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간괘 후기-주역에서 무아를 보다
<주역>에서 무아(無我)를 보다.
중산간(艮)괘. 산이 두 번 겹쳐져 있다. 땅 위에 우뚝 솟은 산은 그침(止)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표현을 ‘등에 그치라’고 한다(괘사, 艮其背). 사람이 그치지 못하는 것은 욕심이 동해서인데 그것은 앞에서 이끄는 것이고, 등지고 있으면 자신의 욕망을 보지 못하니(不獲其身) 욕심이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아 편안할 수 있다는 것. 정이천은 여기서 불획기신을 ‘자아가 없다’(無我)로 해석한다. 자아가 없으면 그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면 그칠 수 있는 도가 없다는 것이다. 괘사는 이어, ‘뜰에 가면서도 사람을 보지 못해 허물이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등에 그쳐 자신을 보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내면의 욕망에 관한 것이라면, ‘뜰에 가면서도 사람을 보지 못하는 것’은 외물과 사귀지 않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외물에 접하지 않으면 욕망이 싹트지 않아 편안히 그쳐 허물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불교적으로 해석해보면 ‘나를 보지 않을 때’ 즉 무아를 깨달으면 타인이나 객관적인 대상이라는 것도 없다 즉, 분별지를 벗어나 ‘공(空)’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으로까지 연결해볼 수 있지 않을까? 너무 나갔나. ㅋㅋ
‘무아’를 주역에서 보게 될 줄이야! 역시 유가는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일까. 불교에서는 감각기관이 대상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좋고 싫은 느낌이 생기고 그것이 갈애가 되어 집착함으로써 괴로움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항상 변하는 것(無常)이고 괴로움을 가져오는 것(苦)을 나라고,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모든 번뇌의 핵심이고, 나라는 존재, 내 것이라는 생각이 없다는 것(無我)을 깨달으면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자는 이를 멈춰 있으면서 그치고 가면서도 그치는 것이니, 움직임(動)과 고요함(靜)이 제자리에 그쳐 모두 고요함(靜)을 주장하니 허물이 없다고 해석한다.
이왕 불교와 연결했으니 이것도 함께 살펴보자. 그친다(止), 고요함(靜)은 불교의 선정을 떠오르게 한다. 불교에서는 무상-고-무아에 이르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지관수행(止觀修行)을 말하는데, 지(止)는 사마타, 관(觀)은 위빠사나이다.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여 마음의 산란함을 멈추는 사마타 수행, 마음이 고요해진 상태에서 무상-고-무아를 있는 그대로 깨닫는 위빠사나 수행. 이런 수행으로 탐진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만 유가에서는 ‘제 자리에서 그친다(止其所 )’는 것을 강조한다. 공자의 행동인 ‘행지구속(行止久速. 가야할 때 가고, 그쳐야 할 때 그치고, 오래 머물 만하면 오래 머물며, 속히 떠날 만하면 속히 떠난다)는 것을 모범으로 삼는다. 이 모든 것을 그침(止)으로 해석하는 주자다. 신문에 따른 인의예지를 강조하는 유가답다.
<주역>에서 ’무아‘를 만났으나 그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와는 결이 다르다는 결론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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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止를 중용과 연결해서 생각했는데, 샘은 불교를 떠올리셨군요.^^
성리학은 불교의 영향을 받았겠지만, 이미 공자께서도 意, 必, 固, 我 가 없다고 했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