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텃밭>으로 계속 됩니다~

블랙커피
2022-04-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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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 뒤의 화창함! 참 좋습니다.

어제의 비로 땅은 물을 충분히 머금고 있고, 오늘은 햇빛이 쨍쨍 내리쬐니 식물들이 쑥쑥 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이렇게 씨가 발아가 되고, 싹이 흙을 뚫고 나온 후에 물만 잘~ 주면 무럭무럭 자라는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요 며칠 크게 느낍니다.

지난 금요일(22일)에 씨뿌리기를 마친 공동텃밭에 고라니가 출몰하여 이랑 2군데에 발자국을 남기고 갔다는 소식을 접했는데요.

지난 주말에 저의 5층 테라스 텃밭에 아주심기 한 강낭콩과 완두콩도 개미와 벌레(무슨 벌레인지는 아직 모르겠음)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강낭콩은 서둘러 물을 뿌려서 개미를 쫓아 버렸는데요.

그 후 주변을 살펴보니 개미굴이 근처에 있네요. 아.........

완두콩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이름 모르는 벌레에게 엄청난 습격을 당해버렸지요.

아이고...쓰라려라.......

 

5층 테라스 텃밭은 까지와 비둘기가 가끔 오는 게 걱정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벌레들의 출현이라니!

올해는 아마도 이 벌레들과 엄청난 고군분투를 하지 않을까 불길한 예감이 드네요. ㅠㅠ

 

어쨌거나 저도 방책을 세워야 하기에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급히 달걀껍질 액비(액체 비료)를 만들었는데요.

달걀껍질은 식물에 칼슘을 공급해주어 세포막 형성에 도움을 주고 인산 흡수력을 높여 준다고 하구요.

여기에 달걀껍질을 녹여주는 식초까지 들어가 벌레퇴치 효과도 있다고 해요.

마침 이번 수요일에 에코프로젝트 분들과 함께 액비 만들기를 하려고 말려둔 달걀껍질이 있어 바로 만들 수가 있었는데요.

 

달걀껍질은 안쪽 내막을 벗겨 햇빛에 3~4일 바짝 말려서 준비하시면 좋아요.

내막을 벗기는 이유는 내막이 단백질이라 오히려 벌레를 꼬이게 하고, 잎에 붙으면 잎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군요.

근데 내막을 벗기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라(이건 할 짓이 아니야가 절로 튀어나온다는...), 처음에는 좀 벗겨서 말리다가 나중에는 그냥 말렸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체에 거르는 과정이 있어, 그 과정에서 내막도 걸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말린 계란껍질은 절구에 넣고 잘게 빻아주는데요. 이것은 식초와 닿는 표면적을 넓히기 위함이지요.

다음으로 통에 넣고 식초를 계란껍질의 2배 정도로 부어주면 끝입니다.

와~~~ 식초를 넣자마자 거품이 보글보글 일어나면서 엄청나게 반응하네요.

이렇게 만든 계란껍질 액비는 매일 한 번 살짝 흔들어주고, 1주일 정도 지나면 체에 걸러 사용하시면 됩니다(200배~500배로 물과 희석하여 사용).

 

벌레들~~ 쫌만 기둘려라! 달걀껍질 액비 맛 좀 보여줄테다~ 우하하하하하~~

이렇게 달걀껍질 액비를 만들어놓으니 조금 든든하기는 하네요.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하겠죠?? 에휴..........

 

그래도 4층 테라스 텃밭 쪽 상황은 아직 좋습니다.

4월 9일에 씨뿌리기를 하고 싹이 난 후, 매일 매일이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지요.

래디쉬와 얼갈이배추 정말 잘라서 키우는 맛이 납니다~

청경채(맨 왼쪽)는 싹이 다른 것에 비해 며칠 늦게 나왔지만 제법 크게 자랐습니다.

 

적로메인, 적겨자, 루꼴라도 제법 늠름하지요?

 

적상추, 청상추, 치커리도 분발하고 있지요. ㅎㅎ

 

육묘를 한 허브들도 채소들에 비하면 초기 성장이 더디지만 하루하루가 조금씩 다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6월 초 쯤에 5층 텃밭에 아주심기를 할 예정입니다.

 

얘네들은 문탁 분들에게 드리기 위해 옮겨심기 한 모종들입니다.

채소들은 1~2주 후에 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허브들은  6월초에야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 완두콩들은 공동텃밭에 옥수수 모종 곁에 심어 호박과 함께 세 자매를 맺어주려고 하지요.

 

점점 규모가 커지는 4층 테라스 텃밭!

아낫샘이 정원사는 자기 엉덩이에도 뭘 심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작물을 키우다 보니 그 말이 너무 이해가 가네요.

키우고 싶은 작물도 점점 많아지고, 키우다 보니 옮겨심기 등으로 작물들을 키우는 공간도 계속해서 늘어납니다. 4층 테라스가 꽤 넓은 편인데, 언젠가는 이 공간도 식물들로 꽉 차지 않을지^^;;;;

아......그런데 말입니다. 자기 엉덩이에도 뭘 심고 싶어하는 정원사는 엉덩이를 땅에 붙일 새가 없을 정도로 바지런해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됩니다.

제가 집에서 잘 움직이지 않는 편인데...얘네들 때문에 요즘 집안 곳곳을 휘젓고 댕기고 있습니다요. ㅎㅎㅎㅎ

 

이렇게 휘젓고 댕길려면, 무엇보다 복장을 갖추어야 하는 법!(뭔소리? ㅋㅋㅋ)

그래서 저는 얼마 전에 요렇게 농부룩(!)을 준비했습니다.

태양을 최대한 가리는 모자, 편안한 남방과 조거바지, 꽃무늬 긴 장화, 벌레들에게 물리지 않기 위한 토시, 핸드폰과 자잘한 물품을 넣을 수 있는 앞치마까지.

올해 저는 이 복장으로 부지런히 이 텃밭 저 텃밭을 오가겠죠?

앞으로 이 텃밭 저 텃밭을 오가는 저의 발자국들 궁금하시지 않나요? ㅎㅎㅎ

여러분이 너~무 궁금해 하실 것 같아, 공생자행성에 <천 개의 텃밭>이라는 이름으로 앞으로도 자주 출몰하여 농사일지를 남기려고 합니다.

저 뿐 아이라 사브작 사브작 다양한 텃밭을 가꾸시는 분들이 <천 개의 텃밭>이라는 이름을 달고 공생자행성에 글을 남겨주시면 올 해 텃밭 일지가 너무나 풍성해질 것 같은데요.

주저하지 마시고 공생자행성에서 여러분의 텃밭 얘기들을 마구마구 들려주세요~

이렇게 앞으로도 계속되는 <천 개의 텃밭> 얘기~

우리 즐겁고 재미나게 지저귀어 보아요~~~

댓글 10
  • 2022-04-26 20:49

    액비라는게 무언지 실물 보겠군요~ 

    내일 아침에 달걀 껍질 잊지 말고 가져가야할텐데ㅋ

    마무리까지 멋집니다^^

    이제 뒤풀이? 하하하하하

     

  • 2022-04-26 21:19

    와~~~ 블랙~~~ 텃밭에 진심이구나... 와~~~

  • 2022-04-26 21:21

    <천개의 텃밭>에서 벌레와 잡초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만날 수 있겠군요…

    텃밭일지가 계속 이어진다니 좋네요!!

    아주 뜻밖의 텃밭일지도 올라왔음 좋겠네요 ㅋㅋ

  • 2022-04-26 21:39

    액비 라는게 있었군요.

    구래서 동천동 텃밭 군데군데에 계란 껍질 이 있었던건가요? 아~~~신기해요.

    블랙선생님의 시크한 농부룩 ^^ 음청 땡깁니다! 

  • 2022-04-26 22:12

    저 다양한 작물과 무성한 싹들을 보라지~

    정말이지 텃밭도, 마음도, 부자가 되었군요.

    이렇게 잘 해내다니...꽤 멋짐!! 입니다.

    수확까지 쭈~욱 잘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 2022-04-27 01:55

    정말 모종?들이 잘 자라났군요.

    블랙님 손이 닿으면 쑥쑥 잘 클것같은 예감!

     

    꾼꾼꾼 팀! 4월 한달 공생자 행성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 2022-04-27 07:53

    난, 작년 엄청 잘 키운 로즈마리와 어여뻤던 애니시다를 병충해로 보낸 바 있는지라

    올해는,  병충해 대비까지 빡 해놓고 있는디

    어바웃 (비인간) 동물 세미나를 열려다 보니

    경작 혹은 조경(정원)의 일은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중단시켜버리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잠시 드네요. ㅋㅋㅋㅋㅋㅋㅋ

     

    <두더지잡기>가 그 이야기에요.

    정원을 망치는 두더지를 죽였던 어떤 비건 정원사의 이야기^^

  • 2022-04-27 10:32

    문탁 텃밭을 시작했을 때 우리 소중한 채소들을 지키기 위해

    벌레들의 접근을 막는 담뱃진, 목초액, 은행나무잎으로 만든 퇴치제 등 다양한 시도를 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이것을 넣어야 한다, 저것을 넣어야 한다, 비율은 어때야 한다, 갑론을박하며 무언가를 직접 만들었는데,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하누만요.ㅎㅎㅎ

    어렴풋한 제 기억으로는 은행잎 퇴치제가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던 것 같은데..(이 특효물질은 가마솥샘이 제조해 주셨던 것 같아요.ㅎㅎ)

    과연, 벌레도 살고 작물도 살고, 인간도 사는 제3의 길은 어떤 것일까요, 천개의 텃밭,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 호호호

    • 2022-04-27 21:14

      오~ 바로 검색들어갑니당~~~~

    • 2022-04-29 08:42

      어찌 그걸 다 기억하뇨?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