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4일차 _ 걸어서 동천동 속으로

모로
2021-11-1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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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동으로 이사를 오게 된 것은 5년 전이였다. 여기에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제주도에서부터 이미 4번 정도의 이사를 했던 터라, 약간 지쳐있었고, 신랑 직장 근처로 적당한 동네를 부지런하게 알아보던 터였다.

어느 날 분당에 사는 친구가, 갑자기 너에게 딱 어울리는 동네를 찾았다고 동네 구경을 가자고 말했다. (네비게이션이라 불릴 정도로 지리에 밝고, 지도 보는 게 취미인 친구라 아주 신뢰한다) 나는 동천동으로 들어서는 순간, 햇빛이 내려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오바 섞어서 약간 광명 같은 : 종교 없음 주의) 아, 이 동네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수지구청만 가도 너무 번잡한 사람이고,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외딴 동네도 싫어한다. (신혼살림을 아무것도 없는 신도시에서 시작한 최악의 경험이 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범위 내에, 내가 마음에 드는 슈퍼 몇 개에, 커피를 좋아하니 작은 커피숍, 그리고 마음에 드는 미용실, 초등학교가 가까운 그런 곳.. 이런 동네에 살고 싶었다. 딱 동천동 아닌가!

그리고 모르고 왔는데 이사하고 보니 동네에 널리 퍼져있는 공동체 문화도 너무 좋았다. 재미있는 배움도 많고, 즐길 거리도 많고... 아! 내가 너무 사랑하는 동네다. 나는 이우학교 출신(?)이 아니므로, 처음에 여기저기 기웃거릴 때 어떻게 알고 왔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냥 보이던데요? 정말이다. 곳곳에 붙어있는 작은 포스터들도 관심이 있으면 보인다. 그렇게 나는 흘러 흘러 여기저기를 돌아다녔고, 지금은 문탁으로 흘러들어와 지낸다.

작년에 신랑이 서울로 이직을 하는 바람에... 이사를 가야 할 형편이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물론 갈 수 있는 예산 범위 내에서) 서울에서는 이만한 동네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우울한 마음으로 동네를 걸으면서 이만한 동네가 없는데.. 나한테 딱 맞는데..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고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는데.. 중얼거렸더랬다. 일 년 넘게 여기저기 고민하다 보니, 신랑도 이만한 동네가 없다는 데에 동의했고, 이사를 안 하는 쪽으로 (쪽으로!!! 왜 확답을 안 하는 걸까.. ㅎㅎㅎ) 굳혀졌다. 오예! 나는 아직도 이 동네를 더 알아가고 싶고, 내가 좀 더 가진 것을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나저나.. 에코 챌린지 네 번째 날인데.. 벌써 이야깃거리가 떨어진 느낌이다. (물론 앞의 내용도... 썩 에코스럽지는 않았는데.. ㅜ) 몰라.. 내 맘대로 써도 된다고 했으니까.. (훌쩍.. )

 

댓글 4
  • 2021-11-12 10:20

    걸어서 이것 저것을 해결할 수 있는 동네라이프를 즐기는 건 에코적이라 할 수 있죠. 암..암.. ^^

  • 2021-11-12 14:00

    그지  마을이 답이지 🤞

  • 2021-11-12 14:08

    너랑 딱 어울리는 동네라고 말해주는 친구라니 !! 근데 쌤이랑 이 마을 잘 어울려요 진짜

  • 2021-11-12 15:25

    우리동네도 참~좋아요. 풍덕천동! ㅎㅎ

    걸어서 수지의 대부분을 갈수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