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민의 독국유학기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Heimat   정민   최근엔 정민이 왔다 갔다. 그 애는 나의 바로 밑 동생이다. 세자매 중 나와 정민은 극도로 상극의 삶을 산다. 그 애는 중학생 때부터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느라 12시 이전에 집에 들어온 적이 없다면 나는 친구들과 노느라 12시 전에 집에 들어간 적이 없던 것 같다. 그 애는 꿈이 없는 게 불안해서 공부를 했다면 나는 꿈 같은 거 생길 수 있는 사회냐고 화를 내는 편이었다. 우리가 삶을 사는 모습은 너무나도 다르지만 그 애는 내 인생에서 가장 웃긴 사람 중 하나다. 우리는 서로에게 인생 최고의 개그맨이다. 나의 지겨운 가정사를 가장 잘 아는 사람, 그것으로 극도의 유머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그 애가 유일하다.   한 달이 지나고 공항에 그 애를 데려다주는 길에는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독일에서 만나는 외국인들 중에서도 먼 나라에서 온 편인 나는 그 거리감을 대체로 즐겼다. 하지만 비행기에 앉아서 하루쯤 지나면 도착하는 게 한국이라니 문득 너무 가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무 소리나 시작했다. 나 만약에 한국에 돌아가야 되면 어떡하지? 진짜 돌아가야 되면 거기서 뭘 할 수 있지? 정민은 말했다. 왜 자꾸 한국에 돌아갈 생각을 해? 언니...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Heimat   정민   최근엔 정민이 왔다 갔다. 그 애는 나의 바로 밑 동생이다. 세자매 중 나와 정민은 극도로 상극의 삶을 산다. 그 애는 중학생 때부터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느라 12시 이전에 집에 들어온 적이 없다면 나는 친구들과 노느라 12시 전에 집에 들어간 적이 없던 것 같다. 그 애는 꿈이 없는 게 불안해서 공부를 했다면 나는 꿈 같은 거 생길 수 있는 사회냐고 화를 내는 편이었다. 우리가 삶을 사는 모습은 너무나도 다르지만 그 애는 내 인생에서 가장 웃긴 사람 중 하나다. 우리는 서로에게 인생 최고의 개그맨이다. 나의 지겨운 가정사를 가장 잘 아는 사람, 그것으로 극도의 유머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그 애가 유일하다.   한 달이 지나고 공항에 그 애를 데려다주는 길에는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독일에서 만나는 외국인들 중에서도 먼 나라에서 온 편인 나는 그 거리감을 대체로 즐겼다. 하지만 비행기에 앉아서 하루쯤 지나면 도착하는 게 한국이라니 문득 너무 가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무 소리나 시작했다. 나 만약에 한국에 돌아가야 되면 어떡하지? 진짜 돌아가야 되면 거기서 뭘 할 수 있지? 정민은 말했다. 왜 자꾸 한국에 돌아갈 생각을 해? 언니...
현민
2023.09.19 | 조회 428
현민의 독국유학기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두부와 나단       아래의 쓰여진 이야기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시하며, 화자를 나나라는 인물로 칭한다.     두부   두부는 나나가 이 곳에서 만나 알게 된 유일한 한국 사람이다. 과거에 어디 하나 엮인 데 없이 말이다. 작년 겨울, 두부는 한국에 가는 동안 방을 맡길 사람을 찾고 있었다. 집이 없던 나나는 우연히 두부의 방을 보러 가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더 길게 지낼 수 있는 곳을 찾아 단기임대는 무산되었지만, 나나는 두부를 놓칠 수가 없었다. 한번 만났지만, 이 맑은 얼굴의 여자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새해를 핑계 삼아 떡국을 먹자고 두부를 집으로 초대하며 인연은 이어지게 되었다.   두부를 볼 때마다 그에겐 어딘가 단단한 마디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고생하여 결국엔 이뤄 본 사람. 착하지만 아무에게도 질 것 같지 않은 사람의 느낌. 두부는 독일에서 고생만 했는지 나나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며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 두부에게는 애인이 있다. 나나보다도 어린 두부가 10살 연상의 사람을 만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의아했다. 머리 속에서 빠르게 나이 많은 남자에 대한...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두부와 나단       아래의 쓰여진 이야기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시하며, 화자를 나나라는 인물로 칭한다.     두부   두부는 나나가 이 곳에서 만나 알게 된 유일한 한국 사람이다. 과거에 어디 하나 엮인 데 없이 말이다. 작년 겨울, 두부는 한국에 가는 동안 방을 맡길 사람을 찾고 있었다. 집이 없던 나나는 우연히 두부의 방을 보러 가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더 길게 지낼 수 있는 곳을 찾아 단기임대는 무산되었지만, 나나는 두부를 놓칠 수가 없었다. 한번 만났지만, 이 맑은 얼굴의 여자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새해를 핑계 삼아 떡국을 먹자고 두부를 집으로 초대하며 인연은 이어지게 되었다.   두부를 볼 때마다 그에겐 어딘가 단단한 마디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고생하여 결국엔 이뤄 본 사람. 착하지만 아무에게도 질 것 같지 않은 사람의 느낌. 두부는 독일에서 고생만 했는지 나나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며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 두부에게는 애인이 있다. 나나보다도 어린 두부가 10살 연상의 사람을 만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의아했다. 머리 속에서 빠르게 나이 많은 남자에 대한...
현민
2023.08.18 | 조회 531
현민의 독국유학기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사진에서 누굴까요.             내가 나여도 되는 공간     종종 외국에 나와 사는 여자애들을 보면 비슷한 분위기를 느낀다. 정처 없는 느낌. 집이 어디인지 모르겠어서 떠도는 사람들의 정처 없음을 그들과 나로부터 느낀다.  가족은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나와 친구들의 화두였다. 우리는 만나면 처음엔 웃긴 얘기나 좀 하다가 결국 가족사로 가서 울고 싶지만 울지 못할 것 같은 얼굴들로 끝냈다. 자신의 상처를 바탕삼아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우리의 원가족은 집이었는데, 더 이상 돌아갈 곳은 아니었다. 가족 이야기는 모두가 하나같이 기괴해서 웃겼지만 가끔은 어쩔 수 없이 처량할 때도 있었다. 도대체 왜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에는 자기 탓을 하기가 가장 쉬웠다. 이제는 그때처럼 가족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게 지겹기 때문이다.  며칠 전 핸드폰 녹음기에서 한 시간짜리 녹음 기록을 발견했다. 작년 베를린에서 모였던, 아무도 한국에서 살지 않는 친구들과의 대화였다. 우리는 대안가족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다를 수 있을까? 잘 할 수 있을까? 그 대화는 조금 현실적인 느낌으로 끝났다. 원가족에 대한 결핍을 대안가족으로부터 메꿀 수는 없을 거라고.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의 안정과 현재의 혼란과 과거의 결핍은 그대로, 서로 뒤섞이지 않고 영원히 너와...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사진에서 누굴까요.             내가 나여도 되는 공간     종종 외국에 나와 사는 여자애들을 보면 비슷한 분위기를 느낀다. 정처 없는 느낌. 집이 어디인지 모르겠어서 떠도는 사람들의 정처 없음을 그들과 나로부터 느낀다.  가족은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나와 친구들의 화두였다. 우리는 만나면 처음엔 웃긴 얘기나 좀 하다가 결국 가족사로 가서 울고 싶지만 울지 못할 것 같은 얼굴들로 끝냈다. 자신의 상처를 바탕삼아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우리의 원가족은 집이었는데, 더 이상 돌아갈 곳은 아니었다. 가족 이야기는 모두가 하나같이 기괴해서 웃겼지만 가끔은 어쩔 수 없이 처량할 때도 있었다. 도대체 왜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에는 자기 탓을 하기가 가장 쉬웠다. 이제는 그때처럼 가족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게 지겹기 때문이다.  며칠 전 핸드폰 녹음기에서 한 시간짜리 녹음 기록을 발견했다. 작년 베를린에서 모였던, 아무도 한국에서 살지 않는 친구들과의 대화였다. 우리는 대안가족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다를 수 있을까? 잘 할 수 있을까? 그 대화는 조금 현실적인 느낌으로 끝났다. 원가족에 대한 결핍을 대안가족으로부터 메꿀 수는 없을 거라고.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의 안정과 현재의 혼란과 과거의 결핍은 그대로, 서로 뒤섞이지 않고 영원히 너와...
현민
2023.07.17 | 조회 451
현민의 독국유학기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바램이 삶이 되려면       최근에는 집 재계약과 전기세, 정원 가꾸기로 매일매일 그룹채팅방이 시끄러웠다. 급한 문제가 있을 때 우리는 임의적으로 회의를 만들지만 회의 시간을 잡기란 굉장히 어렵다. 생각보다도 더 12명이 한집에 머무르는 때는 드물기 때문이다. 사는 사람도 금방 바뀌고, 매일 다른 일들이 일어나는, 4년이 된 이 셰어하우스에 현재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알론소다. 중앙 아메리카의 작은 나라, 한국보다 더 적은 인구가 사는 코스타리카에서 온 그는 이 도시에서 현대무용 학교를 다닌다. 그는 댄서다.   최근 그의 학교에서는 한 학년을 마무리하고 졸업하는 학년을 위한 공연을 열었다. 알론소는 셰어하우스 톡방에 공연 정보를 공유해줬는데, 티켓 값이 생각보다 비싸 못 가겠군 하던 차였다. 공연 오냐고 묻는 그에게 표 비싸더라 궁시렁대니 무료 티켓으로 초대를 받게 되었다. 나는 알론소가 댄서라는 사실을 굉장히 좋아했지만, 한 번도 그가 제대로 춤을 추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입구를 못 찾아 공연 시작 10분 전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머리가 아름답게 센 할머니를 만났다. 굉장히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던 그 할머니도 입구를 못 찾는 중이었다. 같이 입구를 찾고 우여곡절 끝에 입장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할머니는 시야에서 없어졌다. 부랴부랴 좌석에 앉아 놓여있던...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바램이 삶이 되려면       최근에는 집 재계약과 전기세, 정원 가꾸기로 매일매일 그룹채팅방이 시끄러웠다. 급한 문제가 있을 때 우리는 임의적으로 회의를 만들지만 회의 시간을 잡기란 굉장히 어렵다. 생각보다도 더 12명이 한집에 머무르는 때는 드물기 때문이다. 사는 사람도 금방 바뀌고, 매일 다른 일들이 일어나는, 4년이 된 이 셰어하우스에 현재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알론소다. 중앙 아메리카의 작은 나라, 한국보다 더 적은 인구가 사는 코스타리카에서 온 그는 이 도시에서 현대무용 학교를 다닌다. 그는 댄서다.   최근 그의 학교에서는 한 학년을 마무리하고 졸업하는 학년을 위한 공연을 열었다. 알론소는 셰어하우스 톡방에 공연 정보를 공유해줬는데, 티켓 값이 생각보다 비싸 못 가겠군 하던 차였다. 공연 오냐고 묻는 그에게 표 비싸더라 궁시렁대니 무료 티켓으로 초대를 받게 되었다. 나는 알론소가 댄서라는 사실을 굉장히 좋아했지만, 한 번도 그가 제대로 춤을 추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입구를 못 찾아 공연 시작 10분 전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머리가 아름답게 센 할머니를 만났다. 굉장히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던 그 할머니도 입구를 못 찾는 중이었다. 같이 입구를 찾고 우여곡절 끝에 입장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할머니는 시야에서 없어졌다. 부랴부랴 좌석에 앉아 놓여있던...
현민
2023.06.17 | 조회 481
현민의 독국유학기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어젯밤의 이야기   어제는 밤 늦게까지 글을 쓰다가 스스로에게 약간 실망하면서 초콜렛을 찾으러 부엌에 들어갔다. 부엌에는 레오가 있었다. 레오는 두 달 전쯤 이사 온 이탈리안이자 독일인이다. 내 윗방에 사는데 내가 늦게 자기 때문에 레오가 얼마나 늦게까지 안 자는지 그의 발소리로 확인할 수 있다. 레오는 늦은 밤에 꼭 담배를 한 대씩 피러 나온다. 문을 열어 인사를 하자마자 그가 쇼파 위에서 자고 있는, 우리 집에 자주 오는 고양이를 가리켰다. 레오는 그 고양이와 같이 찍은 셀카를 보여주었다.   나와 레오가 같은 물건을 산다면 나는 설명서를 아예 읽지도 않고 무작정 끼워보는 편인 반면에 레오는 침착하게 읽은 뒤 하나씩 맞춰보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겠다. 레오는 그런 식으로 나에게 물리적인 평안도, 마음의 평안도 주는 사람이다. 마주친 김에 담배나 한 대 피우고 들어가야겠다 싶었다. 나는 레오와 둘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잘 경청하는 사람이다. 레오는 약간 피곤하다며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 들어가겠다고 했다. 담배를 피우는 동안 나는 요새 나의 화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독일에 어떻게 해야 더 머무를 수 있을지. 아니 정말 내가 독일에 머무르고 싶긴 한 건지. 나는 누가 묻지 않으면 나에 대해 말하기를 어려워하는데, 레오에게...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어젯밤의 이야기   어제는 밤 늦게까지 글을 쓰다가 스스로에게 약간 실망하면서 초콜렛을 찾으러 부엌에 들어갔다. 부엌에는 레오가 있었다. 레오는 두 달 전쯤 이사 온 이탈리안이자 독일인이다. 내 윗방에 사는데 내가 늦게 자기 때문에 레오가 얼마나 늦게까지 안 자는지 그의 발소리로 확인할 수 있다. 레오는 늦은 밤에 꼭 담배를 한 대씩 피러 나온다. 문을 열어 인사를 하자마자 그가 쇼파 위에서 자고 있는, 우리 집에 자주 오는 고양이를 가리켰다. 레오는 그 고양이와 같이 찍은 셀카를 보여주었다.   나와 레오가 같은 물건을 산다면 나는 설명서를 아예 읽지도 않고 무작정 끼워보는 편인 반면에 레오는 침착하게 읽은 뒤 하나씩 맞춰보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겠다. 레오는 그런 식으로 나에게 물리적인 평안도, 마음의 평안도 주는 사람이다. 마주친 김에 담배나 한 대 피우고 들어가야겠다 싶었다. 나는 레오와 둘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잘 경청하는 사람이다. 레오는 약간 피곤하다며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 들어가겠다고 했다. 담배를 피우는 동안 나는 요새 나의 화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독일에 어떻게 해야 더 머무를 수 있을지. 아니 정말 내가 독일에 머무르고 싶긴 한 건지. 나는 누가 묻지 않으면 나에 대해 말하기를 어려워하는데, 레오에게...
현민
2023.05.17 | 조회 547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