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아웃
    에어컨 논쟁 올여름 서유럽에서는 40도가 넘는 폭염(暴炎)으로 ‘에어컨 논쟁’이 벌어졌다. 에어컨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2024년 파리 올림픽 당시에 에어컨이 없는 선수촌이 문제가 되었었다. 그때 프랑스는 파리의 평균 기온이 26.5도라는 것, 선수촌 아파트가 지열 에너지를 이용해 실내 기온을 떨어뜨리는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을 들며 에어컨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안을 식히기 위해 밖을 덥히는’ 에어컨의 사악함을 문제 삼았다. 에어컨 사용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 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최고 40도가 넘는 폭염이 6월 말부터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선풍기와 에어컨의 판매가 급증했는데, 그러자 에어컨 설치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었다. 프랑스는 1971년 세계 최초로 환경부를 설립한 나라로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에어컨 설치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다. 여기에 오래된 건축물이 많아 실제로 에어컨의 설치가 어렵다. 하지만 폭염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에어컨 도입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학교나 병원 등의 에어컨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 내에서 이념 공방으로 발전했으며 내년에 치러지는 대선에 ‘에어컨 규제 해제’가 주요 쟁점으로까지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에어컨이 필수 가전제품인 듯하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도 에어컨은 좀 사는 집에서나 사용하는 가전제품이었다. 내 기억에 15년 전만 해도 아주 더운 날이 일주일 정도였는데, 그때를 제외하고 굳이 에어컨이 필요 없었던 듯하다. 그래서 남편이...
    에어컨 논쟁 올여름 서유럽에서는 40도가 넘는 폭염(暴炎)으로 ‘에어컨 논쟁’이 벌어졌다. 에어컨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2024년 파리 올림픽 당시에 에어컨이 없는 선수촌이 문제가 되었었다. 그때 프랑스는 파리의 평균 기온이 26.5도라는 것, 선수촌 아파트가 지열 에너지를 이용해 실내 기온을 떨어뜨리는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을 들며 에어컨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안을 식히기 위해 밖을 덥히는’ 에어컨의 사악함을 문제 삼았다. 에어컨 사용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 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최고 40도가 넘는 폭염이 6월 말부터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선풍기와 에어컨의 판매가 급증했는데, 그러자 에어컨 설치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었다. 프랑스는 1971년 세계 최초로 환경부를 설립한 나라로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에어컨 설치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다. 여기에 오래된 건축물이 많아 실제로 에어컨의 설치가 어렵다. 하지만 폭염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에어컨 도입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학교나 병원 등의 에어컨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 내에서 이념 공방으로 발전했으며 내년에 치러지는 대선에 ‘에어컨 규제 해제’가 주요 쟁점으로까지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에어컨이 필수 가전제품인 듯하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도 에어컨은 좀 사는 집에서나 사용하는 가전제품이었다. 내 기억에 15년 전만 해도 아주 더운 날이 일주일 정도였는데, 그때를 제외하고 굳이 에어컨이 필요 없었던 듯하다. 그래서 남편이...
진달래
2026.08.31 | 조회 295
줌 인&아웃
      불타는 지구를 실감하는 8월이 되면 곧바로 9월의 ‘기후대행진’을 떠올린다. 지구의 기후위기를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외치며 행진하는 아스팔트 위를 문탁의 친구들은 매년 함께 걸었다. 그리고 그 한 달여 전부터 참여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파지사유 친구들이 잘한다. 2026년 올해에는 무얼 할까? 정부에서는 야심차게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이미 AI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는지 의아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공부를 같이 해보자. AI에 대해, 파운데이션 모델이 어떻다는 기술적 측면, 반도체와 주가, 인간 정서나 지능에 미치는 영향, 일자리 대체의 두려움 등, 이런저런 평가들이 있지만 생태적인 측면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았다. 따라서 한 권의 책 『AI와 기후의 미래』를 가지고 세미나를 열었다. 디지털전환과 생태전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4회차에 걸친 세미나를 스케치해 본다.     OTT와의 이별은 어려워       “디지털 과소비에서 디지털 절제로… 전용기도 없고 채식을 지향하면서도 ott 중독은 끊기가 어렵다. 화질을 낮추고 봐야 할까?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는데(111), 도대체 ‘개인’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싶으면서, 숨겨두었던 내 안의 ‘기후냉소주의’가 꿈틀하는 게 느껴진다. ㅠㅠ”   이 메모는 세미나에 참여한 참이 쓴 것으로, 『AI와 기후의 미래』 111쪽에서 디지털 과소비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한 데 대한 짧은 소회이다. ‘기후냉소주의’ 운운하지만, 사실 참은 누구보다 생태적 실천에 앞장서는 사람이다. 참뿐만 아니라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기후위기를 살피며 동물권, 플라스틱, 에너지 문제에 큰 관심을...
      불타는 지구를 실감하는 8월이 되면 곧바로 9월의 ‘기후대행진’을 떠올린다. 지구의 기후위기를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외치며 행진하는 아스팔트 위를 문탁의 친구들은 매년 함께 걸었다. 그리고 그 한 달여 전부터 참여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파지사유 친구들이 잘한다. 2026년 올해에는 무얼 할까? 정부에서는 야심차게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이미 AI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는지 의아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공부를 같이 해보자. AI에 대해, 파운데이션 모델이 어떻다는 기술적 측면, 반도체와 주가, 인간 정서나 지능에 미치는 영향, 일자리 대체의 두려움 등, 이런저런 평가들이 있지만 생태적인 측면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았다. 따라서 한 권의 책 『AI와 기후의 미래』를 가지고 세미나를 열었다. 디지털전환과 생태전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4회차에 걸친 세미나를 스케치해 본다.     OTT와의 이별은 어려워       “디지털 과소비에서 디지털 절제로… 전용기도 없고 채식을 지향하면서도 ott 중독은 끊기가 어렵다. 화질을 낮추고 봐야 할까?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는데(111), 도대체 ‘개인’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싶으면서, 숨겨두었던 내 안의 ‘기후냉소주의’가 꿈틀하는 게 느껴진다. ㅠㅠ”   이 메모는 세미나에 참여한 참이 쓴 것으로, 『AI와 기후의 미래』 111쪽에서 디지털 과소비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한 데 대한 짧은 소회이다. ‘기후냉소주의’ 운운하지만, 사실 참은 누구보다 생태적 실천에 앞장서는 사람이다. 참뿐만 아니라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기후위기를 살피며 동물권, 플라스틱, 에너지 문제에 큰 관심을...
자누리
2026.08.31 | 조회 256
할 말 있어요
        SF(Speculative Fiction), 재난을 모으다 SF를 떠올리면 우주여행, 외계인과 로봇 같은 낯선 세계가 먼저 떠오른다. 이러한 소재들은 대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나 현실과는 다른 세계에 대한 상상과 연결되어 왔다. 그러나 SF는 단순히 그런 세계를 상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과 다른 시공간과 삶의 조건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세계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말하자면, SF가 상상하는 것은 미래이지만, 그 미래를 통해 다시 바라보게 되는 것은 현재다.   이러한 SF의 방식은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기후위기를 생각할 때 더욱 유용하다.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의 현실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하나의 연결된 사건으로 경험하지 않는다. 올여름만 해도 연일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며 한때 기온이 40도 안팎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광복절 연휴의 거제에서는 사흘 동안 80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침수,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한쪽에서는 땅과 도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양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사건들을 대개 ‘2026년 40도 폭염’, ‘거제의 집중호우’처럼 각각의 재난으로 접한다. 뉴스가 지나가고 계절이 바뀌면 우리의 관심도 다른 사건으로 옮겨간다.   기후위기는 연결되어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단편적으로 경험하는 셈이다. 그러나 SF는 이렇게 서로 떨어져 보이는 사건들을 하나의 세계 안에 모아놓을 수 있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는 기후변화와 사회적 불평등, 자본주의적 질서의 붕괴를 미래의 미국에 함께 펼쳐놓는다. 어슐러 K. 르 귄의 『빼앗긴 자들』은 서로 다른...
        SF(Speculative Fiction), 재난을 모으다 SF를 떠올리면 우주여행, 외계인과 로봇 같은 낯선 세계가 먼저 떠오른다. 이러한 소재들은 대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나 현실과는 다른 세계에 대한 상상과 연결되어 왔다. 그러나 SF는 단순히 그런 세계를 상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과 다른 시공간과 삶의 조건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세계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말하자면, SF가 상상하는 것은 미래이지만, 그 미래를 통해 다시 바라보게 되는 것은 현재다.   이러한 SF의 방식은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기후위기를 생각할 때 더욱 유용하다.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의 현실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하나의 연결된 사건으로 경험하지 않는다. 올여름만 해도 연일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며 한때 기온이 40도 안팎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광복절 연휴의 거제에서는 사흘 동안 80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침수,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한쪽에서는 땅과 도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양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사건들을 대개 ‘2026년 40도 폭염’, ‘거제의 집중호우’처럼 각각의 재난으로 접한다. 뉴스가 지나가고 계절이 바뀌면 우리의 관심도 다른 사건으로 옮겨간다.   기후위기는 연결되어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단편적으로 경험하는 셈이다. 그러나 SF는 이렇게 서로 떨어져 보이는 사건들을 하나의 세계 안에 모아놓을 수 있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는 기후변화와 사회적 불평등, 자본주의적 질서의 붕괴를 미래의 미국에 함께 펼쳐놓는다. 어슐러 K. 르 귄의 『빼앗긴 자들』은 서로 다른...
띠우
2026.08.31 | 조회 188
일과 나날
    사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열다 우리 팀 이름은 '다올랩'이다. '하는 일마다 복이 온다'라는 순우리말 '다올'과 재미있는 실험을 하는 공간 'Lab'을 더했다. 그리고 고객이 우리에게 다 오라는 중의적 의미도 있다. 모두 다른 개성을 가진 팀원을 소개해보겠다.   빛과 소금이라는 뜻의 별칭을 가진 팀원 A. 가장 필요한 순간 언제든지 등장하는 묵묵한 친구다. 서류상 이사장이자 총무 및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팀 내 유일한 개발자 B. 전공자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코딩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해 지금은 반복 업무를 줄여주는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부모님의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팀원 C. SNS 콘텐츠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 놀랍게도 그녀는 대학교 입학하기 직전까지 휴대폰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누구보다 SNS를 잘 사용한다. 팀 내 유일한 디자이너 D. 예술가로서 미술 작업을 하고 싶어 한다. 디자인 일을 할 때면, 본인의 추구미와 고객이 요구하는 바가 달라 자주 스트레스를 받는다. 발품 팔기 및 영업 담당 팀원 E. 아직 관심 키워드는 없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창업하리라 매번 다짐한다. 실제 전문 영역은 동네별 점심 메뉴 추천, 회식 장소 추천, 워크숍 장소 선정이다. 계획적이고 규칙적인 것에서 안정을 찾는 팀원 F. 법, 회계, 세무를 주로 담당한다. 참고로 F는 팀 내 유일한 극단적 계획형이다. 그 F가 바로 '나'다. 팀워크를 다지던 2년을 지나, 개성 있는 6명이 3학년을 맞이했다. 졸업까지 남은 2년 동안, 이 여섯 명은...
    사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열다 우리 팀 이름은 '다올랩'이다. '하는 일마다 복이 온다'라는 순우리말 '다올'과 재미있는 실험을 하는 공간 'Lab'을 더했다. 그리고 고객이 우리에게 다 오라는 중의적 의미도 있다. 모두 다른 개성을 가진 팀원을 소개해보겠다.   빛과 소금이라는 뜻의 별칭을 가진 팀원 A. 가장 필요한 순간 언제든지 등장하는 묵묵한 친구다. 서류상 이사장이자 총무 및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팀 내 유일한 개발자 B. 전공자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코딩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해 지금은 반복 업무를 줄여주는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부모님의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팀원 C. SNS 콘텐츠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 놀랍게도 그녀는 대학교 입학하기 직전까지 휴대폰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누구보다 SNS를 잘 사용한다. 팀 내 유일한 디자이너 D. 예술가로서 미술 작업을 하고 싶어 한다. 디자인 일을 할 때면, 본인의 추구미와 고객이 요구하는 바가 달라 자주 스트레스를 받는다. 발품 팔기 및 영업 담당 팀원 E. 아직 관심 키워드는 없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창업하리라 매번 다짐한다. 실제 전문 영역은 동네별 점심 메뉴 추천, 회식 장소 추천, 워크숍 장소 선정이다. 계획적이고 규칙적인 것에서 안정을 찾는 팀원 F. 법, 회계, 세무를 주로 담당한다. 참고로 F는 팀 내 유일한 극단적 계획형이다. 그 F가 바로 '나'다. 팀워크를 다지던 2년을 지나, 개성 있는 6명이 3학년을 맞이했다. 졸업까지 남은 2년 동안, 이 여섯 명은...
현진
2026.08.31 | 조회 201
방과후 고전중
<동은의 눈길대로 중국신화> 중국 신화보다 그리스 신화가 더 익숙한 90년대생. 한자를 알아가다보니 중국의 신화가 궁금해졌다. 일단은 눈길 닿는 대로! 중국의 신화를 읽어보자.     인류세의 길목에서 신화를 읽다   1. 고대 사람들은 해가 뜰 때도 일정한 순서를 따라 뜬다고 생각했다. 하늘과 땅을 잇는 상서로운 나무, 부상수扶桑樹의 꼭대기에 앉아있는 옥계玉鷄가 울면, 그 소리를 듣고 도도산 복숭아 나무에 사는 금계金鷄가 따라 울었다. 그리고 금계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각지의 명산과 큰 강에 살고 있는 석계石鷄들이 따라서 울었다. 그 뒤에 온 세상의 닭(천하계天下鷄)이 울면, 비로소 동방의 천제의 아들이었던 열 개의 태양이 순서대로 하루에 하나씩 떠올랐다고 한다. 단순히 해가 뜨는 일에도 고대 사람들은 낮과 밤이 흐르는 하루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나름의 답을 찾았다. 달이 차고 기우는 한 달, 덥고 추운 한해까지, 사시사철 일정한 규칙성을 가지고 모습을 바꾸는 세상을 보며 그 규칙성이 곧 세계가 유지되는 원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대 사람들은 그 규칙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 때에 맞춰 제의를 올리고 혹시라도 세상의 질서를 흔드는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행동을 다스렸다. 그들이 기울인 노력들은 곧 세상의 변화를 순조롭게 만들고 세상을 이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되었다.     달과 해가 뜨는 하늘을 묘사한 그림     그런데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언제나 이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었다. 가뭄과 홍수같은 재해가 일어나면 고대 사람들은 이것이 하늘의 뜻에 의해서 일어난 문제라고 생각했다....
<동은의 눈길대로 중국신화> 중국 신화보다 그리스 신화가 더 익숙한 90년대생. 한자를 알아가다보니 중국의 신화가 궁금해졌다. 일단은 눈길 닿는 대로! 중국의 신화를 읽어보자.     인류세의 길목에서 신화를 읽다   1. 고대 사람들은 해가 뜰 때도 일정한 순서를 따라 뜬다고 생각했다. 하늘과 땅을 잇는 상서로운 나무, 부상수扶桑樹의 꼭대기에 앉아있는 옥계玉鷄가 울면, 그 소리를 듣고 도도산 복숭아 나무에 사는 금계金鷄가 따라 울었다. 그리고 금계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각지의 명산과 큰 강에 살고 있는 석계石鷄들이 따라서 울었다. 그 뒤에 온 세상의 닭(천하계天下鷄)이 울면, 비로소 동방의 천제의 아들이었던 열 개의 태양이 순서대로 하루에 하나씩 떠올랐다고 한다. 단순히 해가 뜨는 일에도 고대 사람들은 낮과 밤이 흐르는 하루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나름의 답을 찾았다. 달이 차고 기우는 한 달, 덥고 추운 한해까지, 사시사철 일정한 규칙성을 가지고 모습을 바꾸는 세상을 보며 그 규칙성이 곧 세계가 유지되는 원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대 사람들은 그 규칙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 때에 맞춰 제의를 올리고 혹시라도 세상의 질서를 흔드는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행동을 다스렸다. 그들이 기울인 노력들은 곧 세상의 변화를 순조롭게 만들고 세상을 이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되었다.     달과 해가 뜨는 하늘을 묘사한 그림     그런데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언제나 이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었다. 가뭄과 홍수같은 재해가 일어나면 고대 사람들은 이것이 하늘의 뜻에 의해서 일어난 문제라고 생각했다....
동은
2026.08.31 | 조회 235
요요와 불교산책
  김성로 作 <인드라망>     올여름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더웠다. 40도에 육박하는 날씨 앞에서는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줄줄 흘렀다. 땀을 흘리면 피부에서 수분이 증발되어 체온이 내려가야 하는데 그저 땀이 흐르기만 하고 열기가 배출되지 않을 때는 맥을 출 수가 없었다. 그건 그냥 덥다는 정도를 넘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몸으로 ‘기후 위기’를 실감했다.   ‘지구 온난화’ 혹은 ‘기후변화’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50년대부터 ‘인간의 산업활동의 결과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으므로 생산과 소비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과학의 이름으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컸다. 그러나 1990년대가 되자 기후변화 부정론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우고 숲을 파괴하고 가축을 대량 사육하는 활동자체가 지질학적 힘으로 작용하여 행성의 대기순환과 생태계 전체에 불가역적인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류세에 대한 지구적 관점 vs 행성적 관점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첸은 2000년에 현생대의 지질학적 시간대의 이름을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바꾸자는 주장을 했다. 인류세라는 명명이 기후변화의 책임소재를 인류라는 이름 아래에 숨기는 효과가 있으므로 누구에게 더 많은 책임이 있는지 분명히 드러내는 자본세가 더 적절한 이름이라는 주장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름을 둘러싼 논쟁이 진행되는 사이에 이미 인류세는 현시대를 명명하는 것으로 이미 과학과 인문학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시민권을 얻었다.   차크라바르티는 근대의 유럽 중심적이고 발전론적인 역사관을 비판하며 반식민주의 입장에서 불평등 문제를...
  김성로 作 <인드라망>     올여름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더웠다. 40도에 육박하는 날씨 앞에서는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줄줄 흘렀다. 땀을 흘리면 피부에서 수분이 증발되어 체온이 내려가야 하는데 그저 땀이 흐르기만 하고 열기가 배출되지 않을 때는 맥을 출 수가 없었다. 그건 그냥 덥다는 정도를 넘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몸으로 ‘기후 위기’를 실감했다.   ‘지구 온난화’ 혹은 ‘기후변화’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50년대부터 ‘인간의 산업활동의 결과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으므로 생산과 소비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과학의 이름으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컸다. 그러나 1990년대가 되자 기후변화 부정론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우고 숲을 파괴하고 가축을 대량 사육하는 활동자체가 지질학적 힘으로 작용하여 행성의 대기순환과 생태계 전체에 불가역적인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류세에 대한 지구적 관점 vs 행성적 관점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첸은 2000년에 현생대의 지질학적 시간대의 이름을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바꾸자는 주장을 했다. 인류세라는 명명이 기후변화의 책임소재를 인류라는 이름 아래에 숨기는 효과가 있으므로 누구에게 더 많은 책임이 있는지 분명히 드러내는 자본세가 더 적절한 이름이라는 주장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름을 둘러싼 논쟁이 진행되는 사이에 이미 인류세는 현시대를 명명하는 것으로 이미 과학과 인문학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시민권을 얻었다.   차크라바르티는 근대의 유럽 중심적이고 발전론적인 역사관을 비판하며 반식민주의 입장에서 불평등 문제를...
요요
2026.08.31 | 조회 134
짧은생각
     직장인 학교에서 가장 하기 싫은 일 중 하나는 바로 학기말에 생활기록부를 작성 하는 것이다. 특히 '행동발달사항'을 적는 것은 개중 가장 곤혹스러운 일이다. 학교를 다닌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통지표 맨 마지막 칸에 적힌 나에 대한 담임교사의 의견을 마주하는 그 순간을.   물론 원칙은 교사가 학생을 경험하며 느낀 그대로를 적어야 하는 것이겠지만 어느 때부터 인가 교사의 솔직함은 학부모의 민원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기에 최근 교직사회에서는 그다지 권장되지 않는 덕목이다. 그렇다고 듣기 좋은 말을 복사 붙여 넣기 하는 것도 평가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의 마음까지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 돌리고 돌려 평가를 하고 그들의 발전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말을 써내야 하는 일은 늘 고역이었다.          하지만 2년 전 챗GPT의 등장은 이런 고민을 모두 날려주었다. 학생의 특징 몇 가지를 나열하고 '최대한 듣기 좋은 말로 만들어줘'라는 프롬프트 한 줄이면 내가 쓰지 못했던 말을 대신 써주었다. 덕분에 일주일은 고민해야 할 일들이 한 시간으로 줄었고, 학기말의 생활기록부 작성은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지금 걱정하는 건 이 글이 밖으로 퍼져나가 교사들이 AI로 행동발달사항 작성하지 않게 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오면 어쩌나 하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AI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라는 기사가 쏟아지지만, AI와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나 싶다. 인간이...
     직장인 학교에서 가장 하기 싫은 일 중 하나는 바로 학기말에 생활기록부를 작성 하는 것이다. 특히 '행동발달사항'을 적는 것은 개중 가장 곤혹스러운 일이다. 학교를 다닌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통지표 맨 마지막 칸에 적힌 나에 대한 담임교사의 의견을 마주하는 그 순간을.   물론 원칙은 교사가 학생을 경험하며 느낀 그대로를 적어야 하는 것이겠지만 어느 때부터 인가 교사의 솔직함은 학부모의 민원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기에 최근 교직사회에서는 그다지 권장되지 않는 덕목이다. 그렇다고 듣기 좋은 말을 복사 붙여 넣기 하는 것도 평가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의 마음까지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 돌리고 돌려 평가를 하고 그들의 발전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말을 써내야 하는 일은 늘 고역이었다.          하지만 2년 전 챗GPT의 등장은 이런 고민을 모두 날려주었다. 학생의 특징 몇 가지를 나열하고 '최대한 듣기 좋은 말로 만들어줘'라는 프롬프트 한 줄이면 내가 쓰지 못했던 말을 대신 써주었다. 덕분에 일주일은 고민해야 할 일들이 한 시간으로 줄었고, 학기말의 생활기록부 작성은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지금 걱정하는 건 이 글이 밖으로 퍼져나가 교사들이 AI로 행동발달사항 작성하지 않게 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오면 어쩌나 하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AI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라는 기사가 쏟아지지만, AI와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나 싶다. 인간이...
호면
2026.08.31 | 조회 223
일과 나날
        협동을 배우는 공간, 몬드라곤 대학을 아시나요? 고등학교 3학년을 앞둔 겨울방학. 대입 공부를 시작한 지 2주가 되었을 때, 페이스북에서 한 대학교의 광고를 보게 되었다. ‘강의, 시험, 교수, 강의실이 없는 대학 그리고 팀창업, 대화, 코치, 실험실이 있는 대학’. 심장이 떨렸다. ‘4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배우고, 심지어 시험도 보지 않는다고!’ 나는 입학 상담하기를 누른 후 다 펼쳐보지도 못한 수능 문제집들을 당근에다 팔았다.   몬드라곤 대학교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주 몬드라곤 협동조합에서 만든 대학이다. 이 협동조합은 바스크를 대표하는 공동체로, 미래세대 양성을 하기 위해 대학을 세웠다. 나는 경영학부 소속 ‘기업가정신, 혁신, 리더십(LEINN)’학과의 한국 연구실에 다녔다. (본교는 스페인에 있지만, 우리 학과 연구실은 전 세계에 있다.)   우리는 일반적인 경영학과와 달리, 4년간 팀과 함께 실제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운다. 법인을 설립하고, 고객을 만나고, 매출을 창출하고, 실패를 경험하는 모든 과정이 수업이다. 이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지금 옆 사람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내기’ 철학과 맞닿아 있다. 학교가 있는 바스크주는 분지 지형으로 주변과 고립된 작은 지역이었다. 지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그들은 함께 일자리를 만들고, 배울 수 있는 학교를 세웠다. 또한 협동을 바탕으로 돌봄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 문화 공간을 만들었다. (바스크 구겐하임 미술관이 지역 문화 재생을 이루어 낸 대표적 사례이다) 고립의 공간을 자립의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우리는 꽃을 피우는 팀 기업가 학교는 몬드라곤에서 하는 많은 일을 ‘Blooming(꽃을 피우다)’으로...
        협동을 배우는 공간, 몬드라곤 대학을 아시나요? 고등학교 3학년을 앞둔 겨울방학. 대입 공부를 시작한 지 2주가 되었을 때, 페이스북에서 한 대학교의 광고를 보게 되었다. ‘강의, 시험, 교수, 강의실이 없는 대학 그리고 팀창업, 대화, 코치, 실험실이 있는 대학’. 심장이 떨렸다. ‘4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배우고, 심지어 시험도 보지 않는다고!’ 나는 입학 상담하기를 누른 후 다 펼쳐보지도 못한 수능 문제집들을 당근에다 팔았다.   몬드라곤 대학교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주 몬드라곤 협동조합에서 만든 대학이다. 이 협동조합은 바스크를 대표하는 공동체로, 미래세대 양성을 하기 위해 대학을 세웠다. 나는 경영학부 소속 ‘기업가정신, 혁신, 리더십(LEINN)’학과의 한국 연구실에 다녔다. (본교는 스페인에 있지만, 우리 학과 연구실은 전 세계에 있다.)   우리는 일반적인 경영학과와 달리, 4년간 팀과 함께 실제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운다. 법인을 설립하고, 고객을 만나고, 매출을 창출하고, 실패를 경험하는 모든 과정이 수업이다. 이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지금 옆 사람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내기’ 철학과 맞닿아 있다. 학교가 있는 바스크주는 분지 지형으로 주변과 고립된 작은 지역이었다. 지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그들은 함께 일자리를 만들고, 배울 수 있는 학교를 세웠다. 또한 협동을 바탕으로 돌봄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 문화 공간을 만들었다. (바스크 구겐하임 미술관이 지역 문화 재생을 이루어 낸 대표적 사례이다) 고립의 공간을 자립의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우리는 꽃을 피우는 팀 기업가 학교는 몬드라곤에서 하는 많은 일을 ‘Blooming(꽃을 피우다)’으로...
현진
2026.08.01 | 조회 210
방과후 고전중
자작나무의 <초한지> 읽기(2) 중국 역사에서 ‘통일제국’ 진한秦漢의 등장이 갖는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초한지>를 통해서 당시의 시대사조와 문제의식을 읽어내고자 한다.     《초한지》는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인 진나라 뒤를 이어 등장한 한나라의 건국을 그린다. 한왕 유방은 초 패왕 항우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통일 제국 한나라를 건국했다. 건국 과정에서 있었던 전쟁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초한 전쟁에서 우리는 유방이 항우를 이기고 한나라를 건국했음을 안다. ‘반진反秦’을 내걸고 기의起義했다는 점은 같으나 두 사람의 시작은 크게 차이가 났다. 한 마을의 일개 정장亭長(지역 민병대 수준의)에 불과했던 유방은 자기가 알고 있는 동네 친구들과 일어났고, 항우는 초의 명문가 항씨 가문의 명망에다가 자신의 힘과 무용武勇으로 처음부터 기린아로 우뚝 섰다. 전국적으로 삼삼오오 일어난 기의는 점차 한 대 초, 유방 대 항우로 모아졌다. 세勢 대결은 어느 쪽이 가용할 인적, 물적 자원을 많이 갖고 있느냐에서 정해진다. 전체적이고 객관적인 전력을 보자면 항우가 처음부터 우세였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유방이었다.     산동 가상 무씨 사당 속 화상석에 새겨진 전쟁 그림     권모라는 것은 바름으로 나라를 지키고 기괴함으로 군사를 운용하며, 먼저 계획을 세운 뒤에 전쟁을 하는 것이다. 아울러 형과 세를 겸하며, 음과 양을 포함하고, 기교를 사용하는 것이다.(반고, 《한서 예문지 병서략》, 리링, 《유일한 규칙》, 45쪽 재인용)   병서의 내용들은 대개 권모=전략과 기교=전술로 구분된다. 전략에는 위의 언급처럼 치국이 들어간다. 그렇기에 전쟁은 치국이자 정치의 연장이기도...
자작나무의 <초한지> 읽기(2) 중국 역사에서 ‘통일제국’ 진한秦漢의 등장이 갖는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초한지>를 통해서 당시의 시대사조와 문제의식을 읽어내고자 한다.     《초한지》는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인 진나라 뒤를 이어 등장한 한나라의 건국을 그린다. 한왕 유방은 초 패왕 항우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통일 제국 한나라를 건국했다. 건국 과정에서 있었던 전쟁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초한 전쟁에서 우리는 유방이 항우를 이기고 한나라를 건국했음을 안다. ‘반진反秦’을 내걸고 기의起義했다는 점은 같으나 두 사람의 시작은 크게 차이가 났다. 한 마을의 일개 정장亭長(지역 민병대 수준의)에 불과했던 유방은 자기가 알고 있는 동네 친구들과 일어났고, 항우는 초의 명문가 항씨 가문의 명망에다가 자신의 힘과 무용武勇으로 처음부터 기린아로 우뚝 섰다. 전국적으로 삼삼오오 일어난 기의는 점차 한 대 초, 유방 대 항우로 모아졌다. 세勢 대결은 어느 쪽이 가용할 인적, 물적 자원을 많이 갖고 있느냐에서 정해진다. 전체적이고 객관적인 전력을 보자면 항우가 처음부터 우세였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유방이었다.     산동 가상 무씨 사당 속 화상석에 새겨진 전쟁 그림     권모라는 것은 바름으로 나라를 지키고 기괴함으로 군사를 운용하며, 먼저 계획을 세운 뒤에 전쟁을 하는 것이다. 아울러 형과 세를 겸하며, 음과 양을 포함하고, 기교를 사용하는 것이다.(반고, 《한서 예문지 병서략》, 리링, 《유일한 규칙》, 45쪽 재인용)   병서의 내용들은 대개 권모=전략과 기교=전술로 구분된다. 전략에는 위의 언급처럼 치국이 들어간다. 그렇기에 전쟁은 치국이자 정치의 연장이기도...
자작나무
2026.08.01 | 조회 110
유물;멍때리기
여요청자무문수선분(汝窯靑瓷無紋水仙盆) 11세기말-12세기초, 북송, 대만국립박물원       *여요(汝窯)는 북송 시기 5대 유명 자기 가마 중 하나이다. 황실 전용 도자기만 구웠는데, 그 생산시기(1086-1106)가 극히 짧아 남아있는 유물이 100점이 채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경매에 한 번 출몰하면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비싸다고...^^     여요수선분은 종래로 두 가지 감상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색깔이다. ‘비 갠 뒤의 푸른 하늘에서 구름이 걷힌 곳’의 색을 구현하라는 황명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기편이 없다. 개편(開片)이란 바탕흙(胎土)과 유약의 수축률이 달라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자기 표면의 균열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천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우연으로 개편이 생기지 않았다. 모양, 색깔 그리고 제작 스토리가 하나가 되어 명성이 높은 유물이다.    여요수선분을 소개하기로 결심한 뒤, 어느날 리움미술관에서 판매되는 비슷한 찻잔을 보게 되었다. 색이 여요수선분과 유사하고 아름다워서 놀랐다. 개편도 없는 깔끔한 맛이 또 다른 여요를 보는 듯했다. 어라, 그러고 보니, 주위의 도자기들 중에도 개편이 없는 것이 많이 보였다. 그렇다면 현대에도 구현할 수 있는 이런 특징을 제외하고, 여요수선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 지난한 역사의 시공간을 넘어 온전한 형태로 지금 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그가 가진 자기 서사가 주는 감동이 아닐까?!          여유 : 안 그래도 괜찮은데 너무 쫓기듯 살아온 것 같습니다. ‘힘 빼고 천천히’ 살다 보면 여유로운 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문탁에서 함께 글 읽으며 그 여유의 한 자락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여요청자무문수선분(汝窯靑瓷無紋水仙盆) 11세기말-12세기초, 북송, 대만국립박물원       *여요(汝窯)는 북송 시기 5대 유명 자기 가마 중 하나이다. 황실 전용 도자기만 구웠는데, 그 생산시기(1086-1106)가 극히 짧아 남아있는 유물이 100점이 채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경매에 한 번 출몰하면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비싸다고...^^     여요수선분은 종래로 두 가지 감상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색깔이다. ‘비 갠 뒤의 푸른 하늘에서 구름이 걷힌 곳’의 색을 구현하라는 황명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기편이 없다. 개편(開片)이란 바탕흙(胎土)과 유약의 수축률이 달라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자기 표면의 균열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천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우연으로 개편이 생기지 않았다. 모양, 색깔 그리고 제작 스토리가 하나가 되어 명성이 높은 유물이다.    여요수선분을 소개하기로 결심한 뒤, 어느날 리움미술관에서 판매되는 비슷한 찻잔을 보게 되었다. 색이 여요수선분과 유사하고 아름다워서 놀랐다. 개편도 없는 깔끔한 맛이 또 다른 여요를 보는 듯했다. 어라, 그러고 보니, 주위의 도자기들 중에도 개편이 없는 것이 많이 보였다. 그렇다면 현대에도 구현할 수 있는 이런 특징을 제외하고, 여요수선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 지난한 역사의 시공간을 넘어 온전한 형태로 지금 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그가 가진 자기 서사가 주는 감동이 아닐까?!          여유 : 안 그래도 괜찮은데 너무 쫓기듯 살아온 것 같습니다. ‘힘 빼고 천천히’ 살다 보면 여유로운 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문탁에서 함께 글 읽으며 그 여유의 한 자락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여유
2026.08.01 | 조회 91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