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 예술1회] 가랑비에 옷 젖듯 한자를, 雨

동은
2023-04-2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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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랑비에 옷 젖듯 한자를, 雨

 

동은

 

 

 

1. 연필을 부러뜨리고 머리를 쥐어 뜯게 만든 한자

 

   17살 여름, 한자능력검정시험 4급을 땄다. 8급부터 4급까지 누적되는 시험 출제범위가 딱 1000자였에 나는 그 날부터 한자 1000자를 외운 사람이 되었다. 물론 국가공인으로 인정되는 급수는 아니었지만 1000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은 상당했다. 그 무게를 들어 올린 내가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지금까지 한자를 통해 겪었던 고통을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였다.

   언제부터 한자를 배웠는지 기억을 거슬러 가보면, 미취학 아동 시절 때부터 외우느라 끙끙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만 해도 한자 공부를 시키는 건 드문 일이었다. 어느 학원에서는 영어발음을 위해 혀뿌리를 자르게 한다는 이야기가 들렸을 정도로 영어공부에 열을 올리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엄마가 대세를 거스르고 나를 서예학원에 보냈던 이유를 유추해보자면 아무래도 나의 산만함이 원인이었다. 먹냄새라도 맡으면서 사자소학이라도 읽고 내가 제발 조금이라도 차분한 애가 되길 바라셨던 것 같다.

   서예학원에 가면 한자를 급수 순서로 빼곡하게 채워 코팅한 책받침을 줬다. 갈 때마다 그 책받침에 표시를 해 가면서 그 날 외워야 하는 한자를 할당해줬다. 오늘은 쇠 금金까지, 내일은 군사 군軍까지... 피아노 학원 원장님, 태권도 학원 사범님, 가리지 않고 수다를 떨 수 있었던 나였지만, 서예학원의 할아버지 선생님은 제발 입 좀 다물라고 꿀밤을 때리셨기 때문에 나는 가능한 한 빨리 한자를 외워서 학원을 탈출해야 했다. 어쨌든 몇 번의 이사를 다니면서도 꾸준히 한자학원에 다녔고 한자학원에 더 다니지 않게 되었어도 엄마는 계속 나에게 한자를 외우게 했다. 물론 나도 한자를 외워야 자유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꾸역꾸역 한자노트 칸을 채웠다.

   당연하지만 점점 한자를 외우는 것은 어려워졌다. 급수가 올라갈수록 복잡해지고 비슷한 형태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쉽게 외워지지도 않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옛말(도대체 지아비라는 말을 외워서 어디에다 쓰는가?)을 반복하고 있자니 노트 표지만 봐도 열불이 일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산만한 애를 앉혀놓고 차분하게 외우라 하니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외우기 싫다고 엉엉 우는 건 물론, 제 분을 못 이겨 연필을 부러뜨리고 급기야 교재를 찢기도 했다. 씩씩대며 화가 난 나에게 엄마는 한자공부는 너한테 꼭 필요하다는 말로 설득했지만 나는 도대체 세상에 필요 없는 공부가 어디 있냐며 빽 소리를 질렀다.

 

 

 

추억의 코팅 책받침

 

 

  2. 이야기로 한자와 만나다

 

   외국어 능력이 능통했던 우리 언니는 고등학생때부터 일본어 능력 시험(JLPT시험)을 준비했다. 일어한자를 외우기 위해서 과외를 받았었는데 그때 겸사겸사 나도 끼워서 한자과외를 받았던 적이 있다. 수학도, 과학도, 국어도 아닌 한자 과외라니. 아무 기대가 없이 시작했지만 지금까지도 선생님이 했던 설명이 떠오른다.

 

"이건 특별할 특特이야. 왜 특별할까? 소牛가 절寺에 다녀오니 특별한 소인거지!"

"그럼 때 시時에는 왜 절寺이 들어가는 걸까? 왜냐하면 날日이 밝을 때마다 종을 울리던 곳이러서 그렇지. 그래서 시간을 나타내는 글자가 된 거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선생님의 설명은 형성자나 회의자에 포함된 한자를 이용해 형태나 뜻을 풀이하는 흔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통으로 외우기만 할 줄 알았던 나에게 굉장히 파격적이고 새로운 설명법이었다. 나는 조금씩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왜 의원 의醫는 왜 술이 들어가요?', '사랑 애愛에는 왜 손톱이 있는 거에요?' 그렇게 몇 번 수업을 들으니 한자 안에서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선생님의 설명은 탁월할 때도 있었지만 억지로 연결지어 수상쩍은 적도 많았다. 그럴 때면 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때로는 조각조각으로 나누어 풍경으로 보기도 하고 때로는 한자의 형태를 비틀어 내 마음대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나는 정말 무작정 한자를 쓰는 법과 뜻, 음만 외워온 것이다. 한자로 이야기로 만들어낸 선생님의 설명은 한자를 보는 내 눈을 틔워주기에 충분했다. 한자공부는 엄마의 바람대로 산만한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했지만, 그 산만함은 다르게 발휘되었던 것 같다.

   '물고기 어魚는 왜 이런 모양이 된 걸까? 아래의 점들은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모습일지도 몰라. 손手과 털毛은 왜 이렇게 된 거지? 사슴 록鹿은 뿔모양을 본 뜬게 아닐까?' ...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상상들이 실제 한자 형성 과정과 유사하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훨씬 나중 일이었다. 그 이후로도 한자를 익혔는데,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었지만 단 한가지, 영어단어를 외우는 것보다 한자 외우는 게 훨씬 나아졌다.

   시간이 흘러 인문학공동체에서 <천자문>이나 <논어>같은 동양고전 원문을 읽게 되었을 때, 내 지난했던 한자공부는 다시 빛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한문보다는 한자 하나 하나가 실제로 사용되었다는 것에 더 눈을 반짝였다. 그 한자가 왜 그 자리에 있는 것인지, 무슨 의미로 쓰이는 것인지...! 한자를 다시 만나게 된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는 것으로 하고, 이제 처음 <한문이 예술>을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3. 한자는 왜 배우는 걸까?

 

   흔히 한자를 배우는 이유로 어휘력을 꼽는다. 한자를 배우면 그 다양한 용례를 통해 자연스럽게 단어를 이해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한자를 배우는 이유를 실감한 건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였다. 중학교부터 과목마다 시험을 보기 시작하면서 한자가 평균 점수를 깎아 먹는 주범이 된 것이다. 나에게 한자는 거저먹는 문제였기에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국어 시험에서 꼭 한두 개씩 나오는 한자 문제를 속수무책으로 틀리는 것을 보고 상식이 없냐면서 그 앞에서 모처럼 주름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체적인 정답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찍어서 맞으면 운이 좋은 거고, 틀렸다면 아쉬운 정도의 점수였을 뿐이었다.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머리에 욱여넣는 공부는 당연히 괴롭다. 학교공부라는게 암기가 전부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한자는 특히 더 실용성을 느낄 수 없었다. 자기 이름 석자 이외의 한자를 언제 쓰겠는가. 한자는 점수를 많이 얻을 수 있는 과목도 아니었기 때문에 성적을 위한 공부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미술이나 음악, 체육같은 예체능 과목도 아니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괴로워 하면서 한자를 공부했던 것일까? 엄연히 하나의 교과목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한자였지만, 우리말이라고도 할 수 없고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한자를 왜 힘들게 외워왔던 것이까? 다 알아야 한다는 상식을 위해서? 혹은 남들보다 조금 더 나은 교양을 쌓기 위해서? 어부漁夫의 부夫가 지아비 부夫라는 것을 맞추기 위해서?(지아비는 정말 이런 데나 쓰였다!) 상당히 혼란스러웠지만 이미 오랫동안 한자를 익혀오며 급수 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그 흐름에 관성적으로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오랫동안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게 굉장히 괴롭지도 않았다. 한자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거나 나를 너무나 힘들게 만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단지 그 답을 찾기 전까지 오랫동안 답답했을 뿐이다.

 

 

 

 

   때문에 <한문이 예술>을 준비 할 때 [왜 한자를 가르쳐야 할까?]에 대해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과는 그런 답답함을 남기고 싶지 않았고, 특히나 절대 급수 중심 한자 암기 수업은 하고 싶지 않았다. 첫 수업을 준비하는 몇 달 동안, 어떤 한자를 처음 만나면 좋을지 고민하다 한자 비 우雨를 찾아냈다.

 

 

4. 처음 한자와 만난다면 이것으로

 

   처음 아이들과 만났던 건 뜨거운 여름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우리가 수업을 할 때마다 새벽에 촉촉한 비가 내렸다. 강수량이 가장 많은 여름에 아이들과 비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순히 시기적으로 이 한자를 고른 것은 아니었다. 雨는 상형자로 어렵지 않게 빗방울이 내리는 비의 형상을 글자 속에서 떠올릴 수 있다. 그뿐인가, 雨비는 눈 설雪, 구름 운雲처럼 다른 글자와 합쳐져 날씨를 의미하는 부수로 쓰이기도 하며 전기 전電의 경우에는 회의자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자를 통해서 아이들과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조자造字의 원리가 아니라 아주 오래 되어서 알 수도 없는 옛날 이야기였다. 한자가 만들어진 역사에서 가장 초기를 살펴보면 아주 단순한 형태에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기에 만들어진 한자들은 대부분 그 모습을 그대로 본 뜬 상형자 대부분은 하늘에 떠있는 해日와 달月, 마시는 물水과 몸을 데우고 음식을 만드는 불火처럼 우리 주변에서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로 만들어져있다.

 

 

비의 다양한 형태들

 

 

   비雨 또한 빗방울이 내리는 모습으로부터 만들어졌는데, 오랫동안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비가 내리거나 번개가 치거나, 눈과 우박이 내리고 구름이 가득해지는 모든 일과 연관되어 날씨를 상징하는 글자로 확장되었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사람들이 어떤 기준으로 기상현상을 구분했고, 그 현상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알 수 있다. 눈 설雪의 경우에는 눈을 쓸어내는 싸리빗자루를, 번개 전電은 길게 내리뻗는 번개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고, 그리고 기우제 우雫는 가뭄에 비가 내리길(下) 바라며 만들어졌다. 이 외에도 구름 운雲, 장마 림霖 모두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는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하늘을, 날씨를 바라보는 시야가 어떻게 확장되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절대로 정확히 알 수 없는 고대 세상에 대해 한자라는 단서를 통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내리는 비를 통해서 고대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갈 수 있었다.

 

 

5.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한자 공부

 

   수업에서 배우는 모든 한자가 '쓸모 있는', 그러니까 사용되고 있는 한자는 아니었다. 기우제 우雫는 더이상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자를 외우는 건 별로 소용이 없다. 대신 雨가 들어간 다양한 한자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농경사회에서의 비와 오늘날의 비가 무엇이 다른지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雨가 확장되어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자기만의 경험을 담은 새로운 한자를 만들도록 했다. 아이들은 어렵지 않게 비맞을 우, 비오는 날 지렁이를 본 기억을 되살려 지렁이 밟을 우,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날씨로 만든 구름 많을 우… 아이들은 어렵지 않게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다. 기후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雨의 활용법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 정도면 한자와 아주 훌륭한 첫 만남이었다.

   이후로 몇 년간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지금까지 내가 한자 공부에 대해 갖고 있던 답답함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다. 한자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공부가 가능하다는 것! 고대의 시선을 600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유지하고 있는 문자이기에, 오늘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오늘날 내가 한자를 공부하는 이유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과거를 통해 오늘날을 이해하고, 더 풍부한 의미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상식과 교양을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한자 공부가 되었으면... <한문이 예술>은 아이들과 조금씩이라도 그런 공부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됐다.

 

 

첫 수업 모습!

 

댓글 9
  • 2023-04-21 17:56

    오! 재미있군, 재미있어!!
    동은샘의 <한문이예술> 수업을 듣고 싶어지는 글이에요.^^

    • 2023-04-22 06:35

      저두요!!^^

  • 2023-04-21 20:48

    길라임................아니, 아니, 동은이는 언제부터 이렇게 잘 썼나? ㅋㅋㅋㅋㅋㅋㅋㅋ
    (드뎌, 나의 숙원이 풀리려나^^)

  • 2023-04-21 21:01

    저와 달리 한자 공부에 족보가 있으시네요..^^
    제가 바로 다른 공부를 다 해도 한자만은 죽어라 틀렸던 그 친굽니다요 후후

  • 2023-04-23 07:13

    그러게요. 한자공부의 시작이 이렇게 오래 됐다니!!!!!
    나뭇잎으로 아이들과 수업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ㅎㅎㅎ
    멋지네요~~

  • 2023-04-24 09:33

    예술프로젝트에서 한자로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을 때 엄청 신기했는데 오래된 내력이 있었구나^^ 넘 재미있게 읽었음!!

  • 2023-04-24 13:40

    한자 급수 시험, 한 때 유행이었다.~
    요즘 공부방에서 자주 보는 동은, 앞으로의 글도 기대 된다.

  • 2023-04-25 16:10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시간들이 드디어 한 데 엮이면서 빛을 발하는 것 같네요ㅎㅎ

    글 재미있을 有~

  • 2023-07-18 23:36

    한자에 대해 재미있고 편한하게 접근을 하고 읽는 내내 머리속에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고 떠오르게 하는, 참 잔잔한 글인것 같아요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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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엄마를 돌보는 중이다 『어머니를 돌보다』(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돌베개)를 읽고   일어나보니 5시 40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30분쯤 명상을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엄마는 아직 주무시고 계신다. 살펴보니 오른쪽 손이 많이 부어 고무장갑 손가락처럼 팽팽하다. 손가락을 주무른 후 주무시고 있는 엄마 몸을 왼쪽으로 돌려본다. 혹시나 좀 나을까 하고. 엄마 식사준비를 해놓고 가보니 일어나시려는 중이다. 요즘 들어 일어나고 걷는 게 더 힘들어지셨다. 가능하면 혼자 하실 수 있게 기다리는데, 이제는 거의 혼자 하기는 힘들다. 부축을 해서 몸을 일으켜 세워도 제대로 앉아있지를 못하신다. 한 팔로 등을 받치고 다른 팔로 다리를 침대에서 내린다. 엄마 팔 아래에 내 팔을 넣고 부축해 일어나게 한 후 보행기에 의지해 화장실로 간다. 화장실 입구에서 보행기를 치우고 여기저기 부착해놓은 손잡이를 잡고 변기까지 가서 겨우 앉으신다. 그 모든 과정에 내가 손을 놓으면 안 된다. 화장실에서 나와 보행기를 잡으려는 순간 엄마가 주저 않으셨다. 내가 한 팔을 붙잡고 있어서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는데 내 허리에 충격이 왔다. 나도 주저앉았다. 엄마가 뒤로 넘어지지 않게 붙잡고 앉아서 잠시 쉬었다가 뒤에서 껴안고 다시 일으켜 세웠다. 내 몸을 벽에 기대야 가능한 일이다. 뒤에서 엄마를 붙잡고 종종걸음으로 식탁까지 왔다.   엄마랑 함께 산지 4년째고, 파킨슨과 치매 진단을 받은 건 2년이 좀 지났다. 처음에는 엄마와의 관계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감정처리 때문에 힘들었고 병에 대한 이해, 엄마와 나에 대한 이해를...
  엄마를 돌보는 중이다 『어머니를 돌보다』(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돌베개)를 읽고   일어나보니 5시 40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30분쯤 명상을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엄마는 아직 주무시고 계신다. 살펴보니 오른쪽 손이 많이 부어 고무장갑 손가락처럼 팽팽하다. 손가락을 주무른 후 주무시고 있는 엄마 몸을 왼쪽으로 돌려본다. 혹시나 좀 나을까 하고. 엄마 식사준비를 해놓고 가보니 일어나시려는 중이다. 요즘 들어 일어나고 걷는 게 더 힘들어지셨다. 가능하면 혼자 하실 수 있게 기다리는데, 이제는 거의 혼자 하기는 힘들다. 부축을 해서 몸을 일으켜 세워도 제대로 앉아있지를 못하신다. 한 팔로 등을 받치고 다른 팔로 다리를 침대에서 내린다. 엄마 팔 아래에 내 팔을 넣고 부축해 일어나게 한 후 보행기에 의지해 화장실로 간다. 화장실 입구에서 보행기를 치우고 여기저기 부착해놓은 손잡이를 잡고 변기까지 가서 겨우 앉으신다. 그 모든 과정에 내가 손을 놓으면 안 된다. 화장실에서 나와 보행기를 잡으려는 순간 엄마가 주저 않으셨다. 내가 한 팔을 붙잡고 있어서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는데 내 허리에 충격이 왔다. 나도 주저앉았다. 엄마가 뒤로 넘어지지 않게 붙잡고 앉아서 잠시 쉬었다가 뒤에서 껴안고 다시 일으켜 세웠다. 내 몸을 벽에 기대야 가능한 일이다. 뒤에서 엄마를 붙잡고 종종걸음으로 식탁까지 왔다.   엄마랑 함께 산지 4년째고, 파킨슨과 치매 진단을 받은 건 2년이 좀 지났다. 처음에는 엄마와의 관계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감정처리 때문에 힘들었고 병에 대한 이해, 엄마와 나에 대한 이해를...
인디언
2023.11.06 | 조회 406
변명하지 않는 글쓰기 : <망고와 수류탄>(기시 마사히코)를 읽고       잘 이해하고 잘 전달하기     인터뷰를 시작하고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은 상대의 이야기를 어떻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제대로 전달하기’란 것은 무엇일까? 내게 그것은 때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었고, 또 때론 독자가 동감할 포인트를 짚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함께 살 수 있을까> 원고를 쓰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 글로 인해 인터뷰이들이 곤욕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 나의 인터뷰이들은 흔히 말하는 사회적 소수자였고, 이미 자신에 대해 떠들어지는 수많은 말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 그들의 말을 가능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옮겨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야 그들에 대해 함부로 떠드는 사람 중 하나가 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야기를 세계와 고립시키는 상대주의       기시 마사히코가 쓴 <망고와 수류탄>의 부제는 ‘생활사 이론’으로 오키나와 전후를 연구한 사회학자가 작성한 에세이이자 이론서이다. 저자는 책에서 ‘구축주의’라는 이론을 비판한다. 그가 이 책에서 주로 비판하는 구축주의는 사쿠라이 아츠시라는 사람의 이론이다. 사쿠라이 아츠시가 만들어낸 조사 방법론은 현재 일본에서 사회학 질적조사의 기준이라고 한다. 그는 구축주의 사회 이론을 흡수하여 일본 사회학 생활사 연구에 접목시킨 사람으로, 생활사 연구 자체를 대표하고 있기도 하다. 그가 애초에 시도하고자 했던 것은 사회적 소수자인 구술자를 이해하고 보호하는 것이었다. 만일...
변명하지 않는 글쓰기 : <망고와 수류탄>(기시 마사히코)를 읽고       잘 이해하고 잘 전달하기     인터뷰를 시작하고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은 상대의 이야기를 어떻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제대로 전달하기’란 것은 무엇일까? 내게 그것은 때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었고, 또 때론 독자가 동감할 포인트를 짚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함께 살 수 있을까> 원고를 쓰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 글로 인해 인터뷰이들이 곤욕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 나의 인터뷰이들은 흔히 말하는 사회적 소수자였고, 이미 자신에 대해 떠들어지는 수많은 말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 그들의 말을 가능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옮겨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야 그들에 대해 함부로 떠드는 사람 중 하나가 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야기를 세계와 고립시키는 상대주의       기시 마사히코가 쓴 <망고와 수류탄>의 부제는 ‘생활사 이론’으로 오키나와 전후를 연구한 사회학자가 작성한 에세이이자 이론서이다. 저자는 책에서 ‘구축주의’라는 이론을 비판한다. 그가 이 책에서 주로 비판하는 구축주의는 사쿠라이 아츠시라는 사람의 이론이다. 사쿠라이 아츠시가 만들어낸 조사 방법론은 현재 일본에서 사회학 질적조사의 기준이라고 한다. 그는 구축주의 사회 이론을 흡수하여 일본 사회학 생활사 연구에 접목시킨 사람으로, 생활사 연구 자체를 대표하고 있기도 하다. 그가 애초에 시도하고자 했던 것은 사회적 소수자인 구술자를 이해하고 보호하는 것이었다. 만일...
고은
2023.11.06 | 조회 314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공동체에서 철학하기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피에르 아도   서양철학 공부와 1234 내가 서양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작년 문탁2층 운영위원들이 공통감각을 키우고자 함께 했던 비전세미나 대신 철학학교 세미나에서 『차이와 반복』을 읽었다. 그 때 서양철학에 대한 어떤 지식도 없이, 고대와 중세의 철학도 전혀 모르면서 현대 철학을 읽자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동안 나는 어떤 공부를 하든지 크게 상관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저 문탁에 왔더니 많은 사람들이 동양고전을 공부하고 있었고, 따라서 하다 보니 어찌어찌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그리고 사실 실천학문으로서 유가는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했고, 이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다른 공부까지 기웃대는 건 지식확장에 대한 욕망일 뿐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들뢰즈를 읽으면서 이건 욕망의 문제가 아니라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였고, 내가 앞으로 계속 문탁에서 공부를 하려면 서양철학도 어느 정도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다시 들뢰즈 세미나를 했던 것처럼 날벼락이 떨어질지 모르니까, 유비무환!   마침 올해 철학입문 세미나가 생겨 서양철학사를 훑어볼 수 있었고 결론적으로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거기다가 공부방 회원들의 읽고 쓰기 프로그램인 1234를 통해 고대 철학 원전들을 같이 읽다보니 서양철학사를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원래 계획은 올해 1234에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스토아의 원전을 한 권씩 읽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스토아 철학을 읽을 차례였는데, 마지막이기도 해서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일단 한 번 정리를 해보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 피에르 아도는 한마디로 고대 철학을 ‘생활양식’으로...
공동체에서 철학하기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피에르 아도   서양철학 공부와 1234 내가 서양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작년 문탁2층 운영위원들이 공통감각을 키우고자 함께 했던 비전세미나 대신 철학학교 세미나에서 『차이와 반복』을 읽었다. 그 때 서양철학에 대한 어떤 지식도 없이, 고대와 중세의 철학도 전혀 모르면서 현대 철학을 읽자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동안 나는 어떤 공부를 하든지 크게 상관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저 문탁에 왔더니 많은 사람들이 동양고전을 공부하고 있었고, 따라서 하다 보니 어찌어찌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그리고 사실 실천학문으로서 유가는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했고, 이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다른 공부까지 기웃대는 건 지식확장에 대한 욕망일 뿐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들뢰즈를 읽으면서 이건 욕망의 문제가 아니라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였고, 내가 앞으로 계속 문탁에서 공부를 하려면 서양철학도 어느 정도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다시 들뢰즈 세미나를 했던 것처럼 날벼락이 떨어질지 모르니까, 유비무환!   마침 올해 철학입문 세미나가 생겨 서양철학사를 훑어볼 수 있었고 결론적으로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거기다가 공부방 회원들의 읽고 쓰기 프로그램인 1234를 통해 고대 철학 원전들을 같이 읽다보니 서양철학사를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원래 계획은 올해 1234에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스토아의 원전을 한 권씩 읽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스토아 철학을 읽을 차례였는데, 마지막이기도 해서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일단 한 번 정리를 해보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 피에르 아도는 한마디로 고대 철학을 ‘생활양식’으로...
토용
2023.11.05 | 조회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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