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과 글쓰기2>-에세이데이 후기

꿈틀이
2016-06-09 22:48
747

드디어 루쉰 세미나 에세이 데이..

여기저기서 루쉰 루쉰 하며 떠들어 대던, 그리고 '힘들어요, 힘들어요'를 막 쏟아냈던 루쉰 세미나의

마지막 에세이 날이다. 설레임과 긴장이 교차되는 마음을 이끌고 문탁에 도착 했다. 모두들 애써 밝은

미소를 보이고 있었지만 나와 같이  속으로 엄청 긴장하고 걱정하고 있었을 게다..

KakaoTalk_20160609_232406161.jpg

9시 30분부터 1조의 발표를 시작으로 질의 응답식의 에세이 발표가 시작되었다.

1조는- 노라, 씀바귀, 게으르니샘

KakaoTalk_20160609_232415100.jpg

각각 루쉰의 목판화, 번역, 후스와 대비되는 루쉰의 지식인으로써의 행보에 관한 주제였다.

모두들 의욕이 충만하고 컨디션이 좋은 상태였으로 이들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져나왔다.

보조 텍스트를 너무 많이 인용해서 같이 공부한 사람으로써 좀 불편하다는 것.

루쉰의 번역이 자신을 위한 공부라는 부분에서도 중요하지만 시대적 상황과 맞물린

사상, 계몽, 대중과의 연결고리로써도 아주 중요한데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

후스와 루쉰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후스에 대한 정보, 공부가 더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첫 조인지라 모두들 의욕이 충만하고 아직 지치지 않은 관계로 1조는 무려 3시간이라는 시간을

발표와 토론에 시달려야 했다.  우리들의 공격에 지친 노라샘은 자신을 공격한 사람에게

똑같이  화살을 쏘겠다며 복수를 다짐? 하기도 했다.

2조는 세콰이어, 히말라야, 블랙커피 샘

KakaoTalk_20160609_232402421.jpg

세사람 모두 루쉰의 글쓰기에 관한 주제였다.

루쉰의 '어떻게 쓸 것인가"에 언급되어 있는 '모기에 물린' 절실한 글쓰기가 무엇인지 각자의 해석을 들고왔다.

세콰이어샘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글, 현재의 이야기를 오늘의 글로 쓰는 것이라고 했고

히말라야 샘은 루쉰 개인의 복수의 글이 결국 현실 사회의 병폐를 보여주게 된다는 것, 현실을 그대로 쓰는것,즉 희망이

없을 때는 희망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글..

블랙커피샘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글-그것은 사실과 동떨어지지 않는 것이며 자신이 발딛고 있는 땅에서 밀착된것,

자신의 몸으로 겪어낸 글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글쓰기'라는 보편적인 주제여서 루쉰의 특이성을 찾아내야 하므로 해석하기에 따라 일반성으로 흘러갈 수도 있고

때로는 그 시대에 루쉰을 가둬버리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후 3시가 넘어 이제 모두들 슬슬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자신의 글 못지 않게 같이 공부한 동학들의 글을

잘 읽는 것 또한 중요하기에 모두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3조는 아침바당, 바로, 건달바 샘

KakaoTalk_20160609_232359141.jpg

아침바당, 바로샘은 소품문에 관한 주제이고 건달바 샘은 지식인 문제가 주제였다.

아침바당님의 글은 루쉰이 린위탕과의 소품문 논쟁에서 위.진시대와 명.말, 청,초 시대의 소품문의 역사를 가져와서

그것이 성행하고 왜 사그라들었는지를 이야기하며 지금(당시) 소품문은 나긋한 장식품이고, 권력에 아첨하는 문학임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바로샘은 유머로써의 소품문을 비판하는 루쉰의 입장을 정리하였다.

건달바샘은 루쉰이 왜 지식인들과 싸우는가를, 그들 자신이 빠진 글,  현실이 없는 글로 분류하여 그들과의 논전을 중심으로 정리한 글을 발표하였다.

소품문의 역사에 대한 정리와 함께 루쉰이 하고자 했던 말을 잘 정리하긴 했지만 다소 성급한 마무리였다는것, 지식인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지식인의 가면에 관한 내용은 충실했지만 왜 싸우는가에 대한 내용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4조는 향기, 물방울, 꿈틀이

향기샘은 루쉰의 초기작 '마라시력설' 의 서평 형식, 물방울은 유명한 '위진 풍도, 문장과 약. 술의 관계'라는 루쉰의 글을 분석하였고

꿈틀이는 루쉰의 민중과 계몽에 관한 주제였다

향기샘은 '마라시력설'의 마라시파 시인들이 문학의 길을 가고자 했던 루쉰과 닮아 있음을 이야기했다.

물방울은 위진 풍도..의 글을 통해 진정한 혁명가와 혁명문학가는 역사적으로 죽임을 당해왔으며 루쉰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죽음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꿈틀이는 아큐정전을 시작으로 루쉰의 민중의 향한 시선을 통해 후기 잡문으로 드러난 그의 계몽이 무엇이었는지 정리하였다.

좀더 내용을 풍부히 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글을 써야 하며 텍스트의 사실과 더불어 루쉰이 살던 현실에 대해서도 주제와 관련하여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명 한명 발표할 때마다 세부적인 코멘트를 해주신 문탁샘의 말씀을 대강 정리해보면

구조를 가진 글쓰기를 하라- 그래야 글 속에서 주제의식, 무엇을 말하려는지가 드러난다.

한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깊이 분석해서 파고 들어가라

기본에 충실하라-  글 속에 비문이 있지 않은지. 주석을 충실히 달았는지 등 자기 글에 대한 자기검열이 필요하다

텍스트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다- 에세이에 인용한 맥락과 루쉰의 글이 통하는지 의심하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등등 ..

이렇게 우리의 에세이 발표는 저녁 7시 30분이 지나서야 끝났다

저녁을 함께 먹으며 문탁샘의 총평과 각각의 소회를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문탁샘은 그래도 이제 제법 중국 근대사를 꿰고 있는 우리를 대단한 발전이라며 칭찬하셨다. 그리고 글쓰기도

많이들 좋아졌다고.. 하긴 아큐정전도 모르고 루쉰세미나를 하겠다고 달려 들었던 내가 이제 아큐 정도는 껌?이 되었으니 ㅎㅎ

 문탁샘의 애정어린 욕?에 익숙해져 있었던 우리는 이런 격려에 혹 '정인군자'가 되려고 하시는게 아닌지? 라며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다.

누구는 루쉰을 공부하며 자신을 많이 보게되었다고 했고,  세미나는 있었지만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몸이 아파서 문탁 생활을 열심히 할 수 없어 속상했다는 씀바귀 샘의 눈물도 있었다. 물방울은 수능을 치른 고3 수험생처럼 너무너무 홀가분하다고 했다. 그래서 당분간은 열심히 놀겠다고 한다. 하하 고3 수험생이라... 나도 우리 집에서 "너가 수험생이냐?, 엄마는 매일 글만 쓰고 있어요?" 라는 말을 들어온 터라 백퍼 공감되었다.  다들 공통적으로 하고 있는 생각들은 힘들고 힘들었지만 같이 공부하는 동학들이 있기에 끝까지 완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루쉰만 읽은 것이 아니라 루쉰을 통해 우리를 만들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포스트 루쉰세미나를 통해 다시 만나기로 했다.

참 그리고  우리 세미나에 몇분의 외부 손님이 참석해 주셨다. 시즌1을 함께 했던 풍경샘, 지금샘, 뿔옹샘, 진달래 샘

 끝까지 남아서 날카로운 질문을 해주신 요요샘. 그리고 스마일리샘..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KakaoTalk_20160609_232358314.jpg

시즌 1,2 의 반장 하느라 고생하신 노라샘( 시즌 2 첫시간 받았던 프린트물의 복사비를 선물로 주신단다) 은 물론

 글쓰기가 확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태도, 습관을 바꾸게 해주신 문탁샘께 개인적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정말 속상하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것이'선물'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안다.

끝으로

문탁샘은 마지막을 루쉰의 '복수'로 장식하셨는데 나는루쉰 공부를 시작하고 막 헤매던 중 '감동'으로 만났던

조화석습의 '아버지의 병환' 중 일부분을 적어보고자 한다. 나에게 인간 루쉰을 처음 만나게 해준 글이다.


"아버지의 기침은 퍽이나 오래갔고 그 소리를 들으면 나도 매우 괴로웠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그를 도와 줄 수 없었다


때로 나는 순간적으로나마  '아버지가 얼른 숨을 거두었으면..'하는 생각이 섬광처럼 들곤 했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옳지 못한 생각이며 죄스러운 일이라고 느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 생각은 실로 정당한 것이며 나는 아버지를


몹시 사랑한다고 느꼈다. 지금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댓글 14
  • 2016-06-10 00:16

    에세이는 '잘 몰라서 묻는 건데'라고 하며

    질문을 막 던지는 요요샘이 없는 1조에서 끝낸걸

    다행이라고 생각했고.ㅋ ㅋ

    루쉰세미나는 장장 30주나 진행했다는. 7~8개월을...

    아마 허전함이 없을 수는 없겠죠?

    오늘 영화 '푸른 연'을 보는데 그래도 그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루쉰이 있어서였을 거라는.. 

    그리고 그대들이랑 같이 봤으면 영화가

    훨씬 좋았을 거라는..

    • 2016-06-11 21:19

      건강 잘 회복하시길요~

  • 2016-06-10 08:48

    저는 모든 발표가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어요.

    스마일리님의 후기를 읽으니 제가 듣지 못한 1조의 발표도 궁금해지네요.^^

    열심히 공부해서 글로 발표해 준 루쉰세미나 덕분에 

    단시간 속성으로 루쉰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요.

    물론 그날 주워들은 지식과 정보는 금방 휘발되어 사라지겠지요?

    저는 몸은 피곤했지만.. 루쉰팀의 열정에 감동받았고,

    루쉰을 통해 맺어진 세미나 동학들의 우정, 루쉰지교?로 예상치 못했던 온기를 얻고 왔어요.

    그 분위기에 더 젖고 싶어서 붙잡지도 않는데 남아서 저녁까지 잘 얻어먹고야 말았네요.

    후기로 밥값은 해야 할 것 같아 몇 줄 남깁니다.

    환등기 사건으로 과학에서 문학으로 방향을 튼 루쉰의 고뇌,

    마라시역설이라는 글을 통해 드러난 루쉰의 파괴와 몰락에 대한 열정,

    그리고.. 위진남북조나 명청조의 소품문에 대한 글에서 알게 된 루쉰의 반시대성,

    잡감을 쓰며 작지만 절실한 것을 말하는, 글쓰기에 대한 루쉰의 집요한 성찰,

    쓸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상황 아래에서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했던 그의 강연, 위진풍도, 문장과 약술의 관계,

    때론 지쳐서 물러설 법도 한데 적과도 동지와도 끝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았던 전투적인 루쉰에 대한 이미지는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루쉰을 접하게 되면 그날 들은 이야기들이 다시 살아나리라 생각합니다.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2016-06-10 09:06

      요요님. 이러시면 우리는 뭐가 됩니까? ㅋㅋㅋ 

      우리가 1년 가까이 끙끙대며...겨우겨우 알아차리고 버벅거리며 말한 것들을

      단 몇시간만에 깨달아 이렇게 날카롭고 명징하게 정리해주시다니.......................................ㅋㅋㅋㅋ

       

       

      에세이 발표 들어주시고,  좋은 질문해주시고

      덕분에 다음날 하루종일 고생하시구...

      감사했습니다. ^^

      • 2016-06-10 11:19

        그럼 우리가 잘 발표한거 아닐까요? ㅋㅋ

    • 2016-06-11 21:21

      요요샘, 오랜 시간동안 같이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께서 해주신 질문을 듣고 정리가 잘 되었습니다. ^^;;

  • 2016-06-10 09:10

    사진을 보니 뚜버기샘과 콩땅님을 

    빠트렸네요  두분도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셨답니다

    요요샘은 우리의 에세이를 들으시고

    그동안 루쉰을 공부해 온 저보다 더

    많은 것을 파악해내신것 같네요

    이런 절망감 ㅋㅋ

    • 2016-06-10 13:22

      아무런 수고로움도 더하지 않은 몇마디 요점정리야말로 가장 빈약한 앎 아니겠습니까?

      오후 내내 앉아 있었던 제게 대한 루쉰팀의 립서비스라고 생각하고 

      고맙게 받기만 하려다.. 혹시 오해하는 분이 계실까봐 진실을 말해야겠다 싶어서........ㅋㅋㅋ

  • 2016-06-10 11:42

    루쉰의 현재성 시대성 현장성을 전 정치성으로 읽고 싶습니다.

    유체이탈로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많은 개인들은 아Q보다는 똑똑하지만

    루쉰이 싸운 지식인들 처럼 실은 아Q와 다를바 없는 것 같아요.

    다들 수고많으셨고 함께 공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6-06-11 21:24

      루쉰이 정치와 관계없이 문학으로 정신개혁을 하려했지만,

      분명 북경여사대사건이후 정치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포스트 루쉰에서 계속 같이 고민해 나가요.

      고맙습니다.

  • 2016-06-10 22:36

    여울아님  방울토마토

    스마일리   체리

    지금샘  시원한 수박

    추장님들과 밥당번님들이 맛있는 점심 준비해  주셨어요

    선물로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해요

    어려운 시간 내서 보러 오신거 알아요 ㅋㅋ

    루쉰리언 여러분. 수고 많으셨어요.

    자주 문탁에서 뵐수 있기를 바랍니다

    • 2016-06-11 21:25

      반장님 고생많으셨어요.^^

  • 2016-06-11 21:17

    저는 이번 시즌 무사히(?)  마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문탁에서 공부안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들,

    묵묵히 집안일과 짜증을 받아준 과일,

    같이 공부한 동학들, 문탁샘

    모두 감사드립니다.

  • 2016-06-14 15:05

    은혜로운 시간이었던만큼 고통이었습니다~~또다른 고통에 직면하는 용기가 되어주기를...! ^^ 감사합니다 문탁선생님! 그리고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