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공25회차 후기: 아름다운 이름은 덕을 싣는 수레이다
정나라는 춘추시대 진나라와 초나라 같은 강대국 사이에 끼어 33차례나 침략을 당한 약소국이다. 하지만 정나라에 자산이라는 불후의 재상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이전에 『역사, 눈앞의 현실』에서 정자산을 처음 만났을 때의 작은 감동이 기억난다.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중국 최초로 성문법을 만든 사람, 백성이 잘 사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사람, 자신이 귀족출신인데도 귀족의 도발을 막아낸 사람, 너무 청렴해서 죽었을 때 관도 마련하지 못해 광주리에 실어 장사를 지내야 했던 사람....양공24년에 정자산이 등장하면서 새삼스럽게 그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위의 제목 또한 정자산의 편지내용이다.
진나라의 범선자가 집정이 되어 제후국들에 공물부담을 무겁게 지우자 그가 말한다. "군자는 나라를 장구하게 이끌 사람으로서 재물이 없음을 근심하지 않고 아름다운 이름을 떨치지 못할 것을 걱정합니다. 재물을 탐하는 순간 제후들은 진나라를 배신할 것입니다. 아름다운 이름은 덕을 싣는 수레이고 덕은 나라의 기반입니다. 덕이 있어야 백성이 즐겁고 백성이 즐거우면 나라는 장구할 것입니다. 코끼리가 왜 죽는지 아십니까? 사람들이 상아를 재물로 보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범선자는 자산의 말을 받아들여 공물부담을 가볍게 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나라는 진과 초, 두 강대국에 끼어있다. 겨울에는 초 강왕이 정나라를 쳐서 제나라를 구원했다. 그러자 제나라 정벌을 나섰던 제후들이 군대를 돌려 정나라 구원에 나섰다. 진 평공은 장격과 보력을 보내 초군과 싸우게 했는데, 정나라에는 이들의 수레를 몰 마부를 원했다. 그리하여 완사견이라는 수레몰이꾼이 뽑혔다. 자대숙은 그에게 경고했다. "대국사람은 너와 동등하지 않다" 그랬더니 사견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병력이 많건 적건 병거위에서는 상전은 나 혼자 뿐이잖소!" "그렇지 않아. 작은 언덕에 거목이 자랄 수 없는 법이다."사견은 조금씩 비위가 상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장격과 보력은 자기네들은 막사 안에 있으면서 사견을 밖에 있게 하는가 하면, 밥도 자기네들이 먼저 먹고 나서야 먹게 하지 않는가.
장격과 보력은 엄청난 장수였던 것 같다. 그들은 수레 위에서 태연자약하게 거문고를 타다가 적진이 가까워지면 적진으로 뛰어들어 육탄전을 벌여 적군을 때려잡거나 옆구리에 껴서 사로잡았다. 자고로 마부란 수레위 장수들과 의논하여 말을 몰때와 물러날 때를 정하는 법인데, 앞서 자신이 홀대받은 것에 비위가 뒤틀린 사견은 도 장수에게 말도 안하고 적진으로 내달리거나 뒤로 나오거나 했다. 장격과 보력이 나중에 그것을 따졌다. "수레에 동승하면 형제나 같은데 어째서 두번이나 아무 말도 없이 (니맘대로)수레를 몰았는가?" 핑계를 대기를 "처음에는 쳐들어가는 것에만 마음이 팔렸고, 지금은 겁이 나서 그런 겁니다." 두 장수는 웃었지만 사견의 '욱'하는 성격에 굴욕감을 참을 수 없어서 한 짓인 걸 모를리가 없다.
**** 검색 도중에 정자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다시 언급한다. 공자와 한비자가 존경해마지 않았다는 정자산에 대한 평가가 사마천의 <사기>에 이렇게 나와있다고 한다. “자산이 재상이 되고 1년 후 못된 장난질을 일삼는 어린아이들이 없어졌다. 2년 후에는 시장에서 외상으로 물건을 사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돈이 돌았다. 3년 후에는 밤이 되어도 문단속 하는 집이 없었고 길에 물건이 떨어져도 아무도 주워가지 않았다. 4년 후에는 농부가 농기구를 밭에 두고 집으로 오는 밝은 세상이 되었고 5년 후에는 백성들이 군역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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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전> 강독이 끝나면 『역사, 눈앞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읽어볼까요?
자산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저는 관대한 정치는 엄한 정치보다 못하다고 하며, 관대함으로 제대로 정치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게 생각납니다.
그렇다면 정치를 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그 정치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혜안도 함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