이라고 여기는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비판하고 그런 문화에 동조하는 남성에게 자기 말을 ‘잘 들으라’고 조언한다. 남성이 ‘자랑'에 매몰되는 대신 ‘따뜻하고 반듯한 생각'을 ‘차분히' 갖기를 바란다고, 싸움을 해야 한다면 그것은 ‘힘’을 겨루는 일이 아니라 ‘희망'에 가까이 가는 투쟁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2. 안영의 마부와 그의 부인

 

   춘추시대에도 한 남성의 ‘척'을 강하게 비판했던 여성이 있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제나라 재상 안영의 마부와 그의 부인이다. 안영은 제나라의 재상, 즉 국무총리로 영공, 장공, 경공 3대에 걸쳐 제나라를 잘 이끌어간 현신으로 유명하다. 어느 날 마부의 부인이 문틈 사이로 남편의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안영이 나갈 준비를 할 때 남편인 마부 역시 수레를 준비하고 있었다. 마부는 수레에 차양을 꽂고, 네 마리 말을 몰며 의기양양한 것이 자만하는 모양이었다. 아마 자신이 대단히 높은 사람의 수레를 끈다는 사실에 심취하여 뭐라도 된 것 같이 굴었나 보다. 아내는 그런 모습이 못마땅했는지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에게 일침을 가한다.

 

   “그럴만하네요! 당신이 낮고 천한 게 말이에요.”

   “당신은 키가 팔 척이나 되는 사람이 안자[안영]를 위해 말을 모는 일을 할 뿐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오히려 의기양양하여 스스로 만족해하는 모습입니다. 저는 이 때문에 당신으로부터 떠나려 하는 것입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팩폭을 날리며, 이대로 같이 못 살겠다는 강수를 둔다. 안영은 키가 6척으로, 당시의 단위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대략 150cm 정도 된다고 알려져있다. 반면 그녀의 남편은 키가 8척으로, 대략 180cm 정도 된다고 추측할 수 있다. 키만 두고 본다면 분명 마부인 남편이 안영보다 크다. 그러나 부인이 보기에 남편은 마부의 자리에서 자만하며 허세를 부리고 있었지만, 안영은 재상의 자리에서도 겸손하고 공손하게 스스로를 낮추고 깊이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역사책인 <사기열전>에서도 안영은 오랫동안 최고의 관직 자리에 있으면서 소탈하고 바른 생활을 한 인물로 그려진다. 재상이 된 후에도 식탁에 한 가지 이상의 육류가 올라오지 않게 했고, 부인에게는 비단을 입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주1)

 

   마부는 자신의 큰 키와 안영의 마부라는 자리에 만족하며 어깨를 곧추세웠지만, 그의 아내는 남편의 자만하는 모습이 도저히 괜찮다고 할 수 없었다. 남편은 결국 아내의 말에 수긍하며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했고, 고쳐보겠다며 자신이 어떻게 해야겠냐고 질문한다. 아내는 차라리 의로움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천하게 지낼지언정, 허세와 교만을 부려 귀한 자리에 올라서는 안 된다며 겸손하게 행동할 것을 재차 강조한다. 안영의 마부는 아내의 조언을 받아들여 깊이 반성하여 도를 배워 겸손하게 행동했고 부족한 듯이 굴었다. 갑작스러운 마부의 변화를 눈치챈 안영은 어떻게 된 일인지 묻고 들은 뒤 마부를 대부로 진급시키고, 그 부인에게 ‘명부命婦’라는 호를 붙여주었다.

 

   (주1) 중국의 황희정승이랄까? ‘황희 정승네 치마 하나 가지고 세 어이딸이 입듯’이라는 속담이 생각난다. 세종이 불시에 황희정승 집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황희정승의 부인과 두 딸이 법도에 맞지 않게 번갈아 가며 인사를 올렸다. 깨끗한 치마저고리가 하나밖에 없어서 서로 옷을 번갈아 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황희정승 본인도 단벌 신사로 지냈기에, 급작스러운 왕의 호출에 미처 옷을 다 빨지 못해 솜을 입고 입궁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3. 혼내는 아내, 말 잘 듣는 남편

 

   일일드라마나 아침드라마에서 현명한 부인은 잘 웃고, 순종적이고, 내조를 잘하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이는 비단 노장년에게만 통용되는 사고가 아니다. 결혼 적령기인 내 또래 사이에서도 ‘연애할 여성과 결혼할 여성이 다르다’는 말이 레퍼토리처럼 사용된다. 결혼은 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니 순종적이고 내조를 잘해주는 여성이 ‘현명한 부인’이라는 것이다. 'Hey Mr. Big' 노래 속 화자나 안영 마부의 부인은 어떨까? 오늘날의 ‘현명한 부인’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까? <열녀전>의 저자 유향은 이 이야기의 끝에 주를 달아 마부 부인의 행동을 이렇게 해석했다.

 

   “제나라 재상의 마부 처는 남편을 도(道)로 바로잡아(匡) 주었네.”

   바로잡는다는 뜻의 ‘匡(광)’은 본래 버들이나 대로 만든 상자를 의미했다. 상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 멋대로 뻗어 있는 버들이나 대를 구부리거나 곧게 피는 작업이 필요하다. 즉, 匡의 ‘바로잡는다’는 뜻에는 제멋대로인 것을 바르게(正)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천자문>에서 匡은 최초의 패자인 제나라 환공이 혼란스러운 춘추시대 제후들을 바로잡았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했다.(桓公匡合) <열녀전>의 저자 유향은 패자가 중국 땅의 정세를 바로잡을 때 사용했던 단어를 마부의 아내에게 사용했다. 유향의 말마따나 마부의 아내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혼을 요구하며 남편의 잘못을 콕 집어 나무랐으니, 순종적이고 내조를 잘하는 오늘날 ‘현명한 아내’ 기준에 미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마부의 아내가 오늘날 ‘현명한 아내'에 들지 못한다고 해서 정말 현명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패자가 정세를 바로잡은 것이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니었듯이, 아내가 남편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단지 남편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고대 남성의 지위나 직급은 남성 개인의 것이라기보단 한 집안에 할당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부가 대부로 진급했을 때 그의 아내 또한 내명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즉 아내의 꾸지람은 비단 남편 개인을 움직인 것뿐만 아니라, 집안을 움직인 것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마부의 아내는 남편에게 투정을 부린 것도 아니고, 이혼을 빌미로 삼아 협박한 것도 아니었다. 마부의 아내는 남편의 ‘척’을 바로잡아 집안을 일으켰다.

 

   헛바람만 가득 들어 허세를 부리는 남편을 혼내고 정신 차리게 하는 아내의 모습은 마치 이효리가 ‘척'하는 남성을 비판한 것과 비슷하다. 아내는 남편에게 자만에 매몰되지 말고 겸손하게 깊이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좋은 자리에 올라 알맹이 없이 잘난척하기보단 차라리 낮은 자리에서 의로움을 영예롭게 여기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진짜 현명한 여성들은 무조건적으로 순종하거나 내조하지 않는다. 2500년도 더 전에 ‘척'하는 남편을 비판한 마부의 아내, 10년도 더 전에 ‘척'하는 남자들을 비판하는 'Hey Mr. Big' 속의 화자, 그리고 오늘날 또다른 현명한 여성들이 집안을 일으키고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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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읽기 소설을 읽읍시다
'인생'이란 '허무'를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어째서 '허무'가 문제가 되는가?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죽고 난 후에는, 흙과 먼지가 되고 만다. 죽음은 생(生)에 대한 모든 감각을 유지시켜 주던 의식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기억과는 별개로 죽은 자 자신에게 그의 삶은 완벽한 '무의미'가 되고 만다. 살면서 누렸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죽음'을 바로 곁에 두고 사는 것은 고통스럽다. '허무'는 생生의 옷을 입고 나타난 '죽음'이다. 쾌락을 추구하고, 성취를 갈망하고, 철저한 소명의식을 마음속에 품고, 안간힘을 쓰면서 생의 기록을 남기는 이 모든 인간적인 행위들의 이면에는 어찌 할 수 없는 근본적인 '허무', 존재가 흩어져버리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망각하지 않고서는 삶을 지속할 수가 없다.     『존재하지 않는 기사』가 다루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이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존재하지 않는 기사' 아질울포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한다. 시작부터 역설이다. 그가 입고 있는 하얀 갑옷 속에는 정작 갑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없다. 오로지 갑옷이 말하고, 갑옷이 움직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는 '갑옷'조차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자', 아질울포의 '정체'는 그 자신의 '고유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순결을 잃을 뻔 한 귀족 처녀를 구해내고 받은 기사작위, 기사로서 걸치고 있는 갑옷, 기사로서 얻은 전쟁에서의 공훈만이 '존재하지 않는 기사' 아질울포의 '존재'를 드러낸다. 아질울포가 진짜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하는 것을 묻지는 말자. 차라리 여기서 물어야 할 것은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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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군
2023.05.16 | 조회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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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2022.12.24 | 조회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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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은
2022.12.13 | 조회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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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2022.10.08 | 조회 402
지난 연재 읽기 다른 20대의 탄생
* 한자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세계를 엿보는 것이 재밌고 즐겁습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또래들과도 한자의 세계를 만나고 싶습니다. 이 시리즈는  '2022 청년 책의 해'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한자를 통해 바라보는 계절과 절기의 이야기를 전하는 연재글입니다.                 1.       살아가면서 가끔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생각보다 등산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에는 도대체 왜 등산을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등산에 재미를 느끼는 내 모습이 낯설기도 하다. 이렇게 등산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산의 풍경 때문이다. 똑같은 산길을 걸어도 계절마다 다른 모습 때문에 지겹지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새잎이 피어나는 봄, 강렬하게 푸르른 초록색을 느낄 수 있는 여름,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가을, 고요한 침묵을 느낄 수 있는 겨울. 계절마다 바뀌는 그 풍경을 거니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와는 다르게 등산을 좋아하지도, 산의 풍경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계절의 변화가 일상에 활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는 거다. 가까운 친구는 날씨와 계절이 일정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그 친구에게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그저 사계절의 단점이 모두 모여있는 것으로 보였다.      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만큼 계절의 변화를 재미있게 생각할 거라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 정도로 부정적으로...
* 한자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세계를 엿보는 것이 재밌고 즐겁습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또래들과도 한자의 세계를 만나고 싶습니다. 이 시리즈는  '2022 청년 책의 해'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한자를 통해 바라보는 계절과 절기의 이야기를 전하는 연재글입니다.                 1.       살아가면서 가끔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생각보다 등산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에는 도대체 왜 등산을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등산에 재미를 느끼는 내 모습이 낯설기도 하다. 이렇게 등산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산의 풍경 때문이다. 똑같은 산길을 걸어도 계절마다 다른 모습 때문에 지겹지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새잎이 피어나는 봄, 강렬하게 푸르른 초록색을 느낄 수 있는 여름,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가을, 고요한 침묵을 느낄 수 있는 겨울. 계절마다 바뀌는 그 풍경을 거니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와는 다르게 등산을 좋아하지도, 산의 풍경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계절의 변화가 일상에 활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는 거다. 가까운 친구는 날씨와 계절이 일정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그 친구에게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그저 사계절의 단점이 모두 모여있는 것으로 보였다.      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만큼 계절의 변화를 재미있게 생각할 거라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 정도로 부정적으로...
동은
2022.09.16 | 조회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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