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읽기 차명식의 책읽습니다
    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책 읽습니다④ 학교가 만들어내는 ‘바보’ 존 테일러 개토, 『바보 만들기』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0.     이쯤에서 슬슬 학교 제도에 대한 나의 견해를 고백해야 할 것 같다. 『사랑의 학교』 대신 『수레바퀴 아래서』를 고른 시점에서 이미 들통 났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나는 학교 제도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몇몇 교사들의 인성이나 도저히 ‘구제가 불가능한’ 몇몇 학생들을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가 만들어질 때부터 내재되어 있는 태생적인 결점들에 대하여 말하려는 것이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그래서 대체 – 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질문을 던질 때에는 매우 조심스러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근본적인 지점을 건드리는 질문이고, 까딱하면 질문하는 사람이 얼간이로 여겨지거나 질문을 듣는 사람을 얼간이로 여긴다고 오해받을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불쾌감부터 느끼지 않도록,...
    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책 읽습니다④ 학교가 만들어내는 ‘바보’ 존 테일러 개토, 『바보 만들기』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0.     이쯤에서 슬슬 학교 제도에 대한 나의 견해를 고백해야 할 것 같다. 『사랑의 학교』 대신 『수레바퀴 아래서』를 고른 시점에서 이미 들통 났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나는 학교 제도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몇몇 교사들의 인성이나 도저히 ‘구제가 불가능한’ 몇몇 학생들을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가 만들어질 때부터 내재되어 있는 태생적인 결점들에 대하여 말하려는 것이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그래서 대체 – 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질문을 던질 때에는 매우 조심스러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근본적인 지점을 건드리는 질문이고, 까딱하면 질문하는 사람이 얼간이로 여겨지거나 질문을 듣는 사람을 얼간이로 여긴다고 오해받을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불쾌감부터 느끼지 않도록,...
차명식
2018.06.04 | 조회 938
지난 연재 읽기 플라톤이 돌아왔다
[플라톤이 돌이왔다 1회] 아포리아, 생각할 준비가 되었나요?           문탁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지 어느새 9년째다. 시간은 정말 자~알 간다. 정신없이 후딱 지나갔다 세미나에서 오고간 말들을 모아서 ‘10주년 자축이벤트’를 준비중이다. 거기엔 분명 당신의 생각도 단팥빵의 앙꼬처럼 들어있다는 사실을 이 연재를 통해 확인해보시라                        글 :  새털         문탁샘도 아닌데 문탁에 왔더니 ‘쪼는’ 인간으로 살고 있다 요즘 먹고 사는 시름에 젖어 ‘쪼는 각’이 좀 둔탁해졌다 예리해져서 돌아갈 그날을 꿈꾸며 옥수수수염차를 장복하고 있다                        1. 천재소녀의 OMR카드를 공유하라, 영화 <배드 지니어스>(2017년)    약속시간에 쫓겨 지하철을 타러 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교통카드를 찍자마자 전력질주로 계단을 내려가지만 전동차의 문은 곧 닫히려 한다. 탈 수 있을 것인가 못 탈 것인가? 미쳐버릴 것 같은 ‘0.0000......1초’의 짜릿함을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약속에 늦는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는데, 배터리는 간당간당하고 신호가 잡히지 않아 머릿속이 하얗게 ‘번-아웃(burn-out)’되는 불안과 초조함 또한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이런 건 어떨까? 지우개로 컨닝페이퍼를 만들어 고사장에 들어갔을 때 빠른 비트로 쿵쾅거리는 심장의 박동수. 부정행위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의 긴장감. 상상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른다.    2017년 11월에 개봉한 태국영화 <배드 지니어스>는 보는 내내 심장이 쫄깃해지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시험...
[플라톤이 돌이왔다 1회] 아포리아, 생각할 준비가 되었나요?           문탁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지 어느새 9년째다. 시간은 정말 자~알 간다. 정신없이 후딱 지나갔다 세미나에서 오고간 말들을 모아서 ‘10주년 자축이벤트’를 준비중이다. 거기엔 분명 당신의 생각도 단팥빵의 앙꼬처럼 들어있다는 사실을 이 연재를 통해 확인해보시라                        글 :  새털         문탁샘도 아닌데 문탁에 왔더니 ‘쪼는’ 인간으로 살고 있다 요즘 먹고 사는 시름에 젖어 ‘쪼는 각’이 좀 둔탁해졌다 예리해져서 돌아갈 그날을 꿈꾸며 옥수수수염차를 장복하고 있다                        1. 천재소녀의 OMR카드를 공유하라, 영화 <배드 지니어스>(2017년)    약속시간에 쫓겨 지하철을 타러 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교통카드를 찍자마자 전력질주로 계단을 내려가지만 전동차의 문은 곧 닫히려 한다. 탈 수 있을 것인가 못 탈 것인가? 미쳐버릴 것 같은 ‘0.0000......1초’의 짜릿함을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약속에 늦는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는데, 배터리는 간당간당하고 신호가 잡히지 않아 머릿속이 하얗게 ‘번-아웃(burn-out)’되는 불안과 초조함 또한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이런 건 어떨까? 지우개로 컨닝페이퍼를 만들어 고사장에 들어갔을 때 빠른 비트로 쿵쾅거리는 심장의 박동수. 부정행위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의 긴장감. 상상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른다.    2017년 11월에 개봉한 태국영화 <배드 지니어스>는 보는 내내 심장이 쫄깃해지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시험...
새털
2018.05.30 | 조회 805
지난 연재 읽기 다른 20대의 탄생
다른 20대의 탄생     대학을 안 가고, 못 가고, 자퇴한 우리들의 이야기. 학교를 관두라는 말, 직장을 관두라는 말은 많지만 어떻게 살라는 말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다른 20대의 탄생’은 세 명의 20대가 공동체의 경험을 통해 질문들을 던지고 길을 찾아가는 구체적인 과정을 담은 글이다.       다른 20대의 탄생 #05 참견의 힘                    글 : 김고은 (길드;다)      똑똑이가 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헛똑똑이가 되지 않기 위해 공부한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그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공부한다.                           문탁 네트워크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들어온 내게 내려진 첫 미션은 ‘수행’이었다. 수행승도 아닌 내게 수행이라니, 이게 웬 말인가! 사실 이 수행은 내가 아닌, 나와 동갑내기 친구 동은이에게 내려진 지령이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동은이에게 문탁쌤이 말했다. “100일 동안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만 하면 너는 곰에서 사람이 될 수 있어.” 그런데 때마침 동은이와 또래인 내가 대학을 자퇴하고 갈 곳이 없어졌으니, 나도 수행에 동참해보라는 제안을 받게 된 것이다.         1. 쓰레기봉투만 찾지 못한 게 아니라    수행 하루 일과는 아주 단출하다. 아침 아홉 시까지 문탁 네트워크에 도착하기 위해 일곱 시 반쯤 집에서 나온다. 보통은 한 시간 남짓이면 공간에 도착하지만,...
다른 20대의 탄생     대학을 안 가고, 못 가고, 자퇴한 우리들의 이야기. 학교를 관두라는 말, 직장을 관두라는 말은 많지만 어떻게 살라는 말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다른 20대의 탄생’은 세 명의 20대가 공동체의 경험을 통해 질문들을 던지고 길을 찾아가는 구체적인 과정을 담은 글이다.       다른 20대의 탄생 #05 참견의 힘                    글 : 김고은 (길드;다)      똑똑이가 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헛똑똑이가 되지 않기 위해 공부한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그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공부한다.                           문탁 네트워크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들어온 내게 내려진 첫 미션은 ‘수행’이었다. 수행승도 아닌 내게 수행이라니, 이게 웬 말인가! 사실 이 수행은 내가 아닌, 나와 동갑내기 친구 동은이에게 내려진 지령이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동은이에게 문탁쌤이 말했다. “100일 동안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만 하면 너는 곰에서 사람이 될 수 있어.” 그런데 때마침 동은이와 또래인 내가 대학을 자퇴하고 갈 곳이 없어졌으니, 나도 수행에 동참해보라는 제안을 받게 된 것이다.         1. 쓰레기봉투만 찾지 못한 게 아니라    수행 하루 일과는 아주 단출하다. 아침 아홉 시까지 문탁 네트워크에 도착하기 위해 일곱 시 반쯤 집에서 나온다. 보통은 한 시간 남짓이면 공간에 도착하지만,...
김고은
2018.05.20 | 조회 829
지난 연재 읽기 차명식의 책읽습니다
    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③ 삶이라는 ‘가르침’ 김명길, 『학교는 시끄러워야 한다』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0.     『학교는 시끄러워야 한다』는 봄에 읽은 책들 중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책이었다. 나이 든 교사가 교직 생활을 되돌아보며 쓴 수기라는 점에서는 『학교의 슬픔』과 같지만, 아이들은 프랑스 선생님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보다는 우리나라 선생님의 우리나라 학교 이야기를 더 즐거워했다. ‘우리 학교에도 이런 선생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은 이 말을 참 많이도 했다. 그래서인지 마음에 드는 구절로 골라온 부분도 서로 비슷비슷했다. 몇 명이나 되는 녀석들이 똑같은 부분을 골라왔다. 바로 이 부분이다.     「수진이는 영어 심화반에 편입되었다. 안 한다는 것이 통하지 않는 이 학교에서 수진이 뜻과는 상관없이 수업을 받아야만 했는데, 이 금액은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바로 오늘이 그 돈을 내는 날이고, 액수는 3만 5천원이다.   그런데 수진이네는 그 돈조차...
    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③ 삶이라는 ‘가르침’ 김명길, 『학교는 시끄러워야 한다』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0.     『학교는 시끄러워야 한다』는 봄에 읽은 책들 중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책이었다. 나이 든 교사가 교직 생활을 되돌아보며 쓴 수기라는 점에서는 『학교의 슬픔』과 같지만, 아이들은 프랑스 선생님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보다는 우리나라 선생님의 우리나라 학교 이야기를 더 즐거워했다. ‘우리 학교에도 이런 선생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은 이 말을 참 많이도 했다. 그래서인지 마음에 드는 구절로 골라온 부분도 서로 비슷비슷했다. 몇 명이나 되는 녀석들이 똑같은 부분을 골라왔다. 바로 이 부분이다.     「수진이는 영어 심화반에 편입되었다. 안 한다는 것이 통하지 않는 이 학교에서 수진이 뜻과는 상관없이 수업을 받아야만 했는데, 이 금액은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바로 오늘이 그 돈을 내는 날이고, 액수는 3만 5천원이다.   그런데 수진이네는 그 돈조차...
차명식
2018.05.07 | 조회 885
지난 연재 읽기 남어진의 밀양통신
  활동가가 아닌 삶           글 : 남어진        안녕하세요. 저는 남어진이라고 합니다. 2013년 10월 공사가 들어왔을 때, 학교 그만두고 밀양에 왔다가 눌러 앉았습니다. 얼마 전까지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 일했고, 지금은 노가다일을 합니다만,  여전히 탈핵 탈송전탑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일터가 바뀌었다. ‘밀양765kV송전탑 반대대책위 상근 활동가’ 일이 끝났다. 세상 돌아가는 소음과는 멀어졌고 기계소음이 가득한 곳과는 가까워졌다. 백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돈벌이가 필요해 공사 현장을 나가고 있다. 항상 마음이 시끄럽고 아팠는데, 이제는 귀가 시끄럽다. 망치로 손을 때리고, 부러진 칼날을 뽑아내다 베이기도 하며 일을 배운다. 요령이 없는 초보는 몸이 고생이다. 그날 공정에 따라서 아픈 부위는 달라진다. 짐통에 시멘트를 져 나르는 날에는 어깨가 아프고, 석고보드를 하루 종일 붙이는 날에는 팔뚝이 아프다. 한 순간만 방심하면 크게 무언가 잘못되는 것 말고는 대책위 일과는 비슷한 점이 전혀 없는 곳이다. 실수하면 큰소리가 날아오고, 긴장 가득하다. 그래도 매일 10만원이 생기고, 누군가 살 집을 짓는 매력 있는 일이니 즐겁다.    대책위를 그만두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할 일이 몇 번 있었다. 나를 무엇이라고 소개할지 망설여지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밀양 대책위 활동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송전탑 반대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할까 하다가 그냥 “노가다 하러 다닙니다.”...
  활동가가 아닌 삶           글 : 남어진        안녕하세요. 저는 남어진이라고 합니다. 2013년 10월 공사가 들어왔을 때, 학교 그만두고 밀양에 왔다가 눌러 앉았습니다. 얼마 전까지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 일했고, 지금은 노가다일을 합니다만,  여전히 탈핵 탈송전탑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일터가 바뀌었다. ‘밀양765kV송전탑 반대대책위 상근 활동가’ 일이 끝났다. 세상 돌아가는 소음과는 멀어졌고 기계소음이 가득한 곳과는 가까워졌다. 백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돈벌이가 필요해 공사 현장을 나가고 있다. 항상 마음이 시끄럽고 아팠는데, 이제는 귀가 시끄럽다. 망치로 손을 때리고, 부러진 칼날을 뽑아내다 베이기도 하며 일을 배운다. 요령이 없는 초보는 몸이 고생이다. 그날 공정에 따라서 아픈 부위는 달라진다. 짐통에 시멘트를 져 나르는 날에는 어깨가 아프고, 석고보드를 하루 종일 붙이는 날에는 팔뚝이 아프다. 한 순간만 방심하면 크게 무언가 잘못되는 것 말고는 대책위 일과는 비슷한 점이 전혀 없는 곳이다. 실수하면 큰소리가 날아오고, 긴장 가득하다. 그래도 매일 10만원이 생기고, 누군가 살 집을 짓는 매력 있는 일이니 즐겁다.    대책위를 그만두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할 일이 몇 번 있었다. 나를 무엇이라고 소개할지 망설여지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밀양 대책위 활동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송전탑 반대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할까 하다가 그냥 “노가다 하러 다닙니다.”...
밀양통신
2018.05.01 | 조회 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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