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아웃
    에어컨 논쟁 올여름 서유럽에서는 40도가 넘는 폭염(暴炎)으로 ‘에어컨 논쟁’이 벌어졌다. 에어컨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2024년 파리 올림픽 당시에 에어컨이 없는 선수촌이 문제가 되었었다. 그때 프랑스는 파리의 평균 기온이 26.5도라는 것, 선수촌 아파트가 지열 에너지를 이용해 실내 기온을 떨어뜨리는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을 들며 에어컨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안을 식히기 위해 밖을 덥히는’ 에어컨의 사악함을 문제 삼았다. 에어컨 사용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 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최고 40도가 넘는 폭염이 6월 말부터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선풍기와 에어컨의 판매가 급증했는데, 그러자 에어컨 설치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었다. 프랑스는 1971년 세계 최초로 환경부를 설립한 나라로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에어컨 설치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다. 여기에 오래된 건축물이 많아 실제로 에어컨의 설치가 어렵다. 하지만 폭염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에어컨 도입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학교나 병원 등의 에어컨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 내에서 이념 공방으로 발전했으며 내년에 치러지는 대선에 ‘에어컨 규제 해제’가 주요 쟁점으로까지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에어컨이 필수 가전제품인 듯하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도 에어컨은 좀 사는 집에서나 사용하는 가전제품이었다. 내 기억에 15년 전만 해도 아주 더운 날이 일주일 정도였는데, 그때를 제외하고 굳이 에어컨이 필요 없었던 듯하다. 그래서 남편이...
    에어컨 논쟁 올여름 서유럽에서는 40도가 넘는 폭염(暴炎)으로 ‘에어컨 논쟁’이 벌어졌다. 에어컨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2024년 파리 올림픽 당시에 에어컨이 없는 선수촌이 문제가 되었었다. 그때 프랑스는 파리의 평균 기온이 26.5도라는 것, 선수촌 아파트가 지열 에너지를 이용해 실내 기온을 떨어뜨리는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을 들며 에어컨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안을 식히기 위해 밖을 덥히는’ 에어컨의 사악함을 문제 삼았다. 에어컨 사용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 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최고 40도가 넘는 폭염이 6월 말부터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선풍기와 에어컨의 판매가 급증했는데, 그러자 에어컨 설치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었다. 프랑스는 1971년 세계 최초로 환경부를 설립한 나라로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에어컨 설치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다. 여기에 오래된 건축물이 많아 실제로 에어컨의 설치가 어렵다. 하지만 폭염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에어컨 도입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학교나 병원 등의 에어컨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 내에서 이념 공방으로 발전했으며 내년에 치러지는 대선에 ‘에어컨 규제 해제’가 주요 쟁점으로까지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에어컨이 필수 가전제품인 듯하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도 에어컨은 좀 사는 집에서나 사용하는 가전제품이었다. 내 기억에 15년 전만 해도 아주 더운 날이 일주일 정도였는데, 그때를 제외하고 굳이 에어컨이 필요 없었던 듯하다. 그래서 남편이...
진달래
2026.08.31 | 조회 295
줌 인&아웃
      불타는 지구를 실감하는 8월이 되면 곧바로 9월의 ‘기후대행진’을 떠올린다. 지구의 기후위기를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외치며 행진하는 아스팔트 위를 문탁의 친구들은 매년 함께 걸었다. 그리고 그 한 달여 전부터 참여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파지사유 친구들이 잘한다. 2026년 올해에는 무얼 할까? 정부에서는 야심차게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이미 AI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는지 의아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공부를 같이 해보자. AI에 대해, 파운데이션 모델이 어떻다는 기술적 측면, 반도체와 주가, 인간 정서나 지능에 미치는 영향, 일자리 대체의 두려움 등, 이런저런 평가들이 있지만 생태적인 측면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았다. 따라서 한 권의 책 『AI와 기후의 미래』를 가지고 세미나를 열었다. 디지털전환과 생태전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4회차에 걸친 세미나를 스케치해 본다.     OTT와의 이별은 어려워       “디지털 과소비에서 디지털 절제로… 전용기도 없고 채식을 지향하면서도 ott 중독은 끊기가 어렵다. 화질을 낮추고 봐야 할까?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는데(111), 도대체 ‘개인’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싶으면서, 숨겨두었던 내 안의 ‘기후냉소주의’가 꿈틀하는 게 느껴진다. ㅠㅠ”   이 메모는 세미나에 참여한 참이 쓴 것으로, 『AI와 기후의 미래』 111쪽에서 디지털 과소비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한 데 대한 짧은 소회이다. ‘기후냉소주의’ 운운하지만, 사실 참은 누구보다 생태적 실천에 앞장서는 사람이다. 참뿐만 아니라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기후위기를 살피며 동물권, 플라스틱, 에너지 문제에 큰 관심을...
      불타는 지구를 실감하는 8월이 되면 곧바로 9월의 ‘기후대행진’을 떠올린다. 지구의 기후위기를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외치며 행진하는 아스팔트 위를 문탁의 친구들은 매년 함께 걸었다. 그리고 그 한 달여 전부터 참여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파지사유 친구들이 잘한다. 2026년 올해에는 무얼 할까? 정부에서는 야심차게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이미 AI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는지 의아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공부를 같이 해보자. AI에 대해, 파운데이션 모델이 어떻다는 기술적 측면, 반도체와 주가, 인간 정서나 지능에 미치는 영향, 일자리 대체의 두려움 등, 이런저런 평가들이 있지만 생태적인 측면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았다. 따라서 한 권의 책 『AI와 기후의 미래』를 가지고 세미나를 열었다. 디지털전환과 생태전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4회차에 걸친 세미나를 스케치해 본다.     OTT와의 이별은 어려워       “디지털 과소비에서 디지털 절제로… 전용기도 없고 채식을 지향하면서도 ott 중독은 끊기가 어렵다. 화질을 낮추고 봐야 할까?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는데(111), 도대체 ‘개인’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싶으면서, 숨겨두었던 내 안의 ‘기후냉소주의’가 꿈틀하는 게 느껴진다. ㅠㅠ”   이 메모는 세미나에 참여한 참이 쓴 것으로, 『AI와 기후의 미래』 111쪽에서 디지털 과소비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한 데 대한 짧은 소회이다. ‘기후냉소주의’ 운운하지만, 사실 참은 누구보다 생태적 실천에 앞장서는 사람이다. 참뿐만 아니라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기후위기를 살피며 동물권, 플라스틱, 에너지 문제에 큰 관심을...
자누리
2026.08.31 | 조회 256
할 말 있어요
        지난 문*맥 ‘할 말 있어요’ 코너에 올림픽공원 시위와 관련된 이야기를 썼다. 올림픽공원 시위를 젠더적 관점으로 보며, 특히 내 또래 남성들이 그에 열렬히 반응했던 이유를 간단히 분석해 보았다. 그리고 7월 22일, 성미산 마을 극장에서 페미니즘 좌담회가 열렸다. 한국여성민우회의 주최로 여성현실연구소 소장 권김현영샘과 뉴스타파 PD 박종화님이 패널로 참여하여 올림픽공원 시위를 둘러싼 현상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나는 그 좌담회에 참여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지난 문맥에서 했던 이야기와 좌담회에서의 이야기는 어떤 부분에서 비슷하거나 다른지, 또 올림픽공원 시위에 대한 새로운 분석은 무엇이 있을지 공유해보고자 한다.     현장 취재로 본 올림픽공원 시위 스케치 뉴스타파의 박종화 PD님은 6월 8일부터 6일 동안 올림픽공원 현장에서 숙식하며 취재를 하셨다고 한다(그 내용은 유튜브 ‘뉴스타파’ 채널에서 다큐멘터리로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만난 다양한 참여자들과 점점 변화하는 현장 분위기, 현장에서 생산/재생산되는 담론들을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올림픽공원 시위는 6월 3일 잠실동의 일부 개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일어난 시위의 연장선이다. 다만 주요 언론에 비친 모습에 따르면 개표소에서의 시위와 올림픽공원에서의 시위 양상은 다르다. 6월 3일부터 5일까지 이어진 잠실 개표소에서의 시위 구호는 주로 ‘부정선거’였던 반면, 투표용지가 올림픽공원으로 이송되고 난 뒤, 올림픽공원에서의 시위 구호는 ‘재선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는 시위가 올림픽공원으로 옮겨간 이후부터 본격적인 ‘참정권 시위’가 되었으며, ‘좌/우를 막론한 일종의 탈정치적 시위’, 나아가 그들은 ‘시위대라고 규정되는 것조차 거부하는’...
        지난 문*맥 ‘할 말 있어요’ 코너에 올림픽공원 시위와 관련된 이야기를 썼다. 올림픽공원 시위를 젠더적 관점으로 보며, 특히 내 또래 남성들이 그에 열렬히 반응했던 이유를 간단히 분석해 보았다. 그리고 7월 22일, 성미산 마을 극장에서 페미니즘 좌담회가 열렸다. 한국여성민우회의 주최로 여성현실연구소 소장 권김현영샘과 뉴스타파 PD 박종화님이 패널로 참여하여 올림픽공원 시위를 둘러싼 현상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나는 그 좌담회에 참여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지난 문맥에서 했던 이야기와 좌담회에서의 이야기는 어떤 부분에서 비슷하거나 다른지, 또 올림픽공원 시위에 대한 새로운 분석은 무엇이 있을지 공유해보고자 한다.     현장 취재로 본 올림픽공원 시위 스케치 뉴스타파의 박종화 PD님은 6월 8일부터 6일 동안 올림픽공원 현장에서 숙식하며 취재를 하셨다고 한다(그 내용은 유튜브 ‘뉴스타파’ 채널에서 다큐멘터리로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만난 다양한 참여자들과 점점 변화하는 현장 분위기, 현장에서 생산/재생산되는 담론들을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올림픽공원 시위는 6월 3일 잠실동의 일부 개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일어난 시위의 연장선이다. 다만 주요 언론에 비친 모습에 따르면 개표소에서의 시위와 올림픽공원에서의 시위 양상은 다르다. 6월 3일부터 5일까지 이어진 잠실 개표소에서의 시위 구호는 주로 ‘부정선거’였던 반면, 투표용지가 올림픽공원으로 이송되고 난 뒤, 올림픽공원에서의 시위 구호는 ‘재선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는 시위가 올림픽공원으로 옮겨간 이후부터 본격적인 ‘참정권 시위’가 되었으며, ‘좌/우를 막론한 일종의 탈정치적 시위’, 나아가 그들은 ‘시위대라고 규정되는 것조차 거부하는’...
우현
2026.07.31 | 조회 158
짧은생각
      여름의 살림청, ‘청하’  나는 4월부터 6월까지 문탁의 ‘살림청’이었다. 우리 여름 살림청 앞 전의 봄 살림청의 이름인 살림‘청,춘(春)’을 따서 살림‘청,하(夏)’라고 지었다. 청하로 활동하면서 점점 문탁을 속속히 들여다보게 됐다. 공간이 깨끗한지, 세미나와 각자의 안위에 놓친 소식은 없는지, 문탁의 회계에 문제는 없는지 등등. 물론 살림청이 아니어도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긴 하다. 하지만 살림청은 가능한 한 많이 살피고 거의 모든 이슈를 알고 있어야 했다. 왜냐하면 문탁의 공지 사항을 전파하고 들려오는 불편 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살림청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거나 전체 회의에 가져가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동네 이장이 된 느낌이었다. 물론 이장은 주민이 뽑고 살림청은 제비뽑기로 뽑지만 말이다.       2026년 '청하'팀의 멤버. 왼쪽부터 새은, 두루미, 자작나무       실내화 장을 마련했다  문탁은 올해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했다. 이 새로운 공간에 대한 살림의 뼈대는 ‘청춘’에서 잡아줬다. 우리 청하팀은 뼈에 살을 붙이기 위해 두루미샘을 필두로 할 일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눈에 띄었던 것이 ‘실내화’였다.    이사 오기 전의 공간에서는 신발을 벗고 지내는 맨발 또는 실내화 생활이었다. 이제는 그 생활을 청산하고 신발 생활이 시작됐다. 그리고 신발을 장시간 신기에 불편해하는 사람들을 필두로 실내화 생활도 시작됐다. 실내화를 가지고 다니기 뭣해서 자연스럽게 공부방에 두고 다니게 됐다. 몇몇 분들은 자주 앉으시는 책상 옆에 실내화를 두고 다니셨고, 나 포함 대부분은 공부방 창가 아래에 모아두었다. 이 실내화를 두고 재밌는 대화도 이어졌었다. ‘저...
      여름의 살림청, ‘청하’  나는 4월부터 6월까지 문탁의 ‘살림청’이었다. 우리 여름 살림청 앞 전의 봄 살림청의 이름인 살림‘청,춘(春)’을 따서 살림‘청,하(夏)’라고 지었다. 청하로 활동하면서 점점 문탁을 속속히 들여다보게 됐다. 공간이 깨끗한지, 세미나와 각자의 안위에 놓친 소식은 없는지, 문탁의 회계에 문제는 없는지 등등. 물론 살림청이 아니어도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긴 하다. 하지만 살림청은 가능한 한 많이 살피고 거의 모든 이슈를 알고 있어야 했다. 왜냐하면 문탁의 공지 사항을 전파하고 들려오는 불편 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살림청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거나 전체 회의에 가져가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동네 이장이 된 느낌이었다. 물론 이장은 주민이 뽑고 살림청은 제비뽑기로 뽑지만 말이다.       2026년 '청하'팀의 멤버. 왼쪽부터 새은, 두루미, 자작나무       실내화 장을 마련했다  문탁은 올해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했다. 이 새로운 공간에 대한 살림의 뼈대는 ‘청춘’에서 잡아줬다. 우리 청하팀은 뼈에 살을 붙이기 위해 두루미샘을 필두로 할 일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눈에 띄었던 것이 ‘실내화’였다.    이사 오기 전의 공간에서는 신발을 벗고 지내는 맨발 또는 실내화 생활이었다. 이제는 그 생활을 청산하고 신발 생활이 시작됐다. 그리고 신발을 장시간 신기에 불편해하는 사람들을 필두로 실내화 생활도 시작됐다. 실내화를 가지고 다니기 뭣해서 자연스럽게 공부방에 두고 다니게 됐다. 몇몇 분들은 자주 앉으시는 책상 옆에 실내화를 두고 다니셨고, 나 포함 대부분은 공부방 창가 아래에 모아두었다. 이 실내화를 두고 재밌는 대화도 이어졌었다. ‘저...
새은
2026.07.31 | 조회 168
요요와 불교산책
      힙불교와 텍스트힙의 교차점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가 올해 6월과 7월 사이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민음사 TV를 검색했더니 <싯다르타>를 다룬 두 편의 영상이 있었다. 하나는 <싯다르타>를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역주행 도서로 소개하는 2024년 봄 영상이었고 다른 하나는 작년 가을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던 중 따라 하고 싶은 어떤 것을 뜻하는 ‘추구미’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아하! 책읽기가 추구미 있어 보이는 힙한 트렌드의 하나가 되어 MZ들의 텍스트 힙 열풍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2024년은 MZ세대의 힙불교 열풍과 텍스트힙 트렌드가 뚜렷하게 부각된 해이다. 그해 봄에 열린 불교박람회와 서울국제도서전이 젊은 세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서 이 현상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힙불교와 텍스트힙이 만나는 교차점에 <싯다르타> 역주행이 있었다. 그로부터 두 해가 지났지만 두 열풍은 여전하다. <싯다르타>는 역주행 도서에서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드디어 연속 2주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까지 올랐다. 20대와 30대가 밀고 당긴 베스트셀러였다.   나는 궁금했다. 인생 전체에 걸친 영적인 구도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는 이 책에 대한 인기가 3년 동안 식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100년 전에 나온 책 <싯다르타>의 어떤 점이 청년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지금 내가 다시 <싯다르타>를 읽으면 이 책이 왜 청년들의 마음을 끄는지 알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르침을 떠나 직접 체험으로 아직 <싯다르타>를 읽지 않은 사람은 이 책이...
      힙불교와 텍스트힙의 교차점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가 올해 6월과 7월 사이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민음사 TV를 검색했더니 <싯다르타>를 다룬 두 편의 영상이 있었다. 하나는 <싯다르타>를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역주행 도서로 소개하는 2024년 봄 영상이었고 다른 하나는 작년 가을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던 중 따라 하고 싶은 어떤 것을 뜻하는 ‘추구미’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아하! 책읽기가 추구미 있어 보이는 힙한 트렌드의 하나가 되어 MZ들의 텍스트 힙 열풍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2024년은 MZ세대의 힙불교 열풍과 텍스트힙 트렌드가 뚜렷하게 부각된 해이다. 그해 봄에 열린 불교박람회와 서울국제도서전이 젊은 세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서 이 현상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힙불교와 텍스트힙이 만나는 교차점에 <싯다르타> 역주행이 있었다. 그로부터 두 해가 지났지만 두 열풍은 여전하다. <싯다르타>는 역주행 도서에서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드디어 연속 2주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까지 올랐다. 20대와 30대가 밀고 당긴 베스트셀러였다.   나는 궁금했다. 인생 전체에 걸친 영적인 구도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는 이 책에 대한 인기가 3년 동안 식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100년 전에 나온 책 <싯다르타>의 어떤 점이 청년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지금 내가 다시 <싯다르타>를 읽으면 이 책이 왜 청년들의 마음을 끄는지 알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르침을 떠나 직접 체험으로 아직 <싯다르타>를 읽지 않은 사람은 이 책이...
요요
2026.07.31 | 조회 116
현민의 독국유학기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쥐드티롤(Südtirol), 이탈리아어로 알토 아디제(Alto Adige)라고도 불리는 이 지역은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알프스의 뾰족한 산과 호수에 둘러싸여 오스트리아식 자연을 누릴 수 있으면서도 이탈리아의 지중해식 여유가 공존하는 곳이다. 이탈리아지만 어딜 가도 독일어가 통한다.   쥐드티롤은 오스트리아, 스위스와 국경이 맞닿아 있으며, 내가 사는 독일 뮌헨에서는 차를 타고 3-4시간만 운전하면 닿을 수 있다. 19세기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토였으나 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에서 승리한 이탈리아에 강제 합병되었다. 당시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는 이곳의 독일스러움을 지우기 위해 언어 탄압, 지명 변경 등 아주 가혹한 정책을 펼쳤다. 이 곳에 살던 독일계 주민들은 그에 굴하지 않고, 한국의 독립 운동만큼이나 치밀했던 투쟁과 협상을 통해 자치권을 얻었다. 그로 인해 오늘날 세금의 90%를 중앙 정부가 아닌 지역 정부가 관리하게 되었고, 언어 비례제를 도입하며(모든 공무원을 그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 비율에 맞춰 뽑아야 하며, 공무원이 되려면 이중 언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쥐드티롤은 현재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하고 평화로운 지역이 되었다.   얼마 전 나는 쥐드티롤의 주도인 볼차노에 방문해 메스너 산악 뮤지엄을 다녀왔다. 메스너 산악 뮤지엄은 쥐드티롤 출신의 전설적인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에 의해서 지어졌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산맥의 8000미터 고봉 14개를 등정했으며, 자신의 신념에 따라 최소한의 장비와 스스로의 힘으로만 산을 오르는 방식을 고수하는 산악인이자, NGO활동가 겸 작가다. 그는 자신의 유명세를 통해 얻은 강연, 책 판매,...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쥐드티롤(Südtirol), 이탈리아어로 알토 아디제(Alto Adige)라고도 불리는 이 지역은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알프스의 뾰족한 산과 호수에 둘러싸여 오스트리아식 자연을 누릴 수 있으면서도 이탈리아의 지중해식 여유가 공존하는 곳이다. 이탈리아지만 어딜 가도 독일어가 통한다.   쥐드티롤은 오스트리아, 스위스와 국경이 맞닿아 있으며, 내가 사는 독일 뮌헨에서는 차를 타고 3-4시간만 운전하면 닿을 수 있다. 19세기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토였으나 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에서 승리한 이탈리아에 강제 합병되었다. 당시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는 이곳의 독일스러움을 지우기 위해 언어 탄압, 지명 변경 등 아주 가혹한 정책을 펼쳤다. 이 곳에 살던 독일계 주민들은 그에 굴하지 않고, 한국의 독립 운동만큼이나 치밀했던 투쟁과 협상을 통해 자치권을 얻었다. 그로 인해 오늘날 세금의 90%를 중앙 정부가 아닌 지역 정부가 관리하게 되었고, 언어 비례제를 도입하며(모든 공무원을 그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 비율에 맞춰 뽑아야 하며, 공무원이 되려면 이중 언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쥐드티롤은 현재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하고 평화로운 지역이 되었다.   얼마 전 나는 쥐드티롤의 주도인 볼차노에 방문해 메스너 산악 뮤지엄을 다녀왔다. 메스너 산악 뮤지엄은 쥐드티롤 출신의 전설적인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에 의해서 지어졌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산맥의 8000미터 고봉 14개를 등정했으며, 자신의 신념에 따라 최소한의 장비와 스스로의 힘으로만 산을 오르는 방식을 고수하는 산악인이자, NGO활동가 겸 작가다. 그는 자신의 유명세를 통해 얻은 강연, 책 판매,...
현민
2026.07.03 | 조회 217
짧은생각
  맹자 선생님은 말했었다. 군자는 무너질 담벼락 밑에는 서지 않는다고. 군자도 아니고, 담벼락도 자세히 보지 못한 나는 욕실에서 미끄러져 양쪽 무릎의 인대를 다쳤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병원에 갔지만 결과는 입원이었다. 병원생활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같은 병실을 쓰던 두 어르신의 다정한 에티켓도 병원 밥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양다리에 깁스를 한 채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지만, 그 정도 불편은 견딜 만했다. 병문안도 사절했으니 어쩌면 영유아기 이래 가장 몸 편하고 맘 편한 시간을 보낸 셈이다.     나 혼자 산닷!     그러다 드디어 깁스를 하고 퇴원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환자라는 사실이 가장 선명하게 느껴진 것은 병원이 아니라 오히려 집에서였다. 서러움은 집에서 시작됐다. 계단도 불편하고, 안전 바도 없고, 때 되면 칼같이 나오는 따스한 밥 역시 없었다. 병원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채워지고 제공되던 모든 것들이 집에서는 빈 채로 남아 있었다. 혼자 덩그러니 먹은 점심에 대해 묻는 다정한 질문도 급격히 줄어갔다. 필요한 물건들을 기꺼이 가져다주던 손길들에 언젠가부터 슬금슬금 눈치가 보였다. 긴병(?)에 효자 없다더니, 병원에서는 당연하던 것들이 집에서는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     넌 완벽했어.      물론 가족들이 나를 방치한 것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그들도 각자의 바쁜 일상을 살고 있었을 뿐이고, 나는 중환자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서운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병원은 누군가의 몸이 불편하다는 사실이 공간의 출발점이다. 환자의 불편을 미리 예상하고 채워주는 곳인 반면 집에서의 돌봄은 누군가의 시간과...
  맹자 선생님은 말했었다. 군자는 무너질 담벼락 밑에는 서지 않는다고. 군자도 아니고, 담벼락도 자세히 보지 못한 나는 욕실에서 미끄러져 양쪽 무릎의 인대를 다쳤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병원에 갔지만 결과는 입원이었다. 병원생활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같은 병실을 쓰던 두 어르신의 다정한 에티켓도 병원 밥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양다리에 깁스를 한 채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지만, 그 정도 불편은 견딜 만했다. 병문안도 사절했으니 어쩌면 영유아기 이래 가장 몸 편하고 맘 편한 시간을 보낸 셈이다.     나 혼자 산닷!     그러다 드디어 깁스를 하고 퇴원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환자라는 사실이 가장 선명하게 느껴진 것은 병원이 아니라 오히려 집에서였다. 서러움은 집에서 시작됐다. 계단도 불편하고, 안전 바도 없고, 때 되면 칼같이 나오는 따스한 밥 역시 없었다. 병원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채워지고 제공되던 모든 것들이 집에서는 빈 채로 남아 있었다. 혼자 덩그러니 먹은 점심에 대해 묻는 다정한 질문도 급격히 줄어갔다. 필요한 물건들을 기꺼이 가져다주던 손길들에 언젠가부터 슬금슬금 눈치가 보였다. 긴병(?)에 효자 없다더니, 병원에서는 당연하던 것들이 집에서는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     넌 완벽했어.      물론 가족들이 나를 방치한 것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그들도 각자의 바쁜 일상을 살고 있었을 뿐이고, 나는 중환자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서운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병원은 누군가의 몸이 불편하다는 사실이 공간의 출발점이다. 환자의 불편을 미리 예상하고 채워주는 곳인 반면 집에서의 돌봄은 누군가의 시간과...
라겸
2026.06.30 | 조회 245
유물;멍때리기
    <제질문고(祭姪文稿)> 당, 안진경 길이 72.32센티× 너비 28.16센티 타이완 고궁박물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더 자세한 작품 사진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안진경(顔眞卿, 709~785) : 당나라 때의 정치가이자 서예가. 오늘날 우리가 서예를 배우기 시작할 때 배우는 글자체가 바로 안진경체다. 그는 단정한 해서체 뿐만 아니라 행서와 초서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그대를 어루만지며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듯 비통하고, 놀람과 슬픔으로 내 얼굴색마저 변하고 떨리네. 머지않은 길일을 기다려 그대의 묘소를 정하고자 하니, 혼령이 알아듣는다면 객지에서 오래 떠도는 것에 대해 한탄하지 말라.”(<제질문고> 중에서)   <제질문고>는 안녹산의 반란군에 맞서 싸우다 고립돼 살해당한 조카를 위해 쓴 안진경의 제문祭文이다. 해서사대가(楷書四大家) 중 하나로 불렸던 그였지만, 이 작품의 글자들은 휘갈겨져 있다. 게다가 곳곳에는 지저분하게 고친 글자투성이다. 얼핏 보면 졸문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우고 쓰기를 거듭한 글자 하나 하나에서 혈족을 잃은 그의 비통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조카의 죽음이라는 개인사를 통해서 그의 글은 국난으로 가족을 잃은 백성의 슬픔은 물론이고 나라 잃은 한 지식인의 분노까지도 보여준다.       달똥달 조선 그림에 대한 사랑으로 중국 그림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거대함과 깊이에 다소 압도당했지만, 나날이 발견의 기쁨이 커지고 있다. 그 기쁨으로 중국 그림도, 조선 그림도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질문고(祭姪文稿)> 당, 안진경 길이 72.32센티× 너비 28.16센티 타이완 고궁박물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더 자세한 작품 사진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안진경(顔眞卿, 709~785) : 당나라 때의 정치가이자 서예가. 오늘날 우리가 서예를 배우기 시작할 때 배우는 글자체가 바로 안진경체다. 그는 단정한 해서체 뿐만 아니라 행서와 초서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그대를 어루만지며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듯 비통하고, 놀람과 슬픔으로 내 얼굴색마저 변하고 떨리네. 머지않은 길일을 기다려 그대의 묘소를 정하고자 하니, 혼령이 알아듣는다면 객지에서 오래 떠도는 것에 대해 한탄하지 말라.”(<제질문고> 중에서)   <제질문고>는 안녹산의 반란군에 맞서 싸우다 고립돼 살해당한 조카를 위해 쓴 안진경의 제문祭文이다. 해서사대가(楷書四大家) 중 하나로 불렸던 그였지만, 이 작품의 글자들은 휘갈겨져 있다. 게다가 곳곳에는 지저분하게 고친 글자투성이다. 얼핏 보면 졸문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우고 쓰기를 거듭한 글자 하나 하나에서 혈족을 잃은 그의 비통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조카의 죽음이라는 개인사를 통해서 그의 글은 국난으로 가족을 잃은 백성의 슬픔은 물론이고 나라 잃은 한 지식인의 분노까지도 보여준다.       달똥달 조선 그림에 대한 사랑으로 중국 그림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거대함과 깊이에 다소 압도당했지만, 나날이 발견의 기쁨이 커지고 있다. 그 기쁨으로 중국 그림도, 조선 그림도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달똥달
2026.06.30 | 조회 109
일과 나날
    언제든 여백을 비워두며 솔직하게 밝히자면, 나는 오랫동안 '딴짓'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딴짓하듯이' 가볍고 여유롭게 대하는 것. 하지만 이 말이 무슨 일이든 대충 하는 것을 말하는 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딴짓'은 게으름이나 회피와는 다르다. 오히려 어떤 일에 몰입하되 스스로를 완전히 쏟지 않는 유연한 태도에 가깝다. 그러니까 너무 무겁게 여기지 않고 언제든지 나의 역할과 모드를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며 살아가고 싶었다. 그동안 알바를 구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한 건 문탁에서의 생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일이었다. 나에게는 문탁에서의 활동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누구나 언제든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게 됐다. 그 일들을 결코 가볍게 여기진 않았다. 하지만 나름의 성의를 다해 임하면서도 의식적으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동시에 문탁에서도 여러 일을 해왔다. 문탁에서는 알바와 달리 맡은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더해지기도 했다. 늘어나는 일들에 부담스러워질 때면 다시 알바를 하면서 문탁의 일들과 거리를 둘 수 있었다. '딴짓'의 태도는 이렇게 문탁에서의 생활과 알바, 두 가지 축 사이에서 덜 긴장되는 쪽에 안도하며 오가는 생활을 익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딴짓'의 딜레마 오랜 시간 동안 이런 생각을 가져왔지만 사실 누구에게 얘기해본 적은 없다. '딴짓'처럼 살고 싶다는 말에는 언제나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딴짓'은 '본업'이 있을 때만 성립하는 말이다. 그렇기에 자칫하면 할 일을...
    언제든 여백을 비워두며 솔직하게 밝히자면, 나는 오랫동안 '딴짓'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딴짓하듯이' 가볍고 여유롭게 대하는 것. 하지만 이 말이 무슨 일이든 대충 하는 것을 말하는 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딴짓'은 게으름이나 회피와는 다르다. 오히려 어떤 일에 몰입하되 스스로를 완전히 쏟지 않는 유연한 태도에 가깝다. 그러니까 너무 무겁게 여기지 않고 언제든지 나의 역할과 모드를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며 살아가고 싶었다. 그동안 알바를 구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한 건 문탁에서의 생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일이었다. 나에게는 문탁에서의 활동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누구나 언제든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게 됐다. 그 일들을 결코 가볍게 여기진 않았다. 하지만 나름의 성의를 다해 임하면서도 의식적으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동시에 문탁에서도 여러 일을 해왔다. 문탁에서는 알바와 달리 맡은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더해지기도 했다. 늘어나는 일들에 부담스러워질 때면 다시 알바를 하면서 문탁의 일들과 거리를 둘 수 있었다. '딴짓'의 태도는 이렇게 문탁에서의 생활과 알바, 두 가지 축 사이에서 덜 긴장되는 쪽에 안도하며 오가는 생활을 익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딴짓'의 딜레마 오랜 시간 동안 이런 생각을 가져왔지만 사실 누구에게 얘기해본 적은 없다. '딴짓'처럼 살고 싶다는 말에는 언제나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딴짓'은 '본업'이 있을 때만 성립하는 말이다. 그렇기에 자칫하면 할 일을...
동은
2026.06.30 | 조회 214
요요와 불교산책
  극락도       극락에는 여자가 없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에 천국이 있다면 불교에는 극락이 있다. 천국에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어떻게 상상되었을까? 예수는 “부활 때는 장가도 가지 않고 시집도 가지 않고 하늘에 있는 천사와 같다”고 설했다. 그 천국은 남자 여자는 있지만 섹슈얼리티 없는 세계다. 반면 <꾸란>의 천국은 남자들이 아름다운 여인들에 둘러싸여 영원한 쾌락을 즐기는 곳인 동시에, 무슬림 여성들 또한 질투심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을 누리는 곳이다.   불교의 극락은 어떨까? 불교의 극락은 종점이 아니라 해탈을 성취하기 위해 머무는 행복한 수행처다. 그런데 극락에는 여자가 없다. 극락의 수행자는 모두 남자라는 이야기다. 왜 그럴까? 고대 인도 사회에서 출산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쉽게 폭력에 노출되었다. 평생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여자에게는 자주적인 결정권도 없었다. 그러니 여자에게 극락의 구원은 남자로 태어나는 것이었다.   불교의 교리 중에 ‘여인오장설(女人五障說)’이 있다. 그 내용은 여자는 아라한, 붓다, 전륜성왕, 대범천, 마라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맛지마니까야115<다계경>) 아라한과 붓다는 수행자의 이상이고, 전륜성왕은 이상적 통치자이고, 대범천은 욕계 천상의 최고신이며, 마라는 악마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가부장제의 이념과 현실이 불교에 스며든 결과였다. 행복한 수행자들의 정토인 극락에 여자가 없다는 것은 성차별 속에 살아가던 여성들에게 구원의 약속이었을까, 질곡의 연장이었을까. 참으로 생각이 복잡해지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자는 아라한이 될 수 있다? 없다? 초기 경전에 여자는 아라한이 될 수 없다는 말만 있는 것은...
  극락도       극락에는 여자가 없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에 천국이 있다면 불교에는 극락이 있다. 천국에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어떻게 상상되었을까? 예수는 “부활 때는 장가도 가지 않고 시집도 가지 않고 하늘에 있는 천사와 같다”고 설했다. 그 천국은 남자 여자는 있지만 섹슈얼리티 없는 세계다. 반면 <꾸란>의 천국은 남자들이 아름다운 여인들에 둘러싸여 영원한 쾌락을 즐기는 곳인 동시에, 무슬림 여성들 또한 질투심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을 누리는 곳이다.   불교의 극락은 어떨까? 불교의 극락은 종점이 아니라 해탈을 성취하기 위해 머무는 행복한 수행처다. 그런데 극락에는 여자가 없다. 극락의 수행자는 모두 남자라는 이야기다. 왜 그럴까? 고대 인도 사회에서 출산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쉽게 폭력에 노출되었다. 평생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여자에게는 자주적인 결정권도 없었다. 그러니 여자에게 극락의 구원은 남자로 태어나는 것이었다.   불교의 교리 중에 ‘여인오장설(女人五障說)’이 있다. 그 내용은 여자는 아라한, 붓다, 전륜성왕, 대범천, 마라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맛지마니까야115<다계경>) 아라한과 붓다는 수행자의 이상이고, 전륜성왕은 이상적 통치자이고, 대범천은 욕계 천상의 최고신이며, 마라는 악마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가부장제의 이념과 현실이 불교에 스며든 결과였다. 행복한 수행자들의 정토인 극락에 여자가 없다는 것은 성차별 속에 살아가던 여성들에게 구원의 약속이었을까, 질곡의 연장이었을까. 참으로 생각이 복잡해지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자는 아라한이 될 수 있다? 없다? 초기 경전에 여자는 아라한이 될 수 없다는 말만 있는 것은...
요요
2026.06.30 | 조회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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