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레의 인문약방 / 8회> 영양제=다다익선?

둥글레
2020-03-05 22:33
791

[둥글레의 인문약방/8회]

 

 

영양제=다다익선?

 

 

약사라는 직업을 가지면서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받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영양제에 관해서다. 최근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활성화되어 제품들이 넘쳐나고 건강 관련 정보도 너무 많다.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또 어떤 정보가 믿을 만 한지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일부 사람들은 영양제의 광신도가 되어 커다란 약 케이스에 좋다는 영양제를 한가득 넣어 다니면서 끼니마다 한 주먹씩 삼킨다. 얼마 전 TV에서 한 연예인이 아예 영양제 방을 만들어 논 걸 보고는 아연실색했다.

며칠 전 동생네에 갔다가 몇 가지 영양제가 있길래 왜 먹느냐고 물었다. 크렌베리 추출물은 방광염에 좋다고 직장 동료가 추천해서 먹고, 베타글루칸은 염증을 없애주니까 몸에 좋을 것 같아 먹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동생이 알고 있는 베타글루칸의 주효능은 내가 알고 있는 것(면역력 증강 등)과는 좀 달랐다. 게다가 동생은 방광염을 앓고 있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동생과 비슷한 것 같다. 확신은 없지만 남들이 좋다니까 먹고, 이것저것 먹어 보지만 특별난 효과를 느껴본 적은 없다. 사람들에게 영양제는 그저 다다익선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다면 영양제를 따로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상 생활에서 스트레스나 과로가 심하거나 지병이 있을 경우엔 필요에 따라 한약이나 영양제를 먹으면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 어쨌건 난 판단할 근거를 꽤 알고 있으니 편하게 얘기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이러한 보충제니 영양제니 하는 것들은 대부분이 식물이나 광물 등의 천연물들, 특히 약초나 채소, 과일을 연구하여 발견한 성분들이다. 즉 약이나 보충제가 아닌 음식으로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실상은 이렇다.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설탕과 기름과 조미료로 버무려진 저질의 음식을 과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몸에 좋다는 보약이니 영양제 등을 과하게 복용한다. 더불어 여러 오염물질, 환경 호르몬, 각종 화학물질도 몸속으로 들어간다. 현대의 ‘과식’은 과거보다 훨씬 더 해롭다. 몸이 이 온갖 것들을 소화하고 흡수해서 대사하고 배설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쓸 것이며 거기에 따라 내장기관들은 또 얼마나 혹사당할 것인가. 

몸의 세포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정보도 필요하지 않다. 균형 잡힌 식단으로 또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지식으로 우린 얼마든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의 몸에 관심을 더 가지기만 한다면.

    

 

학교 때 배운 영양소

중고등학교 때 우린 영양소에 대해서 배웠다. 3대 영양소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질문하면 답이 자동으로 나올 정도로 머릿속에 새겨져 있다. 여기에 비타민과 미네랄(무기질)을 포함시켜 5대 영양소라고 한다. 이 이름들은 익숙한데 생물시간에 배운 내용은 가물가물하다. 가끔 과자봉지, 식품 포장이나 약병에 적힌 영양성분 표시에서 그 이름을 보기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영양소가 약이나 보충제로만 섭취된다고 오해하고 있다.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 잘 모르고 있는 게 영양소에 관한 지식이다.

왜 ‘3대’니 ‘5대’니 하는 말을 앞에 붙였을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영양소들은 인간의 성장과 생명 유지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인체 내에서는 합성되지 않거나 불충분하게 합성되니까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수 아미노산이나 필수 지방산에 ‘필수’라는 말이 붙었는데, 사실 5대 영양소는 모두 ‘필수’ 영양소이다. 예컨대 많은 동물들의 경우엔 비타민 C가 필수 영양소가 아니다. 왜냐면 그들은 간에서 비타민 C를 합성하기 때문이다. 반면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는 비타민 C를 합성하지 못하므로 음식 등으로 섭취해야 한다.

영양소는 우리 몸의 구성성분이 되고, 에너지원이고 온갖 대사를 포함한 생리작용에 필요하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에너지원이면서 근육, 호르몬, 효소, 세포막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미량이지만 세포내외의 체액과 호르몬 등을 구성하고 인체의 여러 생리작용에 참여한다. 특히 인체 대사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효소작용을 돕는 조효소(coenzyme)의 대부분은 비타민이다.

영양소에 결핍이 오면 당연히 몸에 문제가 생긴다. 면역력도 떨어진다. 이럴 때 우리는 몸의 변화를 바로 증상으로, 질병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병원이나 약국에 가서 약을 복용한다. 몸이 아프면 어떻게 먹고 배설하고 있는지, 잠은 잘 잤는지, 과로는 하지 않았는지 등 일상을 먼저 살펴야 하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더구나 소화기계의 문제가 아니면 식생활은 간과되기 쉽다.

 

 

기묘한 영양실조

비타민은 그 결핍증을 통해서 발견되었다. 해양 항해의 발달로 오랜 기간 동안 배를 타게 된 선원들은 음식의 불균형으로 인해 여러 결핍증에 시달렸다. 채소나 과일 등 신선한 음식을 못 먹어서 괴혈병(비타민 C 결핍)에 걸리거나, 장기간 흰 쌀밥을 먹은 일본제국 해병은 각기병(비타민 B1 곧 티아민의 결핍)으로 죽기도 했다. 

TV 다큐에서 중국의 한 고산족의 영양 결핍 사례를 본 적이 있다. 이들은 밀가루 위주의 식사를 하고 채소는 귀해 거의 못 먹었다. 채소 부족은 엽산 결핍을 낳았고 따라서 대를 이어 기형아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 정부가 밀가루에 엽산을 강화하면서 이 문제는 해결되었다. 차마고도로 유명한 중국과 티베트의 교역도 비슷한 이유로 시작되었다. 채소가 드문 티베트 사람들은 자신들의 말과 바꾼 중국의 차를 마시며 건강을 보살폈다고 한다.

지금처럼 먹을 게 풍족하지도 않았고 기근이 종종 찾아왔지만 채소와 통곡식 위주의 전통적 식생활에서 먹거리가 문제를 만드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즉 절대적으로 못 먹어서 영양실조가 있었을지언정 일상 먹거리가 독으로 작용하진 않았다. 하지만 산업화로 인한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및 외식의 발달은 여러 문제를 발생시켰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생활이 만들어졌고 특히 설탕의 소비는 위험 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 

먹거리는 칼로리와 영양소가 함께 존재하지만 가공되는 과정에서 영양소가 깎여 나가고, 장기간 보존을 위해 첨가제와 보존제 등 각종 화학물질이 추가된다. 이런 음식들을 먹으면 칼로리는 남아도는데 영양은 부족한 기현상이 일어난다. 몸에 들어오는 영양소는 부족한데 넘치는 칼로리를 처리하느라 영양소는 더욱 필요하게 된다. 이런 식생활에서는 누구나 영양실조에 걸리기 쉽다.

 

 

현대의 영양실조는 산업화가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희한한 영양실조는 가축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거대 농업 자본은 곡식에서 이익을 보고 있고 공장식 축산과 세트로 움직인다. 동물 부산물이 섞인 곡식 사료를 먹는 가축과 우리는 처지가 비슷하다. 사람이건 가축이건 농업 자본이 생산하는 유전자 조작 곡식을 피하긴 힘들다. 또 감기 같은 감염성 질환에 자주 시달리고 항생제를 엄청나게 복용하고 있다. 풀이나 벌레를 못 먹은 가축들도, 그 고기를 먹는 인간들도 영양실조이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산업화는 우리 스스로에게 음식을 준비하여 여유 있게 식사를 하는 시간의 가치를 폄하하게 했다. 사람들의 일상에서 그 시간들이 점점 사라져 간다. 식사 준비에 쓰는 시간도, 식사하는 시간도 아까우니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 섭취는 날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영양제의 중도 

요컨대, 잘 먹자는 얘기다. 특히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인 채소를 다양하고도 많이 먹자. 채소를 식사에 포함시키면 이로운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섬유질로 인해 함께 먹는 곡식의 탄수화물이 천천히 흡수된다는 점이다. 그러면 급작스런 혈당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줄일 수 있다.1 최근엔 물과 섬유소를 포함시켜 7대 영양소를 말한다.

그럼에도 영양제를 딱 하나 먹어야 한다면, 종합비타민에 미네랄이 함께 들어있는 제제를 추천한다. 약국에서 파는 비타민∙미네랄 제제는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 부담이 적다. 대부분 합성된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천연비타민2에 비해 저렴하다. 합성비타민 보다 천연비타민이 훨씬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 생각엔 합성비타민이 안 좋다면 합성 과정에서 생성되는 불순물 때문이다. 이런 화학물질은 되도록 피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약은 높은 수준에서 불순물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 요즘 세상에 화학물질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제품을 찾기란 힘들다. 이는 천연비타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천연비타민도 좋겠지만 저렴하고 함량이 높은 합성비타민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나는 지금 합성비타민을 먹고 있다. 

 

 

그다음으로 언급하고 싶은 영양제는 세 가지 정도이다. 산업화와 의료화로 인해 바뀐 생활양식 때문에 필요해진 영양제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건강한 장을 위해 유산균 제제를 추천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각종 비타민을 생산하고 또 우울증을 치료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도 다량 만들어 낸다. 장이 건강해야 영양소 흡수와 노폐물 배설도 잘 되고 기분 조절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강박적 위생 관념과 항생제 남용은 장내 유익균을 죽인다. 또 유익균의 먹이인 섬유질이 부족한 식사는 더욱 장 건강을 나쁘게 하고 있다. 장도 채소를 충분히 먹는다면 충분히 건강해질 수 있다. 채소 안의 섬유질이 유산균의 좋은 먹이 즉 프리바이오틱스가 되어 장내 유익균을 늘려주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항산화 제제이다. 활성 산소는 세포 속에서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다. 이렇게 생긴 활성 산소는 세포 내 항산화 체계에 의해서 대부분 없어진다. 일정 정도의 활성 산소는 몸에 침입한 세균을 죽이는 등 몸에 좋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과하게 생성된 활성 산소는 주변의 세포막, 단백질, DNA를 산화시켜 제기능을 못하게 한다. 즉 세포를 죽게 만든다. 활성 산소가 과하게 생기는 원인으로는 과격한 운동, 스트레스, 산화된 기름(튀긴 음식), 공기오염, 방사선, 자외선 등으로 일상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항산화 제제의 중심도 비타민에 있다.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이 바로 비타민 C와 비타민 E이다. 이 외에도 코엔자임 Q10, 식물에서 추출되는 플라보노이드(폴리 페놀), 카로티노이드도 항산화 물질이다.3 다양한 채소를 먹는다면 부족한 항산화 물질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식생활로 실천이 어렵다면 종합비타민에 비타민 C 정도만 추가해서 먹어도 항산화 작용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비타민 E는 종합비타민에 들어 있는 정도의 양으로도 충분하다.)

세 번째는 비타민 D이다. 비타민 D는 칼슘 대사에 관여해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최근엔 비타민 D의 부족으로 여러 질병들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암환자들이 공통적으로 체내의 비타민 D 수치가 낮았다는 연구 결과이다. 오존층의 파괴로 강해진 자외선, 공기 오염과 미세먼지를 피하다 보니 요즘은 실내 생활은 늘고 햇볕을 쬐는 일은 줄었다. 더불어 비타민 D의 합성도 줄어들었다.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엔 복용을 고려해 보자.  

 

 

 

 

다양한 채소 중심의 식생활과 과격하지 않은 꾸준한 몸의 움직임. 잘 자고 그때그때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무리하지 않기. 이런 일상을 보낸다면 영양제는 따로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조건이 만만치가 않다. 이번 기회에 식단을 점검해 봤는데 나도 현대인의 조건을 피해 가기가 힘들었다. 내가 영양실조라는 뼈아픈 진실을 인정하고 원래 먹고 있던 유산균 제제에 종합비타민제를 추가했다. 구석에 처박혀 있던 비타민 C도 생각나면 한두 알 챙겼다. 무엇보다 채소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싫어해서 부족해진 오메가 3 지방산을 채우기 위해 들깨를 먹었다. 2~3주 만에 몸 컨디션이 좋아지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이것이 현재 나에게 있어 영양제의 중도이다. 각자의 중도를 찾아 영양제를 선택해 보기를 권한다. 하지만 그 중도는 식생활 등 일상의 변화 없이는 찾기 힘들다. 변함없는 일상에 자꾸 더해지는 영양제는 다다익선이 될 수 없다.

 

주석)

1. 급작스런 혈당의 상승은 여러모로 몸에 좋지 않다. 많은 양의 인슐린을 분비하느라 췌장은 지치고, 다량으로 자주 분비되다 보니 인슐린에 대한 세포의 저항성이 늘어난다. 당뇨병은 이렇게 발병한다. 피가 끈적해지면 혈액 순환도 잘 안될 뿐더러 감염에 대응하기 위해 면역세포의 움직임이 떨어진다. 설상가상 세균이나 암세포는 당을 무척 좋아한다. 현대의 많은 질병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에서 기인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2. 천연비타민의 주원료는 맥주 효모이다. 여기에 채소나 과일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비타민을 추가해서 제품화한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비타민과 미네랄을 천연으로 하기는 어려워서 100% 천연인 제품을 찾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

3. 식물 색소는 엽록소, 카로티노이드, 플라보노이드가 있는데 이 색소들이 대부분 항산화 작용을 하고 최근 연구들이 더 진행되어서 개별적인 효능이 발견된 경우는 약이나 보충제로 나오고 있다. 플라보노이드에는 쿠르쿠민(강황), 안토시아닌(검정콩, 오디, 자색 고무마), 실리마린(엉겅퀴), 이소플라본(메주콩), 카테킨(녹차), 타닌(녹차, 떫은 감), 퀘르세틴(양파), 세사미놀(참깨), 루틴(메밀), 시네올(생강) 등이 있다. 카로티노이드에는 베타카로틴(당근 등), 리코핀(토마토), 루테인(시금치, 케일), 제아크산틴(시금치, 케일), 크립토크산틴(호박, 감), 안토크산틴(귤 껍질), 캡사이신(고추), 아스타크산틴(새우와 게 껍질) 등이 있다.-윤철호의 『스스로 몸을 돌보다』참조함.

 

 

글 : 둥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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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댓글 8
  • 2020-03-06 10:04

    오. 기다리던 연재가 드디어! ^^ 잘 읽었습니다. 둥글레가 추천한 영양제 세 종류는 빠짐없이 잘 챙겨먹어야 겠어요. 무엇보다 잘 먹고, 잘자고, 잘씻고를 병행하며.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20-03-06 13:45

      역시 세콰이어님이 빠르게 읽어 주었군요. ㅎㅎ
      세콰이어님의 요청 덕에 저도 한번 더 영양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

  • 2020-03-06 11:00

    저도 잘 읽었어요~
    알기쉽게 설명해주니 고마워요♡
    식생활을 돌아보고 나만의 중도를 찾아봐야지!

  • 2020-03-10 13:10

    채소를 왜 꼭 먹어야하느냐는 우리 아들에게 필독을 권해야겠어요..^^

  • 2020-03-16 11:27

    저도 전에는 정크푸드를 좋아했었는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음식 만드는 시간을 아까워 하지 말아야겠어요.

  • 2020-07-02 14:19

    글 잘 읽어요. 진선이 검암동 밴드에 올려줘서 읽게 되었네요.

    요즘 풀들에 관심이 늘어서 살펴보고 있는 것들과 주변에서 구할수 있는 풀들과 채소들을 잘 찾아서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b

    • 2020-07-03 10:11

      용자 댓글도 달았네 ㅋㅋ

    • 2020-07-03 11:40

      아유 멀리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연재 읽기 아젠다 사장칼럼
      나는 길드다 사장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아무튼! 지금 난 길드다라는 ‘청년인문학스터트업’의 사장이다. 그런데 청년들의 배움과 밥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보겠다는 이 실험적 공동체 안에서, 유일하게 50대인 나는, 사장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나는 공식적이고 대외적인 길드다 활동에서는 존재감이 없다. 청년들은 이런 저런 자리에서 길드다를 소개할 때 대체로 나를 ‘제낀다’. 길드다 블로그나 인스타에서도 나의 흔적을 찾아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길드다에서의 사장은 일종의 명예직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나는 꽤 많은 일을 한다.        무엇보다 나는 길드다 조직 전체의 비전을 제시하거나 한 해의 사업계획을 짜는 일을 한다. 전형적인 CEO의 임무이다. (하지만 내가 제시하는 비전이나 사업계획은 청년들에게 자주 ‘까인다’^^) 실제로는 궁색한 길드다 살림이 ‘빵꾸’나지 않게 여기 저기 협박도 하고 읍소도 하면서 돈을 끌어오는 일을 가장 열심히 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 간 나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청년들에게 푸코니 들뢰즈니 장자니를 가르치는 교사였다. 때론 회계장부 쓰는 법, 공지 올리는 법 등 각종 실무와 관련된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수(射手)이기도 하고, 또 때론 청년들을 전국으로 보내 <북 콘서트>라는 행사를 뛰게 하는 기획사 매니저로 변신하기도 한다. 음, 아주 가끔씩은 운전도 못하고 차도 없는 청년들을 실어 나르는 운전기사 노릇도 한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청년쉐어하우스 <선집> 대청소를 하면서 매트리스 커버와 이불커버를 몽땅 벗겨 집으로 가져와 빨아서 다시 갖다...
      나는 길드다 사장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아무튼! 지금 난 길드다라는 ‘청년인문학스터트업’의 사장이다. 그런데 청년들의 배움과 밥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보겠다는 이 실험적 공동체 안에서, 유일하게 50대인 나는, 사장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나는 공식적이고 대외적인 길드다 활동에서는 존재감이 없다. 청년들은 이런 저런 자리에서 길드다를 소개할 때 대체로 나를 ‘제낀다’. 길드다 블로그나 인스타에서도 나의 흔적을 찾아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길드다에서의 사장은 일종의 명예직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나는 꽤 많은 일을 한다.        무엇보다 나는 길드다 조직 전체의 비전을 제시하거나 한 해의 사업계획을 짜는 일을 한다. 전형적인 CEO의 임무이다. (하지만 내가 제시하는 비전이나 사업계획은 청년들에게 자주 ‘까인다’^^) 실제로는 궁색한 길드다 살림이 ‘빵꾸’나지 않게 여기 저기 협박도 하고 읍소도 하면서 돈을 끌어오는 일을 가장 열심히 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 간 나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청년들에게 푸코니 들뢰즈니 장자니를 가르치는 교사였다. 때론 회계장부 쓰는 법, 공지 올리는 법 등 각종 실무와 관련된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수(射手)이기도 하고, 또 때론 청년들을 전국으로 보내 <북 콘서트>라는 행사를 뛰게 하는 기획사 매니저로 변신하기도 한다. 음, 아주 가끔씩은 운전도 못하고 차도 없는 청년들을 실어 나르는 운전기사 노릇도 한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청년쉐어하우스 <선집> 대청소를 하면서 매트리스 커버와 이불커버를 몽땅 벗겨 집으로 가져와 빨아서 다시 갖다...
문탁
2020.05.20 | 조회 141
기린의 공동체가 양생이다
  설명하기엔 애매한     나는 시골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나이는 오십이 넘었는데 시집도 못 갔지 안정된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내가 문탁에서 학생들과 수업도 한다는 얘기로 미루어 예전에 다녔던 학원 같은데 이겠거니 생각하신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졌을 때 어머니는 학원에서 월급은 주냐고 걱정하는 전화를 하셨다. 학원이 아니라 공동체라고 아무리 말해도 어머니는 뭐래니 라는 표정이다. 어머니뿐만이 아니다.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가족은 물론 주변 친구들에게도 설명하기가 참 애매하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공동체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신문을 통해 소개되는 공동체 관련 기사도 열심히 읽었고 그와 관련한 책도 꾸준히 사서 읽었다. 새해가 되어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릴 때 소개된 공동체 방문해보기가 빠지지 않았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공동체를 만들어 같이 살자는 말을 곧잘 했다. 그럴 때 떠올린 공동체의 상은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살아간다는 정도였다. 책을 통해 문탁네트워크를 알게 되었을 때는 ‘그런’ 공동체를 실제로 경험해 본다는 생각에 좀 설렜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와보니 만나는 사람들도 맞닥뜨리는 상황들도 낯설어 좌충우돌하기 일쑤였다. 처음이라 그런가 싶었지만 시간이 지난다고해서 익숙해지지도 않았다. 그러다보니 내가 그렸던 ‘그런’ 공동체의 상이 자꾸만 떠올랐다. 뜻이 맞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함께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래서 공동체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살아갈수록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겼던...
  설명하기엔 애매한     나는 시골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나이는 오십이 넘었는데 시집도 못 갔지 안정된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내가 문탁에서 학생들과 수업도 한다는 얘기로 미루어 예전에 다녔던 학원 같은데 이겠거니 생각하신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졌을 때 어머니는 학원에서 월급은 주냐고 걱정하는 전화를 하셨다. 학원이 아니라 공동체라고 아무리 말해도 어머니는 뭐래니 라는 표정이다. 어머니뿐만이 아니다.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가족은 물론 주변 친구들에게도 설명하기가 참 애매하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공동체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신문을 통해 소개되는 공동체 관련 기사도 열심히 읽었고 그와 관련한 책도 꾸준히 사서 읽었다. 새해가 되어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릴 때 소개된 공동체 방문해보기가 빠지지 않았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공동체를 만들어 같이 살자는 말을 곧잘 했다. 그럴 때 떠올린 공동체의 상은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살아간다는 정도였다. 책을 통해 문탁네트워크를 알게 되었을 때는 ‘그런’ 공동체를 실제로 경험해 본다는 생각에 좀 설렜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와보니 만나는 사람들도 맞닥뜨리는 상황들도 낯설어 좌충우돌하기 일쑤였다. 처음이라 그런가 싶었지만 시간이 지난다고해서 익숙해지지도 않았다. 그러다보니 내가 그렸던 ‘그런’ 공동체의 상이 자꾸만 떠올랐다. 뜻이 맞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함께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래서 공동체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살아갈수록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겼던...
기린
2020.05.13 | 조회 598
지난 연재 읽기 둥글레의 인문약방
[둥글레의 인문약방 / 10화]     슬픔의 치료제를 찾는 사람들     가끔 지인들이 정신과 치료나 약에 대해 물어온다. 어떤 경우는 꾸준히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고, 어떤 경우는 정신과 약 복용이 너무 섣불러서 심리상담을 권유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치료나 약 복용이 불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런 조언을 하지만 종합병원을 그만두고 나서는 나도 정신과 질환의 처방을 조제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정신과 처방의 경우 의약분업 예외라서 병원에서 조제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과 처방이 아니더라도 향정신성 의약품이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은 빈번히 취급한다.) 약국에서 정신과 처방을 보는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사람들이 정신적 문제를 약 복용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은 늘었다. 그도 그럴게 요사이 정신 질환에 대한 비호감이 많이 줄었고 정신과 병원도 거리낌 없이 간다. 또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로 약을 먹고 있다고 토로하는 장면도 TV에 심심치 않게 나온다.  보건 복지부가 실행한 ‘201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다고 한다. 정신질환의 유병률이 25.4%라니 놀랍다. 그런데 왜 정신적 질병이 늘고 있을까? 확실한 건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이 늘었다. 요새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교 내에서 심리를 상담하고 이상 여부를 체크하는 일이 기본이 되었다. 학생들이고 성인들이고 정신적 문제로 약을 먹거나 상담을 받는 경우가 늘어났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갈수록 개인들의 부담을 늘리고 사회 안정망을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해 정신적...
[둥글레의 인문약방 / 10화]     슬픔의 치료제를 찾는 사람들     가끔 지인들이 정신과 치료나 약에 대해 물어온다. 어떤 경우는 꾸준히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고, 어떤 경우는 정신과 약 복용이 너무 섣불러서 심리상담을 권유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치료나 약 복용이 불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런 조언을 하지만 종합병원을 그만두고 나서는 나도 정신과 질환의 처방을 조제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정신과 처방의 경우 의약분업 예외라서 병원에서 조제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과 처방이 아니더라도 향정신성 의약품이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은 빈번히 취급한다.) 약국에서 정신과 처방을 보는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사람들이 정신적 문제를 약 복용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은 늘었다. 그도 그럴게 요사이 정신 질환에 대한 비호감이 많이 줄었고 정신과 병원도 거리낌 없이 간다. 또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로 약을 먹고 있다고 토로하는 장면도 TV에 심심치 않게 나온다.  보건 복지부가 실행한 ‘201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다고 한다. 정신질환의 유병률이 25.4%라니 놀랍다. 그런데 왜 정신적 질병이 늘고 있을까? 확실한 건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이 늘었다. 요새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교 내에서 심리를 상담하고 이상 여부를 체크하는 일이 기본이 되었다. 학생들이고 성인들이고 정신적 문제로 약을 먹거나 상담을 받는 경우가 늘어났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갈수록 개인들의 부담을 늘리고 사회 안정망을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해 정신적...
둥글레
2020.04.27 | 조회 705
지난 연재 읽기 뚜벅뚜벅 마을경제학
[뚜벅뚜벅 마을경제학개론 #7] 무진장의 실험:사적 소유를 넘을 수 있을까   이웃 카센터의 요란한 소음이 슬슬 동네에 퍼질 때 쯤이면 파지사유의 아침도 시작된다. 폴딩도어를 활짝 열어재치고 한바탕 아침 청소를 마친 학인들이 모닝커피 한 잔씩 뽑아들고 종종걸음 세미나를 하러 가고 나면 오늘의 밥당번들이 등장한다. 오전의 고요함을 깨는 건 열공으로 에너지 만땅 채우고 밥먹으러 오는 학인들 무리다. 감염병의 대유행을 맞아 지금은 중단된 그리운 파지사유의 일상이다. 작업장에 이어 2013년에 마을공유지 파지사유까지 열게 되었다. 그동안 매니저의 활동비를 결정하는 일이나, 새로운 사업을 위한 씨앗자금이나 각종 기금을 조성하면서 문탁 사람들은 돈에 대한 감각을 맞춰왔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학인들의 십시일반과 수고가 한데 모여 탄생한 마을공유지 파지사유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돈까지  자본주의와는 다르게 쓸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가지게 된 결정적 사건이라고 감히 평가해본다.     마을경제 따로, 가정경제 따로?   함께 가꾸는 터전이 늘어나자 공동체의 일상은 점점 풍성해졌다. 원한다면 필요한 공부를 조직하는 일도, 공부로 뜻을 맞춘 이들이 작당모의를 하는 일도 맘껏 펼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돈은 수시로 우리를 곤란함에 빠지게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문탁에서 공부하면서 경쟁 대신 우정으로 삶을 조직하겠다던 친구는 모아둔 돈은 줄어들고 전세보증금만 계속 오르니 흔들리는 듯 했다. 불경기에 당장의 밥벌이가 시급해진 학인들도 자꾸 늘어났다. 공부를 중단하고 생업전선에 나서겠다는 친구들을 붙잡을 도리가 없었다. 자본주의 내부에서 살아가는 한 아무리 절제해도 최소한의 돈 없이는 생활유지가 안 된다는 게 문제였다....
[뚜벅뚜벅 마을경제학개론 #7] 무진장의 실험:사적 소유를 넘을 수 있을까   이웃 카센터의 요란한 소음이 슬슬 동네에 퍼질 때 쯤이면 파지사유의 아침도 시작된다. 폴딩도어를 활짝 열어재치고 한바탕 아침 청소를 마친 학인들이 모닝커피 한 잔씩 뽑아들고 종종걸음 세미나를 하러 가고 나면 오늘의 밥당번들이 등장한다. 오전의 고요함을 깨는 건 열공으로 에너지 만땅 채우고 밥먹으러 오는 학인들 무리다. 감염병의 대유행을 맞아 지금은 중단된 그리운 파지사유의 일상이다. 작업장에 이어 2013년에 마을공유지 파지사유까지 열게 되었다. 그동안 매니저의 활동비를 결정하는 일이나, 새로운 사업을 위한 씨앗자금이나 각종 기금을 조성하면서 문탁 사람들은 돈에 대한 감각을 맞춰왔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학인들의 십시일반과 수고가 한데 모여 탄생한 마을공유지 파지사유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돈까지  자본주의와는 다르게 쓸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가지게 된 결정적 사건이라고 감히 평가해본다.     마을경제 따로, 가정경제 따로?   함께 가꾸는 터전이 늘어나자 공동체의 일상은 점점 풍성해졌다. 원한다면 필요한 공부를 조직하는 일도, 공부로 뜻을 맞춘 이들이 작당모의를 하는 일도 맘껏 펼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돈은 수시로 우리를 곤란함에 빠지게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문탁에서 공부하면서 경쟁 대신 우정으로 삶을 조직하겠다던 친구는 모아둔 돈은 줄어들고 전세보증금만 계속 오르니 흔들리는 듯 했다. 불경기에 당장의 밥벌이가 시급해진 학인들도 자꾸 늘어났다. 공부를 중단하고 생업전선에 나서겠다는 친구들을 붙잡을 도리가 없었다. 자본주의 내부에서 살아가는 한 아무리 절제해도 최소한의 돈 없이는 생활유지가 안 된다는 게 문제였다....
뚜버기
2020.04.23 | 조회 638
지난 연재 읽기 둥글레의 인문약방
[둥글레의 인문약방/9회]     바이러스 폭풍시대의 윤리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고 별별 장면들이 우리 사회뿐 아니라 각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대중들의 심리를 손쉽게 파고드는 공포, 감염병의 유행과 직결되는 정치적 논쟁, 높은 인식 수준을 자랑했던 선진국들의 봉쇄 정책 등 매일매일이 놀람의 연속이다.     약국에서 마스크를 팔면서 느낀 점도 많다. 다들 약국에 오면 한 마디씩 한다. 중국에 마스크를 퍼줘서 마스크가 부족하다, 중국이 공산국가라서 벌을 받았다 등등. 진의 여부나 정부 비난은 차치하고 중국에 대한 혐오감은 듣기 좀 불편했다. 이념적 편 가르기를 하면서도 마스크 판매를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의 이율배반에 한숨이 나왔다. 마스크 사재기를 비난하지만 마스크를 많이 사려고 하는 사람들, 마스크가 없다고 화내고, 마스크를 겨우 구해오면 비싸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 등. 마스크를 파는 입장이라서 보게 되는 그림자가 많았다. 결국 정부는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을 없애기 위해 ‘마스크 5부제’를 실시했다. 이 한시적 제도에 사회주의적이라며 딴지를 거는 언론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으로는 사람들의 불만과 불안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바이러스 대유행이라는 낯선 상황을 약국에서 경험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다. 사람들의 불만과 공포와 누구 탓을 이렇게까지 가까이서 그리고 자주 보게 될 줄이야…. 우리는 이 낯섦이 촉발한 감정과 혼란을 넘어설 수 있을까? 아니 이 낯섦은 아예 우리를 새로운 사유로 그리고 새로운 윤리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퇴치할 수 없다 20세기 선진국에서는 감염병이 완전히 정복되었다고...
[둥글레의 인문약방/9회]     바이러스 폭풍시대의 윤리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고 별별 장면들이 우리 사회뿐 아니라 각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대중들의 심리를 손쉽게 파고드는 공포, 감염병의 유행과 직결되는 정치적 논쟁, 높은 인식 수준을 자랑했던 선진국들의 봉쇄 정책 등 매일매일이 놀람의 연속이다.     약국에서 마스크를 팔면서 느낀 점도 많다. 다들 약국에 오면 한 마디씩 한다. 중국에 마스크를 퍼줘서 마스크가 부족하다, 중국이 공산국가라서 벌을 받았다 등등. 진의 여부나 정부 비난은 차치하고 중국에 대한 혐오감은 듣기 좀 불편했다. 이념적 편 가르기를 하면서도 마스크 판매를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의 이율배반에 한숨이 나왔다. 마스크 사재기를 비난하지만 마스크를 많이 사려고 하는 사람들, 마스크가 없다고 화내고, 마스크를 겨우 구해오면 비싸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 등. 마스크를 파는 입장이라서 보게 되는 그림자가 많았다. 결국 정부는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을 없애기 위해 ‘마스크 5부제’를 실시했다. 이 한시적 제도에 사회주의적이라며 딴지를 거는 언론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으로는 사람들의 불만과 불안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바이러스 대유행이라는 낯선 상황을 약국에서 경험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다. 사람들의 불만과 공포와 누구 탓을 이렇게까지 가까이서 그리고 자주 보게 될 줄이야…. 우리는 이 낯섦이 촉발한 감정과 혼란을 넘어설 수 있을까? 아니 이 낯섦은 아예 우리를 새로운 사유로 그리고 새로운 윤리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퇴치할 수 없다 20세기 선진국에서는 감염병이 완전히 정복되었다고...
둥글레
2020.03.24 | 조회 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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