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걷다보면
기린 고전 분야에서 덕업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던 차, 양생을 위한 담론을 생산하고 생업도 마련하는 기회를 잡아 소속을 인문약방 팀으로 옮겨 일리치 약국 정규직이 되었다. 양생과 관련한 공부에 박차를 가하며 또 한 번의 덕업일치에 도전중이다. 1.준비 작년에 이어 올해는 9월 23일에 기후정의행진이 있다는 소식이 공동체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올해 행진에는 소창조각보로 플랭카드를 만들자는 제안도 함께였다. 토요일 오전에 세미나를 하고 시청역까지 가면 본집회는 참여할 수 있는 일정이었다. 행진 2주전, 파지사유 벽면이 하얗게 칠해졌고, 푸른 빛깔로 물들인 커다란 천이 걸렸다. 그 위에 에코실험실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이 소창조각보에 메시지를 담아 한 장씩 붙여나갔다. 이번 행진의 슬로건인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이라던가 문어, 고래, 녹아내리는 빙하도 보였다. 세미나를 하러 온 친구들을 불러다 소창조각을 내밀면 대부분 진지하게 뭔가를 그리거나 썼다. 내가 속해 있는 ‘양생프로젝트세미나’팀은 요즘 한창 읽고 있는 도나 해러웨이의 책에서 따온 문장들로 조각보를 채웠다. ‘우리는 모두 크리터(미생물, 식물, 동물, 인간과 비인간, 그리고 때로는 기계까지 포함하는 잡다한 것들)다’ ‘자식이 아니라 친척을 만들자’ ‘우리는 모두 퇴비다’ 등이었다. 행진 전날, 에코실험실팀이 친구들이 그려준 소창조각보를 떼어내 일일이 이어 시침질을 해서 커다란 플랭카드를 만들었다. 망토로 쓸 수 있는 크기와 몇 사람이 펼쳐서 잡을 수 있는 크기로 두 개로 완성되었다. 작년 행진 때 종이박스를 재활용해서 각자 만들었던 피켓에 비하면 한...
기린 고전 분야에서 덕업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던 차, 양생을 위한 담론을 생산하고 생업도 마련하는 기회를 잡아 소속을 인문약방 팀으로 옮겨 일리치 약국 정규직이 되었다. 양생과 관련한 공부에 박차를 가하며 또 한 번의 덕업일치에 도전중이다. 1.준비 작년에 이어 올해는 9월 23일에 기후정의행진이 있다는 소식이 공동체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올해 행진에는 소창조각보로 플랭카드를 만들자는 제안도 함께였다. 토요일 오전에 세미나를 하고 시청역까지 가면 본집회는 참여할 수 있는 일정이었다. 행진 2주전, 파지사유 벽면이 하얗게 칠해졌고, 푸른 빛깔로 물들인 커다란 천이 걸렸다. 그 위에 에코실험실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이 소창조각보에 메시지를 담아 한 장씩 붙여나갔다. 이번 행진의 슬로건인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이라던가 문어, 고래, 녹아내리는 빙하도 보였다. 세미나를 하러 온 친구들을 불러다 소창조각을 내밀면 대부분 진지하게 뭔가를 그리거나 썼다. 내가 속해 있는 ‘양생프로젝트세미나’팀은 요즘 한창 읽고 있는 도나 해러웨이의 책에서 따온 문장들로 조각보를 채웠다. ‘우리는 모두 크리터(미생물, 식물, 동물, 인간과 비인간, 그리고 때로는 기계까지 포함하는 잡다한 것들)다’ ‘자식이 아니라 친척을 만들자’ ‘우리는 모두 퇴비다’ 등이었다. 행진 전날, 에코실험실팀이 친구들이 그려준 소창조각보를 떼어내 일일이 이어 시침질을 해서 커다란 플랭카드를 만들었다. 망토로 쓸 수 있는 크기와 몇 사람이 펼쳐서 잡을 수 있는 크기로 두 개로 완성되었다. 작년 행진 때 종이박스를 재활용해서 각자 만들었던 피켓에 비하면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