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읽고 있는 책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부분이라 옮겨봅니다.
"이 이야기에는 우리의 심장을 파고드는 결정적인 문장 두 개가 있다. "그 사건을 이야기하는 데 그토록 짧은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날의 입맞춤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밤을 새도 모자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장을 쓰려면 작가는 얼마나 진지한 관찰자여야 할까? 체호프는 마치 세상만사와 인간의 심리를 전부 다 알아차리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는 우리가 머릿속으로 그리는 이야기야말로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 이유가 인간이란 내면의 이야기를 한없이 확장하는 존재이자 우습고 한심한 몽상가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랴보비치의 머릿속에서 그의 이야기는 점점 커지고 또 커져서 언제 어디서나 동행하는 사건이 되고 삶의 리듬이 되어버린다. (중략)
<입맞춤>은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이며, 이야기의 정의 중 하나가 이야기란 원래 더 많은 이야기를 불러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야기는 이야기 생산자다. (중략) 랴보비치에게 툭 하고 떨어진 별개의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을 생각하며 랴보비치가 지어내고 상상하고 상상하다 실패해서 결국 말하지 못한 수만 가지 이야기가 있다. 어떤 한 가지 이야기도 그 이야기 하나만으로 그 속에 있는 이야기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으며, 이 이야기의 핵심에 놓여 있는 수수께끼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야기는 자신의 자식을 낳는다. 이들은 이야기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파편이자 이야기 전부를 다 말하지 못하는 원초적 무능력의 불운한 구현이다.
이야기란 잉여와 실망의 역동적인 조합이다. 이야기가 실망스러운 이유는 반드시 끝나야만 하기 때문이고 그러면서도 정말로 끝날 수 없기 때문이다. 잉여를 절묘한 실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제임스 우드,<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 77~80쪽)
이 부분을 짚어낸 제임스 우드와 체호프에게 동시에 놀랐다! 뭔가 놀라운 것을, 의미있는 것, 재미있는 것, 내 마음의 심연을 드러내는 것.....그것들을 이야기하려 할 때 맨처음 이야기를 꺼내기 전의 포부와 기대감과 달리 이야기는 싱겁게 끝나버리기 싶다. 내 머릿속에서는 너무 다이나믹하고, 이걸 말할까, 말까 심장이 쿵쾅거리며 긴장감이 몰려오는데, 입 밖으로 나온 순간, 글로 써버리고 나면, 허술하고, 어딘가에서 본 듯한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된다. 음....이게 아닌데....음 뭘 말하지 못했을까? 이런 순서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나? 디테일하게 분석을 하기 전에 이미 우리는 '실망스러움'을 느낀다. 내가 말하고자 했던 건 이게 아닌데! 제임스 우드와 체호프는 그것이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된 것은 실패한 이야기이고, 그걸 보완하고 수정하기 위해, 또 다른 이야기를 자꾸 불러내며 새끼를 치는 거라고.
이런 인사이트에는 두 가지 강점이 있다. 첫째, 내 이야기가 실패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다. 그렇다. 모두가 실패한 이야기를 쓴다. 어차피 이야기는 실패한 스토리텔링의 한 버전이라는 거다. 그러니 나의 실패도 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아주 보편적인 일이라고. 둘째, 그래서 또 다른 이야기, 또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북돋음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끝없이 이야기해야 하는 수다쟁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그게 뒤끝 작렬하고 자기 중심적인 인간의 특성이 아닐 수 있다고.
이런 안도와 응원에 힘입어 이번 주의 과제글쓰기를 해봅시다. 이번 주에는 비비언 고닉의 <상황과 이야기>에서 강조한 서술자, 페르소나의 목소리가 드러나는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분량은 A4 1~2장으로. 한 주 동안 고민 많으셨죠? 어떤 이야기를 써볼까? 그걸 어떤 서술자의 목소리라 들려줄까? 두 가지를 생각하려니 머리가 더 복잡해졌지요? 저도 그래요. 그걸 우리는 이번 주 각자의 '실패한 글쓰기'로 과제를 하면 됩니다. 실패는 또 새끼를 쳐서 또 다른 이야기를 또 다른 글쓰기를 하게 될 테니, 효자라고 봐야지요. 계속 새끼 치는 글쓰기를 해봅시다.
너무너무너무 덥습니다. 무섭게 덥네요. 부디 살아서 일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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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목샘의 '실패한 글쓰기' 공지글 보다가, 최근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실패담 크루'정이현 작가가 쓴 소설이 생각났어요^^;
이번주 업무가 그나마 느슨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덕분에 많이 확보했어요~
사무실에서 글 띠어놓고 하도 모니터를 째려보고 있어서, 딴짓하는걸 걸렸지만^^;; 그래도 덕분에 마무리했습니다.
너무나도 더워..비가와서 못 놀았던 계곡이 생각나, 토욜 당일치기로 놀다와야겠어요!!!
은재샘은 션하게 지내다오세요~
저도 올려요
올립니다.
올립니다.
겸목샘의 실패한 글쓰기라는 말이 없었다면, 과제 못 올렸을 겁니다. 저도 그 말에 힘입어 올립니다.
늦었지만 올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