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택귀매괘 후기 - 시집가는 것을 왜 歸라 했을까?
桃之夭夭 灼灼其華 (도지요요 작작기화) 어린 복숭아나무 그 꽃이 활짝폈네
之子于歸 宜其室家 (지자우귀 의기실가) 시집가는 저 아가씨 시집 식구들을 화목하게 하리라
桃之夭夭 有蕡其實 (도지요요 유분기실) 어린 복숭아나무 그 열매가 무성하네
之子于歸 宜其家室 (지자우귀 의기가실) 시집가는 저 아가씨 시집 식구들을 화목하게 하리라
桃之夭夭 其葉蓁蓁 (도지요요 기엽진진) 어린 복숭아나무 그 잎이 무성하도다
之子于歸 宜其家人 (지자우귀 의기가인) 시집가는 저 아가씨 시집 식구들을 화목하게 하리라
- 우웅순선생님 강의록 ‘시경강의 1’ 주남 6편 桃夭(도요) 전문
시집가는 손녀를 위해 정성스럽게 이 시를 쓰고 계시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분이 있다.
그때는 이 시가 《시경》에 나오는 구절인지, 혼인을 축하하는 대표적인 노래였는지조차 몰랐다. 그저 맑은 미소를 지으시며 한자 한자 써 내려가시던 모습에서, 손녀를 아끼고 사랑하시는 마음이 절로 가슴에 스며들었을 뿐이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주역》의 뇌택귀매(雷澤歸妹) 괘를 읽다가, 왜 고대인들은 시집가는 여인의 걸음에 떠남이 아닌 ‘돌아갈 귀(歸)’ 자를 붙였을까 묻게 될 줄은.
《설문해자說文解字》는 이 글자를 "女嫁也", 곧 여자가 시집가는 것이라 풀었다. 발이 가서 머문다는 止의 뜻에 시집간 여자를 가리키는 婦가 더해진 모양이니, 귀(歸)는 여인이 발자국(止)을 내딛어 비로소 자신이 살림(婦)을 맡아 뿌리내릴 보금자리로 들어가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주역》의 歸妹卦는 이것을 아름다운 이상으로 말하지 않는다. 괘사는 "征하면 凶하니 无攸利하니라", 곧 가면 흉하니 이로울 바가 없다고 한다. 「彖傳」에서는 "天地之大義(천지의 대의)", "人之終始(사람의 끝과 시작)"라고 하면서도 왜 흉하다고 할까?
시집가서 자식 낳고 살아 본 사람이라서 공감하는 것일까? 답은 혼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가느냐에 있는 것 같다.
초구는 歸妹以娣니 跛能履라 征이면 吉하리라 라고 한다.
歸의 시작은 주인공이 되는 일이 아니라 한 집안의 일부가 되는 일이다. 낮은 자리의 부족하고 서툰 절름발이의 발걸음일지라도 길이 열린다. ‘나아가면 길하다’ 하는 것은 첫 발자국을 떼는 것 자체가 '귀(歸)'의 위대한 출발이라는 뜻이리라.
구이효는 眇能視니 利幽人之貞하니라 라고 한다.
한쪽 눈이 먼 듯 제대로 보지 못해 오해와 엇갈림으로 답답한 시절도 있다. 歸의 길이 늘 평탄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애꾸눈이 능히 보듯, 볼 수 있는 만큼은 본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곧음을 지키며 내면의 뜰을 가꿔야 할 시간이다.
육삼은 歸妹以須니 反歸以娣니라 한다.
마음이 앞서 자리를 잘못 잡으니 되돌아와야 한다. 어설픈 열정은 무모하여 순서를 뛰어넘으려 했고, 그 조급함은 도리어 나를 떨어뜨리곤 했다. 이 시행착오야말로 연못 위를 거세게 흔들던 우뢰의 진동이었을까?
구사는 歸妹愆期니 遲歸有時라 한다.
늦다는 것은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서두르던 걸음을 멈추고 나서야 보이는 것이 있다.
육오는 帝乙歸妹니 其君之袂가 不如其娣之袂良하니 月幾望이면 吉하리라 한다.
정실의 소매가 잉첩의 소매만큼 곱지 않다. 가장 귀한 이가 꾸미지 않고 자신을 낮춘다. 이것이 歸가 무르익은 모습이 아닐까.
상육은 女承筐无實이라 士刲羊无血이니 无攸利하니라 한다.
광주리를 받들었으나 안이 비어 있고 양을 잡았으나 피가 없다.
살아 본 사람들이 아는 것이다. 혼인은 격식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는 결혼식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뒤에 이어지는 수많은 날의 진실함이 빈 광주리를 채운다.
그날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시던 「도요」를 다시 떠올린다. 그분은 꽃만을 축복하신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꽃이 지고 열매 맺고 잎이 무성해지는 긴 시간까지, 손녀가 그 모든 계절을 지나 제 자리에 뿌리내리기를 바라셨으리라. 歸는 가는 것이 아니라, 발이 가서 머무는 곳에(止)자리 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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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샘 주변에는 훌륭하신 분이 많이 계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