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아웃
불타는 지구를 실감하는 8월이 되면 곧바로 9월의 ‘기후대행진’을 떠올린다. 지구의 기후위기를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외치며 행진하는 아스팔트 위를 문탁의 친구들은 매년 함께 걸었다. 그리고 그 한 달여 전부터 참여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파지사유 친구들이 잘한다. 2026년 올해에는 무얼 할까? 정부에서는 야심차게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이미 AI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는지 의아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공부를 같이 해보자. AI에 대해, 파운데이션 모델이 어떻다는 기술적 측면, 반도체와 주가, 인간 정서나 지능에 미치는 영향, 일자리 대체의 두려움 등, 이런저런 평가들이 있지만 생태적인 측면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았다. 따라서 한 권의 책 『AI와 기후의 미래』를 가지고 세미나를 열었다. 디지털전환과 생태전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4회차에 걸친 세미나를 스케치해 본다. OTT와의 이별은 어려워 “디지털 과소비에서 디지털 절제로… 전용기도 없고 채식을 지향하면서도 ott 중독은 끊기가 어렵다. 화질을 낮추고 봐야 할까?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는데(111), 도대체 ‘개인’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싶으면서, 숨겨두었던 내 안의 ‘기후냉소주의’가 꿈틀하는 게 느껴진다. ㅠㅠ” 이 메모는 세미나에 참여한 참이 쓴 것으로, 『AI와 기후의 미래』 111쪽에서 디지털 과소비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한 데 대한 짧은 소회이다. ‘기후냉소주의’ 운운하지만, 사실 참은 누구보다 생태적 실천에 앞장서는 사람이다. 참뿐만 아니라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기후위기를 살피며 동물권, 플라스틱, 에너지 문제에 큰 관심을...
불타는 지구를 실감하는 8월이 되면 곧바로 9월의 ‘기후대행진’을 떠올린다. 지구의 기후위기를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외치며 행진하는 아스팔트 위를 문탁의 친구들은 매년 함께 걸었다. 그리고 그 한 달여 전부터 참여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파지사유 친구들이 잘한다. 2026년 올해에는 무얼 할까? 정부에서는 야심차게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이미 AI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는지 의아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공부를 같이 해보자. AI에 대해, 파운데이션 모델이 어떻다는 기술적 측면, 반도체와 주가, 인간 정서나 지능에 미치는 영향, 일자리 대체의 두려움 등, 이런저런 평가들이 있지만 생태적인 측면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았다. 따라서 한 권의 책 『AI와 기후의 미래』를 가지고 세미나를 열었다. 디지털전환과 생태전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4회차에 걸친 세미나를 스케치해 본다. OTT와의 이별은 어려워 “디지털 과소비에서 디지털 절제로… 전용기도 없고 채식을 지향하면서도 ott 중독은 끊기가 어렵다. 화질을 낮추고 봐야 할까?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는데(111), 도대체 ‘개인’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싶으면서, 숨겨두었던 내 안의 ‘기후냉소주의’가 꿈틀하는 게 느껴진다. ㅠㅠ” 이 메모는 세미나에 참여한 참이 쓴 것으로, 『AI와 기후의 미래』 111쪽에서 디지털 과소비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한 데 대한 짧은 소회이다. ‘기후냉소주의’ 운운하지만, 사실 참은 누구보다 생태적 실천에 앞장서는 사람이다. 참뿐만 아니라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기후위기를 살피며 동물권, 플라스틱, 에너지 문제에 큰 관심을...
현민의 독국유학기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쥐드티롤(Südtirol), 이탈리아어로 알토 아디제(Alto Adige)라고도 불리는 이 지역은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알프스의 뾰족한 산과 호수에 둘러싸여 오스트리아식 자연을 누릴 수 있으면서도 이탈리아의 지중해식 여유가 공존하는 곳이다. 이탈리아지만 어딜 가도 독일어가 통한다. 쥐드티롤은 오스트리아, 스위스와 국경이 맞닿아 있으며, 내가 사는 독일 뮌헨에서는 차를 타고 3-4시간만 운전하면 닿을 수 있다. 19세기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토였으나 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에서 승리한 이탈리아에 강제 합병되었다. 당시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는 이곳의 독일스러움을 지우기 위해 언어 탄압, 지명 변경 등 아주 가혹한 정책을 펼쳤다. 이 곳에 살던 독일계 주민들은 그에 굴하지 않고, 한국의 독립 운동만큼이나 치밀했던 투쟁과 협상을 통해 자치권을 얻었다. 그로 인해 오늘날 세금의 90%를 중앙 정부가 아닌 지역 정부가 관리하게 되었고, 언어 비례제를 도입하며(모든 공무원을 그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 비율에 맞춰 뽑아야 하며, 공무원이 되려면 이중 언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쥐드티롤은 현재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하고 평화로운 지역이 되었다. 얼마 전 나는 쥐드티롤의 주도인 볼차노에 방문해 메스너 산악 뮤지엄을 다녀왔다. 메스너 산악 뮤지엄은 쥐드티롤 출신의 전설적인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에 의해서 지어졌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산맥의 8000미터 고봉 14개를 등정했으며, 자신의 신념에 따라 최소한의 장비와 스스로의 힘으로만 산을 오르는 방식을 고수하는 산악인이자, NGO활동가 겸 작가다. 그는 자신의 유명세를 통해 얻은 강연, 책 판매,...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쥐드티롤(Südtirol), 이탈리아어로 알토 아디제(Alto Adige)라고도 불리는 이 지역은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알프스의 뾰족한 산과 호수에 둘러싸여 오스트리아식 자연을 누릴 수 있으면서도 이탈리아의 지중해식 여유가 공존하는 곳이다. 이탈리아지만 어딜 가도 독일어가 통한다. 쥐드티롤은 오스트리아, 스위스와 국경이 맞닿아 있으며, 내가 사는 독일 뮌헨에서는 차를 타고 3-4시간만 운전하면 닿을 수 있다. 19세기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토였으나 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에서 승리한 이탈리아에 강제 합병되었다. 당시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는 이곳의 독일스러움을 지우기 위해 언어 탄압, 지명 변경 등 아주 가혹한 정책을 펼쳤다. 이 곳에 살던 독일계 주민들은 그에 굴하지 않고, 한국의 독립 운동만큼이나 치밀했던 투쟁과 협상을 통해 자치권을 얻었다. 그로 인해 오늘날 세금의 90%를 중앙 정부가 아닌 지역 정부가 관리하게 되었고, 언어 비례제를 도입하며(모든 공무원을 그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 비율에 맞춰 뽑아야 하며, 공무원이 되려면 이중 언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쥐드티롤은 현재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하고 평화로운 지역이 되었다. 얼마 전 나는 쥐드티롤의 주도인 볼차노에 방문해 메스너 산악 뮤지엄을 다녀왔다. 메스너 산악 뮤지엄은 쥐드티롤 출신의 전설적인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에 의해서 지어졌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산맥의 8000미터 고봉 14개를 등정했으며, 자신의 신념에 따라 최소한의 장비와 스스로의 힘으로만 산을 오르는 방식을 고수하는 산악인이자, NGO활동가 겸 작가다. 그는 자신의 유명세를 통해 얻은 강연, 책 판매,...
요요와 불교산책
극락도 극락에는 여자가 없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에 천국이 있다면 불교에는 극락이 있다. 천국에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어떻게 상상되었을까? 예수는 “부활 때는 장가도 가지 않고 시집도 가지 않고 하늘에 있는 천사와 같다”고 설했다. 그 천국은 남자 여자는 있지만 섹슈얼리티 없는 세계다. 반면 <꾸란>의 천국은 남자들이 아름다운 여인들에 둘러싸여 영원한 쾌락을 즐기는 곳인 동시에, 무슬림 여성들 또한 질투심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을 누리는 곳이다. 불교의 극락은 어떨까? 불교의 극락은 종점이 아니라 해탈을 성취하기 위해 머무는 행복한 수행처다. 그런데 극락에는 여자가 없다. 극락의 수행자는 모두 남자라는 이야기다. 왜 그럴까? 고대 인도 사회에서 출산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쉽게 폭력에 노출되었다. 평생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여자에게는 자주적인 결정권도 없었다. 그러니 여자에게 극락의 구원은 남자로 태어나는 것이었다. 불교의 교리 중에 ‘여인오장설(女人五障說)’이 있다. 그 내용은 여자는 아라한, 붓다, 전륜성왕, 대범천, 마라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맛지마니까야115<다계경>) 아라한과 붓다는 수행자의 이상이고, 전륜성왕은 이상적 통치자이고, 대범천은 욕계 천상의 최고신이며, 마라는 악마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가부장제의 이념과 현실이 불교에 스며든 결과였다. 행복한 수행자들의 정토인 극락에 여자가 없다는 것은 성차별 속에 살아가던 여성들에게 구원의 약속이었을까, 질곡의 연장이었을까. 참으로 생각이 복잡해지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자는 아라한이 될 수 있다? 없다? 초기 경전에 여자는 아라한이 될 수 없다는 말만 있는 것은...
극락도 극락에는 여자가 없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에 천국이 있다면 불교에는 극락이 있다. 천국에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어떻게 상상되었을까? 예수는 “부활 때는 장가도 가지 않고 시집도 가지 않고 하늘에 있는 천사와 같다”고 설했다. 그 천국은 남자 여자는 있지만 섹슈얼리티 없는 세계다. 반면 <꾸란>의 천국은 남자들이 아름다운 여인들에 둘러싸여 영원한 쾌락을 즐기는 곳인 동시에, 무슬림 여성들 또한 질투심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을 누리는 곳이다. 불교의 극락은 어떨까? 불교의 극락은 종점이 아니라 해탈을 성취하기 위해 머무는 행복한 수행처다. 그런데 극락에는 여자가 없다. 극락의 수행자는 모두 남자라는 이야기다. 왜 그럴까? 고대 인도 사회에서 출산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쉽게 폭력에 노출되었다. 평생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여자에게는 자주적인 결정권도 없었다. 그러니 여자에게 극락의 구원은 남자로 태어나는 것이었다. 불교의 교리 중에 ‘여인오장설(女人五障說)’이 있다. 그 내용은 여자는 아라한, 붓다, 전륜성왕, 대범천, 마라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맛지마니까야115<다계경>) 아라한과 붓다는 수행자의 이상이고, 전륜성왕은 이상적 통치자이고, 대범천은 욕계 천상의 최고신이며, 마라는 악마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가부장제의 이념과 현실이 불교에 스며든 결과였다. 행복한 수행자들의 정토인 극락에 여자가 없다는 것은 성차별 속에 살아가던 여성들에게 구원의 약속이었을까, 질곡의 연장이었을까. 참으로 생각이 복잡해지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자는 아라한이 될 수 있다? 없다? 초기 경전에 여자는 아라한이 될 수 없다는 말만 있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