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읽기 길드다 아젠다
고은       지금으로부터 약 4개월 전, <아젠다>에 <길드다의 흥? 망? 성? 쇠?>라는 글을 썼다. 현재의 <길드다>가 위기에 처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젠다>에는 <길드다>에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공지가 올라갔다. 그 사이에 <길드다>에서 명확하게 입장을 밝힌 사람은 나였다. 친구들에게 “이렇게는 더 이상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딱히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한 회의에서 확인했고,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깨달았다.      1.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이렇게는 못하겠다”는 말은 무척 애매해보인다. ‘이렇게’가 뭔데? 마지노선이나 조건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건 뭔데? 지금 글로 풀어보려 해도 ‘이렇게’가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길드다의 사장님과 친구들은 모두 내 말을 알아들었다. 그 말을 하는 타이밍이 하필 지금이냐고 물어본 사람은 있었어도, 그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 나의 입장은 ‘이렇게는’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었으므로, <길드다>엔 변화해야 할 명분이 생겼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들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문탁쌤이 헤드의 역할을 내려놓자 우리가 가진 생각의 차이는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지원과 명식은 <길드다>를 이대로 유지하고 싶어했고, 자신들 개인의 일도 계속 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길드다>에 더 자주 나오거나 운영 일을 더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 말은 나와 우현이 앞으로도 계속 <길드다> 운영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고은       지금으로부터 약 4개월 전, <아젠다>에 <길드다의 흥? 망? 성? 쇠?>라는 글을 썼다. 현재의 <길드다>가 위기에 처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젠다>에는 <길드다>에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공지가 올라갔다. 그 사이에 <길드다>에서 명확하게 입장을 밝힌 사람은 나였다. 친구들에게 “이렇게는 더 이상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딱히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한 회의에서 확인했고,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깨달았다.      1.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이렇게는 못하겠다”는 말은 무척 애매해보인다. ‘이렇게’가 뭔데? 마지노선이나 조건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건 뭔데? 지금 글로 풀어보려 해도 ‘이렇게’가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길드다의 사장님과 친구들은 모두 내 말을 알아들었다. 그 말을 하는 타이밍이 하필 지금이냐고 물어본 사람은 있었어도, 그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 나의 입장은 ‘이렇게는’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었으므로, <길드다>엔 변화해야 할 명분이 생겼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들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문탁쌤이 헤드의 역할을 내려놓자 우리가 가진 생각의 차이는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지원과 명식은 <길드다>를 이대로 유지하고 싶어했고, 자신들 개인의 일도 계속 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길드다>에 더 자주 나오거나 운영 일을 더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 말은 나와 우현이 앞으로도 계속 <길드다> 운영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문탁
2022.03.25 | 조회 306
지난 연재 읽기 길드다 아젠다
송우현   * Still G.D.D: 힙합 대부 닥터 드레의 명곡 <Still D.R.E>의 패러디다.       길드다 멤버들과 지내는 건 쉽지 않았다. 선 그을 수 있는 직장 동료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한 친구도 아닌 사람들. 많이 봐야 일주일에 한두 번이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그마저도 못 보는 사람들. 게다가 나와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선배들. 이들과 우정을 나눈다는 건 뭐였을까? 무서운 얼굴로 인사도 안 받아주는 골초, 안쓰러울 정도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범생, 쓸데없이 예민하고 비관적인 멀대, 그리고 그들을 모아주는 선생님…. 그 사이에 낀 나는 뭐였을까?      1년 차까지만 해도 나는 그들 사이에 껴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유일하게 이우학교와 연이 없고, 공부는 이제 막 시작했고, 나이도 어리고, 하는 일마다 실수해서 혼나기 일쑤였다. 게다가 누군 진지하게 준비해온 기획안을 비웃지 않나, 누군 구석에서 자기만 신경 쓰고, 누군 이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나한테 터뜨리고…. 시간이 갈수록 멤버들과 섞일 순 있었지만, 여전히 고민은 남아있었다. 길드다에서 내 역할은 무엇인가? 난 길드다에 기여하고 있는가? 냉정하게 보자면 난 연습생 같은 느낌이었다. 공부량과 경험이 적은 막내로써 핸디캡을 얻었고, 항상 피드백을 받기만 했지 내가 주는 피드백은 효력이 거의 없었으며, 공동 세미나를 따라가는 게 벅차서 기본기를 공부하는 세미나를 따로 열었다.(그마저도 폐강할 뻔했을 땐 정말 괴로웠다.) 당연히 몇 년 만에 그들 수준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건 욕심이고, 현실적으로 나는 기본기를 쌓을 시기인 것도 맞다. 하지만 그 덕에...
송우현   * Still G.D.D: 힙합 대부 닥터 드레의 명곡 <Still D.R.E>의 패러디다.       길드다 멤버들과 지내는 건 쉽지 않았다. 선 그을 수 있는 직장 동료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한 친구도 아닌 사람들. 많이 봐야 일주일에 한두 번이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그마저도 못 보는 사람들. 게다가 나와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선배들. 이들과 우정을 나눈다는 건 뭐였을까? 무서운 얼굴로 인사도 안 받아주는 골초, 안쓰러울 정도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범생, 쓸데없이 예민하고 비관적인 멀대, 그리고 그들을 모아주는 선생님…. 그 사이에 낀 나는 뭐였을까?      1년 차까지만 해도 나는 그들 사이에 껴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유일하게 이우학교와 연이 없고, 공부는 이제 막 시작했고, 나이도 어리고, 하는 일마다 실수해서 혼나기 일쑤였다. 게다가 누군 진지하게 준비해온 기획안을 비웃지 않나, 누군 구석에서 자기만 신경 쓰고, 누군 이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나한테 터뜨리고…. 시간이 갈수록 멤버들과 섞일 순 있었지만, 여전히 고민은 남아있었다. 길드다에서 내 역할은 무엇인가? 난 길드다에 기여하고 있는가? 냉정하게 보자면 난 연습생 같은 느낌이었다. 공부량과 경험이 적은 막내로써 핸디캡을 얻었고, 항상 피드백을 받기만 했지 내가 주는 피드백은 효력이 거의 없었으며, 공동 세미나를 따라가는 게 벅차서 기본기를 공부하는 세미나를 따로 열었다.(그마저도 폐강할 뻔했을 땐 정말 괴로웠다.) 당연히 몇 년 만에 그들 수준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건 욕심이고, 현실적으로 나는 기본기를 쌓을 시기인 것도 맞다. 하지만 그 덕에...
문탁
2022.03.25 | 조회 224
지난 연재 읽기 길드다 아젠다
김지원       4년간의 길드다, 2년간의 <아젠다>를 맺는 글이라고 생각하니 그럴싸한, 감동적인 말들을 남겨야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니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라거나, ‘모든 일에는 끝이 있게 마련’이라거나 ‘사랑을 하면 이별이…’하는 뻔한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 눈가가 촉촉해지는 상황이 된다. 여러 번 글을 지웠다. 아직까지 충분히 정리가 되지 않은 마음이, 뻔하고 쉬운 답으로 가려는 것 같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무언가 맺는말보다는, 나에게 놓인 새로운 국면이 무엇인지에 대해 남기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명식과 함께 <아젠다>를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기로 했다.      길드다가 애초 <아젠다>를 기획한 계기는, 코로나-19의 유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집합 금지로 인해 계획했던 세미나와 강의가 줄줄이 취소되었고,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오프라인 기획들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세상이 멈췄어도 어떻든 돈을 벌어야 했고, 공부를 하고 글을 써야 했다. 그렇게 시작된 유료 회원제 메일링이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음에도 생각보다 회원이 모이지 않았다. 글도 문제였다. 돌아가며 메인 글을 썼지만, 늘 바빴다. 충분히 공부하고 생각하며 써낸 글이라기보다 마감을 맞추어 쳐낸 글들이 되었다. 발행 1년을 맞을 즈음 고민 속에 독자와의 인터뷰도 진행해 보았다. 글이 어렵다, 길다, 가벼웠으면 좋겠다, 코너를 줄여도 좋다…. 애정 어린 피드백들이었다. 이를 받아들여 대담이나 길드다의 일상적인 고민들을 전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시도했으나, 결국 써왔던 방식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각기 다른 관심과 역량을 가진 네 명이 비슷한...
김지원       4년간의 길드다, 2년간의 <아젠다>를 맺는 글이라고 생각하니 그럴싸한, 감동적인 말들을 남겨야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니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라거나, ‘모든 일에는 끝이 있게 마련’이라거나 ‘사랑을 하면 이별이…’하는 뻔한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 눈가가 촉촉해지는 상황이 된다. 여러 번 글을 지웠다. 아직까지 충분히 정리가 되지 않은 마음이, 뻔하고 쉬운 답으로 가려는 것 같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무언가 맺는말보다는, 나에게 놓인 새로운 국면이 무엇인지에 대해 남기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명식과 함께 <아젠다>를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기로 했다.      길드다가 애초 <아젠다>를 기획한 계기는, 코로나-19의 유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집합 금지로 인해 계획했던 세미나와 강의가 줄줄이 취소되었고,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오프라인 기획들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세상이 멈췄어도 어떻든 돈을 벌어야 했고, 공부를 하고 글을 써야 했다. 그렇게 시작된 유료 회원제 메일링이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음에도 생각보다 회원이 모이지 않았다. 글도 문제였다. 돌아가며 메인 글을 썼지만, 늘 바빴다. 충분히 공부하고 생각하며 써낸 글이라기보다 마감을 맞추어 쳐낸 글들이 되었다. 발행 1년을 맞을 즈음 고민 속에 독자와의 인터뷰도 진행해 보았다. 글이 어렵다, 길다, 가벼웠으면 좋겠다, 코너를 줄여도 좋다…. 애정 어린 피드백들이었다. 이를 받아들여 대담이나 길드다의 일상적인 고민들을 전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시도했으나, 결국 써왔던 방식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각기 다른 관심과 역량을 가진 네 명이 비슷한...
문탁
2022.03.25 | 조회 211
지난 연재 읽기 길드다 아젠다
차명식     2018년, 길드다가 ‘청년 인문학 스타트업’을 표방하며 첫 기치를 올렸다.    2020년, 길드다의 목소리로서 ‘아젠다’의 첫 호가 발간됐다.     그리고 길드다 5년 차, 아젠다 3년 차인 올해 길드다와 아젠다는 함께 그 첫 장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시작에 임한다.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자면 길드다는 ‘청년’, ‘인문학’, ‘자립’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행한 다양한 실험적 시도들의 토양이었다. 이 표현은 꽤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길드다를 만들 당시의 소개 글을 살펴보면 “길드다는 대학도 회사도 아니지만 우정으로 맺어진 일과 지식의 네트워크”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학(제도 교육)과는 다른 형태로 함께 공부하는’ 네트워크이자 ‘회사와는 다른 형태로 함께 일하며 자립을 추구하는’ 네트워크라는 뜻이다. 즉 학문의 탐구와 물질적 삶의 조건들(물론 후자는 경제적 측면을 포함한다)을 한데 추구하되 이미 널리 알려지고 확립되어 있는 기존의 방식을 따르지는 않겠다는 것이며 그렇기에 길드다는 모든 면에서 실험적일 수밖에 없었다. 인문학으로 돈을 어떻게 벌 것인지, 번 돈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모자라는 수입은 어떻게 채울 것인지, 업무를 어떻게 분담하고 또 협업할 것인지……무엇보다 그 모든 것에 앞서 ‘무엇을 할 것인지’도.     ‘보통 다 그렇게 한다’가 근거가 될 수 없는 시도들이었기에 길드다의 활동은 항상 예상치 못했던 기쁨의 순간들과 그보다 좀 더 많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을 맞닥뜨렸다. 마지막으로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두 활동을 되새기면서 길드다-아젠다 1.0을 마무리해 보고자 한다.        2019...
차명식     2018년, 길드다가 ‘청년 인문학 스타트업’을 표방하며 첫 기치를 올렸다.    2020년, 길드다의 목소리로서 ‘아젠다’의 첫 호가 발간됐다.     그리고 길드다 5년 차, 아젠다 3년 차인 올해 길드다와 아젠다는 함께 그 첫 장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시작에 임한다.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자면 길드다는 ‘청년’, ‘인문학’, ‘자립’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행한 다양한 실험적 시도들의 토양이었다. 이 표현은 꽤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길드다를 만들 당시의 소개 글을 살펴보면 “길드다는 대학도 회사도 아니지만 우정으로 맺어진 일과 지식의 네트워크”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학(제도 교육)과는 다른 형태로 함께 공부하는’ 네트워크이자 ‘회사와는 다른 형태로 함께 일하며 자립을 추구하는’ 네트워크라는 뜻이다. 즉 학문의 탐구와 물질적 삶의 조건들(물론 후자는 경제적 측면을 포함한다)을 한데 추구하되 이미 널리 알려지고 확립되어 있는 기존의 방식을 따르지는 않겠다는 것이며 그렇기에 길드다는 모든 면에서 실험적일 수밖에 없었다. 인문학으로 돈을 어떻게 벌 것인지, 번 돈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모자라는 수입은 어떻게 채울 것인지, 업무를 어떻게 분담하고 또 협업할 것인지……무엇보다 그 모든 것에 앞서 ‘무엇을 할 것인지’도.     ‘보통 다 그렇게 한다’가 근거가 될 수 없는 시도들이었기에 길드다의 활동은 항상 예상치 못했던 기쁨의 순간들과 그보다 좀 더 많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을 맞닥뜨렸다. 마지막으로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두 활동을 되새기면서 길드다-아젠다 1.0을 마무리해 보고자 한다.        2019...
문탁
2022.03.25 | 조회 221
지난 연재 읽기 길드다 아젠다
재빵        <길드다>가 출범한 이후로 텍스트랩과 공산품에 참여하는 동안 나는 친구들에게 일요일마다 길드다에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고 갔다.    - 재영아 일요일에 뭐 하니 시간 되면 잠깐 볼까? - 아 나 일요일마다 하는 세미나가 있어 - 아 맞다 너 ‘문탁’ 가지      분명히 내가 ‘길드다’라는 단어를 몇 년간 사용해왔음에도 여전히 친구들의 인식 속에서는 ‘길드다’가 ‘문탁’의 대체 단어가 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문탁’이라는 단어가 시간상 더 오랜 기간 입력된 단어였고, 공간적인 의미로도 ‘문탁’이라는 단어가 이점이 있었던 것이다. 혹 친구들이 수지구 수풍로 131번길 5*에 찾아올 일이 있는 경우에 나는 매번 지도 어플에서 ‘문탁네트워크’를 검색하고 오라고 설명해 주었다(지금 알았는데 ‘길드다’도 어플에 검색하니 나온다!). 그리고 소신 발언을 하자면 ‘문탁’이라는 단어가 ‘길드다’라는 단어보다는 부르기에도 외우기에도 편한 것 같다.      하지만 아무래도 자리매김에 실패한 가장 큰 까닭은 내가 ‘길드다’라는 공간 혹은 네트워크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지금 다시 설명해 보라고 해도 나는 온전히 설명해 내지 못할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청년’, ‘생존’, ‘다름’, ‘같이’, ‘회사’, ‘공동체’라는 단어들을 섞어 애매모호하게 설명했던 것 같다. 실제로 특정 상황 속에서 길드다 멤버들이 길드다에 대해서 소개할 때 그들도 ‘음... 어떻게 얘기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를 앞에 깔아두고 설명을 이어나가는 걸 본 적이 몇 번 있다.      그렇게 나는 <길드다>가 어떤...
재빵        <길드다>가 출범한 이후로 텍스트랩과 공산품에 참여하는 동안 나는 친구들에게 일요일마다 길드다에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고 갔다.    - 재영아 일요일에 뭐 하니 시간 되면 잠깐 볼까? - 아 나 일요일마다 하는 세미나가 있어 - 아 맞다 너 ‘문탁’ 가지      분명히 내가 ‘길드다’라는 단어를 몇 년간 사용해왔음에도 여전히 친구들의 인식 속에서는 ‘길드다’가 ‘문탁’의 대체 단어가 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문탁’이라는 단어가 시간상 더 오랜 기간 입력된 단어였고, 공간적인 의미로도 ‘문탁’이라는 단어가 이점이 있었던 것이다. 혹 친구들이 수지구 수풍로 131번길 5*에 찾아올 일이 있는 경우에 나는 매번 지도 어플에서 ‘문탁네트워크’를 검색하고 오라고 설명해 주었다(지금 알았는데 ‘길드다’도 어플에 검색하니 나온다!). 그리고 소신 발언을 하자면 ‘문탁’이라는 단어가 ‘길드다’라는 단어보다는 부르기에도 외우기에도 편한 것 같다.      하지만 아무래도 자리매김에 실패한 가장 큰 까닭은 내가 ‘길드다’라는 공간 혹은 네트워크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지금 다시 설명해 보라고 해도 나는 온전히 설명해 내지 못할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청년’, ‘생존’, ‘다름’, ‘같이’, ‘회사’, ‘공동체’라는 단어들을 섞어 애매모호하게 설명했던 것 같다. 실제로 특정 상황 속에서 길드다 멤버들이 길드다에 대해서 소개할 때 그들도 ‘음... 어떻게 얘기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를 앞에 깔아두고 설명을 이어나가는 걸 본 적이 몇 번 있다.      그렇게 나는 <길드다>가 어떤...
문탁
2022.03.25 | 조회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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