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흑백영화를 보러갔다! 3부작 중 1편 키노-아이(Kino-eye), 세상을 담는 눈   F.W 무르나우 <마지막 웃음Der Letzte Mann, The Last Laugh(1924)>   “나는 너희 인간들이 결코 믿지 못할 것을 봤어. 오리온자리 언저리에서 불타 침몰하던 전함, 탄호이저 게이트 부근의 어둠 속에서 빛나던 섬광도 보았지. 이 모든 순간들이 시간 속으로 사라지겠지. 빗속에 흐르는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때가 온 거야.”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1982)에서 리플리컨트였던 로이(룻거 하우어)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읊조렸던 대사를 기억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았던 로이, 그는 죽음을 맞이한 순간에 과거를 주마등처럼 흘려보내고 있다. 인간에 따라 다를 순 있지만, 인체의 모든 감각 중 70% 이상이 눈에 의해서 세상을 인식한 결과라고 한다. 삶을 끝내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뭔가를 본다. ‘본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감각임과 동시에 인식의 순간이다. 러시아 출신의 지가 베르토프 감독은 ‘키노-아이(kino eye)’라는 독특한 개념을 만들었다. ‘키노-아이’란 ‘영화의 눈’이란 뜻으로, 즉 ‘카메라의 눈’을 의미한다. 베르토프는 카메라 렌즈를 불완전한 인간의 눈과 대비해, 대중들에게 세상을 달리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자는 운동을 불러 일으켰다.   카메라, 세상을 향한 눈이...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흑백영화를 보러갔다! 3부작 중 1편 키노-아이(Kino-eye), 세상을 담는 눈   F.W 무르나우 <마지막 웃음Der Letzte Mann, The Last Laugh(1924)>   “나는 너희 인간들이 결코 믿지 못할 것을 봤어. 오리온자리 언저리에서 불타 침몰하던 전함, 탄호이저 게이트 부근의 어둠 속에서 빛나던 섬광도 보았지. 이 모든 순간들이 시간 속으로 사라지겠지. 빗속에 흐르는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때가 온 거야.”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1982)에서 리플리컨트였던 로이(룻거 하우어)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읊조렸던 대사를 기억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았던 로이, 그는 죽음을 맞이한 순간에 과거를 주마등처럼 흘려보내고 있다. 인간에 따라 다를 순 있지만, 인체의 모든 감각 중 70% 이상이 눈에 의해서 세상을 인식한 결과라고 한다. 삶을 끝내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뭔가를 본다. ‘본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감각임과 동시에 인식의 순간이다. 러시아 출신의 지가 베르토프 감독은 ‘키노-아이(kino eye)’라는 독특한 개념을 만들었다. ‘키노-아이’란 ‘영화의 눈’이란 뜻으로, 즉 ‘카메라의 눈’을 의미한다. 베르토프는 카메라 렌즈를 불완전한 인간의 눈과 대비해, 대중들에게 세상을 달리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자는 운동을 불러 일으켰다.   카메라, 세상을 향한 눈이...
띠우
2022.11.06 | 조회 453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우연이라는 결과 제너럴 The General (1926) | 감독 버스터 키튼 | 주연 버스터 키튼, 마리온 맥 | 84분 |        명절이 되면 으레 티브이에선 머털도사 아니면 성룡의 영화를 방영했었다. 특히 성룡영화는 집안의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한데 모이게 만드는 인기프로였다. ‘성룡영화’의 특이점은 엔딩크래딧과 함께 보여주는 ‘NG모음’이었다. 영화라는 게 원래 각본과 연출에 의해 원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촬영하고 편집하는 영상물이다. 그러니 NG모음은 사실 성룡영화만의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너무나 위험해 보이고 아슬아슬한 명장면들이 대역도 없이 수많은 반복과 실패 뒤에 나왔다는 사실은 성룡영화에 리얼리티와 진정성을 부여했다. 같은 위치에서 같은 동작을 연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몸을 던지지만 이번에 오케이가 나올지는 성룡 자신도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영화에 삽입된 하나의 ‘오케이 컷’은 그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채 수없이 반복된 NG장면 뒤에 얻게 되는 것이다. 영화 <폴리스 스토리>의 NG모음. 카운터를 돌면서 의자를 피하는 장면인데, 머리가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요즘처럼 흔한 CG나 와이어 장치도 없이 맨몸으로 펼치는 성룡영화는 스턴트 액션영화에 있어서 말 그대로 ‘고전’의 위상을 갖는다. 그런데 그런 성룡영화가 다양한 액션기법을 모방하고 많은 아이디어를...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우연이라는 결과 제너럴 The General (1926) | 감독 버스터 키튼 | 주연 버스터 키튼, 마리온 맥 | 84분 |        명절이 되면 으레 티브이에선 머털도사 아니면 성룡의 영화를 방영했었다. 특히 성룡영화는 집안의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한데 모이게 만드는 인기프로였다. ‘성룡영화’의 특이점은 엔딩크래딧과 함께 보여주는 ‘NG모음’이었다. 영화라는 게 원래 각본과 연출에 의해 원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촬영하고 편집하는 영상물이다. 그러니 NG모음은 사실 성룡영화만의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너무나 위험해 보이고 아슬아슬한 명장면들이 대역도 없이 수많은 반복과 실패 뒤에 나왔다는 사실은 성룡영화에 리얼리티와 진정성을 부여했다. 같은 위치에서 같은 동작을 연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몸을 던지지만 이번에 오케이가 나올지는 성룡 자신도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영화에 삽입된 하나의 ‘오케이 컷’은 그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채 수없이 반복된 NG장면 뒤에 얻게 되는 것이다. 영화 <폴리스 스토리>의 NG모음. 카운터를 돌면서 의자를 피하는 장면인데, 머리가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요즘처럼 흔한 CG나 와이어 장치도 없이 맨몸으로 펼치는 성룡영화는 스턴트 액션영화에 있어서 말 그대로 ‘고전’의 위상을 갖는다. 그런데 그런 성룡영화가 다양한 액션기법을 모방하고 많은 아이디어를...
청량리
2022.10.23 | 조회 340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함께 그러나 불안정하고 모호한 결혼이야기 Marriage Story(2019) | 감독 노아 바움백 | 주연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 137분 |         통상적으로 ‘가족’은 결혼으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주거와 생계를 유지하는 단위로서의 ‘가구’와는 달리 가족은 혈연이나 혼인 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가족을 구성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가구와 가족의 구별은 사적 사회구성의 서로 다른 형태일 뿐, 그 구성원(들)의 밀도나 결속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내밀함’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 않을까. 쉽게 말해, 현관문을 열면 바로 방이 보이는 ‘원룸’구조와 현관문, 중문, 방문, 전실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 ‘안방’이 다르게 배치되는 이유다. 가족이라는 ‘스위트홈’에서 가장 내밀한 영역의 안방,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이 ‘부부’다. 이때 문제는 그들의 관계가 정말 내밀하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내밀함을 가족 혹은 부부의 ‘견고함’으로 받아들이는데 있다.   어린 아들을 둔 부부,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서로에 대한 장점과 애정을 편지로 써서 읽어주려 한다. 그러나 니콜은 이혼조정 전문가 앞에서 그 편지를 읽지 못한다. 이미 벌어진 틈을 과거의 감정으로 메울 수는 없었다....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함께 그러나 불안정하고 모호한 결혼이야기 Marriage Story(2019) | 감독 노아 바움백 | 주연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 137분 |         통상적으로 ‘가족’은 결혼으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주거와 생계를 유지하는 단위로서의 ‘가구’와는 달리 가족은 혈연이나 혼인 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가족을 구성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가구와 가족의 구별은 사적 사회구성의 서로 다른 형태일 뿐, 그 구성원(들)의 밀도나 결속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내밀함’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 않을까. 쉽게 말해, 현관문을 열면 바로 방이 보이는 ‘원룸’구조와 현관문, 중문, 방문, 전실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 ‘안방’이 다르게 배치되는 이유다. 가족이라는 ‘스위트홈’에서 가장 내밀한 영역의 안방,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이 ‘부부’다. 이때 문제는 그들의 관계가 정말 내밀하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내밀함을 가족 혹은 부부의 ‘견고함’으로 받아들이는데 있다.   어린 아들을 둔 부부,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서로에 대한 장점과 애정을 편지로 써서 읽어주려 한다. 그러나 니콜은 이혼조정 전문가 앞에서 그 편지를 읽지 못한다. 이미 벌어진 틈을 과거의 감정으로 메울 수는 없었다....
청량리
2022.05.29 | 조회 324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매력적인 악동, 페드로 알모도바르 - 내 어머니의 모든 것(2000)/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ovar)     전 세계에서 주목받던 초현실주의 영화감독 루이스 부뉴엘(1900~1983) 이후 몰락해가던 스페인 영화에 혜성같이 등장한 인물이 페드로 알모도바르(1949~)다. 그는 현재 7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으로 우리나라 감독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올해 들어 우리나라에서 알모도바르 감독의 특별전이 연이어 열리면서 신작 영화 <페러럴 마더스(2022)>도 볼 수 있었다. 1980년대 후반 ‘유럽 영화계의 악동’ 혹은 ‘호모 영화 작가’라고 불렸던 페드로 알모도바르. 그가 여전히 거장으로 불리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모습이 좋지만 후기 작품들 속에서 사라져가는 그만의 생동감이 그립기도 하다.   젊은 날, 그의 공격성이 좋았다   잡지 『스크린』에 처음 소개되었던 그의 영화는 <신경쇠약직전의 여자(1988)>였다. ‘아키 카우리스마키’나 ‘에밀 쿠스트리차’처럼 독특한 영화를 찍는 감독들에 꽂혀있던 나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1992년작 <하이힐(1991)>을 극장에서 보고 나서 <마타도르(1986)>나 <신경쇠약직전의 여자>를 찾아보았다. 우리나라에서 그는 도발적이고 강렬한 색채와 소재로 인해 음지에서 인기를 얻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냥 영화 자체가 멋있게 보였다. 36년간 프랑코 정권의 긴 독재의 끝에서 벗어난 스페인 사회는 남성권력이 상징하는 가부장적 질서와...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매력적인 악동, 페드로 알모도바르 - 내 어머니의 모든 것(2000)/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ovar)     전 세계에서 주목받던 초현실주의 영화감독 루이스 부뉴엘(1900~1983) 이후 몰락해가던 스페인 영화에 혜성같이 등장한 인물이 페드로 알모도바르(1949~)다. 그는 현재 7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으로 우리나라 감독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올해 들어 우리나라에서 알모도바르 감독의 특별전이 연이어 열리면서 신작 영화 <페러럴 마더스(2022)>도 볼 수 있었다. 1980년대 후반 ‘유럽 영화계의 악동’ 혹은 ‘호모 영화 작가’라고 불렸던 페드로 알모도바르. 그가 여전히 거장으로 불리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모습이 좋지만 후기 작품들 속에서 사라져가는 그만의 생동감이 그립기도 하다.   젊은 날, 그의 공격성이 좋았다   잡지 『스크린』에 처음 소개되었던 그의 영화는 <신경쇠약직전의 여자(1988)>였다. ‘아키 카우리스마키’나 ‘에밀 쿠스트리차’처럼 독특한 영화를 찍는 감독들에 꽂혀있던 나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1992년작 <하이힐(1991)>을 극장에서 보고 나서 <마타도르(1986)>나 <신경쇠약직전의 여자>를 찾아보았다. 우리나라에서 그는 도발적이고 강렬한 색채와 소재로 인해 음지에서 인기를 얻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냥 영화 자체가 멋있게 보였다. 36년간 프랑코 정권의 긴 독재의 끝에서 벗어난 스페인 사회는 남성권력이 상징하는 가부장적 질서와...
띠우
2022.05.17 | 조회 616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사과’가 필요할 때 시 Poetry(2010) | 감독 이창동 | 주연 윤정희 | 135분 | 15세 이상             영화는 개천에서 떠내려 오는 주검을 한 아이가 우연히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미’ 우리는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럴 때 스토리는 ‘누가, 왜 죽였는지’ 밝혀나가는 방식으로 대부분 전개된다. 이는 어쩌면 우리의 관심 역시 대부분 그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범행 동기는 무엇인지, 어떻게, 어디서, 왜!!! 그러나 이 영화의 질문은 애초부터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같은 마을에서 중학생 손자와 함께 낡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66세 미자(윤정희). 그녀가 '시'를 배우기 시작한 건 자신이 알츠하이머 초기임을 의심한 이후였다. 스스로 ‘시인 기질’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해보니 잘 안 써진다. 그러나 그건 사물의 이름이나 적절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그녀의 증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자가 참가하는 문예교실에서 김용택 시인(극중 김용탁)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사과를 진짜로 본 게 아니에요. 사과라는 것을 정말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서, 대화하고 싶어서 보는 것이 진짜로 보는 거예요.” 그럴 때 느껴지는 무언가를...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사과’가 필요할 때 시 Poetry(2010) | 감독 이창동 | 주연 윤정희 | 135분 | 15세 이상             영화는 개천에서 떠내려 오는 주검을 한 아이가 우연히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미’ 우리는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럴 때 스토리는 ‘누가, 왜 죽였는지’ 밝혀나가는 방식으로 대부분 전개된다. 이는 어쩌면 우리의 관심 역시 대부분 그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범행 동기는 무엇인지, 어떻게, 어디서, 왜!!! 그러나 이 영화의 질문은 애초부터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같은 마을에서 중학생 손자와 함께 낡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66세 미자(윤정희). 그녀가 '시'를 배우기 시작한 건 자신이 알츠하이머 초기임을 의심한 이후였다. 스스로 ‘시인 기질’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해보니 잘 안 써진다. 그러나 그건 사물의 이름이나 적절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그녀의 증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자가 참가하는 문예교실에서 김용택 시인(극중 김용탁)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사과를 진짜로 본 게 아니에요. 사과라는 것을 정말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서, 대화하고 싶어서 보는 것이 진짜로 보는 거예요.” 그럴 때 느껴지는 무언가를...
청량리
2022.04.30 | 조회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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