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삼아 걷기로 했다-01

도라지
2022-05-1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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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1일 동안  여울아, 느티나무, 도라지가 '일삼아 걷기'로 공생자 행성에 일지를 올립니다.

왜 일삼아 걷냐고요? 잘 해보고 싶어서요.

그냥 하라면 마냥 하기 싫은데,  숙제라거나 일이라고 하면 또 잘 하는 세 사람이라서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공생자 행성에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전달될지 21일이 대혼란의 시간이 아니길 바라면서,  출발!

 

 

1.

걷는 마음

 

걷는 걸 좋아한다.
한 때 무기력의 극치를 달리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는 잘 걷지 못 했다. 걷기 위해 신발을 신을 마음이 상상이 안되던...

그런 때도 살다보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잘 걸었고, 걸어야 했고(운전을 못 한다) , 여전히 자주 걷고 있다.

 

언제던가 지금은 겸목이던 그 사람이 새털일 때 이런 말을 했다.

"요즘 허리에 살이 너무 많이 붙었어."  나는 말했다.

"매일 걷는 나는 허리에 살이 별로 없어요." 재수도 좀 없었지 싶다.

 

지금은 갱년기 여성으로 충분한 살집이 생기는 중이다. 고무줄 바지를 즐겨 입는 이유다.   

걸어도 복부지방은 막기 힘든 것일까? 아니면 걸어서 이정도 복부를 유지하는 거라고 말해야하는 걸까?  잘 모르겠다.

 

오늘은 커피가 맛이 없어서,  미백크림을 발라도 얼굴에 기미가 옅어지질 않아서 ,  무릎에서 자꾸 쇳소리가 나서  덜 늙었는데 더 늙었다는 마음이 들어 울적했다.  울적하다가 새대통령 취임식 날 5호선 광화문 역에서 박경석대표가 기어서 지하철에 탑승하는 사진을 봤을 때. 눈물이 났다.  

가만히  있으면 세상이 내 이해를 넘어설 때가 있다.  그 이질감이 극복되지 않을 때 나는 걸어야 했다. 

걷다보면 내일의 커피를 기대하는 마음이 되고, 무릎은 부드럽게 꺾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유언을 만난 세계'를 읽었다.

 

걷는다는 것은 내가 나를 위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 잘 늙어가기 위해 서행하는 시간이다. 언젠가 잘 멈추기 위해서.

 

앞으로 걸으면서 사진을 찍어볼게요. 

산책시간은 길어지고 동선은 꼬이겠지만, 수없이 멈춰설 그 시간에 뭘 발견하게 될까요?

어떤 생각이 날 멈추게 할까요? 기대됩니다.

날 꼬셔줘서 아주 땡큐해요 달팽이쌤~ ㅎㅎㅎ 

 

 

댓글 10
  • 2022-05-10 23:48

    아자 아자 응원합니다! 저도 허리 통증을 알고 나니.. 걸어야겠다 싶네요. 

  • 2022-05-11 15:16

    도라지님의 걷기 응원합니다~~~

  • 2022-05-11 15:34

    정말 걷는게 도라지샘 자신을 위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인 거예요?

    오호~~ 대단한 걷기 이네요.

    한 발자국 이라도 덜 걷기 위해 지름길만 찾아다니는 나란 인간ㅋ.ㅋ

    이번달 세 분 일지 보며 배워보려 합니다. 

    👣👣 👣

  • 2022-05-11 16:57

    일삼아 걷기! 걷기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네요.^^ 느낌적인 느낌으로는 안하고 싶을 때 엉덩이를 일으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게 하는 힘이 말 안에 담겨있는듯.ㅎ 혹시 나도 '일삼아파'였던건 아닐까?^^ 

  • 2022-05-11 18:05

    일삼파 여기 추가요. 지난 가을부터 일주일에 사오일은 걸었던거 같아요. 앗 혼자 걷기는 거의 없었네요^^

  • 2022-05-11 22:04

    아자아자 일삼파 화이팅~

  • 2022-05-11 23:26

    작년 가을에 열심히 걷다가..

    올 해 들어 무릎이 좋지 않아 잠시 쉰다는게, 여지껏 걷기를 쉬고 있네요. ㅠㅠ

    5월 공생자행성 주제가 '걷기'라고 하니..

    이 참에 저도 걷기를 재개해볼까 싶네요. 

    암튼 세 분의 걷기!!! 화이팅입니다~~~

  • 2022-05-12 08:23

    사진 좋네요.

    일삼파의 삼인삼색 걷기의 세계!!

    기대가 팡팡^^
    꼬시길 잘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

  • 2022-05-12 12:12

    일삼파들 집합인가요ㅋㅋ

  • 2022-05-12 13:49

    '걷는다는 것은 내가 나를 위하는 가장 저극적인 방법'

    한 달 동안 이를 공유하게 되어 기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