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아웃
    에어컨 논쟁 올여름 서유럽에서는 40도가 넘는 폭염(暴炎)으로 ‘에어컨 논쟁’이 벌어졌다. 에어컨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2024년 파리 올림픽 당시에 에어컨이 없는 선수촌이 문제가 되었었다. 그때 프랑스는 파리의 평균 기온이 26.5도라는 것, 선수촌 아파트가 지열 에너지를 이용해 실내 기온을 떨어뜨리는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을 들며 에어컨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안을 식히기 위해 밖을 덥히는’ 에어컨의 사악함을 문제 삼았다. 에어컨 사용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 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최고 40도가 넘는 폭염이 6월 말부터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선풍기와 에어컨의 판매가 급증했는데, 그러자 에어컨 설치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었다. 프랑스는 1971년 세계 최초로 환경부를 설립한 나라로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에어컨 설치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다. 여기에 오래된 건축물이 많아 실제로 에어컨의 설치가 어렵다. 하지만 폭염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에어컨 도입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학교나 병원 등의 에어컨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 내에서 이념 공방으로 발전했으며 내년에 치러지는 대선에 ‘에어컨 규제 해제’가 주요 쟁점으로까지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에어컨이 필수 가전제품인 듯하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도 에어컨은 좀 사는 집에서나 사용하는 가전제품이었다. 내 기억에 15년 전만 해도 아주 더운 날이 일주일 정도였는데, 그때를 제외하고 굳이 에어컨이 필요 없었던 듯하다. 그래서 남편이...
    에어컨 논쟁 올여름 서유럽에서는 40도가 넘는 폭염(暴炎)으로 ‘에어컨 논쟁’이 벌어졌다. 에어컨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2024년 파리 올림픽 당시에 에어컨이 없는 선수촌이 문제가 되었었다. 그때 프랑스는 파리의 평균 기온이 26.5도라는 것, 선수촌 아파트가 지열 에너지를 이용해 실내 기온을 떨어뜨리는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을 들며 에어컨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안을 식히기 위해 밖을 덥히는’ 에어컨의 사악함을 문제 삼았다. 에어컨 사용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 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최고 40도가 넘는 폭염이 6월 말부터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선풍기와 에어컨의 판매가 급증했는데, 그러자 에어컨 설치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었다. 프랑스는 1971년 세계 최초로 환경부를 설립한 나라로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에어컨 설치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다. 여기에 오래된 건축물이 많아 실제로 에어컨의 설치가 어렵다. 하지만 폭염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에어컨 도입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학교나 병원 등의 에어컨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 내에서 이념 공방으로 발전했으며 내년에 치러지는 대선에 ‘에어컨 규제 해제’가 주요 쟁점으로까지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에어컨이 필수 가전제품인 듯하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도 에어컨은 좀 사는 집에서나 사용하는 가전제품이었다. 내 기억에 15년 전만 해도 아주 더운 날이 일주일 정도였는데, 그때를 제외하고 굳이 에어컨이 필요 없었던 듯하다. 그래서 남편이...
진달래
2026.08.31 | 조회 295
줌 인&아웃
      불타는 지구를 실감하는 8월이 되면 곧바로 9월의 ‘기후대행진’을 떠올린다. 지구의 기후위기를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외치며 행진하는 아스팔트 위를 문탁의 친구들은 매년 함께 걸었다. 그리고 그 한 달여 전부터 참여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파지사유 친구들이 잘한다. 2026년 올해에는 무얼 할까? 정부에서는 야심차게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이미 AI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는지 의아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공부를 같이 해보자. AI에 대해, 파운데이션 모델이 어떻다는 기술적 측면, 반도체와 주가, 인간 정서나 지능에 미치는 영향, 일자리 대체의 두려움 등, 이런저런 평가들이 있지만 생태적인 측면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았다. 따라서 한 권의 책 『AI와 기후의 미래』를 가지고 세미나를 열었다. 디지털전환과 생태전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4회차에 걸친 세미나를 스케치해 본다.     OTT와의 이별은 어려워       “디지털 과소비에서 디지털 절제로… 전용기도 없고 채식을 지향하면서도 ott 중독은 끊기가 어렵다. 화질을 낮추고 봐야 할까?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는데(111), 도대체 ‘개인’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싶으면서, 숨겨두었던 내 안의 ‘기후냉소주의’가 꿈틀하는 게 느껴진다. ㅠㅠ”   이 메모는 세미나에 참여한 참이 쓴 것으로, 『AI와 기후의 미래』 111쪽에서 디지털 과소비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한 데 대한 짧은 소회이다. ‘기후냉소주의’ 운운하지만, 사실 참은 누구보다 생태적 실천에 앞장서는 사람이다. 참뿐만 아니라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기후위기를 살피며 동물권, 플라스틱, 에너지 문제에 큰 관심을...
      불타는 지구를 실감하는 8월이 되면 곧바로 9월의 ‘기후대행진’을 떠올린다. 지구의 기후위기를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외치며 행진하는 아스팔트 위를 문탁의 친구들은 매년 함께 걸었다. 그리고 그 한 달여 전부터 참여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파지사유 친구들이 잘한다. 2026년 올해에는 무얼 할까? 정부에서는 야심차게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이미 AI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는지 의아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공부를 같이 해보자. AI에 대해, 파운데이션 모델이 어떻다는 기술적 측면, 반도체와 주가, 인간 정서나 지능에 미치는 영향, 일자리 대체의 두려움 등, 이런저런 평가들이 있지만 생태적인 측면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았다. 따라서 한 권의 책 『AI와 기후의 미래』를 가지고 세미나를 열었다. 디지털전환과 생태전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4회차에 걸친 세미나를 스케치해 본다.     OTT와의 이별은 어려워       “디지털 과소비에서 디지털 절제로… 전용기도 없고 채식을 지향하면서도 ott 중독은 끊기가 어렵다. 화질을 낮추고 봐야 할까?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는데(111), 도대체 ‘개인’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싶으면서, 숨겨두었던 내 안의 ‘기후냉소주의’가 꿈틀하는 게 느껴진다. ㅠㅠ”   이 메모는 세미나에 참여한 참이 쓴 것으로, 『AI와 기후의 미래』 111쪽에서 디지털 과소비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한 데 대한 짧은 소회이다. ‘기후냉소주의’ 운운하지만, 사실 참은 누구보다 생태적 실천에 앞장서는 사람이다. 참뿐만 아니라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기후위기를 살피며 동물권, 플라스틱, 에너지 문제에 큰 관심을...
자누리
2026.08.31 | 조회 256
요요와 불교산책
      2026 불교박람회에 전시된 불상       힙불교라는 트렌드 불교에 대한 2030세대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힙불교’를 검색어로 넣었더니 수많은 기사와 영상이 뜬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올해 불교박람회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기사다. 나흘 동안 25만 명이 방문했는데, 방문자 중 73%가 2030세대였다. 코엑스에서 열린 박람회장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서 봉은사까지 줄을 서고, 불교굿즈를 사기 위한 오픈런까지 있었다니, 대체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하다. 참가자 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2024년 ‘재밌는 불교’를 컨셉으로 디제잉, 출가상담 등의 체험형 이벤트와 번뇌청산 양말 등의 굿즈가 본격 등장한 이후부터다. 올해 박람회 주제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당신이 좋아하는 공놀이’였다. 어렵게 느껴지던 불교가 재미있는 불교가 되고, 엄숙한 불교가 '힙불교'가 되었다.   불교굿즈라고 하면 절 안에 있는 기념품 가게나 인사동에서 볼 수 있는 염주와 불상 등 불자들을 위한 소품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박람회에서 대히트를 친 굿즈는 번뇌 닦는 수건, 목탁 키링. ‘깨닫다’라는 문구가 프린팅 된 티셔츠 등이다. 이런 굿즈를 만든 곳 역시 청년들이 만든 젊은 회사다. 이들의 쇼핑몰에 들어가 보니, 이런! ‘번뇌를 없애는 수건’ ‘탐욕을 없애는 수건’이라는 글자가 궁서체로 인쇄된 수건이 보인다. 키링도 다양하다. ‘극락도 락이다’ ‘깨닫다’ 등의 문구들이 눈에 띈다. 수영하는 부처님, 스키 타는 부처님, 서핑하는 부처님, 운전하는 부처님이 그려진 티셔츠도 인기였다. 서핑하는 부처님 그림에는 ‘Go with the flow’가 쓰여 있다. 애쓰지 말고 파도를 타라!...
      2026 불교박람회에 전시된 불상       힙불교라는 트렌드 불교에 대한 2030세대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힙불교’를 검색어로 넣었더니 수많은 기사와 영상이 뜬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올해 불교박람회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기사다. 나흘 동안 25만 명이 방문했는데, 방문자 중 73%가 2030세대였다. 코엑스에서 열린 박람회장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서 봉은사까지 줄을 서고, 불교굿즈를 사기 위한 오픈런까지 있었다니, 대체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하다. 참가자 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2024년 ‘재밌는 불교’를 컨셉으로 디제잉, 출가상담 등의 체험형 이벤트와 번뇌청산 양말 등의 굿즈가 본격 등장한 이후부터다. 올해 박람회 주제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당신이 좋아하는 공놀이’였다. 어렵게 느껴지던 불교가 재미있는 불교가 되고, 엄숙한 불교가 '힙불교'가 되었다.   불교굿즈라고 하면 절 안에 있는 기념품 가게나 인사동에서 볼 수 있는 염주와 불상 등 불자들을 위한 소품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박람회에서 대히트를 친 굿즈는 번뇌 닦는 수건, 목탁 키링. ‘깨닫다’라는 문구가 프린팅 된 티셔츠 등이다. 이런 굿즈를 만든 곳 역시 청년들이 만든 젊은 회사다. 이들의 쇼핑몰에 들어가 보니, 이런! ‘번뇌를 없애는 수건’ ‘탐욕을 없애는 수건’이라는 글자가 궁서체로 인쇄된 수건이 보인다. 키링도 다양하다. ‘극락도 락이다’ ‘깨닫다’ 등의 문구들이 눈에 띈다. 수영하는 부처님, 스키 타는 부처님, 서핑하는 부처님, 운전하는 부처님이 그려진 티셔츠도 인기였다. 서핑하는 부처님 그림에는 ‘Go with the flow’가 쓰여 있다. 애쓰지 말고 파도를 타라!...
요요
2026.05.31 | 조회 199
현민의 독국유학기
인도의 한 결혼식에서 생긴 일     인도에서 온 바비야 남자친구의 남동생이 결혼을 하면서, 내게 동서가 생겼다(아직 미혼이지만). 그녀의 이름은 바비야다. 인도의 남쪽 지방에서 온 바비야는 7년 전 인도를 떠났다. 그녀가 처음 도착한 곳은 두바이다. 인도 여권 소지자로서 쉽게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나라는 두바이가 거의 유일해, 많은 인도 해외 거주자들이 처음 두바이를 통한다. 그녀는 두바이에서 일하다 베를린에 일자리를 찾았고 몇년 후, 뮌헨으로 이직을 하게 되어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그러다 같은 회사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나와 바비야는 비슷한 시기에 남자친구 가족에 합류했다. 한국에서는 애인의 부모님을 만나는 게 큰일인 만큼, 독일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애인이 가족의 한 파트가 되고 가족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뭘 말해도 되는지, 얼마만큼 말해도 되는지, 말했는데 안 궁금한 건 아닌지 등 혼자서 눈치를 보다 아무 말을 못하곤 했다.    바비야는 유쾌한 여자다. 바비야는 인도에서 기숙학교를 다닐 때 한국 드라마를 보는 낙으로 살았다며 나를 반가워했다. 그녀는 한국 음식을 좋아했고, 드라마로 배운 한국어를 선보일 때에는 발음이 좋았다. 미지의 독일인 가족을 대하기가 어려울 때, 바비야는 인도에선 이렇다, 저렇다, 대화를 이끌어가곤 했다.    그녀가 가족에 합류한 후에는 내가 독일인 가족에 낀 외딴 한국 여자애라는 느낌이 덜 들었다. 한국과 인도의 거리는 멀지만, 우리는 둘 다 나라를 떠나 사는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살아간다는 점, 그리고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가족 문화에서...
인도의 한 결혼식에서 생긴 일     인도에서 온 바비야 남자친구의 남동생이 결혼을 하면서, 내게 동서가 생겼다(아직 미혼이지만). 그녀의 이름은 바비야다. 인도의 남쪽 지방에서 온 바비야는 7년 전 인도를 떠났다. 그녀가 처음 도착한 곳은 두바이다. 인도 여권 소지자로서 쉽게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나라는 두바이가 거의 유일해, 많은 인도 해외 거주자들이 처음 두바이를 통한다. 그녀는 두바이에서 일하다 베를린에 일자리를 찾았고 몇년 후, 뮌헨으로 이직을 하게 되어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그러다 같은 회사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나와 바비야는 비슷한 시기에 남자친구 가족에 합류했다. 한국에서는 애인의 부모님을 만나는 게 큰일인 만큼, 독일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애인이 가족의 한 파트가 되고 가족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뭘 말해도 되는지, 얼마만큼 말해도 되는지, 말했는데 안 궁금한 건 아닌지 등 혼자서 눈치를 보다 아무 말을 못하곤 했다.    바비야는 유쾌한 여자다. 바비야는 인도에서 기숙학교를 다닐 때 한국 드라마를 보는 낙으로 살았다며 나를 반가워했다. 그녀는 한국 음식을 좋아했고, 드라마로 배운 한국어를 선보일 때에는 발음이 좋았다. 미지의 독일인 가족을 대하기가 어려울 때, 바비야는 인도에선 이렇다, 저렇다, 대화를 이끌어가곤 했다.    그녀가 가족에 합류한 후에는 내가 독일인 가족에 낀 외딴 한국 여자애라는 느낌이 덜 들었다. 한국과 인도의 거리는 멀지만, 우리는 둘 다 나라를 떠나 사는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살아간다는 점, 그리고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가족 문화에서...
현민
2026.05.01 | 조회 175
요요와 불교산책
붓다는 공동체 내부의 불화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나는 절에 가면 법당을 찾아 불상 앞에서 삼배를 올린다. 세 번 절하는 삼배는 불상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승 삼보에 대한 귀의(歸依)의 의례다. 귀의란 몸과 마음을 다해 신뢰하고 공경하며 의지한다는 의미다. 귀의는 자신을 내려놓는 하심(下心)을 요구한다. 삼보를 구성하는 불(佛)은 깨달음으로 안내하는 스승인 붓다, 법(法)은 붓다의 가르침 그리고 승(僧)은 가르침을 실천하고 이어온 수행공동체 승가를 가리킨다. 승가는 모임, 단체 등을 뜻하는 빨리어 상가(Sangha)를 음역한 말이다.    6년간의 수행 끝에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붓다가 자신과 함께 고행했던 다섯 명의 수행자를 찾아가 법을 전하고, 그들이 붓다를 스승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상가는 시작되었다. 붓다를 따르는 출가자들이 늘어나자, 공동체를 조화롭게 유지하기 위한 규칙이 하나하나 만들어졌다. 그 규칙이 계(戒)와 율(律)이다. 계가 수행자 개개인의 윤리의 기준이라면 율은 공동체의 화합을 위한 규칙이라 할 수 있다. 불교 상가의 규칙이 만들어진 과정과 그 내용을 기록해 놓은 경전을 『율장(律藏)』이라고 한다. 『율장(律藏)』은 붓다 재세시에 수행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들이 담긴 이야기책이면서 당시의 공동체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인류학적 보고서이기도 하다.    상가는 수행자로 구성된 공동체였지만 아무런 흠결 없이 무구한 공동체는 아니었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서나 일어날 법한 여러 문제들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먹는 것, 입는 것에서 생겨나는 논쟁도 있었고, 성적 욕망과 관련해서도 온갖 일이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불화 역시 피할 수 없었다. 그 단적인...
붓다는 공동체 내부의 불화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나는 절에 가면 법당을 찾아 불상 앞에서 삼배를 올린다. 세 번 절하는 삼배는 불상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승 삼보에 대한 귀의(歸依)의 의례다. 귀의란 몸과 마음을 다해 신뢰하고 공경하며 의지한다는 의미다. 귀의는 자신을 내려놓는 하심(下心)을 요구한다. 삼보를 구성하는 불(佛)은 깨달음으로 안내하는 스승인 붓다, 법(法)은 붓다의 가르침 그리고 승(僧)은 가르침을 실천하고 이어온 수행공동체 승가를 가리킨다. 승가는 모임, 단체 등을 뜻하는 빨리어 상가(Sangha)를 음역한 말이다.    6년간의 수행 끝에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붓다가 자신과 함께 고행했던 다섯 명의 수행자를 찾아가 법을 전하고, 그들이 붓다를 스승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상가는 시작되었다. 붓다를 따르는 출가자들이 늘어나자, 공동체를 조화롭게 유지하기 위한 규칙이 하나하나 만들어졌다. 그 규칙이 계(戒)와 율(律)이다. 계가 수행자 개개인의 윤리의 기준이라면 율은 공동체의 화합을 위한 규칙이라 할 수 있다. 불교 상가의 규칙이 만들어진 과정과 그 내용을 기록해 놓은 경전을 『율장(律藏)』이라고 한다. 『율장(律藏)』은 붓다 재세시에 수행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들이 담긴 이야기책이면서 당시의 공동체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인류학적 보고서이기도 하다.    상가는 수행자로 구성된 공동체였지만 아무런 흠결 없이 무구한 공동체는 아니었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서나 일어날 법한 여러 문제들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먹는 것, 입는 것에서 생겨나는 논쟁도 있었고, 성적 욕망과 관련해서도 온갖 일이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불화 역시 피할 수 없었다. 그 단적인...
요요
2026.05.01 | 조회 233
줌 인&아웃
문탁의 커머닝, 중장년 이야기      문*맥 5월호 주제는 “커먼즈(commons)”이다. 사실 ‘커먼즈’라는 주제를 받았을 때 너무 구태의연한 주제라고 생각했다. 문탁은 ‘인문학 공동체’다. 따라서 처음 문탁에 발 들여놓았을 때부터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고? 하지만 막상 《커먼즈란 무엇인가》를 읽고 나니 정말 내가 공동체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혹은 커머닝(commonimg, 공통화하다)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커먼즈란 무엇인가》에 의하면 커먼즈는 이전에는 ‘공유지’, ‘공유재’, ‘공유자원’ 등으로 번역되었지만 이후에 그것만으로는 커먼즈의 뜻을 제대로 담을 수 없다는 인식이 자라났다고 한다. 커먼즈 이론가들과 활동가들 등등은 커먼즈를 단순히 자원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그 의미를 활동이자 관계로 확장했다. 네그리는 “공통적인 것은 너와 내가 무언가를 함께 할 때 만들어지는 것”으로 커먼즈를 “무언가를 함께 하는 활동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탁의 활동, 즉 우리가 함께 활동하는 것 자체가 커먼즈일까? 우리는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공통적인 것을 만들어 내고 있을까? 우리는 맥잡기 세미나에서 이런 질문들을 토대로 《커먼즈란 무엇인가》를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기로 했다. 뻔해 보였던 주제지만 세미나를 통해 우리가 ‘공통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각각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욱이, 당연하겠지만 청년과 장년의 감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중장년에게 있어 문탁은 어떤 커먼즈일까?      문탁 커먼즈의 꽃, 에세이 발표날      맥잡기 세미나를 하는...
문탁의 커머닝, 중장년 이야기      문*맥 5월호 주제는 “커먼즈(commons)”이다. 사실 ‘커먼즈’라는 주제를 받았을 때 너무 구태의연한 주제라고 생각했다. 문탁은 ‘인문학 공동체’다. 따라서 처음 문탁에 발 들여놓았을 때부터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고? 하지만 막상 《커먼즈란 무엇인가》를 읽고 나니 정말 내가 공동체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혹은 커머닝(commonimg, 공통화하다)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커먼즈란 무엇인가》에 의하면 커먼즈는 이전에는 ‘공유지’, ‘공유재’, ‘공유자원’ 등으로 번역되었지만 이후에 그것만으로는 커먼즈의 뜻을 제대로 담을 수 없다는 인식이 자라났다고 한다. 커먼즈 이론가들과 활동가들 등등은 커먼즈를 단순히 자원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그 의미를 활동이자 관계로 확장했다. 네그리는 “공통적인 것은 너와 내가 무언가를 함께 할 때 만들어지는 것”으로 커먼즈를 “무언가를 함께 하는 활동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탁의 활동, 즉 우리가 함께 활동하는 것 자체가 커먼즈일까? 우리는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공통적인 것을 만들어 내고 있을까? 우리는 맥잡기 세미나에서 이런 질문들을 토대로 《커먼즈란 무엇인가》를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기로 했다. 뻔해 보였던 주제지만 세미나를 통해 우리가 ‘공통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각각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욱이, 당연하겠지만 청년과 장년의 감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중장년에게 있어 문탁은 어떤 커먼즈일까?      문탁 커먼즈의 꽃, 에세이 발표날      맥잡기 세미나를 하는...
진달래
2026.05.01 | 조회 571
할 말 있어요
  길위기금, 변치 않음의 변화      ‘길위기금’에 대한 이야기를 써 달라고 요청받았다. 아마도 꽤 오래전부터 ‘길위기금팀’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리라. 언제부터였을까, 라고 묻는다면 기억이 안 난다. 문탁네트워크(이하 문탁)에서의 나의 활동이 대개 그러하듯이, 그 시작은 알 수 없으나 ‘어느새, 이미,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길위(길-wee)’와 같이 문탁의 역사적 맥락(이것도 ‘문맥’) 속에서 이해가 필요한 활동들은 홈페이지를 찾아봐야 흐릿한 기억이 그나마 선명해진다.    최근 개편된 문탁 홈페이지 메인에는 문탁의 ‘History’가 시간순으로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자누리샘 너무 감사드려요!!!). 2010년 마을시설 청소년들과 ‘악어떼 1기’를 함께 하면서 나의 ‘길위기금’ 활동은 이미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 악어떼 아이들 사이에서 나의 역할은 ‘선생님’이라기 보다는 주로 동네 ‘삼촌’에 가까웠다.    그 삼촌은 참 ‘잘 놀았다’. 사진도 찍고, 눈썰매도 타고, 족구도 하고, 식당도 열었고, 공부도 하고, 영화도 만들었다. 악어떼들이 오는 날이면 문탁에서는 밥상과 간식을 만들기에 분주했고, 문탁 식구들이 선생님으로 친구로 함께 했다. 그렇게 악어떼 1기가 졸업하고, ‘해봄’이 시작되고, ‘주권없는학교’와 ‘파지스쿨’에 이어서 2015년 ‘길위기금’이 만들어졌다.    얼마 전 문탁의 이삿날, 악어떼 1기 녀석 중 한 명이 결혼 후 아직 돌이 안 된 아기와 함께 왔었다. 녀석과 똑같이 생긴 아기의 모습에 놀랐고, 불현듯 문탁의 악어떼 1기 졸업식(2014년) 사진이 떠올랐다. 사진 속 32개월 된 나의 둘째는 이제 중2가 되었다. 아차차, 서두가 길어졌다. 못 미더운 기억 탓에 ‘길위기금’의 시작을 되짚었던 건, 악어떼로...
  길위기금, 변치 않음의 변화      ‘길위기금’에 대한 이야기를 써 달라고 요청받았다. 아마도 꽤 오래전부터 ‘길위기금팀’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리라. 언제부터였을까, 라고 묻는다면 기억이 안 난다. 문탁네트워크(이하 문탁)에서의 나의 활동이 대개 그러하듯이, 그 시작은 알 수 없으나 ‘어느새, 이미,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길위(길-wee)’와 같이 문탁의 역사적 맥락(이것도 ‘문맥’) 속에서 이해가 필요한 활동들은 홈페이지를 찾아봐야 흐릿한 기억이 그나마 선명해진다.    최근 개편된 문탁 홈페이지 메인에는 문탁의 ‘History’가 시간순으로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자누리샘 너무 감사드려요!!!). 2010년 마을시설 청소년들과 ‘악어떼 1기’를 함께 하면서 나의 ‘길위기금’ 활동은 이미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 악어떼 아이들 사이에서 나의 역할은 ‘선생님’이라기 보다는 주로 동네 ‘삼촌’에 가까웠다.    그 삼촌은 참 ‘잘 놀았다’. 사진도 찍고, 눈썰매도 타고, 족구도 하고, 식당도 열었고, 공부도 하고, 영화도 만들었다. 악어떼들이 오는 날이면 문탁에서는 밥상과 간식을 만들기에 분주했고, 문탁 식구들이 선생님으로 친구로 함께 했다. 그렇게 악어떼 1기가 졸업하고, ‘해봄’이 시작되고, ‘주권없는학교’와 ‘파지스쿨’에 이어서 2015년 ‘길위기금’이 만들어졌다.    얼마 전 문탁의 이삿날, 악어떼 1기 녀석 중 한 명이 결혼 후 아직 돌이 안 된 아기와 함께 왔었다. 녀석과 똑같이 생긴 아기의 모습에 놀랐고, 불현듯 문탁의 악어떼 1기 졸업식(2014년) 사진이 떠올랐다. 사진 속 32개월 된 나의 둘째는 이제 중2가 되었다. 아차차, 서두가 길어졌다. 못 미더운 기억 탓에 ‘길위기금’의 시작을 되짚었던 건, 악어떼로...
청량리
2026.05.01 | 조회 232
일과 나날
팔아야 하는 삶에서 질문하는 삶으로         조금만 더  지난 2년 동안 명품 매장 판매직으로 열심히 일했다. 'A'에 대한 생각이 들지 않게 하려는 나름의 노력이기도 했다. 그 사건이 마음에 남아서인지 한 매장에 깊이 정착하고 싶지 않았고, 계속해서 이직하며 몸값을 빠르게 올려 갔다. 당시에는 이런 속도감과 치열함이 내 성향에 잘 맞고 적성에도 맞는 줄로만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직종으로 넘어가는 것이 귀찮기도 했고, 이미 이 일에 적응해버린 터라 이 직종에 매진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감정노동은 스트레스가 컸다. 그럴 때면 소비로 풀곤 했다. 나는 명품이나 비싼 브랜드는 싫어해서 실용적이되 내가 살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비싼 걸 샀다. 예를 들면 100ml에 30만 원 정도 하는 향수 같은 것 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이 업계의 친구들은 대부분 나와 같았고, 우리는 힘든 일이 생기면 일단 더현대 백화점에서 쇼핑을 했다. 사고 나서 줄어든 통장은 또 다른 스트레스를 줬지만, 살 때만큼은 모든 힘듦에서 해방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함께 쇼핑을 다니며 우리는 서로가 이 해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쇼핑을 부추겼다. 돈이 없어서 쇼핑에 적극적이지 못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이 악순환은 문탁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멈췄다. 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지만, 이제 나는 쇼핑을 같이 다니지 않을뿐더러 돈이 적더라도 위축되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들에게 그만 사라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곤 한다.    2024년, 개인적으로...
팔아야 하는 삶에서 질문하는 삶으로         조금만 더  지난 2년 동안 명품 매장 판매직으로 열심히 일했다. 'A'에 대한 생각이 들지 않게 하려는 나름의 노력이기도 했다. 그 사건이 마음에 남아서인지 한 매장에 깊이 정착하고 싶지 않았고, 계속해서 이직하며 몸값을 빠르게 올려 갔다. 당시에는 이런 속도감과 치열함이 내 성향에 잘 맞고 적성에도 맞는 줄로만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직종으로 넘어가는 것이 귀찮기도 했고, 이미 이 일에 적응해버린 터라 이 직종에 매진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감정노동은 스트레스가 컸다. 그럴 때면 소비로 풀곤 했다. 나는 명품이나 비싼 브랜드는 싫어해서 실용적이되 내가 살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비싼 걸 샀다. 예를 들면 100ml에 30만 원 정도 하는 향수 같은 것 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이 업계의 친구들은 대부분 나와 같았고, 우리는 힘든 일이 생기면 일단 더현대 백화점에서 쇼핑을 했다. 사고 나서 줄어든 통장은 또 다른 스트레스를 줬지만, 살 때만큼은 모든 힘듦에서 해방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함께 쇼핑을 다니며 우리는 서로가 이 해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쇼핑을 부추겼다. 돈이 없어서 쇼핑에 적극적이지 못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이 악순환은 문탁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멈췄다. 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지만, 이제 나는 쇼핑을 같이 다니지 않을뿐더러 돈이 적더라도 위축되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들에게 그만 사라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곤 한다.    2024년, 개인적으로...
새은
2026.05.01 | 조회 362
유물;멍때리기
누룽지
2026.05.01 | 조회 152
줌 인&아웃
문탁의 커머닝, 청년의 이야기      지난 호 문*맥에서 나는 ‘전환’을 주제로 문탁 네트워크가 겪고 있는 ‘인류세의 곤경’, 그리고 문탁이 가져야 할 새로운 비전에 대해 적었다. ‘인류세의 곤경’은 갈수록 인문학 공동체에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으며 사회의 욕망은 더더욱 화폐로 귀결되고 있다는 것이었고, 그에 대한 문탁의 새로운 비전은 이사와 문*맥 발행, 즉 더 다양한 이들과의 만남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맥 5월호 주제는 “커먼즈(commons)”다. 나는 이 주제가 시의적절하다고 느꼈다. 문탁이 이사를 하고 변혁을 꾀하고 있는 시점에서, ‘공동체’란 무엇인지, 문탁은 어떤 감각을 가지고 사람들과 관계 맺을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커먼즈’ 혹은 ‘공동체’란 무엇인지 그 개념을 명확히 하고, 구성원들의 감각을 정교하게 맞출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디디의 『커먼즈란 무엇인가』를 함께 읽었다.          한디디에 따르면 “커먼즈(commons)는 함께 섞고 나누는 활동, 즉 커머닝(commoning/공통하기)이다(p.19)”.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p.58)이기도 하고, ‘무언가를 함께 하는 활동 그 자체’(p.12)이기도 하다. 삶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다른 존재들과 관계 맺고, 그들과 함께 함으로써만 삶은 살아진다. 요컨대 커먼즈는 삶에 기본적으로 내재된 요소, 즉 ‘함께 함’이면서, 동시에 그런 감각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활동들을 말한다. 반면 자본주의는 점점 삶과 커먼즈를 분리해내고,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재조직하려 한다. ‘공유지’와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은 ‘소유’와 ‘화폐에 대한 욕망’으로 전환되었고, 공동체적 관계는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핵가족과 개인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이를 통해 생산성은 극대화되었지만, 우리의 삶은...
문탁의 커머닝, 청년의 이야기      지난 호 문*맥에서 나는 ‘전환’을 주제로 문탁 네트워크가 겪고 있는 ‘인류세의 곤경’, 그리고 문탁이 가져야 할 새로운 비전에 대해 적었다. ‘인류세의 곤경’은 갈수록 인문학 공동체에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으며 사회의 욕망은 더더욱 화폐로 귀결되고 있다는 것이었고, 그에 대한 문탁의 새로운 비전은 이사와 문*맥 발행, 즉 더 다양한 이들과의 만남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맥 5월호 주제는 “커먼즈(commons)”다. 나는 이 주제가 시의적절하다고 느꼈다. 문탁이 이사를 하고 변혁을 꾀하고 있는 시점에서, ‘공동체’란 무엇인지, 문탁은 어떤 감각을 가지고 사람들과 관계 맺을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커먼즈’ 혹은 ‘공동체’란 무엇인지 그 개념을 명확히 하고, 구성원들의 감각을 정교하게 맞출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디디의 『커먼즈란 무엇인가』를 함께 읽었다.          한디디에 따르면 “커먼즈(commons)는 함께 섞고 나누는 활동, 즉 커머닝(commoning/공통하기)이다(p.19)”.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p.58)이기도 하고, ‘무언가를 함께 하는 활동 그 자체’(p.12)이기도 하다. 삶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다른 존재들과 관계 맺고, 그들과 함께 함으로써만 삶은 살아진다. 요컨대 커먼즈는 삶에 기본적으로 내재된 요소, 즉 ‘함께 함’이면서, 동시에 그런 감각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활동들을 말한다. 반면 자본주의는 점점 삶과 커먼즈를 분리해내고,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재조직하려 한다. ‘공유지’와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은 ‘소유’와 ‘화폐에 대한 욕망’으로 전환되었고, 공동체적 관계는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핵가족과 개인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이를 통해 생산성은 극대화되었지만, 우리의 삶은...
우현
2026.05.01 | 조회 537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