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 오드리 로드『자미』 후기
늦은 후기가 민망한 줄 알면서도, 일상에서 글쓰기가 자꾸 미뤄지는 걸 느낀다. 역시 마감일 임박만큼 효과적인 처방도 없는 것 같다.
함께라면 시즌2에는 반가운 평비글 샘들이 오셨다. 시소샘, 수영샘, 그리고 새로 합류한 최경화샘, 랄라샘까지, 다채로운 시즌이 기대되는 시작이다.
오드리 로드는 처음 만나는 작가였다. 책에 감성적인 표현이 많고 시대적 배경을 상상하면서 감정을 따라가야 해서 쉽지 않았다. 오히려 세미나에서 샘들의 메모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해가 더 깊어졌다. 그래도 읽으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에서 사회의 차별을 꿋꿋하게 헤쳐 나가는 로드의 뚝심, 그리고 로드의 성애적 표현에 침이 꼴깍 넘어가는 긴장감이 남았었다.
세미나가 끝나고 겸목샘이 추천해 주신 『시스터 아웃사이더』를 읽었다. 읽는 내내 속으로 '꺅'을 얼마나 외쳤는지 모른다. 연설문부터 서평, 대담까지 이어지는 글들을 읽다 보니 『자미』에서 표현된 성장기의 두려움과 갈망이 오히려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겸목샘 메모의 마지막 문단은 이랬다. "기운이 빠지고 사람이 싫어질 때, 오드리 로드를 읽자. 읽고 나니 뭔가 해볼 마음이 은근히 스며든다." 자신의 불안정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무기로 만드는 강한 정신력을 가진 로드를 통해 느끼셨을, 그 뜨끈하게 올라오는 무엇이 아니었을까~
랄라샘은 오늘의 언어로 과거의 자신에게 발언권을 주면서, 자신의 경험을 타인이나 사회에 맡기지 않는 글쓰기 방식에 집중했다. 글쓰기에 참여한 랄라샘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다.
수영샘의 메모글에서는 로드의 '따뜻함'이 느껴져 옮겨 적어 본다. "오드리 로드는 본연의 기질적, 생리적 차이와 더불어 그녀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의 흔적으로 우리가 아는 그녀가 되었을 것이다."
수영샘과 먼불빛샘은 이성애자로 길들여져 가부장 사회에서 살아왔기에 레즈비언이 느끼는 성애적 감각에 크게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그 감정이 지적 향유에서 느끼는 희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 의견에 공감이 갔다. 정상성이라는 사회적 잣대에 억눌려 있던 것은 아닌지, 거기서부터 균열을 내 보자고 하셨다.
아멜리아샘은 언희샘의 다른 닉네임이다. 귀엽고 메모글과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멜리아샘은 무궁무진한 이야기보따리를 가지고 계신데, 로드처럼 여자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 추억담을 풀어 주셨다. 성애적 호기심이 왕성했던 어린 시절의 메모글을 나누다 보니 우리에게도 저마다 야릇한 추억이 떠오르는 듯했지만, 말로는 나오지 않았다. ㅋ
나무샘은 로드의 책을 두 번 읽으셨다. 나무샘이 지금 진행 중인 기록 작업과 맞물려 로드의 언어와 나무샘의 언어가 연결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스터 아웃사이더』에서 떠오른 글을 공유해 본다.
시를 알기 위해서는 나태하게 환상을 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그래 이거야"라고 느끼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주의를 기울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는 스스로 훈련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는 법,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도록 언어로 옮기는 법을 익힐 수 있다.
시소샘은 자신이 솔직하지 못하고, 자신을 내보이지 않으며, 마음을 주지 않는다고 자주 언급 하셨는데, 다 드러낸다고 솔직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드러내지 못하는 것을 더 세밀하게 보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피드백을 받으셨다.
최경화샘은 이번에 처음 문탁에 입문하셨다. 친숙한 이미지가 문탁이라는 공간과 잘 어울려 보였다. 로드가 살았던 미국에서 지낸 과거가 있어서인지 지역의 사회적 특징을 느끼며 읽으신 듯하고, 그녀의 삶에 바짝 다가가 읽으신 것 같았다. 오드리 로드가 부모로부터의 빠른 독립과 어머니와의 거리감을 안타까워하셨고, 그런 지역적 특징이 레즈비언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무대가 되었을 거라는 의견도 주셨다.
나 또한 훌륭한 시스터들 곁에 있어서, '해볼'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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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독촉 문자를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 로 좀 고민했어요. 후기가 '부채'도 아닌데 떼인 돈 받는 것처럼 닥달할 일인가? 쓰지 못하는 사정이 있지 않겠는가? 무얼 통제하고 강제하는 건 글쓰기에 맞지 않는 일이 아닌가? 자발성이 최선인가? 자발적으로 써지지 않아 의식적으로 써보려 글쓰기클래스에 오는 것 아닌가? 이런 상념들이 맴돌았어요. 오드리 로드는 '광맥'과 같은 작가예요. 세미나에선 일부만 얘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어떤 문제가 일어났을 때 로드라면 어떻게 했을까? 가정해보면 좋겠어요. 곧 일요일이네요. 또 다른 글로 만나지요~
『시스터 아웃사이더』까지 읽느라 늦으셨군요!!!
저도 읽고 싶었으나 이번주 아일린 이야기도 분량이 만만치 않아서 그 마음을 눌렀어요.
단풍쌤이 공유해 주신 문장들이 내가 늘 현실적인 무언가를 위해 내 감정을 눌러서 이제는 내가 뭘 원하는지도 알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네요. ㅎ
우리가 읽은 거의 모든 멋진 여자들의 글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교훈인 거 같아요.
자신이 "그래 이거야"라고 느끼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기.
이번주 아일린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거대한 기만체계'에 맞추기 위해 육체와 영혼을 갈아넣었다는 것.
그거 말고 뭐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내가 속고 있었다는 걸 아는 것도 소중하니까
나머지 이야기는 내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