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처방전>6회 고혈압편

겸목
2020-09-13 14:23
417

나의 '장인'에게 보내는 마음의 소리

-김초엽의 단편소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를 처방합니다

 

  ‘감정의 물성을 읽다가

  2002년에 개봉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50년 후인 2054년의 미래를 보여준다. 50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개봉 당시 가히 판타스틱 했던 미래기술들이 오늘날에는 많이 상용화되었다. 생체인식기술, 멀티터치인터페이스, 홀로그램, 증강현실, AI안경,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 영화적 재미를 가져왔던 미래기술들을 오늘날에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일상이 된 첨단기술들은 영화 속에서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2019년에 출판된 김초엽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 2019년)에서도 조만간에 출시되거나 상용화될 것 같은 미래기술들을 엿볼 수 있다. 인간배아 디자인, 냉동수면기술, 웜홀 터널, ‘기쁨/슬픔/우울’ 같은 감정을 담고 있는 팬시상품, 죽은 사람들의 생애 정보를 데이터로 이식한 ‘마인드’ 도서관 등, 비교적 ‘현실적인’ SF판타지를 보여준다. 나는 그 중 가장 빨리 상용화 되는 것은 ‘마인드’ 도서관이라고 생각한다. 매장에서 화장으로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는 우리의 장례문화를 떠올려볼 때, 곧 납골당과 추모공원은 사이버상의 홀로그램과 가상현실로 대체될 것 같다. 이것을 관리해주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우리는 넷플릭스나 왓챠처럼 정액제로 사용요금을 결제하게 될 것이다.

 

“감정의 물성?”

“그러니까 자기들 말로는 감정 자체를 조형화한 제품이래요. 종류도 꽤 많아요.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공포체’, ‘우울체’ 하는 식으로 이름이 붙고, 파생되는 제품으로 비누나 향초, 손목에 붙이는 패치도 있고요. 지금 유진 씨가 구해 온 건 침착의 비누라는 건데, 진짜 비누처럼 써도 되지만 그냥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나 봐요. 10분 정도 사용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감정의 물성」,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가지 못한다면』, 193~194쪽)

 

  단편소설 「감정의 물성」에서 소개되고 있는 ‘이모셔널 솔리드’는 캔들 테라피, 건강 팔찌, 뇌파를 이용한 집중력강화 프로그램 같은 상품을 떠올리게 한다. 한 알만 먹어도 하루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알약에 대한 상상처럼,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부대끼기보다는 제품으로 감정을 관리하고 싶다는 상상 또한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봄직하다. 자신에게 필요한 차분함, 평온함, 기쁨 같은 감정을 필요에 따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도 인류의 행복에 기여할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소설은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사람들이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소비한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우울의 감정에 머무르고 증오의 감정을 가지고 싶어 할까? 이런 질문을 던져야 소설이 된다.

 

  「감정의 물성」을 읽으며 내 머릿속에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 탈모를 예방해주는 한방샴푸, 여드름 치료에 좋은 어성초비누, 화상이든 자상이든 모든 상처에 ‘직방’인 자운고, 화학제품을 섞지 않은 스킨과 로션 등. 내가 쓰고 있는 생활용품 가운데 많은 것들이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 누군가 무엇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는 이 궁리 저 궁리를 해서 딱 맞춤한 물건을 만들어준다. ‘***립밤’ ‘###썬크림’처럼 주문한 사람의 이름으로 라벨을 붙여,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는 꼼꼼하고 자상하고 시크하다. 그가 만들어준 물건을 쓴 다음부터 나는 마트에서 파는 제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뭔가 개성 없고, 느낌 없는 물건들에는 손이 안 가는 ‘고급 취향’이 생겨 버렸다. 그가 만들어준 물건들은 나에게 감정을 촉발한다. 마트에서 파는 물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각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신뢰감을 말이나 관념이 아니라 ‘물성’으로 체감하게 해준다. 나는 그 물건들을 쓰며 그의 손끝에서 나온 살뜰함과 따뜻함을 느낀다. 고맙고 감사하다. 그러나 가끔은 그가 너무 과로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소설은 아니지만 그와 나의 이야기도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장인의 직업병, to be or not to be

  그에게는 고혈압 증상이 있다. 그는 음주, 비만, 당뇨, 짜게 먹는 식습관 등 고혈압의 원인이라고 말해지는 생활습관과는 거리가 멀다. 병원에서도 그의 고혈압이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혈압이 아주 높은 편도 아니어서, 약을 먹으면 곧 정상혈압으로 떨어졌다. 그래서인지 그는 고혈압이라는 진단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현재로서는 어떤 원인에 의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증상으로 혈압이 불규칙하게 오르내린다고 본다. 그러니 지금 중요한 것은 고혈압의 치료가 아니라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매사에 허투루 넘어가는 게 없는 꼼꼼한 사람이다. 어떤 물건을 만들든 집중해서 야무지게 마무리한다. 무엇인가 만들어야 할 때, 그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몇날 며칠을 잠을 안 잔다. 나는 이 꼼꼼하고, 야무지고, 집중력 있는 태도가 걱정스럽다. 고혈압은 증상 자체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합병증과 후유증이 더 위험하다. 고혈압은 뇌출혈, 심장병, 신장병 등의 합병증을 초래하며 가장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주요 원인질환이다(『혈압을 낮추는 밥상』, 전나무숲, 2018년). 고혈압은 그 자체로 심각한 증상이 아닐 수 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그가 고혈압 약을 챙겨 먹으며 과로하지 않는 수준에서 스케줄을 조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요즘은 잘 자. 옛날처럼 잠 안 자고 일하지 않아. 내 생각에 혈압은 코 때문인 것 같아. 어렸을 때부터 코상태가 좋지 않았어. 축농증과 비염도 있었고. 환절기나 습한 날씨일 때 더 코가 안 좋은데, 요즘 날씨가 딱 그랬잖아. 코에 대해서 정밀검사를 받아봐야겠어.”

 

  그는 요즘 ‘코’에 집중하고 있다. 자신이 납득할 만한 원인을 파악할 때까지 그 생각을 놓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완고함이 고혈압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서적을 찾아보니, 우리의 몸이 매우 민감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운동을 하거나 긴장했을 때 심박수가 증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건강한 사람도 이때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라갔다가 잠시 후 정상으로 돌아온다. 운전할 때 평소보다 주의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혈압이 올라갈 수 있고, 사고의 위험을 감지할 때는 정상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고 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도, 하루의 시간대에 따라서도 혈압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면 중에는 모든 대사가 느린 속도로 진행된다. 수면에서 깰 때는 그런 느린 속도에서 활동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이런 순간이 혈압이 오르는 지점이다. 이때 과속과 정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히 속도를 조절해주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의 몸은 리드미컬하고, 이 리듬을 잘 타는 게 건강비법이다.

 

  나는 그와 이야기하며 “샘, 근면 성실하고 꼼꼼하며 책임감이 강한 사람,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고, 그게 고혈압의 원인이 될 수 있대요.”라고 말하지 못했다. “샘! 조금만 대충 하면 안 될까요?” 장인인 그에게 이런 말은 씨알도 안 먹힌다. 고집과 완고함은 그의 미덕이다. 이런 고집과 완고함 없이 비누든 샴푸든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그의 미덕이 곧 그의 직업병이다. 한 쪽 팔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투수나, 오탈자만 보면 빨간 펜으로 수정해야 하는 교정 편집자처럼 장인인 그에게도 그만의 직업병이 있다.

 

 

 

  나의 장인에게 보내는 마음의 소리

 

  재경이 최후에 그런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서도 많은 추측이 오갔다. 칼럼과 분석 기사도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은 최재경이 막대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재경은 당시 유일한 여성, 동양인, 비혼모라는 눈에 띄는 특성들을 가지고 인류를 대표하는 자리에 올라야 했는데, 그녀에게 향하는 엄격한 검증의 시선들을 감당하기에는 재경의 그릇이 그만큼 크지 않았고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결국 자살했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런 주장들은 인류를 대표하는 자리에 안정적인 배경과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적절히 선발하여 배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거듭 말했고, 결국 이 ‘최재경 참사’가 인재를 적재적소에 제대로 발탁하지 못해서 일어난 인재(人災)라는 식의 결론으로 이어졌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같은 책, 299쪽)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우상의 자살에 대해 그 이유를 탐문해가는 소설이다. 웜홀 터널을 이용해 우주 저편으로 가는 최초의 우주인 후보 가윤은 자신에게 우주인의 꿈을 불어넣어 주었던 재경의 자살소식을 뒤늦게 전해 듣고 놀란다. 매사에 도전적이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책임감 강한 재경이 역사적인 순간에 도망을 쳤다는 사실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가윤은 재경과 같은 방법인 사이보그 그라인딩 기술을 통해 웜홀 터널을 통과하는 훈련을 받으며 재경이 느꼈을 신체적 변화에 대한 감각과 소수자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부담감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최재경은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어. 마치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결정적인 암살 계획의 직격탄을 날리는 것처럼, 정확히 절벽으로 달려가 정확히 바다로 뛰어내렸지. 놀라운 자세였어. 무슨 멀리뛰기 스포츠 선수나 다이빙 선수 같았어.”

  “……”

  “그게 무슨 자살이야? 누가 자살을 그렇게 해.”

  서희가 코웃음을 쳤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가윤은 서희가 왜 재경의 죽음을 슬퍼하기보다 어이없어하는 것에 가까운 태도를 취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재경은 왜 마지막 순간에 우주가 아닌 바다로 갔을까. 서희의 말대로 그건 심리적 압박감을 못 이겨 내몰린 자살이라고 하기에는 좀 이상했다. (같은 책, 303쪽)

 

  가윤은 재경의 자살에 대한 가설을 추론하며 우선 해방감을 떠올린다. 우주의 무중력상태를 견디기 위한 훈련으로 심해 적응 훈련을 받으며, 가윤은 사이보그 그라인딩 기술을 장착한 신체의 놀라운 능력을 체감한다. 새로운 몸은 심해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더 편안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이것은 우주 저편으로 가지 않아도,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도약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우주 저편에 갔더니 아무것도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굳이 이 많은 돈을 들여서 해야 하는 일인지 허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생각 끝에 어쩌면 자신을 비롯한 세계의 많은 소녀들에게 ‘우주 영웅’이 되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일들이 재경을 지치게 했을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에 이른다. 이러한 사유의 과정은 가윤에게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해 시뮬레이션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재경의 실패는 가윤에게 빛나는 참조점이 되고 있다.

 

  재경 이모는 터널을 통과할 위대한 기회를 코웃음치며 허공에 날려버렸다. ‘굳이 뭐 볼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가윤은 재경이 그렇게 비웃으며 폐기해버린 기회를 굳이 되살려 이곳까지 왔다.  여전히 가윤은 지상의 사람들이 부여한 책임을 짊어졌지만, 큰 압박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재경이 그 모든 무게를 가지고 바다로 가버린 탓인지도 모른다. (중략) 재경의 말이 맞았다. 솔직히 목숨을 걸고 올 만큼 대단한 광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윤은 이 우주에 와야만 했다. 이 우주를 보고 싶었다. 가윤은 조망대에 서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까지 천천히 우주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언젠가 자신의 우주 영웅을 다시 만난다면, 그에게 우주 저편의 풍경이 꽤 멋졌다고 말해줄 것이다. (같은 책, 316~319쪽)

 

  김초엽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가지 못한다면』에는 의지적인 여성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두 인물 모두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을 ‘다했다.’ 최선을 다해 선택했고,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거침없이 갔다. 재경과 가윤은 한 분야에 있어 선후배이며 동료이기도 하다. 이들의 관계는 사제관계로 보이기도 하고 모녀관계로 보이기도 하는데, 가장 포괄적으로는 우정이라 말할 수 있다. 재경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윤의 모습은 우상을 향한 팬심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재경에게 보내는 존경과 존중의 마음처럼 느껴졌다. 누구를 이만큼 좋아할 수 있다는 것, 누군가가 이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둘 다 쉽지 않은 일이다.

 

  온라인 지역 비혼모 커뮤니티에서 만나 유사가족의 형태를 이루며 살게 된 재경네와 가윤네처럼 그와 나도 ‘마을인문학공동체’라는 현장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함께 늙어갈 날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우리는 비교적 손발이 잘 맞는 편이지만, 이 모든 게 ‘척척’ 잘 굴러가지는 않는다. 각자의 욕망이 다르고, 하고 싶은 방식도 다르고, 지향하는 바도 조금씩 어긋나고 비껴가고 있다. 공동체는 삐거덕거리며 굴러간다. 이 삐거덕거리는 소음이 심해질 때, 그는 회의를 소집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책을 찾는다. 시간이 많이 들고 감정을 소모해야 하는 일들을 그는 흔쾌히 떠맡는다. 이렇게 ‘떠맡아주는’ 사람들 덕분에 공동체는 삐거덕거리면서도 굴러간다. 그런 점에서 그는 소설 속 재경과 비슷하다. 그는 어떤 부담감이나 무게를 기꺼이 짊어지는 사람이다.

 

  나는 가윤만큼 속 깊이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그의 꼼꼼함과 완고함을 깐깐함과 까칠함으로 해석하고 지레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나에게는 래디컬한 원칙주의자의 근면 성실함이 너무 견고하게 느껴졌다. 그는 나에게 조금은 ‘어려운’ 사람이다. 하지만 매일 그가 만들어준 비누로 세수를 하고, 샴푸로 머리를 감으며 그에 대한 나의 생각도 시시각각 모양이 바뀌는 비누거품처럼 바뀌어가고 있다. 그가 만들어준 스킨과 로션을 얼굴에 바르면 그의 친절함과 상냥함이 은은하게 맡아진다. 그는 어렵지만 따뜻하고 고마운 사람이다. 재경이 가윤에게 그러했듯이, 그도 나에게 빛나는 참조점이다. 그래서 어렵게 입을 떼어본다. “샘! 조금만 대충 하면 안 될까요? 혈압은 건강의 신호등이래요. 고혈압 약 꼭 챙겨 드시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세요.” 그에게 보내는 내 마음의 소리이다. 

 

 

 

댓글 4
  • 2020-09-13 18:58

    새털의 마음의 소리 위에 제 마음의 소리도 슬쩍 얹어서 샘에게 보내고 싶습니다.^^

  • 2020-09-14 23:24

    장인은 못말려~~
    장인을 오래 할라믄 잘 좀 챙겨 드셔야 해요~~
    밥도 약도!!!

  • 2020-09-15 11:00

    흠흠 이상하다~~~ 자누리쌤은 나에게 어려운 사람이 아닌데...
    동네 친한 이모같은 느낌??ㅋㅋ
    친한 이모한테 종종 등짝을 맞기도 하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ㅋㅋ
    쌤 건강챙기세요~ 강한 스매싱 기대할께요~~~

  • 2020-09-15 19:05

    저헌테 자누리샘은 '짜증나는 일' 이 생기면 하소연 하는 상대인데 ㅋㅋㅋ
    샘~ 저도 새털의 마음의 소리에 얹어서 한 마디~~ 좀 쉬시고... 운동도 좀 하시고^^

겸목의 문학처방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정군에게 레이몬드 카버의 소설집 『대성당』(문학동네, 2007년)을 처방합니다        “굳이 써야 할까요?”   지난 가을, 나는 정군(닉네임)을 만나러 광화문으로 갔다. 그와 이야기를 마치고, 우리는 평양냉면을 먹었다.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정군이 가자고 한 식당에서 사람들이 왜 평양냉면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슴슴한 맛 특유의 감칠맛 같은 게 혀끝에서 느껴졌다. 그와 다음 약속을 잡고, 나는 걸어서 덕수궁으로 갔다. 하늘은 파랗고, 은행잎은 노랗고, 바람은 선선하고, 걷기에 좋은 가을날이었다. 덕수궁의 석조전과 돌담을 거닐며, 나는 계속 같은 생각을 했다. “굳이 써야 할까요?”라는 정군의 말을. 내가 정군을 만나러 오며 듣고 싶은 말은 “글이 잘 안써져요. 어떻게 할까요?”였다. 사십대 초반의 애아빠인 정군이 소설을 쓰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지인들로부터 들었고, 나는 사십대에도 소설쓰기를 고민하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다. 문학전공자인 내 주변에 이제 소설쓰기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이십대 때, 내 주변에는 시와 소설이 안 써진다고 오만상을 찌푸리고 다니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제 이들은 대부분 착실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교사, 공무원, 출판사 편집자 등 제 밥벌이는 하는 사람들로 살아가고 있다. 나도 여기에 포함된다. 소설쓰기를 포기한 인간의 부류에. 그래서 나는 정군을 만나보고 싶었다. 이십대가 아니라 사십대에도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의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며 소설을 쓰는 일은 어떤 시너지효과를 가져오게 되는지도 궁금했다.     그런데 정군은 가뿐하게 말했다. “굳이 써야 할까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정군에게 레이몬드 카버의 소설집 『대성당』(문학동네, 2007년)을 처방합니다        “굳이 써야 할까요?”   지난 가을, 나는 정군(닉네임)을 만나러 광화문으로 갔다. 그와 이야기를 마치고, 우리는 평양냉면을 먹었다.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정군이 가자고 한 식당에서 사람들이 왜 평양냉면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슴슴한 맛 특유의 감칠맛 같은 게 혀끝에서 느껴졌다. 그와 다음 약속을 잡고, 나는 걸어서 덕수궁으로 갔다. 하늘은 파랗고, 은행잎은 노랗고, 바람은 선선하고, 걷기에 좋은 가을날이었다. 덕수궁의 석조전과 돌담을 거닐며, 나는 계속 같은 생각을 했다. “굳이 써야 할까요?”라는 정군의 말을. 내가 정군을 만나러 오며 듣고 싶은 말은 “글이 잘 안써져요. 어떻게 할까요?”였다. 사십대 초반의 애아빠인 정군이 소설을 쓰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지인들로부터 들었고, 나는 사십대에도 소설쓰기를 고민하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다. 문학전공자인 내 주변에 이제 소설쓰기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이십대 때, 내 주변에는 시와 소설이 안 써진다고 오만상을 찌푸리고 다니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제 이들은 대부분 착실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교사, 공무원, 출판사 편집자 등 제 밥벌이는 하는 사람들로 살아가고 있다. 나도 여기에 포함된다. 소설쓰기를 포기한 인간의 부류에. 그래서 나는 정군을 만나보고 싶었다. 이십대가 아니라 사십대에도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의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며 소설을 쓰는 일은 어떤 시너지효과를 가져오게 되는지도 궁금했다.     그런데 정군은 가뿐하게 말했다. “굳이 써야 할까요?”...
겸목
2020.12.30 | 조회 589
겸목의 문학처방전
‘뻔하지’ 않은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강화길의 단편소설 「음복」을 처방합니다       효숙씨는 ‘일복’도 많지   효숙씨와 나는 여섯 살 차이가 난다. 여섯 살의 차이는 묘하다. 내가 학교 운동장을 어슬렁거리는 땅꼬마였을 때 그녀는 초등학생이었고, 내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그녀는 교복을 입는 중학생이었다. 그녀와 나 사이에는 서로의 관심사가 겹칠 수 없는 ‘나이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방광염을 하소연했을 때, 나는 누구보다 잘 알아들었다. “아! 그거 되게 아프고 짜증나잖아요!” 나도 한때 비뇨기과를 들락거리며 방광염을 치료했던 적이 있었다. 비뇨기과 대기실은 내가 갔던 어떤 병원보다도 적막했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도 말이 없고, 간호사들에게서도 무심함을 가장한 친절과 어색함을 감추려는 침묵이 느껴졌다.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보기도 고역이라 빈 공간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나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비뇨기과 인테리어의 포인트는 발기부전의 원인과 전립선의 건강비법을 알려주는 게시물들이었다. 그래서 입 다물고 눈 감고 진료를 기다리는 시간은 명상시간처럼 고요했다. 내가 비뇨기과에 갔던 것은 사십대 초였다. 해야 할 일이 많았던 때였다. 의사선생님은 급성 방광염은 항생제로 금방 치료되는데, 이게 반복되면 치료하기 힘든 만성 방광염이 될 수 있다고 주의를 주셨다. 만성 방광염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나는 의사선생님의 ‘주의’가 늘 귓가에 맴돈다. 나이를 먹을수록 신장과 방광의 기능도 노화될 것이고, 요실금도 걱정된다. 가끔 재채기를 하거나 뜀박질을 하다 깜짝깜짝 놀란다.     효숙씨는 나보다 긴 방광염의 역사를 갖고 있었다. 대학생때 알바로 학비도 벌고 용돈도 벌어야 했는데, 장시간 일을 하다보면...
‘뻔하지’ 않은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강화길의 단편소설 「음복」을 처방합니다       효숙씨는 ‘일복’도 많지   효숙씨와 나는 여섯 살 차이가 난다. 여섯 살의 차이는 묘하다. 내가 학교 운동장을 어슬렁거리는 땅꼬마였을 때 그녀는 초등학생이었고, 내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그녀는 교복을 입는 중학생이었다. 그녀와 나 사이에는 서로의 관심사가 겹칠 수 없는 ‘나이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방광염을 하소연했을 때, 나는 누구보다 잘 알아들었다. “아! 그거 되게 아프고 짜증나잖아요!” 나도 한때 비뇨기과를 들락거리며 방광염을 치료했던 적이 있었다. 비뇨기과 대기실은 내가 갔던 어떤 병원보다도 적막했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도 말이 없고, 간호사들에게서도 무심함을 가장한 친절과 어색함을 감추려는 침묵이 느껴졌다.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보기도 고역이라 빈 공간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나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비뇨기과 인테리어의 포인트는 발기부전의 원인과 전립선의 건강비법을 알려주는 게시물들이었다. 그래서 입 다물고 눈 감고 진료를 기다리는 시간은 명상시간처럼 고요했다. 내가 비뇨기과에 갔던 것은 사십대 초였다. 해야 할 일이 많았던 때였다. 의사선생님은 급성 방광염은 항생제로 금방 치료되는데, 이게 반복되면 치료하기 힘든 만성 방광염이 될 수 있다고 주의를 주셨다. 만성 방광염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나는 의사선생님의 ‘주의’가 늘 귓가에 맴돈다. 나이를 먹을수록 신장과 방광의 기능도 노화될 것이고, 요실금도 걱정된다. 가끔 재채기를 하거나 뜀박질을 하다 깜짝깜짝 놀란다.     효숙씨는 나보다 긴 방광염의 역사를 갖고 있었다. 대학생때 알바로 학비도 벌고 용돈도 벌어야 했는데, 장시간 일을 하다보면...
겸목
2020.10.16 | 조회 526
겸목의 문학처방전
나의 '장인'에게 보내는 마음의 소리 -김초엽의 단편소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를 처방합니다     ‘감정의 물성’을 읽다가   2002년에 개봉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50년 후인 2054년의 미래를 보여준다. 50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개봉 당시 가히 판타스틱 했던 미래기술들이 오늘날에는 많이 상용화되었다. 생체인식기술, 멀티터치인터페이스, 홀로그램, 증강현실, AI안경,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 영화적 재미를 가져왔던 미래기술들을 오늘날에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일상이 된 첨단기술들은 영화 속에서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2019년에 출판된 김초엽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 2019년)에서도 조만간에 출시되거나 상용화될 것 같은 미래기술들을 엿볼 수 있다. 인간배아 디자인, 냉동수면기술, 웜홀 터널, ‘기쁨/슬픔/우울’ 같은 감정을 담고 있는 팬시상품, 죽은 사람들의 생애 정보를 데이터로 이식한 ‘마인드’ 도서관 등, 비교적 ‘현실적인’ SF판타지를 보여준다. 나는 그 중 가장 빨리 상용화 되는 것은 ‘마인드’ 도서관이라고 생각한다. 매장에서 화장으로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는 우리의 장례문화를 떠올려볼 때, 곧 납골당과 추모공원은 사이버상의 홀로그램과 가상현실로 대체될 것 같다. 이것을 관리해주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우리는 넷플릭스나 왓챠처럼 정액제로 사용요금을 결제하게 될 것이다.   “감정의 물성?” “그러니까 자기들 말로는 감정 자체를 조형화한 제품이래요. 종류도 꽤 많아요.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공포체’, ‘우울체’ 하는 식으로 이름이 붙고, 파생되는 제품으로 비누나 향초, 손목에 붙이는 패치도 있고요. 지금 유진 씨가 구해 온 건 침착의 비누라는 건데, 진짜 비누처럼 써도 되지만 그냥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나의 '장인'에게 보내는 마음의 소리 -김초엽의 단편소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를 처방합니다     ‘감정의 물성’을 읽다가   2002년에 개봉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50년 후인 2054년의 미래를 보여준다. 50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개봉 당시 가히 판타스틱 했던 미래기술들이 오늘날에는 많이 상용화되었다. 생체인식기술, 멀티터치인터페이스, 홀로그램, 증강현실, AI안경,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 영화적 재미를 가져왔던 미래기술들을 오늘날에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일상이 된 첨단기술들은 영화 속에서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2019년에 출판된 김초엽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 2019년)에서도 조만간에 출시되거나 상용화될 것 같은 미래기술들을 엿볼 수 있다. 인간배아 디자인, 냉동수면기술, 웜홀 터널, ‘기쁨/슬픔/우울’ 같은 감정을 담고 있는 팬시상품, 죽은 사람들의 생애 정보를 데이터로 이식한 ‘마인드’ 도서관 등, 비교적 ‘현실적인’ SF판타지를 보여준다. 나는 그 중 가장 빨리 상용화 되는 것은 ‘마인드’ 도서관이라고 생각한다. 매장에서 화장으로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는 우리의 장례문화를 떠올려볼 때, 곧 납골당과 추모공원은 사이버상의 홀로그램과 가상현실로 대체될 것 같다. 이것을 관리해주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우리는 넷플릭스나 왓챠처럼 정액제로 사용요금을 결제하게 될 것이다.   “감정의 물성?” “그러니까 자기들 말로는 감정 자체를 조형화한 제품이래요. 종류도 꽤 많아요.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공포체’, ‘우울체’ 하는 식으로 이름이 붙고, 파생되는 제품으로 비누나 향초, 손목에 붙이는 패치도 있고요. 지금 유진 씨가 구해 온 건 침착의 비누라는 건데, 진짜 비누처럼 써도 되지만 그냥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겸목
2020.09.13 | 조회 417
겸목의 문학처방전
장르를 바꿔보자 -정세랑의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민음사, 2015년)을 처방합니다       워킹맘의 만성피로, SF 판타지 아니면 답이 없다   만성피로와 어깨 결림에 대한 처방전을 의뢰한 곰도리(닉네임)는 대안학교 과학교사이고, 아직은 엄마의 손이 많이 가는 초등학생 남매를 기르고 있다.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이거나, 육아도우미 AI가 개발되어 상용화되거나, 슈퍼 히어로급 초능력을 장착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조건에 놓인 사람이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SF 판타지가 아니면 현실에서는 답이 없다. 그래서일까? 곰도리와의 만남은 주객이 전도되어 그의 고충에 대한 의논보다 내 흑역사에 대한 하소연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곰도리는 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선생님이라는 소문대로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그날 나는 아이 둘을 낳고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했던 삼십대의 날들이 떠올랐다. 말 그대로 석사과정생은 ‘과정’에 있는 사람이니, 용빼는 재주가 있지 않고는 자료검토든 글쓰기든 잘해낼 수가 없다. 그런데 교수님들은 가르쳐주는 것 없이 야단만 쳤고, 강의시간은 단체로 기합을 받는 시간 같았다. 석사과정 동안에는 아무리 정신을 바짝 차리고 준비해도, 공부에 대한 안목과 요령이 없기 때문에 ‘뻘짓’을 할 수밖에 없다. 그 무수한 헛발질을 거쳐 공부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인데, 나는 자책과 자학 없이 이 과정을 통과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당시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들은 엄마가 바쁜 때를 귀신 같이 알고 다치거나 아팠다. 그 시절 나는 조금만 삐끗해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긴장감 넘치는 일상을 감당하지 못해 허덕였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어깨가...
장르를 바꿔보자 -정세랑의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민음사, 2015년)을 처방합니다       워킹맘의 만성피로, SF 판타지 아니면 답이 없다   만성피로와 어깨 결림에 대한 처방전을 의뢰한 곰도리(닉네임)는 대안학교 과학교사이고, 아직은 엄마의 손이 많이 가는 초등학생 남매를 기르고 있다.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이거나, 육아도우미 AI가 개발되어 상용화되거나, 슈퍼 히어로급 초능력을 장착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조건에 놓인 사람이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SF 판타지가 아니면 현실에서는 답이 없다. 그래서일까? 곰도리와의 만남은 주객이 전도되어 그의 고충에 대한 의논보다 내 흑역사에 대한 하소연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곰도리는 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선생님이라는 소문대로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그날 나는 아이 둘을 낳고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했던 삼십대의 날들이 떠올랐다. 말 그대로 석사과정생은 ‘과정’에 있는 사람이니, 용빼는 재주가 있지 않고는 자료검토든 글쓰기든 잘해낼 수가 없다. 그런데 교수님들은 가르쳐주는 것 없이 야단만 쳤고, 강의시간은 단체로 기합을 받는 시간 같았다. 석사과정 동안에는 아무리 정신을 바짝 차리고 준비해도, 공부에 대한 안목과 요령이 없기 때문에 ‘뻘짓’을 할 수밖에 없다. 그 무수한 헛발질을 거쳐 공부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인데, 나는 자책과 자학 없이 이 과정을 통과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당시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들은 엄마가 바쁜 때를 귀신 같이 알고 다치거나 아팠다. 그 시절 나는 조금만 삐끗해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긴장감 넘치는 일상을 감당하지 못해 허덕였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어깨가...
겸목
2020.08.17 | 조회 532
겸목의 문학처방전
루틴의 ‘힘’ -나수경의 단편소설 「구르기 클럽」을 처방합니다     바닥을 칠 때, 알레르기가 찾아왔다 알레르기성 피부 발진에 대한 처방을 의뢰한 ‘루틴’(닉네임)은 6년차 직장인으로, 식물학 박사이고 관련 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루틴은 삼십대 후반의 싱글이며 회사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에 있는 투룸에 살고 있다. 아침 6시쯤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고 걸어서 출근한다. 예전에는 회사 아래 음식점에서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귀가했으나, 자극적인 식당음식이 몸에 좋지 않은 것 같아 최근에는 집에서 저녁밥을 지어 먹는다고 한다. 퇴근 후 밥상을 차리고 치우고 정리하다보면, 노곤함이 밀려와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된다. 그러니까 현재 루틴은 안정된 직장이 있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비교적 ‘건강한’ 직장인이다. 루틴의 라이프스타일은 커리어의 면에서나 워라밸의 면에서나 나쁘지 않다.   그러나 학위를 마치고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는 지금과 달랐다. 1년차 직장인의 연봉은 높지 않았고, 학위를 따느라 보내는 기간 동안 모아둔 돈도 없어 집을 구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형편에 맞는 집(방?)을 보러 돌아다닐 때, 루틴의 눈에는 일찍 결혼해서 평수를 늘려가고 인테리어를 바꿔가는 친구들의 아파트가 아른거렸다.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개인공간으로 기숙사 방이면 충분했고, 일이 안 풀릴 때는 옆방의 친구들과 고민상담하며 동료의식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학교 기숙사의 인프라와 커뮤니티가 빠진 루틴의 현실은 박봉의 일인가구였다. 결혼한 친구들은 각자 나이에 맞게 인생의 규모를 키워가는(남편이든 자식이든 아파트 평수든)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자신만 하향곡선을 타고 있는 것 같아...
루틴의 ‘힘’ -나수경의 단편소설 「구르기 클럽」을 처방합니다     바닥을 칠 때, 알레르기가 찾아왔다 알레르기성 피부 발진에 대한 처방을 의뢰한 ‘루틴’(닉네임)은 6년차 직장인으로, 식물학 박사이고 관련 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루틴은 삼십대 후반의 싱글이며 회사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에 있는 투룸에 살고 있다. 아침 6시쯤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고 걸어서 출근한다. 예전에는 회사 아래 음식점에서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귀가했으나, 자극적인 식당음식이 몸에 좋지 않은 것 같아 최근에는 집에서 저녁밥을 지어 먹는다고 한다. 퇴근 후 밥상을 차리고 치우고 정리하다보면, 노곤함이 밀려와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된다. 그러니까 현재 루틴은 안정된 직장이 있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비교적 ‘건강한’ 직장인이다. 루틴의 라이프스타일은 커리어의 면에서나 워라밸의 면에서나 나쁘지 않다.   그러나 학위를 마치고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는 지금과 달랐다. 1년차 직장인의 연봉은 높지 않았고, 학위를 따느라 보내는 기간 동안 모아둔 돈도 없어 집을 구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형편에 맞는 집(방?)을 보러 돌아다닐 때, 루틴의 눈에는 일찍 결혼해서 평수를 늘려가고 인테리어를 바꿔가는 친구들의 아파트가 아른거렸다.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개인공간으로 기숙사 방이면 충분했고, 일이 안 풀릴 때는 옆방의 친구들과 고민상담하며 동료의식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학교 기숙사의 인프라와 커뮤니티가 빠진 루틴의 현실은 박봉의 일인가구였다. 결혼한 친구들은 각자 나이에 맞게 인생의 규모를 키워가는(남편이든 자식이든 아파트 평수든)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자신만 하향곡선을 타고 있는 것 같아...
겸목
2020.07.09 | 조회 455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