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한 지붕 두 가족, 윗집과 공거하기

루틴
2023-04-3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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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壬) 루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대학원에서 10년을 세포만 쳐다보며 지냈다.

졸업 후 방황하다가 문탁에서 정화(丁) 무사와 사주명리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요즘이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나 역시 궁금하다.

 


 

인트로

 

   올해는 양생프로젝트에서 ‘돌봄’을 주제로 공부하고 있다.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회과학분야의 책을 읽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직장을 다니며 어려운 책을 공부하다보니 계절을 즐기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된다. 작년 가을부터 시작했던 아침 산책은 올해 들어 제대로 한 적이 손에 꼽힌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책을 읽다보면 늦게 잠들게 되고 늦게 일어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계절 감각은 주말에만 즐기게 된다. 그래도 아예 계절감 없이 사는 건 아니다. 새로 이사 온 집의 거실 풍경은 계절감을 충분히 선사해준다.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2층 단독주택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짙은 어둠을 지나 해가 길어지니 출근하기 전에 거실 밖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좁쌀 같던 산수유 꽃은 꽃다발이 되었고 오밀조밀 새하얗게 피었던 살구꽃은 살구로 변신 중이다. 우리 집 정원에서 가장 큰 단풍나무가 신기했는데 힘없이 붉은 잎이 나오더니 파릇한 초록 잎으로 변했다. 산수유나무 위에서 먹이 활동하는 새들의 소리도 좋다. 이 모든 것이 내 눈높이에서 이루어진다. 나무를 올려보거나 내려다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해준다. 산수유 꽃이 만개하던 날 안개꽃 다발 속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낭만적이었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작은 생명체들을 돌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올라온다.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거실 풍경, 작년 가을, 겨울, 봄, 살구꽃이 살구로 변신 중

 

손발을 움직여 우리가 선택한 것들

 

   결혼한 친구들은 대부분 본인보다는 다른 가족들의 상황에 맞춰 주거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유치원이나 학교, 남편의 직장, 또는 육아를 도와줄 부모님 댁과의 근접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에 비해 비혼들은 오롯이 나에게 적합한 스타일로 삶을 구성할 수 있다. 주거지 선택도 예외는 아니다. 부모님을 돌보는 일이 K-장녀에게 집중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그러한 것 같다.

 

   비혼 2인이 만난 정임합목은 1인 비혼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린 비슷한 점이 많았다. 앞선 연재를 보면 그래? 의아해하겠지만^^;; 대체로 좋아하는 게 비슷했고 라이프스타일도 그러했다. 번잡한 생활을 싫어하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 약속도 그리 많지 않고 친구들 관계도 심플하다. 거창한 여행보다도 소소하게 동네 걷기를 좋아한다. 근처 산에도 자주 오른다. 각기 이유는 달랐지만 당장 돌봐야하는 부모님도 없었다. 우리는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했고 어렵지 않게 주거지 선택기준도 맞출 수 있었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누수경험이 많은 임수에게는 ‘누수는 물론 누수 흔적조차 없는 곳’이어야 한다는 특별조항이 있었다.

 

   우리는 번잡한 역세권이나 학세권이 필요 없었고 동네 마실 나가듯 산책을 할 수 있는 숲세권을 원했다. 광교산 자락에 있는 문탁 근처 동네도 우리의 선호도와 상당히 일치했지만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금의 주거지를 알게 되었고 그 동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네이버 지도로 동네 전체 지형을 파악했다. 나름 친환경 계획도시 같은 느낌이 있었다. 동네가 개발되기 전 있었던 작은 동산들을 깎아 내지 않고 자연공원으로 활용했다. 가격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딱 맞는 조건이었다. 주말마다 임장 나들이를 하며 행동을 개시했다. 그 동네에서 가장 단지가 크고 연식이 얼마 되지 않은 아파트를 먼저 보러 갔다. 깨끗하고 누수의 흔적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임수는 고층 아파트 앞에서 멀미증세를 일으켰다. 안되겠다 싶어서 연식은 있지만 좀 낮은 아파트 쪽으로 매물을 보기 시작했다.

 

   뚜벅이 인생인 임수와 정화에게는 걸을 때 느껴지는 동네 분위기가 중요했다. 지하주차장과 자신의 집만 오가는 사람이라면 큰 상관이 없겠지만 지상을 걷다보면 주변 사물과 눈높이를 같이 할 때 주는 안정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동네 뒷산도 등반해보고, 연결되어있는 산책길로도 다녀보고 지하철역, 마트, 도서관 가는 길도 다양하게 걸어보았다. 주말마다 그 동네 구석구석을 다녔다. 숲길만으로 동네 전체를 가로지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지도에서 보던 모습을 손발을 움직여가며 감각하고 둘러보고 나니 더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지금의 집을 만났다. 6월 푸르른 녹음의 풍경이 거실 앞에 펼쳐져 있었다. 세월의 흔적은 있어보였지만 누수의 흔적은 없었고 리모델링을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았다.

 

   우리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분명했고 오롯이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주거지를 선택했고 매일 창 밖 풍경을 즐긴다. 자주는 못가지만 아침 출근 전에 가볍게 등산을 하기도 한다.

 

자주가는 산책길, 맨발로 걷기 열풍 중, 잠시 벗어놓은 어느 할머님의 고무신^^;;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

 

   리모델링을 시작한 날 우연히 윗집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그분은 “이 아파트 참 살기 좋은데 잘 왔네. 예전에 살던 사람들이 너무 시끄럽다며 여러 번 올라와 항의를 했는데, 여자가 삐쩍 말라서 예민해보였어” 하시며 눈살을 찌푸리셨다. 사실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여자’는 우리가 아는 분이었다. 당시 임차 중이던 그 ‘여자’ 분은 우리에게 친절하게 집도 보여주시고 리모델링을 위해 재차 방문한 우리에게 기꺼이 집을 내어주시며 편히 대해주셨던 분이었다. 윗집 할머니의 험담이 의아했지만, 이 에피소드는 리모델링의 분주함 속에 이내 잊혔다. 화장실 천장 누수가 발생하면서 윗집과의 인연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리모델링을 시작한 첫날 안방 욕실 환풍기에서 물이 떨어졌다. 윗집에서 바로 조치를 취해줬지만 미세한 누수는 계속 일어났고 누수지점이 환풍기쪽이다 보니 누전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계속되는 조치에도 누수의 원인을 정확히 잡아내지 못했고 윗집의 대대적인 화장실 공사를 하면서 4개월 만에 누수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누수가 해결되는 4개월 동안 매번 저 통의 물을 비우고 있었음

윗집 아이가 장난삼아 아래로 던진 짜파게티면이 우리집 창문에 붙어있어서 떼어냄^^;;;;;

 

 누수 문제를 해결하자 이번엔 층간소음이 시작되었다. 윗집에는 유치원생쯤으로 추정되는 첫째 아들과 갓 태어난 둘째 아들, 엄마와 아빠, 이렇게 4인 가족이 살고 출근하는 엄마를 대신해서 할머니(위에서 언급한 ‘윗집 할머니’)께서 낮에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것 같다. 오후 3시쯤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유치원에서 다 풀지 못한 혈기 왕성한 에너지를 거실을 뛰어다니며 뿜어낸다. 그리고 훈계하는 할머니에게 고뤠고뤠 소리를 지르며 저항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타임, 퇴근하고 돌아온 엄마와 아빠는 첫째 아이와 한바탕 소란이다. 훈계와 대꾸가 고성으로 오간다. 그리고 첫째가 둘째를 괴롭히는 모양이다. 둘째가 심하게 울면 부모는 첫째를 나무란다. 밤 10시쯤이 되어서야 조용해진다. 그리고 곧이어 정체모를 쿵쾅쿵쾅 소리가 이어진다. 우리 집 수사반장인 정화는 밤중 시찰을 나가 그 소리의 정체를 알아냈다. 엄마가 전자 건반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거의 2시간 가까이 치는데, 육아의 스트레스를 다 쏟아내는 듯 격정적이다. 지금 이글을 쓰는 밤 11시 56분에도 여지없이 쿵쾅쿵쾅 소리가 난다. 가족구성원 모두 음악성이 있는지 아이의 울음소리는 우렁차고 아빠는 시도 때도 없이 락발라드를 부른다. 한번은 정화가 후렴구를 이어 부르며 응답해주기도 했다^^;; 이런 저녁시간을 보내고 나면 윗집 사람들과 한 지붕 두 식구가 되어서 공동육아를 한 느낌이 든다.

 

   우리 집에서는 큰 소음이 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윗집의 소음이 더 크게 들리는 것일 수도 있다. 주로 저녁을 먹고 읽어야할 세미나 책에 골머리를 썩다보면 책도 잘 안 읽히는 상황이 겹쳐 윗집 소음이 더 신경 쓰이고 그러다 벌컥 화가 나기도 한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층간소음에 주의를 부탁하는 정도였다.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점점 ‘강경한 대응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관리실에 전화를 해볼까?’ 고민도 해보다 다시금 주의를 부탁하는 문자를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조심하겠다는 답장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상황이 되풀이되었다. 유독 조용한 우리 집과 과도하게 시끄러운 윗집의 만남은 그야말로 잘못된 만남이었다.

 

한 지붕 두 가족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정화와 임수는 다른 성향이지만 사주적으로 유사한 점이 있다. 우선, 둘 다 에너지를 수렴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바깥 활동보다는 집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 또한 사주팔자의 8글자 중 현실세계를 뜻하는 글자인 일지(태어난 날의 지지地支)와 시지(태어난 시간의 지지地支)가 巳(사화)로 동일하다. 巳(사화)는 목표물이 정해지면 그 맹렬한 에너지를 용의주도하고 전략적으로 뿜어낸다. 자신의 주변 환경을 유리한 방향으로 바꿔놓는다. 자신의 능력으로 전체 시스템을 장악하려 한다1). 이러한 특징이 비혼의 삶과 만나서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비혼의 삶은 비교적 변수가 크지 않은 편이다. 돌봐야하는 누군가가 적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자신의 상황에 맞춰서 조절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는 뜻일 것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삶을 장악하려는 성향이 강해질 수 있다.  1)안도균 <운명의 해석, 사주명리> p226~227

 

   巳(사화) 글자가 있지만 잘 발휘가 안 되는 임수에 비해 정화는 巳(사화) 능력이 출중하다. 임수는 정화와 함께 할 때 巳(사화)의 글자가 잘 작동한다. 용의주도한 성향은 주거지 선택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동네 탐방을 하며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곳을 찾고 또 찾았다. 폐기물을 최소한으로 만들어내면서 우리가 원하는 만큼만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티격태격은 있었지만 크게 별 탈 없이 지금의 주거지를 마련했다. 우리는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비혼의 삶을 하나의 형태로 우리만의 주거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최적의 주거지를 만들었다는 생각은 허상이었을지 모른다.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했다. 화장실 천장 누수와 층간소음은 임수와 정화의 개인적 경험, 성향, 신체적 특이성과 합쳐지면서 변수 적은 우리의 삶을 파고들었다. 임수는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4번의 이사를 했는데 그중 3번 누수가 발생했고 트라우마까지 생겼다. 이번 집은 정화와 함께 고심해서 고른 만큼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비웃기라도 하듯 리모델링 첫날 화장실 천장에 누수가 발생했다. 어릴 적 귀를 다쳐 귀가 예민한 정화는 층간소음을 유독 힘들어했다. 정화는 말소리도 작고 움직임도 크지 않다. 종종 큰 소리 내는 임수의 말소리에도 놀라는 정화는 윗집의 소음들에 취약했다. 정화가 퇴직하면서 첫째 아이의 고성에 자주 노출되기 시작했다. 이사 온 직후에는 잘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생활이 안정되면서 소음으로 느껴졌다.

   화장실 누수는 윗집의 대대적인 화장실 공사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층간소음은 줄어들 기세가 없어 보였다. 어느 집이든 이사를 간다면 일시적으로 해결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유형의 잘못된 만남이 시작될 수도 있다. 이렇게 예측 불허의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해결할 수는 있기는 한 것일까?

 

아렌트가 보기에, 지상에서의 공거(cohabitation)에서 우리가 스스로가 선택하지 않은 바로 그 특성이 윤리적·정치적 존재로서 우리 존재의 조건인 것이다....지상에서 우리와 공거하고 있는 이들은, 우리가 신중하게 고민해 우리의 의지를 통해 진입하게 되는 그 어떤 사회적, 혹은 정치적 계약보다 선행하고 우리의 선택보다 선행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 주디스 버틀러, p164)

 

   주디스 버틀러가 말하는 아렌트의 공거의 개념은 이러하다. 우리가 선택한 것들보다 선택하지 않은 것들과의 공거가 선행되어 우리에게 주어진다고 말한다. 그 특성이 우리 존재의 조건인 것이다. 요즘은 집을 선택할 때 윗집 현관문 앞에 아이 자전거나 킥보드가 있는지 확인한다고 한다. 함께 살 윗집 사람들조차 선택해 층간소음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렌트는 ‘선택할 수 있는 조건들을 늘리는 방식은 다른 이들의 삶을 부정하고 선택하지 않는 것들과의 공거라는 인간성의 정치적 조건들을 파괴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는 선택된 적 없이 지상에 출현했다. 이러한 인식 없이는 개개인의 생명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공거하는 이들에 대한 윤리적 책무를 가져야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시각이 윗집과의 공거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수 있을까? 우리는 양생 프로젝트 세미나를 끝내고 돌아와 대화를 나누다가 층간소음을 돌봄 차원에서 이해해 보면 어떨까하고 아이디어를 내보았다. 아이를 낳고 직접 기르지는 않지만 아랫집에 살면서 층간소음을 견디고 이해하고 더 나아가 “오늘 뛰는 소리를 보니 건강하네. 오늘은 왜 이렇게 조용하지? 어디 아픈 건 아닌가? 아니면 나들이 나갔나? 이 나이 때는 나가 놀아야지~^^;;” 이런 생각들은 공동 육아에 참여하는 셈 아닐까? 돌봐야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혼들에게는 자칫 혼자만의 세계로 빠질 수 있는 ‘쿨한 삶’의 유혹이 있을 수 있다. 애를 안 낳는 것이 이기적이라는 말에는 절대 동의 할 수 없지만 ‘쿨한 삶’에 대한 유혹이 항상 있을 수 있다는 경계심은 있다. 그래서 잊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다보면 부지불식간에 ‘불호’하는 것들과 분리된다.

 

   그런 의미에서 선택하지 않았던 것들과의 공거를 위해서는 다양한 차원의 돌봄 기술이 필요해 보인다. 이것은 오롯이 포용과 관용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럴 내공도 없다. 여전히 고성이 오가는 층간소음은 우리에게 고통을 준다. 지금도 갑자기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에 놀라 ‘혹시 전자 피아노대신 일반 피아노를 산걸까?’ 하는 노파심이 들었다^^;;

 

   돌봄의 기술은 다양한 차원에서 유연성을 요구한다. 요즘 정화는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퇴원하는 3시쯤에 수영장을 간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생활노동을 한다.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윗집에서 나는 소리에 훨씬 무감각해진다고 한다. 종종 윗집 아빠의 노래 후렴구를 이어 부르면서 웃어넘기고 무언의 압박 메시지를 던지는 정도랄까?^^;; 그럼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있다. 밤에 울려 퍼지는 피아노 건반 치는 소리에는 한 번의 정면 돌파가 필요해 보인다. 바닥에 소리 흡수 매트를 추천 드린다는 메시지를 언제쯤 넣어야할까 고민 중이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우리의 공거를 위한 기술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댓글 11
  • 2023-05-01 10:11

    선택하지 않은 것들과의 공거!! 버틀러 책을 읽을 때 아리송했던 것들이 명료하게 다가오네!! 땡큐 정임합목하우스~
    연재 넘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 2023-05-01 15:50

    정화와 임수 두 사람이 윗집 아이들 공동육아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듣고 한참 웃었는데, 읽어보니 돌봄의 확장이 참 어렵네요.
    층간소음의 고단함 속에서도 양생세미나에서 공부한 것을 일상과 접목하려는 두분의 시도, 감동이에요~~

  • 2023-05-01 15:53

    직장 일도 바쁜 상황에서 세미나 책 읽으랴 연재쓰랴 쉽지 않았지요. 너무 고생많았어요. 토닥토닥~(앗! 이제 내가 쓸 차례?ㅜㅜ)

    윗집 아부지가 부르는 노래들이 다 소싯적 내가 즐겨 부르던 노래들이라... 입이 먼저 반응하는지, 자꾸 따라 부르게 되네요^^;; 그나저나 정말 선곡이 예술임!!

  • 2023-05-01 16:49

    거의 에세이급이군^^

  • 2023-05-01 18:18

    두 분의 생활이 그려지는 글이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ㅎㅎ

  • 2023-05-03 13:09

    이렇게 함께 사는 삶에 대해 서로 기록하고 함께 나누는 일이 어떤 형태의 동거나 공거에서든 참 의미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 루틴님의 활기찬 바이브에 비해 잔잔하고 다정하게 읽히는 글이었습니다. ^^

  • 2023-05-03 17:40

    하! 층간소음을 이렇게도 이해해 보는 군요. 나의 생활패턴을 바꾸어서...... 리스팩 !

  • 2023-05-03 21:54

    마지막 문단은 예상 밖이었어요. 윗층 층간소음에 맞춰 생활패턴을 바꾸는 방법을 선택하시다니요! 밤 건반소리는 곧 꼭 해결되기를요. 선택하지 않은 것들과도 조화롭게 사는 법을 배워갑니다. '우리가 스스로가 선택하지 않은 바로 그 특성이 윤리적·정치적 존재로서 우리 존재의 조건인 것이다' 발췌도 더불어 이해가 가고요. 이번호도 넘나 잼나게 읽고 갑니다~!

  • 2023-05-08 12:19

    앎과 삶의 긴장감이 팍팍 느껴짐요~~~ 화이팅을 전합니다~

  • 2023-05-14 21:33

    배움이 윤리가 되어 스며든 글! 읽고 나니 기분이 좋습니다!!

  • 2023-05-17 20:02

    감동…훌륭합니다. 정임합목 양생~ 재미있어요. 잘 읽었어요 👏🤗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세계 끝의 가족 2023.12.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어릴 적 집에 오신 손님들(대부분 친지들)은 내 작은 손에 용돈을 쥐어주시곤 했다. 적게는 만원에서 많게는 3만원. 퍼런 지폐는 어린 내가 봤을 때도 꽤나 듬직해 보였다. 그 용돈은 넉넉치 않은 살림을 사느라 늘 고단해보였던 해피님의 고민거리를 아주 조금이지만 덜어 주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100원, 200원 정도는 남는 이벤트였다. 취학 전 아동 시절이었다. ​ 그 때 배웠다. 어른이 염려하는 마음으로 주시는 용돈은 적당히 공손하게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그 용돈은 단지 '용돈'만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니 과한 거절은 '선물 경제'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시절 나는 나름 증여와 순환의 정신을 잠시 엿본게 아닐까? 체면을 상하지 않게 선물하는 예절, 받는 사람의 태도 등 '돈과 관계의 철학'을 조금 익힌 셈인지도 모르겠다. ​ ​ 고릿적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연재의 발단과도 조금은 연결되기 때문이다.  ​ 작년 가을. 우리는 그동안 각자 모은 돈에 대출금을 좀 보태 집을 사고 이사를 했다. 문탁에서 공부하다 만난 동학 둘이 '쫌 다른' 가족으로 살아보겠다는 포부를 밝힌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모셔 조촐하나마 집들이를 계획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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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2023.12.31 | 조회 373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임수(壬) 루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대학원에서 10년을 세포만 쳐다보며 지냈다. 졸업 후 방황하다가 문탁에서 정화(丁) 무사와 사주명리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요즘이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나 역시 궁금하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1. 오래된 장식품   우리 집 책장은 책으로 가득 차있지만 항상 한켠에는 여유 공간이 있다. 여행에서 가져온 작은 소품들, 엽서들을 전시한다.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작은 트리, 루돌프인형, 희미한 조명들까지 그 공간을 채운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임을 알 수 있다. 정화의 감성으로 한껏 포근해진 공간을 임수는 감사히 즐긴다.   정화는 어릴 적부터 크리스마스트리 주변의 따뜻한 빛이 좋았다고 한다. 모태신앙의 영향인데 개종의 과정 중에 있는 지금도 정화는 자신만의 리츄얼로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꺼내서 책장의 한켠을 꾸민다. 그 장식품 안에는 10년의 세월을 훌쩍 넘긴 물건들이 있다. 모두 빛에 바래지도 않았고 깔끔하다. 정화가 말하기 전까지 그렇게 오래된 줄 몰랐을 정도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책장 한켠을 채운 크리스마스 트리와 그 친구들   우리 집에는 오래된 물건들이 많다. 물론 큰집으로 이사 오면서 새로운 가구들도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오래된 물건들이 많다. 임수도 물욕이 많지 않기도 하고 새로운 걸 잘 사질 않으니 오래된 물건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정화와 임수의 물건상태는 사뭇 다르다. 정화의 물건들은 트렌디하지는 않지만 제 역할을 다한다. 깔끔하고 정돈되어있으며 심지어 사랑을...
              임수(壬) 루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대학원에서 10년을 세포만 쳐다보며 지냈다. 졸업 후 방황하다가 문탁에서 정화(丁) 무사와 사주명리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요즘이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나 역시 궁금하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1. 오래된 장식품   우리 집 책장은 책으로 가득 차있지만 항상 한켠에는 여유 공간이 있다. 여행에서 가져온 작은 소품들, 엽서들을 전시한다.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작은 트리, 루돌프인형, 희미한 조명들까지 그 공간을 채운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임을 알 수 있다. 정화의 감성으로 한껏 포근해진 공간을 임수는 감사히 즐긴다.   정화는 어릴 적부터 크리스마스트리 주변의 따뜻한 빛이 좋았다고 한다. 모태신앙의 영향인데 개종의 과정 중에 있는 지금도 정화는 자신만의 리츄얼로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꺼내서 책장의 한켠을 꾸민다. 그 장식품 안에는 10년의 세월을 훌쩍 넘긴 물건들이 있다. 모두 빛에 바래지도 않았고 깔끔하다. 정화가 말하기 전까지 그렇게 오래된 줄 몰랐을 정도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책장 한켠을 채운 크리스마스 트리와 그 친구들   우리 집에는 오래된 물건들이 많다. 물론 큰집으로 이사 오면서 새로운 가구들도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오래된 물건들이 많다. 임수도 물욕이 많지 않기도 하고 새로운 걸 잘 사질 않으니 오래된 물건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정화와 임수의 물건상태는 사뭇 다르다. 정화의 물건들은 트렌디하지는 않지만 제 역할을 다한다. 깔끔하고 정돈되어있으며 심지어 사랑을...
루틴
2023.11.30 | 조회 271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정임합목형) 무진장 실험   2023.10.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2024 제주 일년살이   추석 연휴에 임수와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조천 바닷가 부근 한 곳에만 오래 머물렀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햇살 가득한 바닷가 산책을 하고 요가를 했다. 충분히 쉬면서 (읽어야할 책 말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었다. 설렁설렁 동네길을 걷고 동네 이모네집(옥이이모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짐은 단출했다. 캐리어 두 개와 간단한 음식만으로 보름을 사는데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한림 <달리책방>에 가보기도 했다. 이곳에서 올 3월 문탁샘(<이반일리치 강의>)과 기린샘(<나는 공동체로 출근한다>)의 북토크가 열렸었다. 쥔장분들(달리님, 어리님)은 명절 첫 손님이라며 반갑게 맞아주셨고 대화는 1박 2일 동안 종횡무진 이어졌다. 루틴 보살의 사주토크, 북토크 뒷이야기, 책이야기, 나무이야기를 하며 일상을 나누었고, 맛집에서의 저녁 식사, 해장국, 느지리오름 아침 산책, 커피까지 더할나위 없는 시간이었다. 섬에서 명절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무조리실>의 제주토박이 명절정찬도 감사한 식사였다. 이뿐이랴. 함덕 서우봉에서 바라본 슈퍼문, 붉은오름 정상에서 마주한 오름군 파노라마, 친구들이 소개해 준 사라봉, 별도봉의 산책길도 참 예뻤다. 바로 이 별도봉 산책길에서 작당모의가 시작되었다. 제주도립미술관 국제특별전 전시 주제(이주하는 인간, Homo migratio)마저 우리의 등을 떠밀었다. 그동안의 제주...
  (정임합목형) 무진장 실험   2023.10.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2024 제주 일년살이   추석 연휴에 임수와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조천 바닷가 부근 한 곳에만 오래 머물렀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햇살 가득한 바닷가 산책을 하고 요가를 했다. 충분히 쉬면서 (읽어야할 책 말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었다. 설렁설렁 동네길을 걷고 동네 이모네집(옥이이모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짐은 단출했다. 캐리어 두 개와 간단한 음식만으로 보름을 사는데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한림 <달리책방>에 가보기도 했다. 이곳에서 올 3월 문탁샘(<이반일리치 강의>)과 기린샘(<나는 공동체로 출근한다>)의 북토크가 열렸었다. 쥔장분들(달리님, 어리님)은 명절 첫 손님이라며 반갑게 맞아주셨고 대화는 1박 2일 동안 종횡무진 이어졌다. 루틴 보살의 사주토크, 북토크 뒷이야기, 책이야기, 나무이야기를 하며 일상을 나누었고, 맛집에서의 저녁 식사, 해장국, 느지리오름 아침 산책, 커피까지 더할나위 없는 시간이었다. 섬에서 명절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무조리실>의 제주토박이 명절정찬도 감사한 식사였다. 이뿐이랴. 함덕 서우봉에서 바라본 슈퍼문, 붉은오름 정상에서 마주한 오름군 파노라마, 친구들이 소개해 준 사라봉, 별도봉의 산책길도 참 예뻤다. 바로 이 별도봉 산책길에서 작당모의가 시작되었다. 제주도립미술관 국제특별전 전시 주제(이주하는 인간, Homo migratio)마저 우리의 등을 떠밀었다. 그동안의 제주...
musa
2023.10.31 | 조회 391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임수(壬) 루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대학원에서 10년을 세포만 쳐다보며 지냈다. 졸업 후 방황하다가 문탁에서 정화(丁) 무사와 사주명리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요즘이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나 역시 궁금하다.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반려식물들을 소개합니다       0. 인트로 : 방울토마토 가위질 대환장 파티   임수 : 정화야.. 정화야.. 방울토마토가 이상해진 거 같아. 내가 사고 쳤나봐ㅠ 정화 : (자고 있다가) 어? 방울토마토가 왜? 임수 : (핸드폰을 들이밀며) 이렇게 잘라주면 된다고 했는데~ 이상하다. 이리와봐 (방울토마토 앞에 모여) 정화 : 어..어.. 이거 좀 이상한데??     정임합목의 ‘방울토마토 가위질 대환장 파티’ 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정화가 밤샘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잠든 휴일 아침, 임수는 베란다에 심은 지 한 달 정도 된 방울토마토 모종의 곁순*을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긴장도 했지만 어느새 과감한 가위질이 이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인터넷에서 봤던 곁순치기와 사뭇 달라보였다. 순간 등짝이 오싹해졌고 큰 사고를 쳤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바로 정화를 깨워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식물과 그리 친하지 않은 정화도 이상하다는 걸 한 번에 감지했다. 곁순이 아닌 원줄기를 모두 잘라서 외목대 방울토마토를 만든 것이다. 식물분자생물학 학위는 초보 식집사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무용지물이었다.   관심이 지나쳐서 반려식물들을 무지개 다리로 몰아넣기도 했고, 바쁠 때는 물주는 것조차 버거웠던 식집사 생활이 거의...
            임수(壬) 루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대학원에서 10년을 세포만 쳐다보며 지냈다. 졸업 후 방황하다가 문탁에서 정화(丁) 무사와 사주명리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요즘이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나 역시 궁금하다.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반려식물들을 소개합니다       0. 인트로 : 방울토마토 가위질 대환장 파티   임수 : 정화야.. 정화야.. 방울토마토가 이상해진 거 같아. 내가 사고 쳤나봐ㅠ 정화 : (자고 있다가) 어? 방울토마토가 왜? 임수 : (핸드폰을 들이밀며) 이렇게 잘라주면 된다고 했는데~ 이상하다. 이리와봐 (방울토마토 앞에 모여) 정화 : 어..어.. 이거 좀 이상한데??     정임합목의 ‘방울토마토 가위질 대환장 파티’ 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정화가 밤샘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잠든 휴일 아침, 임수는 베란다에 심은 지 한 달 정도 된 방울토마토 모종의 곁순*을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긴장도 했지만 어느새 과감한 가위질이 이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인터넷에서 봤던 곁순치기와 사뭇 달라보였다. 순간 등짝이 오싹해졌고 큰 사고를 쳤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바로 정화를 깨워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식물과 그리 친하지 않은 정화도 이상하다는 걸 한 번에 감지했다. 곁순이 아닌 원줄기를 모두 잘라서 외목대 방울토마토를 만든 것이다. 식물분자생물학 학위는 초보 식집사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무용지물이었다.   관심이 지나쳐서 반려식물들을 무지개 다리로 몰아넣기도 했고, 바쁠 때는 물주는 것조차 버거웠던 식집사 생활이 거의...
루틴
2023.10.01 | 조회 395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아무튼, 공동체력   2023.8.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백수에게도 번아웃이?   갭이어(Gapyear)의 중간 지점을 지나고 있다. 20년의 직장생활을 꾸역꾸역 마무리한 후 맞는 꿀맛같은 휴식이다...라고 쓰고 싶지만, 질끈 눈을 감고 싶을만큼 즐비한 사건사고 때문에 뉴스, 신문, 솔직히는 책과도 거리를 두고 싶은 나날들이다.   두달 전 긴 제주여행 끝에 번아웃이 찾아왔다. 백수에게 번아웃이 웬말이냐며 나조차 비웃었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문탁 양생프로젝트 1학기 에세이를 겨우 마무리하고 나서도 번아웃은 좀 더 이어졌고, 7월 중순이 되어서야 나아졌다. 나름 퇴직증후군을 겪고 있는가보다 했지만, 사실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도 짧고 길게 번아웃은 찾아왔었다. 사치라며 뒤로 미루거나 지는 척 대충 겪어내면서 미봉해왔을 뿐이었다.       <미생>의 장그래처럼 나에게도 운동과 체력은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달리고 나면, 상념은 사라지고 근육의 통증과 심장 박동만이 남는 순간이 온다. 땀에 흠뻑 젖은 몸뚱이만이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지지고 볶았던 많은 것들이 하찮게 느껴졌다.     돌잡이의 매직   학창시절에도 공부와 운동을 병행했다. 돌잡이로 연필과 공을 동시에 잡았던 운명 탓이려나? 초딩 때는 하루 이틀 상간에 수학경시대회와 육상대회를...
  아무튼, 공동체력   2023.8.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백수에게도 번아웃이?   갭이어(Gapyear)의 중간 지점을 지나고 있다. 20년의 직장생활을 꾸역꾸역 마무리한 후 맞는 꿀맛같은 휴식이다...라고 쓰고 싶지만, 질끈 눈을 감고 싶을만큼 즐비한 사건사고 때문에 뉴스, 신문, 솔직히는 책과도 거리를 두고 싶은 나날들이다.   두달 전 긴 제주여행 끝에 번아웃이 찾아왔다. 백수에게 번아웃이 웬말이냐며 나조차 비웃었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문탁 양생프로젝트 1학기 에세이를 겨우 마무리하고 나서도 번아웃은 좀 더 이어졌고, 7월 중순이 되어서야 나아졌다. 나름 퇴직증후군을 겪고 있는가보다 했지만, 사실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도 짧고 길게 번아웃은 찾아왔었다. 사치라며 뒤로 미루거나 지는 척 대충 겪어내면서 미봉해왔을 뿐이었다.       <미생>의 장그래처럼 나에게도 운동과 체력은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달리고 나면, 상념은 사라지고 근육의 통증과 심장 박동만이 남는 순간이 온다. 땀에 흠뻑 젖은 몸뚱이만이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지지고 볶았던 많은 것들이 하찮게 느껴졌다.     돌잡이의 매직   학창시절에도 공부와 운동을 병행했다. 돌잡이로 연필과 공을 동시에 잡았던 운명 탓이려나? 초딩 때는 하루 이틀 상간에 수학경시대회와 육상대회를...
무사
2023.08.31 | 조회 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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