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웰의 장미

겸목
2024-01-1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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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웰의 장미>(반비, 2022년)은 제목을 읽는 순간부터 '혹'해지는 책이다. 조지 오웰과 장미라니? 조지 오웰과 리베카 솔닛이라니? 글을 좀 잘 써보고 싶은 나 같은 사람에겐 더욱 그렇다. 조지 오웰과 리베카 솔닛! 두 사람 모두 닮고 싶은 '좋은 작가'들이다. 리베카 솔닛은 조지 오웰의 무엇을 쓰려 했을까? 리베카 솔닛이 꽂힌 것은 '장미'다. <1984>도 <동물농장>도 <카탈루냐 찬가>도 아니고 '장미'다. 리베카 솔닛은 오웰이 1936년 봄에 런던에서 벗어난 외곽 마을에서 장미를 심었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발동한다. 오웰에게 장미는 무엇이었나? 그는 왜 장미를 심었을까? 그래서 구글지도로 오웰이 살던 곳을 찾아보고, 아직도 장미나무가 있는지 보려고 찾아간다. 물론 순전히 오웰의 장미를 보러 간 건 아니다. 런던에 갈 일이 있고, 하는 일이 잘 안 되고....그런 심란한 마음에 리베카 솔닛은 오웰의 장미를 찾아나선다. 이렇게 새로운 형식의 '오웰 평전과 같은' 글이 쓰여졌다. '평전과 같은'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이 책이 '평전'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뭐냐? 오웰의 글쓰기에 대한 탐색이고, 동시에 리베카 솔닛의 글쓰기에 대한 탐색이다. 

 

 

"글쓰기의 대부분은 생각하기이지 자판 두드리기가 아니며, 생각하기는 때로 무엇인가 다른 것을 하고 있을 때 가장 잘 이루어진다. 하던 일을 덮어두고 산보나 요리 또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과를 처리하는 것은 신선한 기분으로 다시 일로 돌아가 미쳐 생각지 못했던 점들을 발견하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생계를 위해 글을 쓸 때 돌아오는 것(영향력, 수입, 안정 같은 것)은 뜬구름처럼 확실치 않을 수 있지만, 정원에 씨를 뿌린 것은 날씨나 병충해로 망하지 않는 한 반드시 거두기 마련이다. 식용작물을 키우는 것은 단어 속에서 헤매다가 감각으로 또 자아 감각으로 돌아오는 한 방법이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또 그것은 예측 불가능성으로 가득 찬 창조적 관정과의 만남이 될 수도 있으니, 그 과정에는 날씨나 다른 생물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온갖 힘들이 끼어들기 마련이다. 정원 일은 종이(또는 컴퓨터 스크린) 위에서 일어나는 일과 달리 인간이 아닌 것들과의 협동작업이다. 원고는 우박에 두들겨 맞을 일이 거의 없지만 말이다. (<오웰의 장미>, 69~70쪽)

 

 

이런 문장을 발견하면 바로 밑줄을 긋게 된다!! 그리고 곰곰이 또 생각해보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내 일상의 일들을 조금은 '사랑스럽게' 쳐다보게 된다. 

 

 

 

 

 

요런 멋진 책들을 <평범한 여자들의 비범한 글쓰기> 시즌1에서 읽는다. 물론 이야기도 나누고, 글도 쓴다. 올해는  '별일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렇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는 부제를 붙여 봤다. 주변에서 제목이 너무 멋있다!!고 감탄하는 소리는 들려오는데, 신청자가 많지 않네요^^ 요렇게 멋진 일 직접 해봐요~~ 시즌1 은 3월 10일(일)에 시작하는 오프라인 글쓰기입니다. 많이 신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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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2024-01-19 09:00

    와우, 멋지다!

  • 2024-01-19 09:16

    정말 부제가 너무 멋집니다!!
    ‘별 일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렇지 않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