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에 리베카 솔닛의 <오웰의 장미>를 글쓰기에서 함께 공부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리베카 솔닛이, 조지 오웰을 좋아한다고 하니 조지 오웰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리베카 솔닛은 <오웰의 장미>에서 오웰의 독보적인 점으로 '정치성'과 '심미성'을 꼽았다. 문학이 정치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오웰의 문학이 갖는 가치가 있지만, 오웰은 정치성을 위해 심미성을 버리지 않았고, 오히려 심미적이어야 정치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정리해줬다. 그래서 리베카 솔닛은 오웰이 심었다는 장미나무를 찾아 그가 살던 영국으로 날아갔다.

그때 우리는 리베카 솔닛의 <오웰의 장미>에 이어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를 읽었다.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오웰의 글이 갖는 단단함과 날카로움, 위트와 재치에 감탄했다. '이래서 조지 오웰, 조지 오웰...하는구나' 이해가 됐다. 중고등학교 시절 필독서로 읽었던 <동물농장>과 <1984>의 정치 알레고리 작가 조지 오웰이라는 표준적인 해석을 넘어서는 이해가 가능했다. 특히 조지 오웰은 '세부사항'에 강했다. 장미나무 묘목이 얼마인지, 원고료가 얼마인지, 담배값이 얼마인지 독자가 몰라도 될 것 같은 세부사항을 살려냄으로써, 그의 눈과 글이 얼마나 날카롭고, 예리한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세부사항은 또 얼마나 많은지 환기시켜줬다. 이후 나에게도 세부사항은 글쓰기에서 중요한 항목이 되었다. 우리는 추상적으로 보편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세부사항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읽는 <조지 오웰 뒤에서>를 읽으며, 많이 놀랐다. 여러 의미로 많이 놀랐다. 아마 2주 동안 세미나 텍스트인 600페이지가량 되는 <조지 오웰 뒤에서>를 허겁지겁 읽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러 의미로 놀라고, 화났으리라 생각된다. 다양한 의미로 "왜 이런 책을!!" 이라는 분노가 치솟았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래요. 이번 글쓰기는 그 분노를 다양한 방식으로, 각자의 목소리로 쓰면 됩니다.
나는 '세부사항' 때문에 화가 났다. 아주 세심하게, 하나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여줬던 조지 오웰은 왜 아일린에 대해서는 허투루 대충대충 대하고, 몇 자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부인은 '보이지 않은' 존재인가? 마땅히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게 당연해서 쓰지 않았나? 자기중심적 인간이라 아일린의 고충에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할애하지 못한 이기주의자이자만, 휴머니즘으로 가득한 소설을 쓴 작가인가? "가부장제는 한 남자가 여자들에게 심한 행동을 하고도 여전히 고상한 인간으로 여겨질 수 있게 해락해 주는 이중사고의 예다"라고 저자는 쓰고 있다.
이 점 말고도, 각자에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부분은 다르리라 봅니다. 여러 '욱하는' 감정, 심란함, 냉철함이 뒤섞여 있겠지만, 우리는 A4 1쪽 또는 1쪽 반, 길어도 2쪽에 각자의 리뷰를 써야 합니다. 전부를 말할 수 없어요. '무엇을' '왜'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해보고, 하나의 짧은 리뷰를 써봅시다. 당연히 전체적인 줄거리 쓸 필요 없습니다. 나의 관심분야가 아닌 중요한 이야기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조지 오웰 뒤에서>와 상관 없는 내 친구 이야기,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그걸 써도 됩니다. 우리의 글쓰기는 내 감정과 내 생각을 정리하고, 탐구하기 위한 도구예요. 이 목적에 맞는 글이면 뭐든 좋습니다.
아마, 토요일 오후에 우리 대부분은 뭐든 쓰려고 책상에 앉게 되겠지요? 책상에 앉기 전까지, 일주일 동안 <조지 오웰 뒤에서>를 읽거나, 그걸 생각하며 지내시기 바랍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과 느낌에 집중해보세요.
과제글은 토요일 자정까지 올려주세요. 한글파일을 댓글로 올려주시면 됩니다. 그럼,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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