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아웃
    에어컨 논쟁 올여름 서유럽에서는 40도가 넘는 폭염(暴炎)으로 ‘에어컨 논쟁’이 벌어졌다. 에어컨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2024년 파리 올림픽 당시에 에어컨이 없는 선수촌이 문제가 되었었다. 그때 프랑스는 파리의 평균 기온이 26.5도라는 것, 선수촌 아파트가 지열 에너지를 이용해 실내 기온을 떨어뜨리는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을 들며 에어컨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안을 식히기 위해 밖을 덥히는’ 에어컨의 사악함을 문제 삼았다. 에어컨 사용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 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최고 40도가 넘는 폭염이 6월 말부터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선풍기와 에어컨의 판매가 급증했는데, 그러자 에어컨 설치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었다. 프랑스는 1971년 세계 최초로 환경부를 설립한 나라로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에어컨 설치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다. 여기에 오래된 건축물이 많아 실제로 에어컨의 설치가 어렵다. 하지만 폭염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에어컨 도입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학교나 병원 등의 에어컨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 내에서 이념 공방으로 발전했으며 내년에 치러지는 대선에 ‘에어컨 규제 해제’가 주요 쟁점으로까지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에어컨이 필수 가전제품인 듯하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도 에어컨은 좀 사는 집에서나 사용하는 가전제품이었다. 내 기억에 15년 전만 해도 아주 더운 날이 일주일 정도였는데, 그때를 제외하고 굳이 에어컨이 필요 없었던 듯하다. 그래서 남편이...
    에어컨 논쟁 올여름 서유럽에서는 40도가 넘는 폭염(暴炎)으로 ‘에어컨 논쟁’이 벌어졌다. 에어컨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2024년 파리 올림픽 당시에 에어컨이 없는 선수촌이 문제가 되었었다. 그때 프랑스는 파리의 평균 기온이 26.5도라는 것, 선수촌 아파트가 지열 에너지를 이용해 실내 기온을 떨어뜨리는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을 들며 에어컨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안을 식히기 위해 밖을 덥히는’ 에어컨의 사악함을 문제 삼았다. 에어컨 사용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 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최고 40도가 넘는 폭염이 6월 말부터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선풍기와 에어컨의 판매가 급증했는데, 그러자 에어컨 설치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었다. 프랑스는 1971년 세계 최초로 환경부를 설립한 나라로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에어컨 설치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다. 여기에 오래된 건축물이 많아 실제로 에어컨의 설치가 어렵다. 하지만 폭염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에어컨 도입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학교나 병원 등의 에어컨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 내에서 이념 공방으로 발전했으며 내년에 치러지는 대선에 ‘에어컨 규제 해제’가 주요 쟁점으로까지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에어컨이 필수 가전제품인 듯하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도 에어컨은 좀 사는 집에서나 사용하는 가전제품이었다. 내 기억에 15년 전만 해도 아주 더운 날이 일주일 정도였는데, 그때를 제외하고 굳이 에어컨이 필요 없었던 듯하다. 그래서 남편이...
진달래
2026.08.31 | 조회 295
줌 인&아웃
      불타는 지구를 실감하는 8월이 되면 곧바로 9월의 ‘기후대행진’을 떠올린다. 지구의 기후위기를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외치며 행진하는 아스팔트 위를 문탁의 친구들은 매년 함께 걸었다. 그리고 그 한 달여 전부터 참여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파지사유 친구들이 잘한다. 2026년 올해에는 무얼 할까? 정부에서는 야심차게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이미 AI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는지 의아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공부를 같이 해보자. AI에 대해, 파운데이션 모델이 어떻다는 기술적 측면, 반도체와 주가, 인간 정서나 지능에 미치는 영향, 일자리 대체의 두려움 등, 이런저런 평가들이 있지만 생태적인 측면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았다. 따라서 한 권의 책 『AI와 기후의 미래』를 가지고 세미나를 열었다. 디지털전환과 생태전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4회차에 걸친 세미나를 스케치해 본다.     OTT와의 이별은 어려워       “디지털 과소비에서 디지털 절제로… 전용기도 없고 채식을 지향하면서도 ott 중독은 끊기가 어렵다. 화질을 낮추고 봐야 할까?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는데(111), 도대체 ‘개인’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싶으면서, 숨겨두었던 내 안의 ‘기후냉소주의’가 꿈틀하는 게 느껴진다. ㅠㅠ”   이 메모는 세미나에 참여한 참이 쓴 것으로, 『AI와 기후의 미래』 111쪽에서 디지털 과소비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한 데 대한 짧은 소회이다. ‘기후냉소주의’ 운운하지만, 사실 참은 누구보다 생태적 실천에 앞장서는 사람이다. 참뿐만 아니라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기후위기를 살피며 동물권, 플라스틱, 에너지 문제에 큰 관심을...
      불타는 지구를 실감하는 8월이 되면 곧바로 9월의 ‘기후대행진’을 떠올린다. 지구의 기후위기를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외치며 행진하는 아스팔트 위를 문탁의 친구들은 매년 함께 걸었다. 그리고 그 한 달여 전부터 참여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파지사유 친구들이 잘한다. 2026년 올해에는 무얼 할까? 정부에서는 야심차게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이미 AI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는지 의아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공부를 같이 해보자. AI에 대해, 파운데이션 모델이 어떻다는 기술적 측면, 반도체와 주가, 인간 정서나 지능에 미치는 영향, 일자리 대체의 두려움 등, 이런저런 평가들이 있지만 생태적인 측면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았다. 따라서 한 권의 책 『AI와 기후의 미래』를 가지고 세미나를 열었다. 디지털전환과 생태전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4회차에 걸친 세미나를 스케치해 본다.     OTT와의 이별은 어려워       “디지털 과소비에서 디지털 절제로… 전용기도 없고 채식을 지향하면서도 ott 중독은 끊기가 어렵다. 화질을 낮추고 봐야 할까?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는데(111), 도대체 ‘개인’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싶으면서, 숨겨두었던 내 안의 ‘기후냉소주의’가 꿈틀하는 게 느껴진다. ㅠㅠ”   이 메모는 세미나에 참여한 참이 쓴 것으로, 『AI와 기후의 미래』 111쪽에서 디지털 과소비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한 데 대한 짧은 소회이다. ‘기후냉소주의’ 운운하지만, 사실 참은 누구보다 생태적 실천에 앞장서는 사람이다. 참뿐만 아니라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기후위기를 살피며 동물권, 플라스틱, 에너지 문제에 큰 관심을...
자누리
2026.08.31 | 조회 256
방과후 고전중
“우리는 지금 한국 사회 역사상 가장 격렬하고 복합적인 젠더 이데올로기 간의 충돌과 극우화, 권력 재편이 교차하는 최전선에 서 있다. 이 전장에서 ‘젠더’는 사회의 구조적 상상력과 정치적 장치를 둘러싼 첨예한 투쟁의 중심축이 되었다.” 윤지선 외, 《코리아 젠더 워》       7월 문-맥의 주제는 ‘젠더’이다. 맥잡기 세미나에서 읽은 《코리아 젠더 워》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의 젠더 갈등이 전쟁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며, 그 대표적인 사건으로 2025년 1월 서울서부지법 침탈 사건을 예로 들고 있다. 극우 남성 연대체의 주도로 이루어진 이 사건에서 저자는 “복원 정치(restoration politics)”라는 키워드를 길어 낸다. 가부장제 남성 특권의 복원을, 반공 기독교 중심의 복원을 기득권의 부와 계급 특권의 복원 등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유구하고 찬란했던 과거’로의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토대를 다시 찾아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들이 ‘찬란한’, 혹은 ‘가장 근본적’이라고 말하는 토대인 ‘가부장제’는 정말로 그 역사가 유구하고, 근본적인 바탕을 지니고 있을까?         공주의 죽음 대만학자인 리전더(李貞德)의 책 《공주의 죽음》은 ‘우리가 모르는 3-7세기 중국 법률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6세기 북위(北魏)에서 일어난 ‘부마 유휘가 난릉장공주를 구타하여 유산에 이르게 한 사건’을 단서로 한(漢)과 당(唐) 사이의 법률의 유가화(혹은 유가 윤리의 법제화) 과정을 살펴본다.   먼저 이 사건을 간단히 이야기해 보자. 공주의 남편인 유휘가 평민 여자들과 바람을 폈다. 이 일을 알게 된 공주는 남편과 다투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부마가 공주를 발로 차 임신 중이던...
“우리는 지금 한국 사회 역사상 가장 격렬하고 복합적인 젠더 이데올로기 간의 충돌과 극우화, 권력 재편이 교차하는 최전선에 서 있다. 이 전장에서 ‘젠더’는 사회의 구조적 상상력과 정치적 장치를 둘러싼 첨예한 투쟁의 중심축이 되었다.” 윤지선 외, 《코리아 젠더 워》       7월 문-맥의 주제는 ‘젠더’이다. 맥잡기 세미나에서 읽은 《코리아 젠더 워》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의 젠더 갈등이 전쟁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며, 그 대표적인 사건으로 2025년 1월 서울서부지법 침탈 사건을 예로 들고 있다. 극우 남성 연대체의 주도로 이루어진 이 사건에서 저자는 “복원 정치(restoration politics)”라는 키워드를 길어 낸다. 가부장제 남성 특권의 복원을, 반공 기독교 중심의 복원을 기득권의 부와 계급 특권의 복원 등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유구하고 찬란했던 과거’로의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토대를 다시 찾아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들이 ‘찬란한’, 혹은 ‘가장 근본적’이라고 말하는 토대인 ‘가부장제’는 정말로 그 역사가 유구하고, 근본적인 바탕을 지니고 있을까?         공주의 죽음 대만학자인 리전더(李貞德)의 책 《공주의 죽음》은 ‘우리가 모르는 3-7세기 중국 법률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6세기 북위(北魏)에서 일어난 ‘부마 유휘가 난릉장공주를 구타하여 유산에 이르게 한 사건’을 단서로 한(漢)과 당(唐) 사이의 법률의 유가화(혹은 유가 윤리의 법제화) 과정을 살펴본다.   먼저 이 사건을 간단히 이야기해 보자. 공주의 남편인 유휘가 평민 여자들과 바람을 폈다. 이 일을 알게 된 공주는 남편과 다투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부마가 공주를 발로 차 임신 중이던...
진달래
2026.06.30 | 조회 122
줌 인&아웃
    문맥은 문탁회원들과 함께 『코리안 젠더워』를 읽고, VOL3호의 주제를 페미니즘과 젠더 전쟁으로 잡았다. 굳이 ‘전쟁’이라는 표현을 써야 하느냐는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가 전쟁을 방불케 할 만큼 심각하다는 것, 그리고 전쟁이 정치의 다른 얼굴이라면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도 여성혐오의 민낯을 대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 글은 20대에서 60대까지 문탁에서 공부하는 회원 6명이 젠더전쟁을 주제로 나눈 토론을 정리한 것이다.   토론 참석자 문탁 회원: 새은(20대), 동은(30대), 가마솥(60대·남) 파지사유 페미니즘 세미나 회원: 노을(40대), 무사(40대), 참(50대) 사회 및 정리: 문맥 편집팀 요요         “낯선 페미니즘에서 연대의 페미니즘으로”   요요/ 문탁에서는 2010년대 후반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에 정희진, 손희정, 권김현영 등을 초대해 연속 강의를 연 적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영영페미니스트들의 행동양식은 낯설게 느껴졌지요. 하지만 이후 백래시를 지켜보고, 또 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응원봉을 든 새로운 여성 세대를 목격하면서 젊은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이해와 연대의 마음도 커졌습니다. 최근 문탁에서는 『코리안 젠더워』를, 파지사유에서는 『디지털 페미니즘』을 읽었는데요. 두 세미나에 모두 참여한 참님께 먼저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참/ N번방 사건이나 딥페이크처럼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여성혐오 범죄는 이제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OTT 영화 <소년의 시간>을 통해 인셀 문화((비자발적 독신을 뜻하는 말로 성적 좌절의 원인이 여성에게 있다고 보는 남성들의 문화)도 이전보다 더 잘 알려졌고요.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 세대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여성혐오와...
    문맥은 문탁회원들과 함께 『코리안 젠더워』를 읽고, VOL3호의 주제를 페미니즘과 젠더 전쟁으로 잡았다. 굳이 ‘전쟁’이라는 표현을 써야 하느냐는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가 전쟁을 방불케 할 만큼 심각하다는 것, 그리고 전쟁이 정치의 다른 얼굴이라면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도 여성혐오의 민낯을 대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 글은 20대에서 60대까지 문탁에서 공부하는 회원 6명이 젠더전쟁을 주제로 나눈 토론을 정리한 것이다.   토론 참석자 문탁 회원: 새은(20대), 동은(30대), 가마솥(60대·남) 파지사유 페미니즘 세미나 회원: 노을(40대), 무사(40대), 참(50대) 사회 및 정리: 문맥 편집팀 요요         “낯선 페미니즘에서 연대의 페미니즘으로”   요요/ 문탁에서는 2010년대 후반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에 정희진, 손희정, 권김현영 등을 초대해 연속 강의를 연 적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영영페미니스트들의 행동양식은 낯설게 느껴졌지요. 하지만 이후 백래시를 지켜보고, 또 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응원봉을 든 새로운 여성 세대를 목격하면서 젊은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이해와 연대의 마음도 커졌습니다. 최근 문탁에서는 『코리안 젠더워』를, 파지사유에서는 『디지털 페미니즘』을 읽었는데요. 두 세미나에 모두 참여한 참님께 먼저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참/ N번방 사건이나 딥페이크처럼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여성혐오 범죄는 이제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OTT 영화 <소년의 시간>을 통해 인셀 문화((비자발적 독신을 뜻하는 말로 성적 좌절의 원인이 여성에게 있다고 보는 남성들의 문화)도 이전보다 더 잘 알려졌고요.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 세대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여성혐오와...
Moon*Mag
2026.06.30 | 조회 487
줌 인&아웃
      처음 웹진 원고를 부탁받았을 때, 솔직히 도망치고 싶었다. 우리 문탁 회원들 중에는 나보다 페미니즘을 더 깊이 공부하고, 더 치열하게 문제의식을 품고 살아온 이들이 많다. 굳이 왜 내가 이 글을 써야 하나 싶어 한참을 망설였다. 사실 회원들과 함께 《코리안 젠더 워》를 읽을 때만 해도, 내게 이 책은 어딘가 건조하고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세 남매 중 외딸로 자라 나름의 대우를 받았고, 주로 여성이 많은 직장에서 일해왔기에 "남자한테 치여본 적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 전장에 있었다 그런 내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책을 읽으며 내 삶의 궤적을 복기하면서부터였다. 최근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남자들만 모여 담배를 피우며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 자리에 주인공 김고은이 아무렇지 않게 끼어들어 그들 사이에 서고, 담배에 불을 붙인 채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흐름을 흔든다. 인상적인 장면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것을 어딘가 과장된 설정처럼 여기며 가볍게 넘겨버렸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내가 지나온 조직 역시 그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속상관이었던 상무이사는 “여자랑 일해보는 게 처음이라 그렇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내가 배제된 남자들만의 술자리에서 회사의 중요한 일들이 결정되곤 했다. 배제가 일상이 된 조직에서 당시의 나는 분노를 터뜨리기보다, 그곳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를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이직을 택했고, 그 선택을 합리화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처음 웹진 원고를 부탁받았을 때, 솔직히 도망치고 싶었다. 우리 문탁 회원들 중에는 나보다 페미니즘을 더 깊이 공부하고, 더 치열하게 문제의식을 품고 살아온 이들이 많다. 굳이 왜 내가 이 글을 써야 하나 싶어 한참을 망설였다. 사실 회원들과 함께 《코리안 젠더 워》를 읽을 때만 해도, 내게 이 책은 어딘가 건조하고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세 남매 중 외딸로 자라 나름의 대우를 받았고, 주로 여성이 많은 직장에서 일해왔기에 "남자한테 치여본 적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 전장에 있었다 그런 내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책을 읽으며 내 삶의 궤적을 복기하면서부터였다. 최근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남자들만 모여 담배를 피우며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 자리에 주인공 김고은이 아무렇지 않게 끼어들어 그들 사이에 서고, 담배에 불을 붙인 채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흐름을 흔든다. 인상적인 장면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것을 어딘가 과장된 설정처럼 여기며 가볍게 넘겨버렸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내가 지나온 조직 역시 그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속상관이었던 상무이사는 “여자랑 일해보는 게 처음이라 그렇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내가 배제된 남자들만의 술자리에서 회사의 중요한 일들이 결정되곤 했다. 배제가 일상이 된 조직에서 당시의 나는 분노를 터뜨리기보다, 그곳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를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이직을 택했고, 그 선택을 합리화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두루미
2026.06.30 | 조회 302
할 말 있어요
      최근 SNS나 유튜브 댓글 창을 열어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이하 ‘잠실 사태’) 이후 온갖 음모론과 갈라치기, 혐오적 표현들이 인터넷 세계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내 알고리즘 속 극우 세력들의 주장은 이렇다. 이번 ‘잠실 사태’는 이재명 정부가 주도한 부정선거이며, 이재명을 비롯한 민주당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과 내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주장에 대해 반문을 제기하는 이들을 ‘민주당’, ‘공산주의(빨갱이)’, ‘중국(인)’ 등으로 몰아세우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그들은 이번 일의 원인은 ‘생각 없는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줬기 때문이라며 퀴어 페미니즘과 PC주의까지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요컨대 민주당, 퀴어, 페미니스트, 중국인, 공산주의 등에 대한 혐오가 한 대 묶여 공명하고 있으며, 특히 20-30대 남성들이 그 공명의 주체이자 동시에 맹렬히 반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와 SNS ‘맞팔’을 맺고 있는 친구들(공교롭게도 모두 남성 친구들이다) 중 일부도 올림픽 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에 참여한 것을 인증하거나, ‘#멸공’과 같은 표현을 SNS에 개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가 중학교 때 알고 지내던 친구이고, 내가 음악을 하던 시기 자주 도움을 받아온 형이며, 고향 동네에서 종종 마주치던 동생이다. 만약 내가 그 친구들과 실제로 마주쳤다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어떤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을 거듭하다가 나는 우선 내 멘탈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들을 ‘언팔로우’했다.     잠실 종합운동장 시위 모습 (출처 : 해럴드경제 잠실 개표소 시위 9일째...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 계속)...
      최근 SNS나 유튜브 댓글 창을 열어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이하 ‘잠실 사태’) 이후 온갖 음모론과 갈라치기, 혐오적 표현들이 인터넷 세계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내 알고리즘 속 극우 세력들의 주장은 이렇다. 이번 ‘잠실 사태’는 이재명 정부가 주도한 부정선거이며, 이재명을 비롯한 민주당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과 내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주장에 대해 반문을 제기하는 이들을 ‘민주당’, ‘공산주의(빨갱이)’, ‘중국(인)’ 등으로 몰아세우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그들은 이번 일의 원인은 ‘생각 없는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줬기 때문이라며 퀴어 페미니즘과 PC주의까지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요컨대 민주당, 퀴어, 페미니스트, 중국인, 공산주의 등에 대한 혐오가 한 대 묶여 공명하고 있으며, 특히 20-30대 남성들이 그 공명의 주체이자 동시에 맹렬히 반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와 SNS ‘맞팔’을 맺고 있는 친구들(공교롭게도 모두 남성 친구들이다) 중 일부도 올림픽 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에 참여한 것을 인증하거나, ‘#멸공’과 같은 표현을 SNS에 개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가 중학교 때 알고 지내던 친구이고, 내가 음악을 하던 시기 자주 도움을 받아온 형이며, 고향 동네에서 종종 마주치던 동생이다. 만약 내가 그 친구들과 실제로 마주쳤다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어떤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을 거듭하다가 나는 우선 내 멘탈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들을 ‘언팔로우’했다.     잠실 종합운동장 시위 모습 (출처 : 해럴드경제 잠실 개표소 시위 9일째...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 계속)...
우현
2026.06.29 | 조회 244
유물;멍때리기
여유
2026.05.31 | 조회 87
일과 나날
      잊을 수 없는 졸업식   간략히 설명하자면 나는 특목고의 범주에 있는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마이스터고)를 다녔지만 취업을 하지 못하고 졸업했다. 가까웠던 고등학교 친구들은 나를 포함해 세 명 정도였는데 취업에 실패한 건 나뿐이었다. 우리의 관계는 같은 기수로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 현황을 한눈에 보여준다. 한 사람은 공기업, 한 사람은 사기업, 한 사람은 취업 실패자. 실패자라는 말이 조금 강한 감이 있지만, 취업이 목표였던 곳에서 취업을 못했으니 그 말을 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원하는 회사마다 매번 아슬아슬하게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류도, 인적성 시험도, 면접도 매번 수월하다고 느낄 정도였지만 결국 최종 합격은 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졸업식, 이미 출근을 하던 친구들이 오랜만에 학교에 얼굴을 비췄다. 소속이 정해진 친구들은 서로의 졸업을 축하하며 당당한 모습으로 서로에게 잘 지내기를 기원했다. 물론 나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공허가 느껴졌다. 그건 단순히 취업을 못했다는 실패로 느껴지는 좌절이 아니었다. 시간이 다 되었으니 강제로 학생 신분을 박탈당하고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평생 밥벌이를 찾아 헤매야만 한다는 서늘하고 막연한 예감. 졸업식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며 마지막으로 교문을 지나갈 때 느꼈던 막막함이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실패 끝에 남은 의심   졸업 이후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별로 없었다. 계속 취업 준비를 하거나, 아니면 다른 할 일을 찾아야 했다. 학교를 졸업한 뒤 1년간 더 취업 준비 기간을 가졌다....
      잊을 수 없는 졸업식   간략히 설명하자면 나는 특목고의 범주에 있는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마이스터고)를 다녔지만 취업을 하지 못하고 졸업했다. 가까웠던 고등학교 친구들은 나를 포함해 세 명 정도였는데 취업에 실패한 건 나뿐이었다. 우리의 관계는 같은 기수로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 현황을 한눈에 보여준다. 한 사람은 공기업, 한 사람은 사기업, 한 사람은 취업 실패자. 실패자라는 말이 조금 강한 감이 있지만, 취업이 목표였던 곳에서 취업을 못했으니 그 말을 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원하는 회사마다 매번 아슬아슬하게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류도, 인적성 시험도, 면접도 매번 수월하다고 느낄 정도였지만 결국 최종 합격은 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졸업식, 이미 출근을 하던 친구들이 오랜만에 학교에 얼굴을 비췄다. 소속이 정해진 친구들은 서로의 졸업을 축하하며 당당한 모습으로 서로에게 잘 지내기를 기원했다. 물론 나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공허가 느껴졌다. 그건 단순히 취업을 못했다는 실패로 느껴지는 좌절이 아니었다. 시간이 다 되었으니 강제로 학생 신분을 박탈당하고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평생 밥벌이를 찾아 헤매야만 한다는 서늘하고 막연한 예감. 졸업식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며 마지막으로 교문을 지나갈 때 느꼈던 막막함이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실패 끝에 남은 의심   졸업 이후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별로 없었다. 계속 취업 준비를 하거나, 아니면 다른 할 일을 찾아야 했다. 학교를 졸업한 뒤 1년간 더 취업 준비 기간을 가졌다....
동은
2026.05.31 | 조회 288
방과후 고전중
      “아직도 공부하나?” “아직도 공부가 좋은가?” 내가 세미나 시간 때문에 다른 약속 날짜를 요청할 때, 동창생들에게 종종 듣는 핀잔 섞인 말이다. 녀석들은 십수년을 징글징글하게 외우는 공부로써 세상에 나아갔고, 이제 은퇴하여 다시는 필요 없을 것 같은 그 공부를 또 한다니 별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냥 웃고 말았다.   인간이 과거, 현재, 미래를 살아간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날은 지금, 현재라고 쉽게들 말한다. 그런데 실상 우리는 미래를 걱정하며 혹은 욕망하며 현재를 기피하면서 각자의 인생을 몰아세운다. 또 나이가 들면 미래의 욕심에 과거의 후회가 더해져 현재를 망치기도 한다. ‘그때 ㅇㅇㅇ 할 껄, 그래서 지금…’하는 후회 말이다. 이 후회를 곱씹으며 얼마 남지 않은 현재를 탓한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느끼지만 그 방법을 모른다. 얼마 전, 헬레니즘 시대의 스토아를 읽다가 무릎을 쳤다.       에픽테토스     내가 만난 에픽테토스(AD.55? ~ AD.135) 문탁 철학학교에서 고대 그리스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를 처음 만났다. 그의 도덕적 사유가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그의 사유는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과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 간의 구분으로부터 출발한다. 존재하는 것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이고, 다른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이 아니다.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은 믿음, 충동, 욕구, 혐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자신이 행하는 그러한 모든 일이다. 반면에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은 육체, 소유물, 평판,...
      “아직도 공부하나?” “아직도 공부가 좋은가?” 내가 세미나 시간 때문에 다른 약속 날짜를 요청할 때, 동창생들에게 종종 듣는 핀잔 섞인 말이다. 녀석들은 십수년을 징글징글하게 외우는 공부로써 세상에 나아갔고, 이제 은퇴하여 다시는 필요 없을 것 같은 그 공부를 또 한다니 별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냥 웃고 말았다.   인간이 과거, 현재, 미래를 살아간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날은 지금, 현재라고 쉽게들 말한다. 그런데 실상 우리는 미래를 걱정하며 혹은 욕망하며 현재를 기피하면서 각자의 인생을 몰아세운다. 또 나이가 들면 미래의 욕심에 과거의 후회가 더해져 현재를 망치기도 한다. ‘그때 ㅇㅇㅇ 할 껄, 그래서 지금…’하는 후회 말이다. 이 후회를 곱씹으며 얼마 남지 않은 현재를 탓한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느끼지만 그 방법을 모른다. 얼마 전, 헬레니즘 시대의 스토아를 읽다가 무릎을 쳤다.       에픽테토스     내가 만난 에픽테토스(AD.55? ~ AD.135) 문탁 철학학교에서 고대 그리스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를 처음 만났다. 그의 도덕적 사유가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그의 사유는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과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 간의 구분으로부터 출발한다. 존재하는 것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이고, 다른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이 아니다.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은 믿음, 충동, 욕구, 혐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자신이 행하는 그러한 모든 일이다. 반면에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은 육체, 소유물, 평판,...
가마솥
2026.05.31 | 조회 187
할 말 있어요
        이런 여행은 없었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일 때 내 인생에 여행은 더 이상 없다! 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권도 갱신하지 않고, 그냥 집과 문탁을 오가는 생활만 했다. 상황이 나아졌을 때는 여권이 없으니 귀찮아서 외국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타이완으로 여행을 가게 됐다. 그것도 수학여행! 그 계기가 된 것은, 세미나다.   작년 한 해 동안 [중국옛그림읽기] 세미나를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의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고 서로 그 감상을 나누는 세미나다. 중국미술사 책도 읽고 작품에 관한 에세이집도 읽고 실크로드를 따라 만들어진 석굴과 불상을 찾아가는 여행 서적도 읽었다. 원래는 3년 정도 세미나를 하면서 관련 정보나 지식도 축적하면 여행을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사람 많은 곳도 그렇고 단체로 여행 가는 것도 힘들어하는 성격이다. 어디를 갈 것인가 라는 여행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함께 가는 사람들 아니 그냥 단체여행이라는 데서 오는 피로감도 있다. 게다가 코로나 이후 나는 ‘방구석’ 여행이 좋아졌다. 여행을 가서 새로운 것을 만나는 것보다 가기 전에 여행지를 정하고 그것을 위해서 공부를 하고 혼자서 일정을 짜고 시간을 배분하는 일들을 더 좋아한다. 난, 좀 J인 듯.   그렇기에 이번 타이완 수학여행은 나에게 있어서는 놀라우면서도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으흠, 그렇다면 이런 결정이 가능했던 원인은 무엇일까. 내 운이 바뀌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이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다음으로는 책이다. 작년에는 <자금성의 그림들>과 <자금성의 물건들>을...
        이런 여행은 없었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일 때 내 인생에 여행은 더 이상 없다! 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권도 갱신하지 않고, 그냥 집과 문탁을 오가는 생활만 했다. 상황이 나아졌을 때는 여권이 없으니 귀찮아서 외국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타이완으로 여행을 가게 됐다. 그것도 수학여행! 그 계기가 된 것은, 세미나다.   작년 한 해 동안 [중국옛그림읽기] 세미나를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의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고 서로 그 감상을 나누는 세미나다. 중국미술사 책도 읽고 작품에 관한 에세이집도 읽고 실크로드를 따라 만들어진 석굴과 불상을 찾아가는 여행 서적도 읽었다. 원래는 3년 정도 세미나를 하면서 관련 정보나 지식도 축적하면 여행을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사람 많은 곳도 그렇고 단체로 여행 가는 것도 힘들어하는 성격이다. 어디를 갈 것인가 라는 여행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함께 가는 사람들 아니 그냥 단체여행이라는 데서 오는 피로감도 있다. 게다가 코로나 이후 나는 ‘방구석’ 여행이 좋아졌다. 여행을 가서 새로운 것을 만나는 것보다 가기 전에 여행지를 정하고 그것을 위해서 공부를 하고 혼자서 일정을 짜고 시간을 배분하는 일들을 더 좋아한다. 난, 좀 J인 듯.   그렇기에 이번 타이완 수학여행은 나에게 있어서는 놀라우면서도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으흠, 그렇다면 이런 결정이 가능했던 원인은 무엇일까. 내 운이 바뀌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이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다음으로는 책이다. 작년에는 <자금성의 그림들>과 <자금성의 물건들>을...
자작나무
2026.05.31 | 조회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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