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세계 끝의 가족(완결편)

무사
2023-12-31 15:58
373

 

세계 끝의 가족

2023.12.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어릴 적 집에 오신 손님들(대부분 친지들)은 내 작은 손에 용돈을 쥐어주시곤 했다. 적게는 만원에서 많게는 3만원. 퍼런 지폐는 어린 내가 봤을 때도 꽤나 듬직해 보였다. 그 용돈은 넉넉치 않은 살림을 사느라 늘 고단해보였던 해피님의 고민거리를 아주 조금이지만 덜어 주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100원, 200원 정도는 남는 이벤트였다. 취학 전 아동 시절이었다.

그 때 배웠다. 어른이 염려하는 마음으로 주시는 용돈은 적당히 공손하게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그 용돈은 단지 '용돈'만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니 과한 거절은 '선물 경제'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시절 나는 나름 증여와 순환의 정신을 잠시 엿본게 아닐까? 체면을 상하지 않게 선물하는 예절, 받는 사람의 태도 등 '돈과 관계의 철학'을 조금 익힌 셈인지도 모르겠다.

고릿적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연재의 발단과도 조금은 연결되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 우리는 그동안 각자 모은 돈에 대출금을 좀 보태 집을 사고 이사를 했다. 문탁에서 공부하다 만난 동학 둘이 '쫌 다른' 가족으로 살아보겠다는 포부를 밝힌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모셔 조촐하나마 집들이를 계획했었는데, 상반기에 일이 몰아쳤던, 임수의 몸이 많이 안좋아서 나중으로 미루게 되었다. 집들이를 안했는데 문탁샘은 집들이 축하금을 보내셨고, 우리는 이를 받아야 할지 돌려드려야 할지 가족회의를 해야했다. 결과는? 어렸을 적 터득한 '철학'에 기대어 적당히 공손하게 받아 챙겼다. 얼마 후 둘 다 코비드19에 감염되어 사경을 헤매던 중, 우리는 약 기운에 취해 연재 권유를 덜컥 수락하게 되었고, 문탁샘이 주신 집들이 축하금은 결과적으로 원고료가 되었다.^^;; 그렇게 연재는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창작의 고통은 컸다. 가족과의 일상은 누구에게나 민낯이 아닐 수 없으니, 시시콜콜 사는 얘기를 쓴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앎과 삶을 연결해보고 싶다고까지 했으니... 입으로 지은 업을 어쩌누ㅜㅜ 무튼 연재 마감은 월말이었는데, 매달 20일만 되면 스멀스멀 다크서클이 눈가에 내려 앉았다. '뭘 써야하나'라는 걱정은 '왜 쓴다고 했을까?'하는 후회를 거쳐 급기야 이번달 연재 쓸 차례가 아닌 상대방에게 부러움과 짜증으로 가닿았다. 그렇게 지지고 볶아 온 일년의 기간 끝에 마지막 연재를 쓰고 있다니 감개무량하다.

마무리 연재는 또 어떻게 써야 하나... 하는 고민은 접어두었다. 마지막만큼은 되는대로 써보고 싶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절대 하지 않을, 마치 미용실에 비치된 월간지 속 식상한 포맷대로, 각잡고 하는 시시껄렁한 질문과 대답으로 꽉꽉 채웠다.(마지막이니까!!)

1. 함께 살아보니 어떤가? 달라진 점이나 좋은 점이 있다면?

임수 : 회사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혼자 살다가 대중교통과 도보 1시간 거리로 이사왔지만, 예전 살던 집에서 출근할 때보다 지각을 덜한다. 아침마다 정화는 AI처럼 일어나서 나를 깨워준다. 덕분에 나는 무사히 회사에 갈 수 있다. 가끔은 정화가 지하철역이나 회사에 차로 데려다 주기도 한다. 혼자 살 때는 습관적으로 몸이 늘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습관이 많이 줄었다. 식사를 한 후 바로 설거지를 하거나 쓰레기를 치운다. 그래도 가끔 정화가 없는 날은 하루정도 묵혔다 치운다.ㅎㅎ 연구직이라 직장에서 대화할 일이 거의 없어서 집에 오면 정화한테 속사포처럼 이야기를 쏟아붓는데, 속에 있는 것이 풀리는 느낌이다. 정화는 나한테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대숲 게시판)인 셈이다.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가 항상 옆에 있다는 것이 삶에 큰 여유를 준다.

정화 : 솔직히 혼자 살 때보다 집안일이 두(세?)배쯤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이런 문제들은 서로 얘기하고 생활방식을 조율해나가면 점차 나아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함께 살면서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은 공간의 이야기가 바뀌었다랄까? 접속하는 관계망의 다양성? 뭐 이런 부분들이다. 찐 다른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곧 연루되는 사건, 서사가 달라지는 것이니 말이다. 임수가 퇴근하면서 '내가 생각해 봤는데'로 포문을 열면 그 이슈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렇게 이어지는 대화가 새롭고 재미지다.

2. 함께 살면서 (혹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임수 : 늘어지고 싶거나 짜증내고 싶을 때가 있는데 정화는 그냥 봐주지 않는다. "가족이니까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냐?"라고 하면 정화는 "넌 가족을 이렇게 대하니?" 하고 되받아친다. 정화 말이 맞지만, 너무 맞말만해서 힘들 때도 있다. "무슨 AI야? 어디 녹음기 틀어놓은 거 아녀?"

정화 : 어쩔 수 없이 기대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내가 이만큼 했는데, 너는 왜 가끔 하는 데도 하기 싫어하거나 짜증을 내는 거야?' 같은. 기대와 희생은 관계에서 가장 좋지 않은 태도라고 여겨왔는데... 아직 공부와 대화가 더 필요한 지점이다.

3.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다면?

임수 : 과유불급. 정화의 열정은 넘치지 않는다. 그래서 뭐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같다. 건건한 정화의 생활태도를 배우고 싶다.

정화 : 반성하고 바꾸려 애쓰는 태도이다. 임수는 고집도 쎄지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다투는 상황에서도 바로 인정한다. 그 점은 배울 점이 맞다.

4. 일년 연재 중 맘에 드는 회차를 꼽는다면?

임수 : 우선 내가 쓴 연재 중에는 <가족의 재구성> 편이다. 정화와의 동거는 나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 가치관, 관심사 모든 게 바뀌는 시점에 정화와의 동거는 큰 구심점 역할을 해줬던 것 같다. 사주명리에서 결혼운을 다른 가족의 탄생으로 해석하자 인생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정화가 쓴 연재 중에서는 <현장르뽀! 나는 임수가 오늘 아침에 한 일을 알고 있다> 편이다. 뇌리에 박히는 연재였다. 언제 찍혔는지 모를 증거물 1호 핫팩 비닐... 다시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사실 지금도 내 책상 위에 과장 봉지가 며칠째 방치되어 있다. 저 연재 이후로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즉각 버리는 편인데, 며칠 전에 또 한소리 듣긴 했다. 그럴 때마다 느낀다. '아! 정화와 같이 살고 있구나^^;;'

정화 : 사실 모든 연재가 소중하다.(어떻게 쓴 연재인데, 하나만 고르겠는가!!) 그래도 굳이 꼽자면 <아무튼, 공동체력>과 <(정임합목형) 무진장 실험>이다. 문탁 공동체 안에서, 또 사회의 가장자리 부근에서 공동체력을 함께 기르는 것과 임수의 퇴직 이후에도 '(정임합목형) 무진장 3원칙'을 잘 지키면서 서로 돌보는 것이 남은 숙제라는 의미에서 꼽았다. 임수의 연재 중에는 <정입합목 양생하우스 반려식물들을 소개합니다.>이다. 애지중지 식물을 돌보는 마음이 너무 무해하고 예뻐서 임수가 식물 외에는 하우스를 잘 돌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끔 잊어버린다.

 

(아! 참고로 우리 연재의 제목은 영화나 드라마, 책 제목이나 내용을 차용해서 지었다.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ㅎㅎ)

연재 제목을 지을 때 참고한 컨텐츠들

 

5. 만일 '따로 살 결심'을 하게 된다면, '이것만은 꼭 내가 갖고 싶어' 하는 것이 있는지?

임수 : 이사오면서 책상을 따로 사지 않고, 정화가 30년 동안 쓴 원목책상을 물려받았다. 정화말로는 그 당시 없는 살림에 해피님이 거금을 들여 사주신 책상이라고 한다. 오래되었지만 해피님의 관리하에 있었던지라 지금도 상한 데도 별로 없고 손때가 묻어있는 멋스런 원목책상이다. 난 이 책상이 정감있어 좋다. 컨츄리한 나와 잘 어울린다.ㅎㅎ

정화 : 음... 리클라이너? 가끔 그레이계열 옷을 입고 거실에서 리클라이너에 앉아 책을 보고 있을 때 임수가 날 못보고 그냥 지나친다. '정화야~' 하면서 공부방으로 들어가는 임수를 보는 것은 정말이지 꿀잼이다ㅋㅋ거실에서 나를 발견하고는 말한다. "제발 숨 좀 쉬어. 인기척 좀 해ㅎㅎ" 다행히 리클라이너가 두개다. 하나씩 나눠 가져야지. 앗! 근데 하나는 자동, 하나는 수동인데 어쩌누~~ 에이~ 그냥 같이 살아야겠다. 늘 이렇게 마무리된다.^^

6. 지금 푹 빠져있는 것이 있다면?

임수 : 음...난 뭐에 빠져있을까 고민해봤는데, 사주명리인 것 같다. 정화처럼 좋아서 빠져있기 보다는 지금은 살짝 직업적 책무 비슷한 의미로 빠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재미로 시작했는데 책임감이 더해졌다.

정화 : 단연 임윤찬이다. 더 정확히는 임윤찬의 연주다. 몇 달째 임윤찬 연주만 듣고 있다.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피아노 콘체르토 실황 연주를 듣고 싶다.

7. 앞으로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임수 : 나를 좀 더 이해해주면 안되나? 정화는 내 행동 중 잘못된 것이나 맘에 들지 않는 것을 콕 짚어서 이야기한다. 흥!

정화 : 예민함을 좀 덜어냈으면 좋겠다. 사실 지나고 보면 '그리 크게, 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라며 이불킥을 차는 경우가 제법되지 않나. 임수는 생약이라 상관없다고 주장하지만, 생약 복용량도 좀 줄였으면 좋겠다. 몸의 변화에 너무 민감해서 1일 1약하는 것도 2일 1약 정도로 줄이길 바라본다. 왕창 빨리 먹고 소화제를 먹는 패턴의 반복을 조금만 바꾸면 될텐데. 왕창 안먹으면 되는데...왕창 안먹으면 되는데...왕창 안먹으면 되는데...왕창 안먹으면 되는데...(AI 녹음기를 잠시 틀어놓았다.)

8. 내년에는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가?

임수 : 지금까지 문탁에서 공부한 것들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사주명리를 공부하고 나서 습도 파악하고 인지했는데, 실천이 안되는 것 같다. 올해는 실천의 해로 삼으려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정임합목 양생하우스는 실천의 현장이다. 한동안 안싸우고 잠잠했는데 어김없이 비슷한 주제로 오랜만에 싸웠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실천하면서 바꿔가고 싶다.

정화 : 인류학 연구자 김현경이 쓴 <사람, 장소, 환대>라는 책이 있다. 저 세 단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해서 사두었던 책이다. 잠깐 들춰보니 이런 부분이 나온다. "이 책의 키워드는 사람, 장소, 그리고 환대이다. 이 세 개념은 맞물려서 서로를 지탱한다. 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며 사람이 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주는 행위이다."(26) 내년에는 현장(장소)과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해보고 싶다. 꽤 오랜 기간 정해진 장소만을 오가며 대부분 그 안의 사람들과만 만났다. 그 안에서 나름의 환대를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협소하고 부족했다. 사회의 가장자리 부근, 경계의 바깥이라는 장소에 서있어 볼 생각이다. 더불어 내년에는 소설을 좀 읽어보고 싶다. 사실 지금까지는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너무 번거롭고 무거워 소설을 거의 안(못)읽었는데, 이제는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의 이야기니까.

1회차 연재 <함께 살 결심>의 일부를 인용하며 마무리하고 싶다.

"유독 '누군가'에게 더 험한 세상에 맞서기 위해, 한 사람에게 생활 필수 노동의 독박을 씌우지 않고, 스스로를 돌보면서도 서로에게 돌봄을 나눠주는 관계는 어떨까? 같은 집에 거주하면서 오늘의 찌질함은 잊고 내일의 세상과 맞설 수 있도록 돕는 '인생의 동료'같은 관계 말이다. 우리는 거친 밑그림을 그리며 '함께 살 결심'을 해보게 되었다...(중략)...법과 제도가 아닌 신의는, 연대는, 공부는 안전장치가 될 수 없을까? 우리는 반신반의하며 느슨하고 경쾌한 관계 실험을 해보는 중이다...(중략)...시시콜콜 말할 수 없는 개인의 속사정, 문제 해결 방식의 차이 등 각자 축적해 온 삶의 스타일이 그라데이션처럼 예쁘게 섞이지는 않았다. 한편 그 다름과 차이가 우리를 이어주는 끈이기도 하였으니, 이해와 오해의 한끝 차이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이곳이 앎과 삶의 현장, 정임합목 양생하우스다."

 

이 시작의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 우리는 여전히 좌충우돌하고 있다. 그래도 그때보다 지금, 오해보다 이해에 한걸음쯤 더 다가섰다고 말할 수 있다.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 조금씩 깊어졌다. 그러니 앞으로도 함께 살아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그럼 이제 안 싸우냐고? 아니. 그건 '가족'의 디폴트다!! 세계 끝의 가족이라고 다를쏘냐!!

<Thanks to~>

 

다시 없을 기회였습니다.

그동안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연재를 읽어 주시고, 저희를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연재를 권유해주신 문탁샘 덕분에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기록될 수 있었습니다. 스페셜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지지고 볶고 잘 살아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모두에게 내년은 올해보다 좀 덜 험한 일상이기를 바라봅니다.

 

댓글 7
  • 2023-12-31 18:02

    두 분의 알콩달콩? 티격태격? 연재글 재미나게 읽었어요.
    글 읽으면서 저도 남편을 더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하나.. 반성한답니다. (근데 진짜 저 많이 이해하고 사는 거 같은데... ㅎㅎㅎㅎ)
    암튼 연재 끝난거 축하드려요!! 이제 제가... (쿨럭)

  • 2023-12-31 18:30

    마감의 압박이 있었지만 쓰고나면 희열감을 느낄 수 있는 묘한 경험이었습니다. 기회주시고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일년동안 소재감 만드느라 함께 지지고 볶았던 정화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드뎌 끝났다~!!!!

  • 2023-12-31 18:44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임무완수한 기분이 좋으시겠어요~ㅎ
    합체변신 로봇 같은 매회 새로운 이야기를
    목말라 하기도 했습니다.
    양쪽 두 분 사이에서 일어나는
    생활 속 이야기들은
    하마의 방구소리처럼
    우습기도 했지만, 또다른 가족의 디폴트값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화학공식을 암기하는 것만큼 어려워도
    이또한 두 사람의 충만한 모습에
    팅길 수 없는 묘한 매직같은 끌림이 있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지지고 볶는 모습, 응원할께요~

  • 2023-12-31 20:33

    와, 무사히 연재 마치신 것을 감축드리옵니다.^^
    매번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제게 기억에 남는 두 꼭지 고르라면.. 임수가 한 일을 알고 있다와 무진장 실험편입니다.
    임수가 한일을... 읽으며 정말 웃겼고, 무진장 실험편에서는 마구마구 그 실험을 응원하는 마음이 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정화의 조곤조곤하는 맞는 말 목소리와 퇴근 후 속사포처럼 회사일을 쏟아내는 임수의 분위기가 사실적으로 감지가 되는 것은
    임수와 정화를 더 많이 알게 된 이 진솔한 연재 덕분인 것 같아요.
    삶의 가능성이 망가져 가는 것 같은 폐허에서, 끊임없이 교란이 일어나는 지금 이곳에서
    수많은 연결과 함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는 세계 끝의 가족, 정화임목양생 하우스의 이야기를 1년간 만날 수 있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 2024-01-01 11:16

    끝이라고 하니 아쉽다!!! 지난 1년간 글 쓰느라 엄청 고생 많았습니다. 글쓰기가 두 사람의 관계에 윤활유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 2024-01-02 09:17

    연재 마감을 축하드립니다~~ 두 사람의 앞으로 가는 길에 좋은 경험이 되었기를^^ 다른 자리에서 더 많은 이야기로 만납시다~~

    *비밀메모가 필터링되었습니다

  • 2024-01-16 15:37

    재밌게 읽었어요ㅎㅎ 두 분의 좌중우돌 실험기 흥미로웠는데 끝이라니 좀 아쉽네요. 관계를 기꺼이 함께 실험해줄 동료가 있다는 건 참 든든한 일일 것 같아요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세계 끝의 가족 2023.12.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어릴 적 집에 오신 손님들(대부분 친지들)은 내 작은 손에 용돈을 쥐어주시곤 했다. 적게는 만원에서 많게는 3만원. 퍼런 지폐는 어린 내가 봤을 때도 꽤나 듬직해 보였다. 그 용돈은 넉넉치 않은 살림을 사느라 늘 고단해보였던 해피님의 고민거리를 아주 조금이지만 덜어 주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100원, 200원 정도는 남는 이벤트였다. 취학 전 아동 시절이었다. ​ 그 때 배웠다. 어른이 염려하는 마음으로 주시는 용돈은 적당히 공손하게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그 용돈은 단지 '용돈'만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니 과한 거절은 '선물 경제'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시절 나는 나름 증여와 순환의 정신을 잠시 엿본게 아닐까? 체면을 상하지 않게 선물하는 예절, 받는 사람의 태도 등 '돈과 관계의 철학'을 조금 익힌 셈인지도 모르겠다. ​ ​ 고릿적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연재의 발단과도 조금은 연결되기 때문이다.  ​ 작년 가을. 우리는 그동안 각자 모은 돈에 대출금을 좀 보태 집을 사고 이사를 했다. 문탁에서 공부하다 만난 동학 둘이 '쫌 다른' 가족으로 살아보겠다는 포부를 밝힌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모셔 조촐하나마 집들이를 계획했었는데,...
  세계 끝의 가족 2023.12.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어릴 적 집에 오신 손님들(대부분 친지들)은 내 작은 손에 용돈을 쥐어주시곤 했다. 적게는 만원에서 많게는 3만원. 퍼런 지폐는 어린 내가 봤을 때도 꽤나 듬직해 보였다. 그 용돈은 넉넉치 않은 살림을 사느라 늘 고단해보였던 해피님의 고민거리를 아주 조금이지만 덜어 주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100원, 200원 정도는 남는 이벤트였다. 취학 전 아동 시절이었다. ​ 그 때 배웠다. 어른이 염려하는 마음으로 주시는 용돈은 적당히 공손하게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그 용돈은 단지 '용돈'만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니 과한 거절은 '선물 경제'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시절 나는 나름 증여와 순환의 정신을 잠시 엿본게 아닐까? 체면을 상하지 않게 선물하는 예절, 받는 사람의 태도 등 '돈과 관계의 철학'을 조금 익힌 셈인지도 모르겠다. ​ ​ 고릿적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연재의 발단과도 조금은 연결되기 때문이다.  ​ 작년 가을. 우리는 그동안 각자 모은 돈에 대출금을 좀 보태 집을 사고 이사를 했다. 문탁에서 공부하다 만난 동학 둘이 '쫌 다른' 가족으로 살아보겠다는 포부를 밝힌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모셔 조촐하나마 집들이를 계획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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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31 | 조회 373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임수(壬) 루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대학원에서 10년을 세포만 쳐다보며 지냈다. 졸업 후 방황하다가 문탁에서 정화(丁) 무사와 사주명리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요즘이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나 역시 궁금하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1. 오래된 장식품   우리 집 책장은 책으로 가득 차있지만 항상 한켠에는 여유 공간이 있다. 여행에서 가져온 작은 소품들, 엽서들을 전시한다.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작은 트리, 루돌프인형, 희미한 조명들까지 그 공간을 채운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임을 알 수 있다. 정화의 감성으로 한껏 포근해진 공간을 임수는 감사히 즐긴다.   정화는 어릴 적부터 크리스마스트리 주변의 따뜻한 빛이 좋았다고 한다. 모태신앙의 영향인데 개종의 과정 중에 있는 지금도 정화는 자신만의 리츄얼로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꺼내서 책장의 한켠을 꾸민다. 그 장식품 안에는 10년의 세월을 훌쩍 넘긴 물건들이 있다. 모두 빛에 바래지도 않았고 깔끔하다. 정화가 말하기 전까지 그렇게 오래된 줄 몰랐을 정도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책장 한켠을 채운 크리스마스 트리와 그 친구들   우리 집에는 오래된 물건들이 많다. 물론 큰집으로 이사 오면서 새로운 가구들도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오래된 물건들이 많다. 임수도 물욕이 많지 않기도 하고 새로운 걸 잘 사질 않으니 오래된 물건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정화와 임수의 물건상태는 사뭇 다르다. 정화의 물건들은 트렌디하지는 않지만 제 역할을 다한다. 깔끔하고 정돈되어있으며 심지어 사랑을...
              임수(壬) 루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대학원에서 10년을 세포만 쳐다보며 지냈다. 졸업 후 방황하다가 문탁에서 정화(丁) 무사와 사주명리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요즘이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나 역시 궁금하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1. 오래된 장식품   우리 집 책장은 책으로 가득 차있지만 항상 한켠에는 여유 공간이 있다. 여행에서 가져온 작은 소품들, 엽서들을 전시한다.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작은 트리, 루돌프인형, 희미한 조명들까지 그 공간을 채운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임을 알 수 있다. 정화의 감성으로 한껏 포근해진 공간을 임수는 감사히 즐긴다.   정화는 어릴 적부터 크리스마스트리 주변의 따뜻한 빛이 좋았다고 한다. 모태신앙의 영향인데 개종의 과정 중에 있는 지금도 정화는 자신만의 리츄얼로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꺼내서 책장의 한켠을 꾸민다. 그 장식품 안에는 10년의 세월을 훌쩍 넘긴 물건들이 있다. 모두 빛에 바래지도 않았고 깔끔하다. 정화가 말하기 전까지 그렇게 오래된 줄 몰랐을 정도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책장 한켠을 채운 크리스마스 트리와 그 친구들   우리 집에는 오래된 물건들이 많다. 물론 큰집으로 이사 오면서 새로운 가구들도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오래된 물건들이 많다. 임수도 물욕이 많지 않기도 하고 새로운 걸 잘 사질 않으니 오래된 물건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정화와 임수의 물건상태는 사뭇 다르다. 정화의 물건들은 트렌디하지는 않지만 제 역할을 다한다. 깔끔하고 정돈되어있으며 심지어 사랑을...
루틴
2023.11.30 | 조회 270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정임합목형) 무진장 실험   2023.10.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2024 제주 일년살이   추석 연휴에 임수와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조천 바닷가 부근 한 곳에만 오래 머물렀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햇살 가득한 바닷가 산책을 하고 요가를 했다. 충분히 쉬면서 (읽어야할 책 말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었다. 설렁설렁 동네길을 걷고 동네 이모네집(옥이이모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짐은 단출했다. 캐리어 두 개와 간단한 음식만으로 보름을 사는데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한림 <달리책방>에 가보기도 했다. 이곳에서 올 3월 문탁샘(<이반일리치 강의>)과 기린샘(<나는 공동체로 출근한다>)의 북토크가 열렸었다. 쥔장분들(달리님, 어리님)은 명절 첫 손님이라며 반갑게 맞아주셨고 대화는 1박 2일 동안 종횡무진 이어졌다. 루틴 보살의 사주토크, 북토크 뒷이야기, 책이야기, 나무이야기를 하며 일상을 나누었고, 맛집에서의 저녁 식사, 해장국, 느지리오름 아침 산책, 커피까지 더할나위 없는 시간이었다. 섬에서 명절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무조리실>의 제주토박이 명절정찬도 감사한 식사였다. 이뿐이랴. 함덕 서우봉에서 바라본 슈퍼문, 붉은오름 정상에서 마주한 오름군 파노라마, 친구들이 소개해 준 사라봉, 별도봉의 산책길도 참 예뻤다. 바로 이 별도봉 산책길에서 작당모의가 시작되었다. 제주도립미술관 국제특별전 전시 주제(이주하는 인간, Homo migratio)마저 우리의 등을 떠밀었다. 그동안의 제주...
  (정임합목형) 무진장 실험   2023.10.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2024 제주 일년살이   추석 연휴에 임수와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조천 바닷가 부근 한 곳에만 오래 머물렀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햇살 가득한 바닷가 산책을 하고 요가를 했다. 충분히 쉬면서 (읽어야할 책 말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었다. 설렁설렁 동네길을 걷고 동네 이모네집(옥이이모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짐은 단출했다. 캐리어 두 개와 간단한 음식만으로 보름을 사는데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한림 <달리책방>에 가보기도 했다. 이곳에서 올 3월 문탁샘(<이반일리치 강의>)과 기린샘(<나는 공동체로 출근한다>)의 북토크가 열렸었다. 쥔장분들(달리님, 어리님)은 명절 첫 손님이라며 반갑게 맞아주셨고 대화는 1박 2일 동안 종횡무진 이어졌다. 루틴 보살의 사주토크, 북토크 뒷이야기, 책이야기, 나무이야기를 하며 일상을 나누었고, 맛집에서의 저녁 식사, 해장국, 느지리오름 아침 산책, 커피까지 더할나위 없는 시간이었다. 섬에서 명절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무조리실>의 제주토박이 명절정찬도 감사한 식사였다. 이뿐이랴. 함덕 서우봉에서 바라본 슈퍼문, 붉은오름 정상에서 마주한 오름군 파노라마, 친구들이 소개해 준 사라봉, 별도봉의 산책길도 참 예뻤다. 바로 이 별도봉 산책길에서 작당모의가 시작되었다. 제주도립미술관 국제특별전 전시 주제(이주하는 인간, Homo migratio)마저 우리의 등을 떠밀었다. 그동안의 제주...
musa
2023.10.31 | 조회 391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임수(壬) 루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대학원에서 10년을 세포만 쳐다보며 지냈다. 졸업 후 방황하다가 문탁에서 정화(丁) 무사와 사주명리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요즘이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나 역시 궁금하다.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반려식물들을 소개합니다       0. 인트로 : 방울토마토 가위질 대환장 파티   임수 : 정화야.. 정화야.. 방울토마토가 이상해진 거 같아. 내가 사고 쳤나봐ㅠ 정화 : (자고 있다가) 어? 방울토마토가 왜? 임수 : (핸드폰을 들이밀며) 이렇게 잘라주면 된다고 했는데~ 이상하다. 이리와봐 (방울토마토 앞에 모여) 정화 : 어..어.. 이거 좀 이상한데??     정임합목의 ‘방울토마토 가위질 대환장 파티’ 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정화가 밤샘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잠든 휴일 아침, 임수는 베란다에 심은 지 한 달 정도 된 방울토마토 모종의 곁순*을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긴장도 했지만 어느새 과감한 가위질이 이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인터넷에서 봤던 곁순치기와 사뭇 달라보였다. 순간 등짝이 오싹해졌고 큰 사고를 쳤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바로 정화를 깨워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식물과 그리 친하지 않은 정화도 이상하다는 걸 한 번에 감지했다. 곁순이 아닌 원줄기를 모두 잘라서 외목대 방울토마토를 만든 것이다. 식물분자생물학 학위는 초보 식집사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무용지물이었다.   관심이 지나쳐서 반려식물들을 무지개 다리로 몰아넣기도 했고, 바쁠 때는 물주는 것조차 버거웠던 식집사 생활이 거의...
            임수(壬) 루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대학원에서 10년을 세포만 쳐다보며 지냈다. 졸업 후 방황하다가 문탁에서 정화(丁) 무사와 사주명리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요즘이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나 역시 궁금하다.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반려식물들을 소개합니다       0. 인트로 : 방울토마토 가위질 대환장 파티   임수 : 정화야.. 정화야.. 방울토마토가 이상해진 거 같아. 내가 사고 쳤나봐ㅠ 정화 : (자고 있다가) 어? 방울토마토가 왜? 임수 : (핸드폰을 들이밀며) 이렇게 잘라주면 된다고 했는데~ 이상하다. 이리와봐 (방울토마토 앞에 모여) 정화 : 어..어.. 이거 좀 이상한데??     정임합목의 ‘방울토마토 가위질 대환장 파티’ 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정화가 밤샘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잠든 휴일 아침, 임수는 베란다에 심은 지 한 달 정도 된 방울토마토 모종의 곁순*을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긴장도 했지만 어느새 과감한 가위질이 이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인터넷에서 봤던 곁순치기와 사뭇 달라보였다. 순간 등짝이 오싹해졌고 큰 사고를 쳤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바로 정화를 깨워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식물과 그리 친하지 않은 정화도 이상하다는 걸 한 번에 감지했다. 곁순이 아닌 원줄기를 모두 잘라서 외목대 방울토마토를 만든 것이다. 식물분자생물학 학위는 초보 식집사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무용지물이었다.   관심이 지나쳐서 반려식물들을 무지개 다리로 몰아넣기도 했고, 바쁠 때는 물주는 것조차 버거웠던 식집사 생활이 거의...
루틴
2023.10.01 | 조회 395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아무튼, 공동체력   2023.8.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백수에게도 번아웃이?   갭이어(Gapyear)의 중간 지점을 지나고 있다. 20년의 직장생활을 꾸역꾸역 마무리한 후 맞는 꿀맛같은 휴식이다...라고 쓰고 싶지만, 질끈 눈을 감고 싶을만큼 즐비한 사건사고 때문에 뉴스, 신문, 솔직히는 책과도 거리를 두고 싶은 나날들이다.   두달 전 긴 제주여행 끝에 번아웃이 찾아왔다. 백수에게 번아웃이 웬말이냐며 나조차 비웃었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문탁 양생프로젝트 1학기 에세이를 겨우 마무리하고 나서도 번아웃은 좀 더 이어졌고, 7월 중순이 되어서야 나아졌다. 나름 퇴직증후군을 겪고 있는가보다 했지만, 사실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도 짧고 길게 번아웃은 찾아왔었다. 사치라며 뒤로 미루거나 지는 척 대충 겪어내면서 미봉해왔을 뿐이었다.       <미생>의 장그래처럼 나에게도 운동과 체력은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달리고 나면, 상념은 사라지고 근육의 통증과 심장 박동만이 남는 순간이 온다. 땀에 흠뻑 젖은 몸뚱이만이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지지고 볶았던 많은 것들이 하찮게 느껴졌다.     돌잡이의 매직   학창시절에도 공부와 운동을 병행했다. 돌잡이로 연필과 공을 동시에 잡았던 운명 탓이려나? 초딩 때는 하루 이틀 상간에 수학경시대회와 육상대회를...
  아무튼, 공동체력   2023.8.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백수에게도 번아웃이?   갭이어(Gapyear)의 중간 지점을 지나고 있다. 20년의 직장생활을 꾸역꾸역 마무리한 후 맞는 꿀맛같은 휴식이다...라고 쓰고 싶지만, 질끈 눈을 감고 싶을만큼 즐비한 사건사고 때문에 뉴스, 신문, 솔직히는 책과도 거리를 두고 싶은 나날들이다.   두달 전 긴 제주여행 끝에 번아웃이 찾아왔다. 백수에게 번아웃이 웬말이냐며 나조차 비웃었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문탁 양생프로젝트 1학기 에세이를 겨우 마무리하고 나서도 번아웃은 좀 더 이어졌고, 7월 중순이 되어서야 나아졌다. 나름 퇴직증후군을 겪고 있는가보다 했지만, 사실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도 짧고 길게 번아웃은 찾아왔었다. 사치라며 뒤로 미루거나 지는 척 대충 겪어내면서 미봉해왔을 뿐이었다.       <미생>의 장그래처럼 나에게도 운동과 체력은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달리고 나면, 상념은 사라지고 근육의 통증과 심장 박동만이 남는 순간이 온다. 땀에 흠뻑 젖은 몸뚱이만이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지지고 볶았던 많은 것들이 하찮게 느껴졌다.     돌잡이의 매직   학창시절에도 공부와 운동을 병행했다. 돌잡이로 연필과 공을 동시에 잡았던 운명 탓이려나? 초딩 때는 하루 이틀 상간에 수학경시대회와 육상대회를...
무사
2023.08.31 | 조회 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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