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 김종철샘과 파르헤지아

요요
2015-09-1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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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선생님을 2주 연이어 뵈면서 의외의 모습에 놀랐습니다.

농담도 잘 하시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어 스스로를 디스하기도 하십니다.

그래서 웃고 또 웃었습니다.

그러나.. 하신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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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핫이슈인 창비의 백낙청선생과의 인연을 가볍게 스치듯 이야기하셨지만

저는 그 속에는 참 많은 것들이 함축되고 생략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뭐랄까. 무상한 변화의 이치에 대한 안타까움과 깨달음이라고 할까요? 

세상 모든 것은 변하는 법.. 선생님의 나이가 되면 저도 더 잘 알게 될까요? 

긴세월 함께 해온 사람들이지만 또한 조금씩 달라진 사람들과 세상에 대해 느끼는 복잡하고 오묘한 감정과 판단을..

원칙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그랬습니다.

원칙만을 이야기할 것 같은 지사타입의 선생님이 경험의 가치를 말하시다니!

며칠 전 소학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납니다.

선배들은 일을 꼼꼼하고 치밀하게 처리하지만 후배들은 빠뜨리고 놓친다는 구절이었습니다.

경험이란 우리의 능력을 키우기도 하고, 우리를 꼰대로 만들기도 하지요.

두고두고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나에게 경험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첫날 강의가 그리스 민주주의였다면 두번째 강의는 덴마크 민중의 힘이었습니다.

사실 두번의 선생님 강의의 핵심을 한 마디로 하면 바로 민중의 힘이겠지요.

민중 스스로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조직하는 힘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덴마크에 대해서는 언젠가 이계삼 선생님의 책에서도 소개가 되어 있어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만

그 부분은 휘리릭 읽고 말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마 사람들이 이것이 희망이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한 때의 유행같아서 

의도적으로 피하고 싶었나 봅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배우려는 자세가 부족했던 게지요.^^

그런데.. 선생님의 덴마크 이야기의 결론은 좀 색달랐습니다.

아나키스트적 지향으로 살아온 선생님이 덴마크를 알아가면서

'국가의 인간화'를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제게는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세월호를 통해 국가와 지도자의 무능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면서

아마 선생님은 국가의 인간화라는 문제에 천착하게 된 것은 아닐까

혼자서 짐작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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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날 질문을 통해서 말씀드렸지만 국가의 인간화도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는 제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지만

내 삶을 바꾸는 것과 국가를 바꾸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들으니

요즘 선생님이 시민의회와 선거법개정 등에 대해 계속 쓰시는 것이 더 잘 이해가 되었습니다.

요즘 유럽에서 시리아 난민문제가 뜨겁습니다.

최근 덴마크에는 보수적인 정부가 들어서서 난민문제에 대해 아주 소극적이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선생님의 강의에서 덴마크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 기사가 제 눈에 들어왔겠지요.

덴마크에 대해 전혀 몰랐다면 그 기사를 저는 어떻게 읽었을까요? 

아마 혀를 끌끌차고 말았겠지요. 아는 것이 힘이 됩니다.ㅎㅎ

권력이란 무엇인가, 민중의 힘이란 무엇인가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선생님이 강조한 것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는 '말'이라는 것,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

정의란 대화와 토론의 결과이지 선험적 진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두고두고 깊이 생각해 보려 합니다.


늘 읽고, 쓰는 삶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애쓰는 선생님을 뵈어서 참 좋았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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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2015-09-14 03:56

    저는 김종철선생님께서 경향에 기고하시는 수하한화를 읽으며 칼날을 느꼈었거든요...

    첫날은 어? 상상과 다르신 모습? 했는데...^^;;

    둘째날은 역시! 글과 똑같으시구나...했어요 ^^*

    단어 하나 헛으로 쓰지 않으시는 그 힘은 무엇일까? 존경스럽습니다.

    녹색평론을 찾아 읽어야 할까요?

    요요쌤의 섬세한 후기에 또다시 가슴이 따뜻해집니다~감사합니다.

  • 2015-09-14 10:41

    2,30년대 잡지를 보면 덴마크는 丁末이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삼천리>인가에는 '정말체조교본' 통신판매 같은 광고도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틀릴지도 모릅니다. 하도 오래 전이라 가물가물...)

    우리가 70년대까지 학교에서 했던 '국민체조'의 원형이 바로 '정말체조'입니다.

    김활란의 전공이 농촌문제인데 (미국에서 이걸로 박사 땄습니다.)  30년대에 덴마크를 시찰하고 와서 농촌계몽운동과 협동조합운동을 펼칩니다. (사실 4H클럽이나 새마을운동도 일종의 협동조합운동 아닐까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김활란은 친일로 돌아섰고, 4H나 새마을운동은 국가동원사업이 되었습니다.

     

    전 최근의 덴마크 붐에 대해 좀 '시니컬'했었는데, 어쩌면 그 이유가 위와 같은 역사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김종철샘이 덴마크 이야기를 많이 하시니, 공부를 하긴 해야 할 것 같아요.

     

    하긴,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은 우리랑 시스템이나 라이프스타일이 엄청 다르긴 다른 것 같더라구요.

    예전에 덴마크를 가서 받았던 첫 인상은 '깜깜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코펜하겐은 한 나라의 수도인데도 저녁이 되자 어두컴컴했습니다. 길도 음식점도 대체로 어두웠습니다.

    '불야성'이 없는 것이지요. 아니면 '저녁이 있는 삶'? ㅋㅋㅋㅋ....

    (전기도 별로 안 쓰는 것처럼 보이던데...ㅋㅋㅋ....그런데도 원자력발전을 두고 나라가 쪼개질 정도로 토론했었다니...나 원 참!!)

     

    • 2015-09-15 09:54

      '정말'...ㅎㅎ 중국발음으로 읽으면 "딩뭐'가 된답니다.

      좀 비슷해지죠?

      참고로 지금은 '丹麥 ' 이라고 쓰고 '딴마이'라고 읽습니다.  ㅋ~

  • 2015-09-15 17:49

    아는 만큼 생각의 깊이만큼 들리는 것인가봅니다.

    요요샘의 후기에 깜딱 놀라고 맙니다.

    이성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우리가 힘을 가질 수 있고,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들이 생기길 바랍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