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여자들의 비범한 글쓰기 발표

겸목
2023-12-0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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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목이 글쓰기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올해로 3년차입니다. 처음 두 해는 <단짠단짠 글쓰기>로 글쓰기의 쓴맛 단맛을 함께 맛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취지였는데, 매주 일요일 만나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고 자기 이야기를 써보는 시간은 가졌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일요일 셈나에 글쓰기를 가져가기 위해 토요일 오후, 일주일의 모든 스케줄을 마치고 일요일에 가져갈 글을 쓰기 위해 문탁 공부방에서 뒹글거리는 시간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뭘 써야 하나 궁리하기도 하고, 텍스트인 책을 다시 읽어보고, 최종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감정이나 생각을 어떻게든 글로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그렇게 3~4시간을 보내고 나면, 처음엔 아무 생각도 안 나지만, 결국엔 어떤 것이든 글쓰기를 하고 있더군요. '아! 내가 이런 걸 쓰고 싶었구나!' '지금 나의 고민은 이런 거네.' '이 갈등을 풀어볼 것인가 시간을 두고 묵혀볼 것인가?' 정리되는 시간은 차분하고도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글쓰기 시즌이 끝나고 새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다시 토요일 오후의 일정을 기다리며 보냈습니다. 

 

 

 

 

 

 

올해는 <평범한 여자들의 비범한 글쓰기>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2년을 지나며 글쓰기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성인데, 여성들이 글쓰기에 더 관심 있는 이유가 뭘까? 여성글쓰기라는 카테고리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여성 전용 글쓰기를 열었고, 특별하거나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 '별일 없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닌' 그 미묘한 감정과 헷갈리고 정리되지 않는 나의 일들에 대해 글쓰기 해보기로 했습니다. 시즌1때 많은 분들이 왔다, 몇몇 분들이 그만두셨어요. 여자들끼리 모여 글쓰기 해본다면, 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흘러가게 될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쓰고 싶었던 나의 이야기를 꺼냈다, 다시 집어 넣기를 반복했어요. 이 이야기를 지금 다시 한다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어디까지 이야기하는 것이 진실일까? 나는 이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인가? 친구가 아닌 사람들이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나의 진의를 의심하기도 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의심하기도 하며 1년을 보냈습니다. 글쓰기는 글을 쓰고 읽는 시간보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일이구나! 이해하게 됐어요. 그간 우리의 과오가 있었다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의견을 주고받고 고쳐 쓰는 시간을 더 갖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기 위한 시간과 태도가 부족했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러 번 세미나 에세이에서 나왔던 주제이지만, '경청'은 어디에나 필요한 덕목이고, 늘 부족한 자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3를 함께 했던 여덟 사람 가운데 저를 뺀 일곱 명이 에세이를 마쳤습니다. 글을 마쳤다기보다, 마음에 걸려 있던 문제 하나와 대면하는 시간을 회피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각자 다른 문제를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친구들의 조언과 참견을 들어가며 하나의 문제와 대면해봤습니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흐뭇함이 더 커요. 우리의 글은 흔히 말하는 '잘 쓴 글'은 아닐지 모릅니다. 이제는 도대체 '잘 쓴 글'이란 게 일반적인 기준이 있나 싶네요. 발표를 하며 울컥하기도 했고, 쉬이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할 만큼은 한 것 같습니다. "그럼 됐다"고 칭찬해봅니다. 다들 넘 멋졌어요!! 시시콜콜 다 말하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네요^^

 

<평범한 여자들의 비범한 글쓰기>가 '비밀 글쓰기'를 지향했던 것은 아닌데, 자신의 글쓰기에 집중하기 위해 과제게시판과 에세이 발표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1년간 같은 홈페이지를 쓰며 궁금했을 친구들에게 '잘 보냈다'고 경과 보고를 합니다. 발표를 마치고나서 비료자님이 에세이를 조금 수정했다는 톡이 왔습니다. 게시판에 들어가서 읽어보니, 그날 우리가 주고받은 이야기가 약간은 반영된 느낌입니다. 새봄님과 시소님, 자매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돌아가는 차안에서 치열한 세미나 후반전을 보낸다는 풍문 전해들었습니다. 정말 보기 드문 자매애입니다!! 1년 동안 제철에서 고속도로를 달려오신 윤아님! 기름값+밥값 많이 쓰셨어요!! 세미나마다 윤아님의 정리글이 텍스트를 이해하는 데 십분 도움이 됐습니다. 마지막날 양말 한 켤레씩과 손편지를 써오셔서 '이렇게 다정한 사람이었나!!' 논란이 되었던 유상샘, 멋진 여자예요!! 자신감 뿜뿜 뿜고 2024년 맞이하시길...... 시즌3이 내내 하나의 이야기를 여러 번 바꿔 쓰고 고쳐 쓰며 최종 마무리를 하신 묘선주샘! 내년에 있을 새로운 도전도 응원합니다. 조용해 보이지만 단단한 꿈틀이님! 샘의 다음 글쓰기도 기대해봅니다. 시즌3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온라인 회원으로 우리보다 더 열심히 게시판 글을 읽어주고 정성껏 피드백해줬던 '프로 댓글러' '사랑꾼' 현지샘, 넘 감사해요!! 샘의 피드백 감동이었어요. 그리고 에세이 발표에 와셨주셨던 문탁샘과 기린샘도 감사합니다. 우리들의 글쓰기가 어떠한지 몇몇 분께는 전하고 싶어, 초대했습니다. 다들, 내년에도 이러저러한 공부와 글쓰기 계속해봅시다~ 그동안 넘 수고 많았습니다!!

 

2024년에도 <평범한 여자들의 비범한 글쓰기>는 계속됩니다. 

 

 

댓글 7
  • 2023-12-05 15:07

    직접 참여한 시즌1,2와 간접 참여한 시즌3! 3개의 시즌을 통해 글쓰기는 결과도 결과지만 쓰는 과정이 재밌구나를 배웠어요! 내 문제를 내 시각에서 정리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시각을 통해 바라보며 새로운 삶의 방법을 익히고 적용해 보는 것도 참 재밌었어요! 좋은 벗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 같습니다.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글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올 한 해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 2023-12-05 15:17

    "평범한 여자들의 비범한 글쓰기"가 계속 역사성을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비범한 여자들의 평범한 글쓰기"로 역전되지 않을까라는 상상도해봅니다.

    시즌 3에만 참석했지만 저를 거리낌없이 환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인연은 꽤 튼튼할 것 같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모두, 그리울 것 같습니다.

    • 2023-12-05 20:24

      '비범한 여자들의 평범한 글쓰기' 멋진데요.

  • 2023-12-05 15:52

    겸목샘 수고 많으셨습니다. 샘의 인내심과 애정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왔을까 싶습니다. 경청과 이끌기, 이게 어려운 일인데 해 내시느라 많이 힘드셨죠. 기존에는 없었던 시도였다고 듣긴 했지만 이렇게 정리를 하시니 실감이 납니다.
    주저하긴 했지만 겸목샘의 글을 읽으니 끝까지 오기를 잘했구나 싶어요. 샘도 우리도 서로에게 애정을 품게 되었으니 우리 참 잘했다, 하는 자리에 같이 있게 되어 기쁩니다.
    내년, 샘의 구상도 궁금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원하시는 방향대로 일들이, 세상이 흘러가기를..

    다들 고마웠습니다~^^

  • 2023-12-05 20:36

    1년 동안 글쓰기 수업을 이끌어주신 겸목샘께 감사드려요. '여성'이라는 주제 안에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있음을 알 수 있었던 1년 이었습니다. 제가 '여성'임에 대해서, 그 안에서 어떤 경험들을 했었는지 글을 쓰면서 좀 더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 별일 없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닌' 이야기에 대해, 그것이 특별하거나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할 만큼은 했다' 는 겸목샘 후기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가끔은 '저의 고민들이 별 것 아닌 것인데 붙잡고 있는건가' 그런 생각도 들곤 했었어요. 그리고 함께 해주신 다른 샘들께도 감사했습니다.! ^^!

  • 2023-12-05 21:17

    그날
    모두의 진솔한 글을 읽을수 있어서 좋았어요
    팀웍도 좋은것 같더라구요

  • 2023-12-05 22:25

    글쓰기는 글을 쓰고 읽는 시간보다 그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씀에 백퍼 공감해요ᆢ왜냐하면 저는 다른 친구들의 글을 듣고 읽으며 피드백하는 일에는 에너지를 많이 쓰지 못했던것 같아서요 그날 돌아오는 길에 내년 글쓰기의 숙제는
    다른 친구들의 글의 소리에 집중해보자로 정했어요
    잘 하지 못하고 할수 없었던것을 해보는 일이 자기변화이고 혁명이더라구요~~

    글을 다시 쓰게 된것도 힘들었지만 너무 좋은 일이었고 문탁공간을 제 삶으로 끌어들여서 기뻤고
    무엇보다 겸목샘 새봄샘 윤아샘 시소샘 유상샘 비료자샘 묘선주샘 또 현지샘과의 인연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