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마을경제학 개론 #1] 갭투자도 모르는 내가 경제를 공부한다니

뚜버기
2019-05-3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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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마을경제학 개론 #1]  

 

갭투자도 모르는 내가 경제를 공부한다니

 

 

 

 

 

 

 

 

뚜버기 프로필 02.png

글 : 뚜버기

 

 

 

 

 

 

나는 글 쓰는 게 하나도 재미없다. 그런데 이번에 글을 쓰려고,

그것도 재미없는 경제로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건 마을경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이다.

 

 

 

 

 

 

 

 

 

친구들과 마을작업장을 열어 이런 저런 작당모의를 하고 마을경제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나는 이 실험을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냉정했다. 먹고 살 만 사람들의 한가한 소리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오랫동안 함께 작업장을 꾸려온 몇몇 친구조차 도대체 마을경제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마을경제는 허황된 소리고 나는 뜬구름만 잡고 있는 걸까. 사람들과 마을경제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고 싶다. 그렇다고 말이 되는 소린지 아닌지 따져보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을경제를 생각해 보는 것을 노리고 있다. 환영이든 반발이든 다양한 생각과 만날 때 마을경제는 분명 질기고 생생한, 구체적인 우리 삶의 개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 삶을 흔드는 괴물일까?  

 

일의 발단은 9년 전 용인 수지 동천동의 <인문학 공간 문탁네트워크> (이하 문탁)와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문탁의 주변경관은 몰라볼 정도로 바뀌었다. 한적한 변두리 마을의 동네 텃밭 자리엔 다세대 주택과 아파트들이 빽빽이 들어섰지만 나는 9년을 변함없이 뻔질나게 문탁을 들락거리며 살고 있다. 늘 십 분씩 지각하는 고질병도 여전하다. 세미나, 밥당번, 운동, 각종 회의와 행사들... 온갖 일로 정신이 없지만 귀찮거나 지겹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오히려 문탁 덕분에 신나게 십년을 보낸 기분이다. 뭘 하느라 이리도 세월 가는 줄 몰랐을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밤새도록 어려운 책 붙잡고 씨름하던 일과 써지지 않는 에세이 때문에 꿈에서도 글을 쓰던 기억들이다. 사서 고생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건 문틈을 비집고 새어나오는 작은 불빛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경제공부를 계기로 문탁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원래 나는 경제엔 관심도 없었고 그저 물리 법칙처럼 저절로 돌아가는 것이겠거니 했다. 수요공급 곡선이나 복잡한 수식, 그런 것들에 의해 인플레도 되고 디플레도 된다고 여겼다. 1997IMF 사태로 생활에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도 운이 없는 탓으로 돌렸다. 하필 그 직전에 집을 샀고, 갑자기 금리가 치솟아 대출이자 때문에 돼지 저금통까지 털어야 했고, 남편은 야심차게 이직한 직장의 프로젝트가 중단되어 실직하고. 이 모든 것은 그저 우리 가족에게 우연히 닥친 불운이라 받아들였다. 하지만 언제 닥칠지 모를 불운에 대비하고 살아야 하기에, 일상에는 늘 위기의식과 불안이 저변에 깔려있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다르게 다가왔다. 세계적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으로 촉발된 위기는 온 세계로 파급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집, 저축을 잃고 다시는 중산층의 대열에 끼지 못하는 타격을 입었다. 얼마 뒤 <인사이드 잡>(2010)이라는 다큐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로 접한 사태의 내막은 기가 막혔다. 더 높은 수익을 위해 고위험 파생상품을 만들어 사고판 인간의 탐욕이 일으킨 사건이지만 놀라운 것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비롯 소위 세계 최고의 경제브레인들이 위기를 예측도 못했다는 점이다. 사태 수습과정 또한 경악스러웠는데, 철저히 가진 자들의 손해를 막기 위한 방향으로 대책이 세워졌다. 경제엘리트들 중 어느 누구도 그 사건으로 인해 인생의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씁쓸했다.

경제 전문가들의 전문 지식이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것을 당연시했던 믿음이 사라졌다. 내 생활도 그들의 탐욕을 위해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려 왔던 것 아닐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집을 사면 집값이 폭락하고 금리가 치솟더니 집을 팔아버리자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거기에 덩달아 전세값도 따라 올라버렸던 일도 떠올랐다. 도대체 왜 이리 운이 없나 싶을 정도로 내 삶을 흔들기만 했던 경제라는 괴물. 그 배후에 뭔가 있는 것 아닐까.

    

 

이자 없는 화폐가 있다고?  

 

2010년 초 동네에 지역화폐 워크숍이 열린다 하여 참석하게 되었다. 거기서 대안적인 화폐제도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미국 소도시 이타카의 이타카아워, 대전 한밭레츠의 두루. 이것들은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는 화폐의 이름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화폐로 품앗이를 하고 물건을 사고판다. 그러나 거기에는 대출이자니 예금이자니 하는 개념은 아예 없다. 이자가 붙지 않는 화폐인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화폐의 핵심용법은 이자를 통해 부를 쌓게 해주는 것라고 생각해왔는데 뭔가 확 깨지는 느낌이었다. 이자를 없애고 필요한 것을 교환하는 수단으로서의 편리함만 남겨둔 화폐로서 상부상조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갑자기 경제적 어려움이 닥쳐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곤란해지는 극한 상황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 동네에도 지역화폐가 도입되면 훈훈한 일이 많겠거니 기대했으나 안타깝게도 모임은 중단됐다. 대신 모임에서 만난 몇몇 사람이 문탁에서 공부모임을 꾸린다는 소식에 아쉬운대로 거기라도 가보자 싶었다. 그리하여 꽃피는 사월, <마을과 경제>라는 생소한 이름의 공부모임에 합류하게 되었다. 문탁의 홈페이지에는 <마을과 경제> 세미나 모집글이 이렇게 올라와 있었다.

 

 

마을과 경제 세미나'는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경쟁하는 것을 부추기는 세상의 논리를 넘어서는 대안적인 살림살이를 고민하는 세미나입니다.

 '마을과 경제 세미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관계와 삶의 터전인 마을이

더 행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지역화폐의 도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도 합니다....

지역화폐에 관심있는 분, 조금 일하고도 더 행복하게 사는 법을 고민하시는 분,

더불어 함께 신나는 세상을 꿈꾸는 분, 뭔가 새롭게 사는 방법에 도전해 보고 싶으신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2010.4.16. 문탁홈페이지의 <마을과 경제> 안내글)

 

 

살림, 선물, 화폐, 마을, 경제 ......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쏭달쏭한 단어들이 조합된 수수께끼 같은 글이었다. 세미나는 격주로 열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격주마다 모여 공부가 되긴 할까 싶지만 당시로서는 그나마 2주에 한번 한다니 마음을 낼 수 있었다. 얼렁뚱땅 시작을 하고 나니 모든 참여자가 돌아가며 발제도 하고 후기도 써야 된다고 했다. 그렇게 서서히 문탁 공부에 익숙해져 갔다.

세미나에는 의료생협을 추진 중인 사람, 작은도서관 운동을 하는 사람, 지역신문 일을 하는 사람 등 다양한 활동가들이 참가했다. 자기 활동으로도 바쁜 그 분들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빠지는 일이 잦았지만 꼬박꼬박 출석하는 이들도 있었다. 요산요수, 달팽이, 노라 그리고 지금이 그들의 별명이었다. 조금은 게으른 세미나가 결성된 행운 덕분일까? 공부를 통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

    

 

 

경제 성장, 해야 된다?  

 

세미나에서 처음 읽은 책은 녹색평론에서 나온 작은 책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더글러스 러미스, 2002)였다. 당연한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것들이 원래부터 상식적인 것은 아니었음을 파헤치는 전개는 반전있는 추리소설을 읽는 듯 흥미진진했다.

발전이라는 단어의 용법이 고쳐 만들어진 사례는 드라마틱했다. 발전을 의미하는 단어 develop은 본래 자동사였다. 꽃망울이 꽃이 된다든가,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된다든가 하듯이 주로 스스로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이 발전이었다. 하지만 1949120일 새로 미국 대통령이 된 트루먼은 취임연설에서 미개발의 나라들에 대해 기술적·경제적 원조를 행하고, 투자를 하여 발전시킨다는 정책을 공표한다. 발전을 타동사로 쓴 것이다. 스스로 발전한다고 할 때는 각자의 잠재력에 따라 성장하는 것이다. 꽃망울이 터지는 시기도 저마다 다를 것이며, 나뭇가지가 어디를 향해 뻗을지도 제각각의 사정대로다. 하지만 타인이 시켜주는 성장이 되자 상황이 달라진다. 아마존 원주민 아이도 숲속의 베리를 구별할 줄 아는 것 대신 시계를 볼 줄 아는 게 성장이 된다. 수렵채집의 삶을 버리고 노동자가 되어 임금을 벌고 나이키운동화를 신게 되는 게 발전이 된다.

그동안 나는 성장이란 건전한 생활인이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덕목이라 생각해왔다. 합리적으로 소비하고 정당하게 자산을 늘리며 사는 것은 바람직한 삶의 양식이었다. 월가 고위층들이 탐욕을 채우기 위해 부를 독식하려는 것이 문제였지, 경제 성장 그 자체는 가치있는 일이라고 여겨왔다. 나 자신도 경제성장을 하기위해 노력해 왔을 뿐더러, 3세계 어린이의 학교교육을 지원하는 유니세프 기금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런데 좋은 일로 믿어왔던 성장과 발전이 알고 보니 자율을 막고 획일적 경로를 강요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누구를 위해 성장을 추구해온 걸까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등바등 살아왔지만 이만큼이면 충분하다는 한계는 없었다. 노후대비에 필요하다는 돈의 액수도, 이만큼은 갖춰야 한다는 잣대도 자고 일어나면 저만큼 앞질러 가 있었다. 그야말로 시지프스의 노동. 이게 바로 성장의 숨겨진 본 모습이었다.

사실 그 즈음 나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지쳐있었다. 열심히 일해도 모이는 돈은 쥐꼬리만 해서, 아파트니 땅이니 부동산을 사고팔아 큰 돈 굴리는 친구들에겐 상대가 되질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그 친구들을 부러워 한 건 아니었다. 친구들이 소위 말하는 투자라는 게 사실은 집값 올려 없는 사람들 더 힘들게 만드는 투기라고 못마땅하게 여기던 터였다. 하지만 그 친구들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자 어느새 나는 복부인 친구들에게 충고를 들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윤리적으로 살려고 하는 내가 왜, 도리어 그들 앞에서 당당하지 못한 것인지 우울했다. 복잡미묘한 감정들에 지친 일상을 보내던 바로 그 때,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인연으로 <마을과 경제> 세미나에 발을 들여 놓았던 거였다.

    

 지역화폐워크숍.jpg

 

 

다른 친구들이 생겼다  

 

성장이라는 개념이 다르게 이해되자 성장의 그늘이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경제성장을 위해 동원되어야 하는 수많은 자원들은 실은 자연의 다른 이름이었다. 인류의 모습은 빙하를 향해 돌진하면서도 흥청망청 파티를 벌이고 있는 타이타닉호와 다를 바 없다는 더글러스 러미스의 표현은 딱 맞았다. 성장논리로 세상을 황폐하게 만드는 현실을 비판하는 일에 너도 나도 맞장구쳤다. 하지만 누군가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꺼냈다. 그래도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한 덕분에 우물가에서 빨래 안하고 편히 살게 된 건 사실 아닐까. 성장을 멈추고 그런 편리를 포기하고 살 수 있을까. 또 성장을 안 하겠다고 하면 당장 갚아야 하는 대출이자는 어째야 되나.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오버랩되니 책에서 얻은 새로운 앎은 또 다른 무게가 되어 어깨를 짓눌렀다.

하지만 그 무게는 갭투자니 뭐니 떠드는 친구들 사이에서 세상물정 모르는 애 취급받던 때 의 갑갑함과는 다른 종류였다. 우리는 세상 물정은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세상이 바뀔까. 세상이 좋게 바뀌려면 내가 뭘 하면 될까. 그게 가능하긴 할까. 점점 그런 고민을 함께 나누게 되었다. 세미나를 거듭하면서 우리는 그 답을 찾으려 애썼다. 새 책을 펼 때마다 이번 책은 답을 줄 거라는 기대를 걸었으나 끝까지 읽어도 속 시원한 해결책을 알려주는 책은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읽고 또 읽었는지 모른다. 우리는 정답을 찾지는 못했으나 책 속에서 여러 스승들을 만나고 그들로부터 배움을 얻었다.

앙드레 고르는 노동을 덜 하고, 소비를 덜 하면서 보다 잘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부터 이렇게 욕구의 영역을 의지적으로, 집단적으로 제한함으로써, 그럼으로써만 이 자율의 영역을, 즉 자유를 확장할 수 있어야만 한다(에콜로지카, 생각의 나무, 2008, 106)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마을에서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세탁장, 빨래건조장, 놀이공간, 문화공간들을 만들어 에너지를 덜 쓰고 차를 덜 타는 생태적 공동생활을 제안한다<span style="letter-spacing:0pt;font-family:Arial, Helvetica, sans-serif;fo

댓글 8
  • 2019-05-31 10:58

    함께 한 세월이 꽤 기네요 ㅋㅋ

    마을경제 그 애매하고도 달콤한 걸 찾아 좌충우돌해온 세월이요

    올해 다시 새로운 큰 사건이 벌어지려는 때에 비전세미나로 모여 

    같이 고민할 수 있어 좀 다행인 거 같아요

    뚜버기샘이  묵묵히 늘 지치지도 않고 뚜벅뚜벅 반발 앞서 걸어주시니  참 좋아요

    나도 우렁우렁 좀 줄이고 부지런히 발을 떼야할텐데

    제자리에서 소리만 요란 ㅋㅋㅋ

    그래도 같이 붙어 마을경제 같이 해볼랍니다 ㅎㅎㅎ

  • 2019-05-31 14:44

    저질러볼랍니다...요런 단어가 제 취향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2019-05-31 20:08

    문탁 강의실은 아닌데.. 여기는 어디, 이 사람들은 누구? 

    글 중간에 있는 사진을 한참을 들여다 보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네요.

    아하, 십년전 이우생공에서 한밭레츠에서 오신 선생님을 모시고 열렸던 지역화폐 워크샵 사진이군요!

    사진을 보니 몇 사람은 얼굴이 익고.. 또 몇 사람은 기억이 가물가물..ㅋ

    마을경제 세미나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바로 그 모임이네요.

    그 만남이 십년 뒤 뚜버기에게 이런 글을 쓰게 할 줄이야!! 

    (그 때는 난 정말 몰랐었네~~)

  • 2019-06-01 20:25

    느낌이 정말 경제 전문가 포스가 폴폴~ㅋ

    재밌게 읽었어요^^ 완주를 기대합니다 ~

  • 2019-06-01 21:30

    마을경제는 여전히 (숫자에 약해서일까요? ㅎㅎ) 제겐 어렵지만 뚜샘의 글은 재밌네요~ 열심히 잼나게 읽다보면 뭔가 감잡을 수 있겠죠?  힘! 많이많이 내세용!! ^^

  • 2019-06-02 08:53

    "체구와 달리 우렁찬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던 달팽이의 모습"...이래...ㅋㅋㅋㅋ...


    문탁에 뚜버기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뚜버기를 친구로 둘 수 있어서 참 행운이다...

    지난 십년은 나에게 그런 것이었어요^^

  • 2019-06-03 12:05

    '어떻게 살아야하지? ' 이런 질문만 막연히 .... 여러 순간 던지고 살고 있어요. 생태를 말하면서, 과학 기술 앞에서 소외를 말하면서, 교육의 무한 질주 가운데서 교육을 말하면서.... 막연히.... 막막히....

    선생님의 글이 그 가운데서 새롭게 반갑고, 궁금하네요. ^^

  • 2019-06-04 15:37

    다른 친구들이 생겼다!

    나두요~ ㅎㅎ

지난 연재 읽기 플라톤이 돌아왔다
[플라톤이 돌아왔다 12회] 『국가』의 ‘엔딩 요정’은 BTS -『국가』 10권     문탁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지 어느새 9년째다. 시간은 정말 자~알 간다. 정신없이 후딱 지나갔다 세미나에서 오고간 말들을 모아서 ‘10주년 자축이벤트’를 준비중이다. 거기엔 분명 당신의 생각도 단팥빵의 앙꼬처럼 들어있다는 사실을 이 연재를 통해 확인해보시라          글 :  새 털   문탁샘도 아닌데 문탁에 왔더니 ‘쪼는’ 인간으로 살고 있다 요즘 먹고 사는 시름에 젖어 ‘쪼는 각’이 좀 둔탁해졌다 예리해져서 돌아갈 그날을 꿈꾸며 옥수수수염차를 장복하고 있다       1. 영혼, 뷰티인사이드 (beauty inside) 『국가』10권에서 우리는 ‘이데아’ ‘이상국가’와 함께 플라톤의 주요개념 가운데 하나인 ‘영혼 불멸’을 만나게 된다. 아킬레우스, 오뒷세우스, 이아손, 테세우스, 헤라클레스 등 그리스의 영웅들은 전쟁과 괴물과 맞서 싸우는 데 자신의 목숨을 던졌다. 그리고 명예를 얻어 오늘날까지 신화와 전설로 살아남는 불멸의 존재가 되었다. 명예와 불멸은 그리스 사람들에게 표준이 되는 생활양식의 전범(典範)이었다. 이 말은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플라톤 철학의 혁신은 ‘이름’을 ‘영혼’으로 교체했다는 점이다. 플라톤의 도식에 따르면 ‘사람은 죽어도 영혼은 남는다’. 플라톤은 가시적이고 가변적인 감각의 세계와 비가시적이고 불변적인 지성의 세계로 이분법적 인식론을 체계화했던 공식대로, 인간의 삶도 가시적이고 파괴적인 육체와 비가시적이고 불변하는 영혼으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변덕스러운 감각세계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불변하는 지성의 세계를 알고자 힘써야 하는 것과 같이, 언젠가는 파괴되는 육체를 보살피는 삶이 아니라 불변하는 영혼을 돌보는 삶이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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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털
2019.08.02 | 조회 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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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레의 인문약방 / 3회]     바이오 기술의 과속 스캔들           글 : 둥글레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바이오 스캔들 최근 한 유전자 치료제가 큰 스캔들에 휩싸였다. 국내 최초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 주(이후 인보사)’이다. 인보사는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이다. 그러나 7월 9일 자로 식약청은 인보사의 허가취소를 확정했다. 인보사는 연골을 재생하기 위한 동종 연골세포(1액)와 염증과 통증을 억제하기 위한 성장인자 유전자(TGF-beta1 gene)가 도입된 연골 세포(2액)로 구성된다. 그런데 2액의 세포가 신장 세포로 밝혀졌다. 식약청의 조사 결과, 개발사에서 허가서류에 허위정보를 기재했고, 또 2액의 세포가 신장 세포임을 알면서도 숨긴 것이 드러났다. 식약청은 이 회사를 형사 고발했다. 식약청의 허가취소 발표 후 이 개발사의 주식은 거래가 중지되었고 수많은 투자자들의 손해가 예상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미 이 약을 투여받은 사람들에게 어떤 부작용이 발현될지 짐작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자 도입을 위한 벡터1)로 사용된 바이러스가 어떤 사람에게는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을 가진다. 또 유전자가 원치 않는 위치에 도입되면 오히려 종양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인보사의 경우는 벡터나 유전자 문제는 크게 없어 보이지만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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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레
2019.07.19 | 조회 823
지난 연재 읽기 뚜벅뚜벅 마을경제학
[뚜벅뚜벅 마을경제학 개론 #2]     마을경제학개론 제1장은 선물이다                 글 : 뚜버기             나는 글 쓰는 게 하나도 재미없다. 그런데 이번에 글을 쓰려고, 그것도 재미없는 경제로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건 ‘마을경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이다   문탁에서 운영하는 자율카페 <파지사유>의 아침은 세미나하러 온 학인들이 문을 열고 청소기를 돌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세미나가 끝나고 나면 밥당번들이 준비한 소박한 점심식사가 학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주방 앞에는 선물 받은 식재료들이 빼곡이 적혀진 ‘선물의 노래’ 칠판이 붙어있다. 누군가의 텃밭에서 온 싱싱한 푸성귀, 나눠먹기 위해 넉넉하게 만들어온 밑반찬들, 집안 어른 손맛이 깃든 김치. 가져온 찬거리를 주방에 슬쩍 던져놓고 나가면 기어코 누가 가져온 선물인지 밝혀내서 칠판에 적는다. 선물을 가져온 본인이 자발적으로 뭘 가져왔노라고 칠판에 적는 경우도 많다. 한번은 문탁의 이런 풍속(?)이 불편하다는 분이 있었다. 선물 가져오라고 노골적으로 조장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본인은 생색내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처음 문탁에 왔을 때는 이런 것들이 의아했었다. 밥당번이나 청소도 선물이라고 말하는 데, 안하면 눈치 보이니까 의무감으로 하는 것 아닐까. 과연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1. 우리는 모두 증여의 윤리에서 나왔다     사람은 누구나 손해 보지 않고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기 때문에, 똑같은 가치를 지닌 것을 내 줄 때에만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렇기에...
[뚜벅뚜벅 마을경제학 개론 #2]     마을경제학개론 제1장은 선물이다                 글 : 뚜버기             나는 글 쓰는 게 하나도 재미없다. 그런데 이번에 글을 쓰려고, 그것도 재미없는 경제로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건 ‘마을경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이다   문탁에서 운영하는 자율카페 <파지사유>의 아침은 세미나하러 온 학인들이 문을 열고 청소기를 돌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세미나가 끝나고 나면 밥당번들이 준비한 소박한 점심식사가 학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주방 앞에는 선물 받은 식재료들이 빼곡이 적혀진 ‘선물의 노래’ 칠판이 붙어있다. 누군가의 텃밭에서 온 싱싱한 푸성귀, 나눠먹기 위해 넉넉하게 만들어온 밑반찬들, 집안 어른 손맛이 깃든 김치. 가져온 찬거리를 주방에 슬쩍 던져놓고 나가면 기어코 누가 가져온 선물인지 밝혀내서 칠판에 적는다. 선물을 가져온 본인이 자발적으로 뭘 가져왔노라고 칠판에 적는 경우도 많다. 한번은 문탁의 이런 풍속(?)이 불편하다는 분이 있었다. 선물 가져오라고 노골적으로 조장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본인은 생색내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처음 문탁에 왔을 때는 이런 것들이 의아했었다. 밥당번이나 청소도 선물이라고 말하는 데, 안하면 눈치 보이니까 의무감으로 하는 것 아닐까. 과연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1. 우리는 모두 증여의 윤리에서 나왔다     사람은 누구나 손해 보지 않고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기 때문에, 똑같은 가치를 지닌 것을 내 줄 때에만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렇기에...
뚜버기
2019.07.04 | 조회 535
지난 연재 읽기 사기-인생극장
[사기, 인생극장 / 2회]    전전긍긍(戰戰兢兢)에도 ‘급’이 있다       글 : 기린    ______   『사기』를 읽었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기만의 ‘드라마’가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 믿음으로 한 편, 한 편 상영하는 인간극장! 막이 올랐다.              동양 고전의 원문을 읽다보면 내가 알고 있던 뜻과는 다른 사자성어를 만나게 되곤 한다. ‘전전긍긍’도 그 중 하나다. 이 사자성어는 바라지 않는 일이 자신에게 닥칠까 조바심 내는 모습을 표현할 때 쓴다. 그러다보니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안절부절 못한다는 부정의 의미로 더 자주 쓰였다. 하지만 원문에서 전전긍긍(戰戰兢兢)은 전쟁(戰)에 나아갔을 때 두려워하는(兢) 그 마음으로 매사에 임하라는 의미였다. 전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죽음이다. 살아남기 위한 마음가짐. 그렇다면 전전긍긍은 두려운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늘 대비하는 태도이기도 한 것이다. 다만 무엇을 두려워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 제대로 전전긍긍하는 삶, 무엇이 필요할까?       고난에서 배우지 못한 전전긍긍     염파는 인상여가 자신보다 윗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울화통이 터져서 사람들에게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다.     -나는 조(趙)나라 장수로서 전쟁에 나가 큰 공을 세웠다. 세 치 혀밖에 놀릴 줄 모르는 인상여 따위와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거늘! 내 그 자를 만나기만 하면 반드시 결판을 낼 것이다. 인상여는 그런 염파를 피해 다녔고 부하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인상여가 말했다.   -나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진(秦)나라 소왕 앞에서 위세에...
[사기, 인생극장 / 2회]    전전긍긍(戰戰兢兢)에도 ‘급’이 있다       글 : 기린    ______   『사기』를 읽었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기만의 ‘드라마’가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 믿음으로 한 편, 한 편 상영하는 인간극장! 막이 올랐다.              동양 고전의 원문을 읽다보면 내가 알고 있던 뜻과는 다른 사자성어를 만나게 되곤 한다. ‘전전긍긍’도 그 중 하나다. 이 사자성어는 바라지 않는 일이 자신에게 닥칠까 조바심 내는 모습을 표현할 때 쓴다. 그러다보니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안절부절 못한다는 부정의 의미로 더 자주 쓰였다. 하지만 원문에서 전전긍긍(戰戰兢兢)은 전쟁(戰)에 나아갔을 때 두려워하는(兢) 그 마음으로 매사에 임하라는 의미였다. 전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죽음이다. 살아남기 위한 마음가짐. 그렇다면 전전긍긍은 두려운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늘 대비하는 태도이기도 한 것이다. 다만 무엇을 두려워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 제대로 전전긍긍하는 삶, 무엇이 필요할까?       고난에서 배우지 못한 전전긍긍     염파는 인상여가 자신보다 윗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울화통이 터져서 사람들에게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다.     -나는 조(趙)나라 장수로서 전쟁에 나가 큰 공을 세웠다. 세 치 혀밖에 놀릴 줄 모르는 인상여 따위와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거늘! 내 그 자를 만나기만 하면 반드시 결판을 낼 것이다. 인상여는 그런 염파를 피해 다녔고 부하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인상여가 말했다.   -나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진(秦)나라 소왕 앞에서 위세에...
기린
2019.06.21 | 조회 470
지난 연재 읽기 둥글레의 인문약방
[둥글레의 인문약방 / 2회] 자기도 아프면서 누굴 치료한다고 글 : 둥글레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천식이라는 아이러니 회사에 다닐 때 기침감기를 심하게 두 번 앓았다. 두 번 다 기침이 한 달가량 지속되는 감기였다. 기침을 해대면서도 난 병원에 간다거나 약을 먹는다거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몸에 이상이 왔는데도 그것을 무시했다. ‘더 심해지면 약 먹지 뭐’라는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었던 시기다. 증상이 심해지자 폐렴인가 싶어서 내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폐렴은 아니었고 기관지 알레르기였다. 다른 말로 하면 알레르기성 천식이다. 그때는 그 상황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종합병원 근무할 때 난 호흡기약물 상담서비스(Respiratory Service)를 전문적으로 하는 약사로서 폐질환 환자들에게 흡입제 사용법을 지도했다. 그런데 내가 천식에 걸리다……. 천식 치료제의 부작용을 너무 잘 알기에 처음부터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단식과 채식 요법으로 몸을 정상화시키자 마음먹었다. 생애 최초의 단식을 3일 동안 했다. 그리고 동물권과는 아무 상관없이 오로지 내 몸을 위해 채식을 하기 시작했다. 등산도 하고 건강 관련 책도 열심히 읽었다. 비쌌지만 유기농으로 먹거리를 채우려고 노력했다. 대부분의 빵에 우유가 들어있어서 책을 보고 직접 비건 빵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외국 고객들과 식사 자리에서도 양해를 구하고 고기를 먹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채식을 했다....
[둥글레의 인문약방 / 2회] 자기도 아프면서 누굴 치료한다고 글 : 둥글레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천식이라는 아이러니 회사에 다닐 때 기침감기를 심하게 두 번 앓았다. 두 번 다 기침이 한 달가량 지속되는 감기였다. 기침을 해대면서도 난 병원에 간다거나 약을 먹는다거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몸에 이상이 왔는데도 그것을 무시했다. ‘더 심해지면 약 먹지 뭐’라는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었던 시기다. 증상이 심해지자 폐렴인가 싶어서 내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폐렴은 아니었고 기관지 알레르기였다. 다른 말로 하면 알레르기성 천식이다. 그때는 그 상황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종합병원 근무할 때 난 호흡기약물 상담서비스(Respiratory Service)를 전문적으로 하는 약사로서 폐질환 환자들에게 흡입제 사용법을 지도했다. 그런데 내가 천식에 걸리다……. 천식 치료제의 부작용을 너무 잘 알기에 처음부터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단식과 채식 요법으로 몸을 정상화시키자 마음먹었다. 생애 최초의 단식을 3일 동안 했다. 그리고 동물권과는 아무 상관없이 오로지 내 몸을 위해 채식을 하기 시작했다. 등산도 하고 건강 관련 책도 열심히 읽었다. 비쌌지만 유기농으로 먹거리를 채우려고 노력했다. 대부분의 빵에 우유가 들어있어서 책을 보고 직접 비건 빵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외국 고객들과 식사 자리에서도 양해를 구하고 고기를 먹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채식을 했다....
둥글레
2019.06.14 | 조회 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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