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6월 10일 영롱(한) 일기

텃밭농사
2016-06-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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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마지막 주에 시작한 텃밭 농사가 벌써 한 달을 꼬박 넘겼습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니 씨 뿌리고 알맞게 비 왔던 5월이 새삼 고맙습니다.

비도 안 오고 밟는 걸음에 푸석대는 먼지를 보니 여름 초입의 열기를 느낍니다.

 

뿔옹과 게으르니는 아무래도 아침이 낫겠다 싶어

금요일 아침 일찍 7시반쯤 텃밭에 가고 있습니다.

함께 밭 일구기를 했던 향기님, 도라지님 등등은 아이들 학교 보내는 시간과 겹쳐

아무래도 같이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네요.

도라지님은 금요일 오전 6시에 텃밭 김매기를 하는 부지런을^^!

 

오늘은 지난 주에 미리 주술밥상 밥티스트 고로께님께

텃밭의 열무가 쑥쑥 자라고 있으니 곧 뽑아다 드리겠다고 알려 드렸으니

열무부터 뽑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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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열무는 텃밭 전체 울력하던 날 씨를 뿌린 것인데 이렇게 자랐습니다.

뿔옹이 일일이 다 뽑아 봉지에 담고 끈으로 묶기도 했습니다.

열무단을 묶는 뿔옹을 보면서 농부 자손의 감각이 있다고 좀 추켜세워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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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전체 고랑에 절반은 열무를 심고 절반은 얼가리를 심었습니다.

열무 뽑을 때 같이 뽑아 한 번에 김치 담그는 게 낫지 않냐는 게으르니와

열무만 해도 많다, 얼가리는 좀 더 키우자는 뿔옹이

어쩔까 잠깐 머리를 맞대다 결국 한 주 더 키우기로 했습니다.

뿔옹이 열무 뽑아 묶는 동안 게으르니는 얼가리 사이 사이에 난 잡초를 뽑았습니다.

담 주에 이 얼가리들을 뽑아 국을 끎이든 김치를 담든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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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 두둑 옆으로 모종을 사다 심은 상추와 쑥갓 등등 많은 쌈채소들을 부지런히 땄습니다.

일주일마다 쑥쑥 자라서 많은 양을 솎아 오는데

이번 주에도 제법 많이 솎아왔습니다.

화요일 아침에 텃밭에 들르는 여여샘이 뽑아온 쌈채소는 아무래도 우리가 키운 것이 아닌가..

못 본 채소가 보이기도 하고 ㅋ

 

이 두둑 옆으로 또 한 고랑에는 쌈채소 씨를 가득 뿌려 두었는데

2주가 지났는데 싹도 거의 안 올라왔습니다.

열무와 얼가리를 심던 때가 딱 씨앗을 심을 적기였나봅니다.

뭐든 제 때 심어야 튼튼하고 천지도 기운도 잘 수렴하나 봅니다.

모종을 심을 것인가 씨앗을 심을 것인가

설왕설래 했던 지난 봄의 기억까지 겹치며 어떻게 할까에 대한 경험치 하나 추가했습니다.

 

뽑을 것 뽑고 잡초도 뽑고 물 듬뿍 주고

울력하던 날 모종 냈던 오이 모종 옮겨 심고 물까지 주고 금 텃밭팀은 아침 텃밭일을 끝냈습니다.

 

도라지님은 우리보다 더 자주 텃밭 걸음을 하시고

텃밭에 옮겨 심은 오이가 제대로 못 자란다고 계속 마음 쓰십니다.

아무래도 잘 못 자라겠다고 한숨인 카톡을 받으며

도라지님의 마음씀에 대해 잠시 뭉클해집니다.

저는 금요일 아침 한 때 의무감으로 텃밭에 가서 이리저리 살피고는 주 내내

대부분 텃밭은 잊고 사는데 도라지님은 내내 텃밭에 마음이 가 있구나...

맹자가 호연지기를 기르려면 미리 기대하지도 말며, 마음에 잊지도 말라 했는데

그녀를 보면서 제 마음씀을 다시 되돌아 보게 됩니다.

 

이제 텃밭 농사는 한껏 제 철에 들어선 느낌입니다.

맹렬한 잡초들이 그것을 실감하게 되고

솎아도 솎아도 쑥쑥 자라는 야채들의 힘찬 생명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 야채들을 주술 밥상에 갖다 놓으면서

이 채소들을 밥상에 올려주는 밥당번님들과 밥티스트님을 생각합니다.

야채 다듬은 일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더구나 금요일 밥티스트 고로께님께 일감의 무게가 쏠리는 것이 아닐까 염려도 됩니다.

 

이럴 때 순환을 생각합니다.

아침이 조금 여유로운 누군가가 텃밭에 들러 두루 솎아다 놓으니

또 누군가는 그걸 먹을 수 있도록 장만하고

또 누군가는 맛있게 먹는 것.

씨앗이 열무 김치가 되는 그 시간 사이

그 누군가가 누군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모두들 별일없이 밥을 먹고 사는 일....

이런 것이 선물이 흘러다니는 순간이 아닐까.

이런 일상이 '至公無私'의 순간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 좀 더 예민해지고 두루 살펴야 하겠지요^^

 

6월의 텃밭은 일손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마음을 내고 시간을 내서 둘러보러 가시면

여름 한 철의 생명력과 비지땀 속에 마음이 좀 더 풍요로워 지실거예요^^

6월의 텃밭 일지였습니다.

 

댓글 1
  • 2016-06-10 13:17

    두 분,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