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일상
토요일 10시에는 요양병원에 계시는 장모님 면회를 갑니다.
일정이 있어서 못 오는 식구들을 빼고는 온 식구가 모입니다. 당신에게는 증손자인 하빈이까지 보는 시간입니다.

병원의 제한규정은 코로나가 지났어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관리의 편리성 때문일까요? 면회는 일주일에 한 번, 시간은 30분, 총 인원은 4인 이하, 모두 마스크 착용하며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합니다. 마스크는 이해하는데, 요양병원의 이러한 폐쇄성은 소문난 요양병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요양에 대한 철학을 의심케 합니다.
왜냐하면, 요양이 (환자 인생)일상의 접촉과 격리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번 주에는 급기야 간호사에게 경고를 먹었습니다. “좀 조용히 해주세요. 그리고 너무 많은 인원이 와서 민원이 제기되었다”는 것입니다. ‘누구의 민원이죠?’ 물으려다가 꿀꺽 삼켰습니다.
놀이터처럼 “할아버지! 숨바꼭질하자!”며 뛰어 다니는 4 살배기, 무표정한 할머니를 웃겨 보려고 무시로 깔깔대는 우리들을 보며 하는 ‘민원’이라는데...... 그럴수도 있지만, 글쎄...... 누가?
일단 간병인들(거의 조선족)이 하빈이를 엄청 이뻐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무표정한 환자들만 보다가 에너제틱한 새 생명을 만나니, 누구라도 이뻐할 것 같습니다. 환자들이 민원을 내었을까요? 그 분들은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하빈이 표현대로 “얘들은 모두 아파 보여~~~” 상태입니다. 그럼, 면회 온 보호자? 한 환자당 한 두분의 보호자를 봅니다. 거의 동시간 대에 면회를 오는지라 누가 어느 분의 보호자인지 잘 알고 지냅니다.
결국, 민원은 병원의 관리지침에서 왔을 것이고, 병원의 요양에 대한 철학에 질문을 던지는 곳에 이르니, 씁쓸합니다.
접촉을 제한하는 것은 마스크처럼 병균과의 접촉을 막는 것에 그쳐야지 병원내의 모든 개체들, 특히 환자 일상과의 접촉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해서요. 환자의 인생도 있고 병원 속 사람들과의 일상이 포함된 접촉이 유해한가요? 병균이 아니잖아요?


장모님을 모시고, 제한구역을 벗어나 1층 카페로 내려 갔습니다. 녀석을 준비시켜 오느라 조금 늦게 하빈이네 식구들이 들어섭니다.
하빈이 엄마가 하빈이에게 “어른들한테 인사해야지 ~~~”하고 이릅니다.
손을 흔들며 녀석이 하는 말, “얘들아! 안녕 ~~~~” 와하하하하! 카페가 들썩이도록 웃습니다.
녀석의 눈에 한 두 사람이어야,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하세요!”이지, 고모, 고모부, 삼촌, 숙모 할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가 있으니....... 그냥 녀석의 단어인, “얘들아!”로 통칭했을 것입니다. ㅎㅎㅎㅎ

녀석은 고모 품에 안겨서 증조 할머니께 쉬지도 않고, 코먹은 소리로(비염 중) 쉬지도 않고 쫑알거립니다.
“내가 식물 얘기 해줄게. 식충식물인 파리 지옥은 ##$$%%, 그런데 네펜데스는 어떻게 벌레를 잡는 줄 알아? $%^&***. 내가 공룡 얘기 해줄게, 티라노는.....,” 그 뒤로 지 놈이 알고 있는 동물, 자동차 등등.
녀석이 오지 않는 날은 우리가 아무리 애를 써도 장모님은 무표정 그 자체인데, 하빈이만 오면 녀석에게서 눈을 떼지 않습니다.
말씀을 못하시거나 하시더라도 무슨 말인지 모르게 하시는데, 어느 날은 “얘는 왜 이렇게 이쁘게 크냐.”하고 발음도 문장도 정확하게 말씀하셔서 모두가 놀란 적도 있지요.

세상에서 새로운 것을 알아 가는 것에 신이난 녀석과 세상의 많은 것을 잊어 버리고 계신 장모님과 만남, 접촉이 일으킨 기적일지도 모릅니다.
30분 규정을 지나서 1시간이 훌쩍 넘어 갑니다.
면회가 끝나면 온 식구가 점심을 함께 합니다.
매주 장모님이 내게 주시는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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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마음이 따뜻해지는 슬픔 혹은 마음이 아려오는 기쁨.
좋은 돌봄 요양원의 기준 중에 '개방성'의 여부도 아주 중요 하다는 얘기가 가마솥샘 글을 읽으니 문득 생각나네요~~
어마무시한 권력(?)하에서도 하빈이 미소가 모든걸 다 녹이네요^^
요즘 엄마가 저를 못알아 봅니다.. 근데도 왼손녀는 잊지 않고 안부를 묻습니다... 어쩌면 매일이 기적이죠.
참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우리 할머니가 떠올라 눈물 날 것 같아요~
식물을 키우고, 개와 고양이가 오가고,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그려봅니다.
"얘들아, 안녕~~~"
너무 웃겨요.
세상을 알아가는 세대와 하나씩 잊어가는 세대라.....가마솥님 표현이 짱이네요.ㅎ