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청룡의 해, 시작을 응원해!

로이
2024-01-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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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바와 둥글레를 거쳐 로이로 인문약방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있다.

양생은 가장 가까운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를 빼놓지 않은 近思하고 近似한 양생 이야기를 하고 싶다. 

 

 

  새해는 매번 다르다

  2024 갑진년은 청룡의 해다. 갑(甲)은 목화토금수의 오행 중 목(木, 나무)이고 목의 색은 청색이다. 진(辰)이 십이지지에서 용이니 갑진을 청룡이라고 한다. 보통 여기까지 알아보고 청룡 이상의 의미를 찾지 않는다. 다들 재물복, 건강, 마음의 평화를 빈다거나 운동, 금연, 공부 등 비슷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육십갑자로 이루어진 동양의 역법은 매해, 매달, 매일, 매시 달라지는 하늘과 땅의 기운을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라는 글자로 표현하고 있다. 시간의 단위이지만 시간뿐 아닌 공간을 채우는 전체적 기운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매번 오는 새해는 같은 새해가 아니다. 뻔한 새해 계획에서 벗어나 보자. 

 

 

  이렇게 매년 달라지는 간지(천간과 지지)가 의미하는 기운은 운기학과 명리학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운기학에서는 간지의 관계성에서 파생되는 기운이 그해의 기후와 몸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요즘처럼 이상 기후가 자주 나타나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는 운기를 안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약국에 있다 보면 기후와 관련해서 비슷한 증상으로 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예컨대 갑자기 추워지면 비위가 약한 사람들이 줄줄이 찾아온다. 추위에 대비할 에너지 비축이 평소에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몸에 이상이 온 다. 그러니 운기를 아주 무시할 수는 없다. <동의보감>을 찾아보니 갑진년 운기는 비가 많이 오고 습기가 많아서 만물의 생화가 무성해지지만, 신장에 병이 생길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또 소화기 병도 생길 수 있다. 신장이나 소화기가 안 좋은 사람들은 염두에 두고 건강을 챙기면 좋겠다. 

 

  명리학에서는 매해 달라지는 이러한 기운을 세운(歲運)이라고 불렀고 그 음양오행적 의미를 자신의 사주와 교차해서 운명을 해석한다. 달리 말해 그해의 기운의 흐름을 보고 자신의 일상을 기획함으로써 운명에 개입할 수 있다. 

 

 

  갑과 진의 의미

  갑진의 의미를 더 확장해 보자. 갑은 나무라는 물상, 푸른 색깔뿐 아니라 봄의 계절, 그리고 동쪽의 방향과 연결된다. 나무 중에서도 소나무나 전나무처럼 큰 나무를 의미하는데 위로 쭉쭉 뻗는 기운을 가지고 있다. 성장하는 속도도 빠르다. 또 봄에 새싹이 나오듯 어떤 일의 ‘시작’을 의미한다. 천간의 맨 처음이라는 것까지 더해져 갑이 들어간 해에는 무언가 시작하는 기운이 강하다. 그런데 무엇을 시작하는 것일까? ‘맨땅의 헤딩’식의 시작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자신이 수행했던 것들이 기본이 되어 무언가가 시작된다. 즉 그 전해까지 자신이 압축하고 응축해 뿌린 씨앗들이 갑이 가져올 새로운 ‘시작’을 결정한다. 

 

 

  진(辰)은 오행 중 토(土, 흙)인데 특히 물을 머금고 있는 비옥한 땅이다. 그래서인지 음력 3월(4월 초~5월 초)에 해당하는 진월에는 초봄에 나온 새싹이 폭풍처럼 성장해 온 세상이 푸르게 변한다. 모내기 등 농사를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또 옛사람들은 진을 용과 우레(震)에 비유했다. 용은 변화무쌍하고 조화를 부리는 상상의 동물로 ‘급격한 변화’를 의미한다. 『오행대의』에서 진은 “벼락처럼 빠르게 진동해서 옛 몸체를 벗어나는 것이다”라고 나온다. 즉 진은 “기존의 무엇과 결별하고 새로운 무엇을 창조하는 힘이다.”(『간지서당』, 북드라망) 하지만 너무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갑과 진이 만나면 큰 나무가 비옥한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크게 성장하는 형상을 만든다. 그러니 갑진년은 해묵고 답답한 과거를 벗어나 준비해 온 게 있다면 자신 있게 시작할 수 있는 해라고 말할 수 있다. 변화하고 시작할 수 있는 해이지만, 자신감이 충만한 기운은 자칫 섣부르고 자만할 수 있다. 이를 경계해야 한다. 변화와 시작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한다. 추진력 있고 변화무쌍한 기운이 강한 때일수록 관계를 세밀하게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시작을 응원해!

  작년 이맘때 쓴 글을 다시 보니 계묘년(2023년)의 계획이 있다. “계수 일간인 나에게는 계묘년은 우정이 더욱 확장되고 새로운 시작으로 분주할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해석함으로써 우정으로 협력하여 새로운 시작을 도모하겠다는 포부를 내 운명에 던지고 있다. 그렇게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아주 동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과연 어떠했을까? 올해 나는 두 명의 친구와 약차 사업을 도모했다. 하지만 각자의 피치 못할 사정들로 예정했던 여름에 론칭하지 못했다. 그래도 매주 만나 블렌딩 차를 개발하는 과정을 통해 세 명은 어느 정도 서로에게 리듬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계묘년의 운명에 던졌던 포부가 다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의미를 만들어냈다.

 

  갑진년에는 어떤 일상을 계획할 수 있을까? 갑진이 갖는 변화와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내 사주로 가져오면 더 강력해진다. 안 그래도 목은 계수(水, 물)인 나에게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자리에 위치하는데 갑(甲)의 시작까지 더해진 것이다. 게다가 내 사주에 있는 넝쿨 같은 목 기운들이 큰 나무라는 목 기운을 만나면 방향성을 가지고 더 펼쳐질 수 있다. 사실 너무 오버페이스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다행인 것은 진(辰)이 내 사주와 만나면 금(金, 쇠나 바위)의 기운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금의 기운이 오버할 수 있는 목의 기운을 잘 쳐서 정리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계묘년에 뿌린 약차 사업(‘로이, 기쁨이 되는 차’)의 씨앗은 갑진년에 발아할 운명이었나 보다.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 주변의 친구들을 둘러보니 갑진의 새로운 시작은 나에게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위에 인용한 책, 『간지서당』을 쓴 박장금 작가는 갑진년에 새로운 터에서 ‘하심당(下心堂)’이라는 인문학 공동체를 시작한다. 일리치약국 멤버였던 기린은 ‘나이듦연구소’로 적을 옮겨 새롭게 시작한다. 기린의 빈자리를 또 다른 친구인 모로가 채워 약국의 새로운 멤버가 된다. 주위를 살짝만 둘러봐도 변화와 시작이 많다. 갑진년은 많은 이에게 새로운 시작이나 변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를 계기로 변신을 시도해 보는 것을 강추한다. 다만 어떤 시작이고 어떤 변화일지 잘 살펴야 한다. 해묵은 과거를 벗어나는 시작이기를 그리고 독불장군식의 시작은 아니기를 바란다. 이 바람을 스스로에게도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그리고 모두의 시작을 응원한다. ‘값진’ 한 해가 되길!

 

댓글 6
  • 2024-01-08 22:08

    해묵은 과거를 벗어나는 시작, 관계를 보살피고 보듬는 시작, 그 시작을 함께 기원합니다. 마음을 모아 우리 모두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흥해라, 로이!!

    • 2024-01-10 12:09

      오영샘의 시작도 응원합니다~~~^^

  • 2024-01-09 11:32

    변신의 해! 저도 변신을 시도해볼래요~

  • 2024-01-09 21:56

    값진 한 해!! 로이의 새로운 변신을 응원해요~~

  • 2024-01-18 11:25

    올해에는 저도 변신을 위한 준비를 하는 해인 것 같아요.
    인문약방 스텝으로 참여하고 자기돌봄의 기술 연재도 시작하는데
    이 경험이 내년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잘 경험해 나가야겠어요. ㅎㅎ

    • 2024-01-18 12:13

      단순삶님의 변신은 완죤 기대되죠! 천군만마 단순삶님의 참여는 언제나 대환영!!! ^^

로이의 근사한 양생
        건달바와 둥글레를 거쳐 로이로 인문약방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있다. 양생은 가장 가까운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를 빼놓지 않은 近思하고 近似한 양생 이야기를 하고 싶다.        새해는 매번 다르다   2024 갑진년은 청룡의 해다. 갑(甲)은 목화토금수의 오행 중 목(木, 나무)이고 목의 색은 청색이다. 진(辰)이 십이지지에서 용이니 갑진을 청룡이라고 한다. 보통 여기까지 알아보고 청룡 이상의 의미를 찾지 않는다. 다들 재물복, 건강, 마음의 평화를 빈다거나 운동, 금연, 공부 등 비슷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육십갑자로 이루어진 동양의 역법은 매해, 매달, 매일, 매시 달라지는 하늘과 땅의 기운을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라는 글자로 표현하고 있다. 시간의 단위이지만 시간뿐 아닌 공간을 채우는 전체적 기운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매번 오는 새해는 같은 새해가 아니다. 뻔한 새해 계획에서 벗어나 보자.        이렇게 매년 달라지는 간지(천간과 지지)가 의미하는 기운은 운기학과 명리학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운기학에서는 간지의 관계성에서 파생되는 기운이 그해의 기후와 몸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요즘처럼 이상 기후가 자주 나타나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는 운기를 안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약국에 있다 보면 기후와 관련해서 비슷한 증상으로 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예컨대 갑자기 추워지면 비위가 약한 사람들이 줄줄이 찾아온다. 추위에 대비할 에너지 비축이 평소에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몸에 이상이 온 다. 그러니 운기를 아주 무시할 수는 없다. <동의보감>을 찾아보니 갑진년 운기는...
        건달바와 둥글레를 거쳐 로이로 인문약방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있다. 양생은 가장 가까운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를 빼놓지 않은 近思하고 近似한 양생 이야기를 하고 싶다.        새해는 매번 다르다   2024 갑진년은 청룡의 해다. 갑(甲)은 목화토금수의 오행 중 목(木, 나무)이고 목의 색은 청색이다. 진(辰)이 십이지지에서 용이니 갑진을 청룡이라고 한다. 보통 여기까지 알아보고 청룡 이상의 의미를 찾지 않는다. 다들 재물복, 건강, 마음의 평화를 빈다거나 운동, 금연, 공부 등 비슷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육십갑자로 이루어진 동양의 역법은 매해, 매달, 매일, 매시 달라지는 하늘과 땅의 기운을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라는 글자로 표현하고 있다. 시간의 단위이지만 시간뿐 아닌 공간을 채우는 전체적 기운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매번 오는 새해는 같은 새해가 아니다. 뻔한 새해 계획에서 벗어나 보자.        이렇게 매년 달라지는 간지(천간과 지지)가 의미하는 기운은 운기학과 명리학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운기학에서는 간지의 관계성에서 파생되는 기운이 그해의 기후와 몸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요즘처럼 이상 기후가 자주 나타나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는 운기를 안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약국에 있다 보면 기후와 관련해서 비슷한 증상으로 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예컨대 갑자기 추워지면 비위가 약한 사람들이 줄줄이 찾아온다. 추위에 대비할 에너지 비축이 평소에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몸에 이상이 온 다. 그러니 운기를 아주 무시할 수는 없다. <동의보감>을 찾아보니 갑진년 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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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 조회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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